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갑대전(朝鮮 機甲大戰)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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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아저씨
작품등록일 :
2019.02.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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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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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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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부-6장. 너구리 처칠

허구의 역사밀리터리입니다. 동명이인 및 내용은 모두 평행세계입니다.




DUMMY

6장. 너구리 처칠




처칠은 양팔을 좌우로 뻗었다.

그러고는 영국의 타임스지와 유럽신문의 기자들과 사진사 앞에서 크게 소리쳤다.


“오늘 대영제국과 싸우고 승리한 영웅을 모두에게 소개하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수십 명의 기자가 둘러쌓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한승범은 20세기 초의 전쟁터에서 전설이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최초로 한승범의 사진과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서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는 양인 기자들. 그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잔뜩 서렸다.


“제너럴(General, 將星) 한! 이번 전투에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했는데······.”

“전투의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런던 타임스에서 제너럴 한의 일대기를 연재하고 싶습니다.”


여기저기서 떠들었다.

그 와중에 처칠의 음흉한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신문과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골초 장관이 누군가에게 들었나 보군.’


한승범은 자신도 모르게 <조선의용대> 사건 당시에 제물포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때 국선변호인의 도움으로 언론에 호소한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펜은 총과 칼보다 강합니다. 모두에게 덧없이 죽어간 조선의 젊은이와 청국 출신 의용대의 진실을 알려야······.


변호인의 말대로 열심히 항변했다.

그러나 언론을 장악한 문치파의 집요한 공격과 군부의 외면, 세간의 무관심 등으로 좌절을 맛보았다.


‘그때 나는 깨달았지. 진실을 싫어하는 자는 언제나 언론을 이용해서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훗날 이동국도 같은 말을 했다.

다만 내용이 다를 뿐이다.


-절대 언론을 배척하지 마십시오. 그들이야말로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 자들입니다.


그렇게 요양 육군교도소에 갇혔고, 다시 세상 밖으로 밟은 햇살을 마주했을 때, 이동국이 한 일을 주변인에게서 들었다.

언론과 매체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한승범이라는 존재를 영웅으로 만들고 전설적인 인물로 포장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동국이가 한 말이 맞다. 세상의 시선을 집중시키면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승범은 결심했다. 더는 언론과 거리를 두고 회피하지 않겠다고, 그래야만 자신의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책임져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자 동행한 이일주 참사관과 이미연 중위에게 활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모두에게 통역해주시오.”

“예!”

“오늘 이 자리에서 영국과 대한제국 군인의 용기 있는 행동에 짧은 추도의 묵념을 울리겠습니다.”

“예? 장군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 참사관, 제 말을 그대로 통역해주십시오.”


이일주 참사관은 두 눈을 크게 떴다가 깜빡이고는 유창한 영어로 통역했다.

잠시 후.

영국군 일부와 기자들이 술렁거리더니 한승범의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펑!


마그네슘을 터뜨리며 조명을 만들고는 찍어대는 카메라. 상대방의 동작이 멈추어야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기에 묵념 중인 한승범의 모습에 광분했다.

영국 원정군의 장교들이 분노했다.


“제너럴 한은 묵념 중이오! 이게 신사의 나라에 속한 언론인으로 무례를 저지르지 마라.”

“장렬하게 죽어간 영국군에 대한 상대방의 정중한 예의를 존중하기 바라오.”


이제껏 동양 출신의 장군에게 찾아볼 수 없는 예법.

유럽에서는 승자는 전투에 지고 패자의 ‘명예로운 항복’에 준하는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

한승범은 눈을 떴다.


“영국군은 누구보다 용감했습니다. 단 한 명도 도주하지 않고 그들 국가의 명예를 지켰습니다. 다만······.”


칭찬 다음에 이어지는 차가운 시선.

시선의 끝은 시가를 손에 꼬나 들고 찡그리는 윈스톤 처칠을 향했다.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양국의 젊은이들이 피를 흘린 이유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원스톤 처칠 장관에게 묻고자 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배를 들이밀고 있는 윈스톤 처칠에게 향했고, 몇몇 장성은 난처한 눈빛을 드러냈다.

이번 전쟁의 시작은 바스라 상관에서 일어난 폭동이 원인이었다.

기자들과 군인들은 사건의 발단이 처칠의 조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대한제국군은 영국을 존중하고 매년 많은 양의 커피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백범 전차도 수출하는 등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정말입니까?”

“모종의 음모가 아니라면 동쪽의 맹주 대한제국이 서방의 강대국 영국과 제한적 전투를 벌일 이유가 없습니다.”

“맙소사! 그렇다는 말씀은······.”

“우리는 여러 차례 전쟁을 막고자 오스만튀르크에 요청했고, 이를 번번이 무산시킨 사람은 저기 있는 처칠 장관입니다.”


이때였다.

윈스톤 처칠은 특유의 감자바위 같은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뜨리면서 소리쳤다.


“감히 누구를 모욕하는 것이냐!”


손에 쥔 시가의 가운데를 꺾어버리고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전신을 떨었다.

한승범은 절도있는 동작으로 노려보며 대답했다.


“당신의 욕망과 욕심 때문에 이역만리 이곳에서 죽어간 양국의 젊은이의 불쌍하지 않습니까! 발단은 사소한 무역분쟁이었고,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이일주의 유창한 영어는 유럽 여러 나라 기자의 노트에 필기 되었고, 타임스 기자는 처칠의 행태를 알고 있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한승범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온통 얼굴이 일그러진 처칠을 향해서 다가갔다.

몇몇 장성이 처칠을 보호하려고 했으나, 그는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을 하면서 나섰다.


“비켜라! 나는 동양의 장군 따위에게 겁먹지 않았다.”

“당신의 비겁한 정치인입니다. 나를 청해서 사진을 찍기 이전에 전사한 양국의 젊은 군인을 위해서 추도와 묵념을 청해야 했습니다.”

“뭐라고!”

“이일주 참사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토시하나 틀리지 않게 전달해주시오.”


한승범은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눈을 처칠과 마주하면서 기 싸움을 벌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충돌.

이일주와 이미연을 비롯한 대한제국 측과 영국 측 외교관과 장성들은 당황했다.

각본에 없는 행동으로 인해서 분위기가 냉랭해진 것은 둘째치고, 유럽과 자국의 기자까지 음모설을 작성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이 신문 지상에 발표되는 순간,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것은 자명했다.


“제너럴 한! 한 번의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나를 이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죄 없는 군인을 장기판, 아니 체스판의 폰(Pawn)으로 생각하는 당신은 저들의 상관이 될 자격이 없다.”

“대영제국의 장관 앞에서 무례하기 그지없군. 우리는 여왕폐하의 영도 아래······.”

“너는 여왕과 영국의 이름을 빌려서 수많은 사람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짓거리를 하겠지.”

“오늘 일을 대한제국에서 알게 된다면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나, 한승범은 장군직에 연연하는 사내가 아니다. 올바른 의지를 지닌 대한제국의 군인으로······.”

“네가 군인! 군부와 나라의 명령을 무시하고 온갖 사고를 친 주제에 올바른 군인이라고 하는군. 자고로 진정한 군인은 국가에 충성하고 명예를 아는 자라고 할 수 있다······.”


동시통역으로 말하는 이일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군부와 세간에 떠도는 한승범의 소문을 듣지 못했을 리 없는 상황이라서 말을 하는 도중에도 연신 눈치를 살폈다.

한승범은 괘의치 않았다.


“하하하하! 만약 당신을 이런 곳이 아닌 전쟁터에서 만난다면 면상에다가 주먹을 날려주었다.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우롱하는 악당에게 말이야.”


처칠은 한쪽 눈살을 찡그리더니 이내 펴고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어리석은 영웅주의 빠진 작자가 내게 정의를 들먹이다니. 애송아, 오늘 협정이 무산되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 내 손을 잡고 웃어라!”


이일주도 나지막이 거들었다.


“장군님, 처칠 장관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대로 협정이 무산되면 본국과 영국이 전면적인 전쟁에 들어갑니다.”


대한제국과 영국의 군인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기자들을 떼낸 사이에 양국의 외교관은 창백한 눈빛을 드러냈고, 더는 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동과 서의 강대국이 본격적인 전쟁을 한다면 여태껏 일어난 국지전과 달리 전 세계에 충격을 선사할 정도로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본국에서도 사실을 알면 장군님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입니다.”

“젠장!”

“여기서 화해의 몸짓을 취하면서 적당히 마무리해야 합니다.”

“저 골초 장관 때문에 죽은 병사들을 생각하면······.”

“처칠 장관이 내민 손을 잡고 기자들에게는 제가 좋게 말하겠습니다.”


이일주는 당황해서 속사포처럼 말했다.

남들이 마다하는 머나먼 이국까지 와서 종전 협정과 쿠웨이트의 영토를 할양받은 일등의 공과를 세웠는데, 한승범의 행동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국 측에서도 처칠에게 살라! 살라! 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처칠의 도발과 장난으로 발생한 일.

이 모든 일의 책임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말이 오갔고, 다시 시가를 입에 무는 처칠이 침착함을 되찾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전형적인 정치가이자 선동꾼인 윈스톤 처칠은 언제 그랬다는 투로 안면 가득히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고는 화려한 언변으로 솰라! 하면서 몸짓을 취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처칠 장관이 통역의 문제로 인해서 오해가 생겼다고 합니다.”

“능구렁이가 따로 없군.”

“자신과 한 장군님은 진정한 기사로 서로의 명예를 걸고 싸웠다고 합니다.”


정말 너구리가 따로 없었다.

한승범은 욱! 하는 감정이 치밀었으나, 이일주의 만류하는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한편의 에피소드 같은 조약체결식 이후 유럽의 대형 신문사에서 한승범의 사진과 함께 기사 내용을 공개했다.


「동양의 전설적인 군인 한승범과 원스톤 처칠 장관이 조약에 사인하다.」

「양국은 명예로운 전투로 선언하고, 화해와 손길과 잔을 마주했고······.」

「한승범, 이번에도 전설을 이어나간다」


유럽인의 태반은 신문에서 <유령의 학살자>, <제육천마왕>, <아라비아의 마신> 등등의 별명을 가진 한승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 선박철군_008.png

#트리뷴지: 대한제국 병력 일부 철수를 결정하다




표지는 인터넷임시발췌...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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