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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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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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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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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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th 10. 균형자(7)

DUMMY

“으아아... 하루 종일 이게 뭐야.”


자르카는 뻐근한 몸을 내 목을 조르는 것으로 풀고 있었다.


“켁켁... 왜... 좋잖아...”


“아니, 나는 황궁에 하나 걸려있는데 말이지. 기사단 입단할 때 그린거.”


꽈아악...


“켁!!”


이러다 진짜 죽겠다!


“파, 파리아...”


급하게 파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르카.”


그래, 파리아가 도와 주겠...


“왜.”


“이번에는 허리를 꺾는 것이...”


“아, 알았어.”


뿌드드득!


“끄아아악!!”


파리아! 이 배신자!! 언제는 지켜준다며!!!


“그 그림들은 언제 오죠?”


신아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케이안에게 향했다.


뿌득!


“아악!”


털썩.


자르카는 아쉽다는 듯이 한번 세게 꺾고 나를 놓아주었다.


“끄으... 아파라.”


“약 2주일 뒤에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2주일이라...


우둑.


“으억...”


몸을 일으키려는데 허리에서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빠르네요.”


신아의 말에 모두 그런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종족들에게 뭘 바래...’


허리를 몇 번 쓰다듬고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파리아...”


허리를 꺾은 자르카보다 옆에서 시킨 파리아가 더 미웠다.


“왜 부르십니까.”


“......몰라서 물어?”


“몰라서 묻습니다.”


이걸 진짜...


우득.


“으윽...”


허리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고통에 더 이상 따질 마음도 안 난다.


“이봐. 저녁은 언제 먹을거야?”


“......”


그러고 보니, 세키는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지?


“세키, 어디 갔다가...”


“초상화 그리고 잠시 외출하고 왔는데.”


잠깐, 그렸다고?


“정말 그렸어?”


“개인, 단체 전부.”


그런데 왜 본 기억이 없지...


“저기, 자르카. 아까 그릴 때 세키 봤어?”


자르카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 밖에 있는 줄 알았었는데...”


모두의 표정을 살펴보니 아무래도 못 본 것 같았다.


‘이걸 보고 존재감이 없다고 하는 건가.’


왠지 세키가 불쌍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저녁은?”


세키의 물음에 우리는 지금까지 굶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알았어. 일단 밥 먹으러 가자.”


내 말에 모두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정원에서 먹기에는 조금 날씨가 쌀쌀했고, 지금까지 정원에 있었으니 굳이 그곳에서 밥을 먹기가 좀 그래서 말이다.


“그런데 시드린은 또 언제 온거지?”


어느새 아세아에게 딱 붙어서 나의 접근을 경계하고 있는 시드린이었다.


“네가 여신과 애들 대리고 나간 직후.”


“......”


시간 참 잘 맞춰서 오는군.


“아.”


그러고 보니 오로스가 아세아의 상처 살펴보라고 했는데...


“잠깐. 아세아. 이리 와봐.”


“......?”


시드린의 탐탁치않은 시선 속에, 그리고 모두의 이상한 시선 속에 아세아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


아직까지 오른쪽 반신에 붕대를 묶고 있는 아세아. 뭐... 예전처럼 붕대에 뭐가 닿기만 해도 고통을 느끼는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턱.


“으음......”


“저... 라드?”


아세아의 뺨에 손을 대고 붕대에 살짝 신력을 불어넣었다.


‘.......’


물의 신력이 맺혀있는 붕대 안에서, 무언가... 묘한 기운이 움직이고 있었다.


‘재생이 되고 있는건가?’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오로스가 살펴보라고 했던 건데, 내가 지금까지 잊어버리고 있었으니까.


“좋아. 괜찮겠...”


퍼억!


“?!”


갑자기 눈앞이 번쩍하며 내 몸이 날려졌다.


“감히 어디에 그 손을 대!”


시드린... 여전하군.


풀썩.


“케엑...”


맞은 것은 별것 아니었지만 그 충격에 날아가면서 아까 자르카에게 꺾인 허리가 땅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말았다.


“괜찮냐?”


자르카... 그렇게 웃으면서 물어보면 약올리는 것 같다고.


풀썩.


‘응?’


난 방금 전에 떨어졌는데 왜 또 소리가 나지?


“지금 무슨 소리 안났어?”


“뭐?”


다른 사람들은 못 들었나?


“어디선가... 떨어지는 소리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집 경비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침입했다!”


세키가 그 소리를 듣고 창문으로 다가갔다.


“마황자다.”


마황자?! 그가 어떻게 이곳에?


“일단 위독해 보이니 옮기자.”


“하지만 이 녀석은......”


“그래서 죽게 내버려 둘 거라는 건가?”


세키의 적극적인 주장에 자르카와 파리아는 찜찜한 표정으로 마황자를 침대에 눕혔다. 다들 표정이 안 좋은 것을 보니, 마황자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내 침대지?”


아무래도 세키는 자신의 침대가 피로 젖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네가 데려오자며.”


말을 꺼낸 사람이 책임을 져야지.


“그렇다고 해도... 난 시녀도 없는데...”


세키는 몇 번 흡혈을 하다 걸린 경험 때문에 시녀가 한 명도 없다. 덕분에 자기 빨래는 자기가 다 하고 있다.


“흑... 뱀파이어가 주부습진이라니... 누가 믿어주기나 하겠어?”


그거야 다른 뱀파이어는 물에 닿으면 살이 녹으니까... 근데 세키는 아니잖아.


“끄으으...”


마황자의 얼굴이 움찔하며 신음을 뱉었다.


“......”


드르륵.


파리아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레쥬사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스릉.


“파리아. 검 집어넣어.”


“......”


내 제지에 파리아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다시 검을 집어넣었다.


“라드. 마황자는 너무 위험합니다.”


그건 나도 알지.


“맞아. 기회가 될 때 제거하는게 나을거다.”


자르카까지 파리아의 의견에 거들었다.


“......”


돌아보니 신아는 알아서 하라는 듯한 표정이었고, 같은 마족인 마사는 약간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티엘? 자러 갔다.


“일단 기다려보자.”


“......”


파리아는 내 표정을 살피더니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뭐야. 안 죽일 건가?”


마황자는 의외로 깨 있었다. 지금 한 말로 봐서는 방금 파리아가 검을 뽑으려 했던 것도, 다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챙!


파리아가 다시 검을 뽑았다.


“파리아!”


“......”


내 말에 파리아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았다.


“누가... 그렇게 한거지?”


마황자를 이렇게 만들 정도의 실력자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누구를 생각하고 있지?”


내 물음에 마황자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균형자.”


지금 생각이 가는 존재들은 그들밖에 없었다.


“맞아.”


마황자는 자신의 가슴을 더듬어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더럽게 아프군.”


아프다는 말과는 달리 숨을 약간 몰아쉬는 것을 빼고는 괜찮은 표정이었다.


“마황자님...”


마황자가 눈을 뜬 이후로 마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전대 마사레온느군.”


“......”


“걱정마라. 별로 너에게 원한은 없으니까. 다시 데려갈 생각도 없지만.”


결국 마황자는 마사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좋아. 그럼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까.”


자르카는 파리아의 손을 잡아당겨 자리에 앉히며 분위기를 개선했다.


“그러지.”


마황자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나는 너에게 균형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혼자 무란산맥으로 떠났다.”


마계로 돌아간 것 아니었나?


“마계야 새로운 마사레온느와 자크가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됐으니, 마음놓고 갔지.”


새로운 마사레온느라... 마사가 아는 사람, 아니 마족일까?


“......그들은 몇 년째 비어있는 혼족의 집을 차지하고, 그 지하에 무언가를 만들어 놓았더군.”


“그래서?”


이제부터가 중요한 정보 같았다.


“못 봤다.”


“......뭐?”


“집으로 몰래 들어가려고 하는데 집 근처의 수풀에서 토끼를 들고 있던 갈색의 뾰족머리 남자가 나타나 손가락을 옆으로 휘둘렀고, 불길한 느낌에 몸을 뒤로 빼니 그 자리가 그대로 베여지더군.”


음. 어쨌거나 균형자들의 전투력에 대한 정보가 나오는 것 같았다.


“겨우 몸을 피하려고 하는데 문을 열고 안에서 금발의 긴 곱슬머리를 가진 사내가 나타나 레이피어를 휘둘렀는데...”


“금발의... 긴 곱슬머리?”


“그래. 하얀 제복을 입고 있던데.”


“......”


얘기를 들어보아 아무래도 에이져와 싸울 때 나타났던 그 같았다. 아무리 내가 상처 입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순식간에 제압해 버렸던 그 자.


“갑자기 불꽃이 뻗어 나오고 또 허공이 갈라지 길래 도망치려고 정신 없이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지.”


“그런데?”


그 상태로 도망갔다면 별로 다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있는 금발의 단발머리 검사와 정면으로 만나서...”


잠깐, 여덟명 중에서 셋을 만났다고?


“그와 정신없이 공격을 교환하고 다시 몸을 빼는데, 갑자기 푸른 빛줄기가 날아들더라고.”


“푸른 빛줄기?”


“......지름이 손가락 한마디 정도인데, 네 빛의 기둥과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마황자가 말한 균형자가 쓴 걸까? 아니면... 또 다른 균형자?


“신력인가?”


자르카의 물음에 마황자는 고개를 저어 부정했다.


“글쎄... 아무래도 성력에 가깝기는 했는데... 약간 묘하게 달랐다.”


그럼 도대체 정체가 뭐야?


“그리고 그 금발의 단발머리 검사와 정신 없이 싸우며 빛줄기를 피하다가, 빛줄기 3개에 신경쓰고 있는 도중에 등에 칼맞았지.”


“당신이 쓰는 ‘감각’이라면 피할 수 있지 않아?”


“......내 생각이지만.”


마황자는 확실하지 않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도 ‘감각’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


균형자가... 감각을 사용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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