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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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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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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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th 11. 하늘로 흩어지는 빛(4)

DUMMY

‘남신? 여신?’


일단 카시드는 상대의 정체를 알기 위해 체형을 살폈으나, 너무 헐렁한 검은 천으로 인해 체형을 볼 수 없었다. 게다가 고개는 푹 숙이고 있어서 얼굴도 살필 수 없었다.


“세키. 베이면 죽는다고 하는데.”


걱정스러운 카시드의 말에도 세키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


‘호오... 꽤 용감하군’


그 모습에 카시드가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뚜벅.


세키가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아무래도 카시드의 말을 처음에는 못 들었다가 잠시 뒤에 이해한 모양이었다.


“......됐다. 됐어.”


우두둑.


카시드는 손가락을 풀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페이로나. 만약 저 사신이 상급 신족을 재료로 만들었다면...”


“마계공작과 맞먹는 능력에 한번에 상대를 죽이는 무기를 든 셈이죠.”


“......쯧!”


까다로운 상대라는 생각에 카시드가 혀를 찼다.


“......”


철컹.


사신은 뭔가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낫을 들어올렸다. 마치 죽어서 몸이 굳어버린 자가 억지로 움직이는, 그런 움직임이었다.


-죽여라......-


“......페이로나. 저 사신을 감싸고 있는 어둠은...”


“어둠의 신족이 저 사신을 조종하는 중인 것 같은데요.”


그 말에 카시드는 사신의 주변에서 움직이는 어둠을 살폈다.


“꽤 낡은 느낌의 어둠이군. 페이스인가?”


당연하지만 적대 관계인 신족의 상급자들을 카시드가 알지 못 할리가 없었다.


“신력의 형태를 보니... 하긴, 그가 아니면 사신을 제작할 수 있는 신족이 없겠네요.”


페이로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뒤로 슬금슬금 빠졌다.


-죽여라.......-


‘정말 기분 나쁜 목소리군’


자신에게 하는 소리가 아님에도 이렇게 기분 나쁜데, 이런걸 듣고 있는 사신은 얼마나 기분 나쁠지 걱정하는 카시드였다.


부르르...


‘응?’


사신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싫......어...”


참혹할 정도로 갈라진 목소리. 하지만 약간의 미성이 섞인 것으로 보아, 생전에는 예쁜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목소리였다.


-죽여... 죽여라... 마황자를......-


“그거 다행이군.”


저벅. 저벅.


그 목소리를 들은 세키가 안심한 듯 당당하게 카시드의 옆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몰래 도망간 거리가 꽤 되기에 세키는 카시드의 한심한 눈빛을 잔뜩 받으며 걸어왔다.


“좋겠어? 사신이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고.”


“......시끄러워.”


카시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사신을 주시했다.


‘목소리로 봐서는 여신... 최근에 죽은 여신이 있던가?’


그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부르르르.......


그러는 동안 사신의 떨림이 더욱 강해졌다.


“......온다.”


번쩍.


사신이 고개를 들었다. 카시드는 그 얼굴을 보며 사신이 여신을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눈물?’


그가 사신의 얼굴에서 제일 먼저 본 것은 눈물선을 따라 그려진 검은 선이었다. 그의 눈에는 마치 그것이 굳어버린 눈물같이 보였다.


-가라......-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키던 사신의 움직임이 멈췄다.


‘기분 나쁜 눈이군’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는 눈동자는 카시드를 주시하고 있었고, 카시드는 정말 싫지만 그녀와 눈을 마주쳐야 했다.


“페이로나. 저 얼굴을 아나?”


카시드는 왠지 자신이 아는 신족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성전에서 자주 빠져나간 세키보다는 자신과 함께 상대 신족의 정보를 외웠던 페이로나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글쎄요... 머리카락도 은색으로 탈색되었고 눈동자도 검게 죽어서...”


“그래서?”


“음... 그래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둘이 고민하는 동안, 사신의 낫이 움직였다.


“카시드!”


“?!”


샤악!


세키의 외침에 카시드가 급하게 몸을 날리자 그가 있던 자리의 바닥이 길게 갈라졌다.


‘빠, 빨라!’


천하의 마황자, 카시드도 순간적으로 당할 뻔했던 공격이었다.


‘아무리 대화를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감각의 대부분을 사신에게 주시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말도 안 돼... 아무리 상급 신족을 재료로 만들었어도...”


페이로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상급 신족... 이상의 재료?’


샤악! 샤악!


연속되는 공격에 카시드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낫을 피할 뿐이었다.


‘빌어먹을!’


그의 눈에는 사신은 흐릿한 검은 형체만 보일 뿐, 낫도 허공에 나타나는 검은 궤적만 겨우 보고 피할 수밖에 없었다.


“아...! 설마 투신으로?”


‘투신?’


페이로나의 외침에 드디어 카시드는 그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바람의 투신, 데로스인가!!”


성전 때 실종되었던 바람의 투신 데로스. 아마도 죽었을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생각도 못했던 카시드였다.


“마황자님! 도망쳐요! 투신이 사신으로 변했다면...!”


턱.


‘?!’


정신 없이 피하다가 어느새 카시드는 벽에 몰리고 말았다. 넓은 알현실이라지만 둘 다 빠른 속력으로 움직였기에 순식간에 벽에 닿고 말았던 것이다.


‘이, 이런!’


지금 벽을 뚫고 도망갈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러는 동안 저 낫에 베일 것이라는 것이었다.


“엎드려!”


세키의 외침에 카시드가 급하게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까앙! 까가가가각!!


네리스와 검은 형체가 부딪히자 허공에서 불꽃이 튀며 네리사가 도로 튕겨 나갔고 강화 마법이 걸려있는 마왕성의 벽에 커다란 상처가 생겨났다.


“이리로! 빨리!”


세키의 말이 없어도 카시드는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까앙!


카시드가 달려오는 도중에도 세키는 네리스로 열심히 사신의 무기를 튕겨 내고 있었다.


쿠웅!


그리고 카시드가 사신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높게 뛰었다가 착지하자, 그가 착지한 자리에 거미줄 같은 금이 생겼다.


“투신... 이라고?”


겨우 돌아온 카시드의 물음에 페이로나는 사신의 행동을 주시하며 대답했다.


“네! 투신을 사신으로 만들었다면 마황자님 이상의 힘을 발휘...”


“......”


카시드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마력을 뿜어냈다.


“그래?”


그리고 다시 돌아서서 사신을 바라보았다.


“멍청아! 베이면 죽는 다잖아!”


세키의 호통에 카시드는 어디서 개가 짖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끄러. 나보다 강하다는데 자존심 상하잖아.”


“자존심 때문에 죽을 생각이냐?!”


카시드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죽지 않게 잘 보조하던가.”


“이익...”


세키가 다시 고함을 지르려 할 때, 페이로나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요!”


“?!”


까앙!


정말 순식간에 날아든 공격이었지만 세키는 카시드의 몸 바로 앞으로 날아온 검은 궤적을 길게 뽑아낸 네리스로 겨우 쳐낼 수 있었다.


“이거... 이거...”


쿠구궁...


본격적으로 카시드의 몸에서 붉은 마력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본 모습이 아니면 힘들겠는데!!”


뿌드득...


그의 등에서 날개가 튀어나오고, 머리에서는 4개의 뿔이 튀어나왔다.


“페이로나! ‘그것’을!”


“아, 네!”


카시드의 말에 페이로나는 급하게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것?”


“지난번에 내가 조용히 있어주는 대신 좋은 무기를 받기로 했지.”


당당한 그 말에 세키는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피 터지게 싸우고 있을 때 너는 무기 받고 놀았다 이거냐?”


“시녀마족을 상대로 전력을 다하기도 그렇잖아.”


까앙!


그 순간에도 세키는 기습적으로 날아오는 사신의 무기를 막고 있었다.


‘모습만 드러나면 자크와 카론이 돕겠지만...’


지금은 그녀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카시드와 세키도 겨우 눈앞에까지 와야 알아차리는 수준이었으니, 그들에게 사신의 모습이 보일 리가 없었다. 옆에서 도우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한 단계 늦은 대응이어서 지금 저쪽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만이 보였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정도의 빠르기치고는 조금...”


까앙!


카시드는 상대의 무기에 닿으면 안 되기에 뒤로 빠져서 마력의 구슬을 뽑아내고 있었다.


“막기 쉬운데?”


세키도 요령이 붙었는지 네리스로 쉽게 사신의 무기를 막고 있었다.


“응?”


그러고 보니 카시드는 왠지 저 낫이 빠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뭐지...?’


카시드는 천천히 ‘감각’을 되살려 사신의 공격을 주시했다.


까가가각!!


‘응?’


그리고 그 공격이 ‘그다지’ 빠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카시드의 입장에서.


‘그러고 보니... 어둠의 신력...?’


드디어 카시드는 한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랬군! 어둠의 신력으로 모습을 감춘 것이었어!”


까각!


“그럼 빨리 돕던가!”


세키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에 카시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봐야 방법은 없지. 그냥 그런 원리라는 것 뿐...”


“빌어먹을!”


“신력이라면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카론이 한발자국 나서서 주문을 외웠다.


‘세키. 조금만 더...’


사실 초조한 것은 카시드도 마찬가지였다.


“마황자님! 여기!”


페이로나의 목소리에 카시드는 그곳으로 손을 뻗었다.


“던질게요!”


휙- 텅!


카시드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손에 그것을 받았다. 꽤 묵직한 소리가 울리는 것으로 보아 보통의 무게는 아니었지만 카시드에게는 별것 아닌 모양이었다.


스르륵.


그리고 손을 움직여 그것을 쌓아 둔 천을 풀었다.


“좋아.”


그가 든 것은 창대까지 은색으로 빛나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창이었다. 크기는 카시드보다 조금 큰 정도로 ‘단창’의 형태였으나, 특이한 것은 찌르는 날 옆에 초승달 모양의 칼날이 달려 있었다. 둥근 부분이 창에 붙어 있고 초승달의 뾰족한 두 곳으로 상대를 베게 만들어진 것 같았다.


“카론!”


카시드의 외침에 카론이 흑마법의 주문을 끝냈다.


“네. 지금 시전합니다!”


파지직!


주변에 얇고 검은 번개가 퍼져 나가며, 신력과 마력이 상쇄되어 사신의 모습이 드러났다.


“푸하!”


세키는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슬슬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꼈던 것이다.


“좋아!”


카시드가 창을 휘두르자 8개의 마력의 구슬이 동시에 사신에게 날아갔다.


“......”


사신은 자신의 얼굴을 검은 천으로 막았다.


‘방어구...?’


퍼버버벙!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고, 카시드는 카론에게 눈짓을 보냈다.


“갑니다!”


콰르릉!


전대 카론만큼 숙련되지 못해서 양손에 검은 번개를 만들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강한 마력을 담은 한 줄기의 검은 번개가 사신이 있던 자리로 날아들었다. 폭발의 연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는 없지만 그 번개는 알아서 상대를 찾을 것이다.


치지직! 지직!


바닥에는 약한 번개의 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후우... 끝인가?”


세키는 힘겹게 쓰러지려는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아니... 아직.”


카시드는 연기가 어느 정도 걷히자 멀쩡한 모습의 사신을 볼 수 있었다.


-크아아아악!-


후우웅!


그 때, 자크의 커다란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퍼억! 쿠웅!


그리고 그 도끼는 사신을 꿴 채 벽에 박혔다.


-좋았어!-


자크의 자신 있는 외침이었지만, 카시드는 계속해서 사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불안하군...’


“카론.”


“네.”


콰르르릉!


카론의 번개가 다시 사신에게 날아들었다.


촤악!


그러나 번개는 사신의 옷을 뚫지 못하고 흩어졌다.


‘칫... 골치 아프군...’


-빨리... 처리해라...-


부르르...


다시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사신의 몸이 떨렸다.


“아무래도 사신은 하기 싫은 모양이군.”


세키의 말에 카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래도 결국 덤비겠지.”


‘그렇다면... 지금까지 싸운 것도 전력으로 싸운게 아니라는 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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