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메이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9,738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7.11 10:30
조회
1,672
추천
18
글자
11쪽

089. 6막 서장 - 이페리아 왕국 | Isaac

DUMMY

대륙의 서부에 있는 이페리아 왕국은 주변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젊은 편이다.

주로 무하나 공국과의 해상 무역을 주 수입원으로 삼은 왕국은 비교적 부유한 편이다.

바다와 가깝다는 특성상 다양한 해산물을 신선하고 싼 가격에 맛볼 수 있으니 여행자라면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 `콧수염이 멋진 미식가 히알 자작의 미식가를 위한 여행안내서. 이페리아 왕국 편`, 로테르토 판데운 히알 -


"저기입니다. 이페리아 왕국의 동부 관문인 문 린타로."

국경을 넘고 이틀이 지났다. 바람이 불어오는 평원은 강을 건너서도 이어지더라. 할 필요가 없는 하품을 하며 에스나의 손가락을 따라간다.

문 린타로는 낮은 성벽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탑이 인상적인 도시다.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탑은 점심의 태양 빛을 받아 밝게 빛난다.

"원래는 국경을 수비하는 군사적인 거점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특이한 도시입니다."

테페리와 적대하던 나라가 사용하던 시설이었겠군.

높게 솟아오른 탑을 바라보며 걸어가는데 글린다가 감탄이 섞인 말을 한다.

"이야. 드디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겠군요."

하긴 평원을 지나오는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지. 에스나가 준비한 맛도 없는 수프만 먹었다. 난 안 먹었지만.

"고기가 필요해요."

글린다의 뒤를 따라오던 맥도 중얼거린다. 어떻게든 입에 쑤셔 넣은 글린다와 달리 맥은 식사를 제대로 못 했다. 얼굴 살이 쭉 빠져있다.

"여기서부터는 해골 말을 돌려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에스나가 말에서 내리며 말한다. 아직 주변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도시에 더 가까이 가면 많아지겠지만.

"그래요. 여기서 돌려보내죠. 해골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진 않네요."

글린다가 한 마디를 내뱉고 해골 말에서 내려온다. 맥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에서 내린다.

걸어 다니는 건 귀찮아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말이 틀린 건 아니지. 해골 말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내려온다.

"소환. 해체."

해골 말들이 땅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한다. 파헤쳐진 땅은 금세 원상태로 돌아온다. 에스나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이제 문 린타로로 들어가 봅시다."

앞서 나가는 에스나를 따라가며 주변을 바라본다. 테페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테페리는 전체적으로 숲이 많았다. 주변을 잘 둘러보면 시야 끝에는 항상 한 무리의 나무가 있었지.

이곳 이페리아는 전체적으로 나무가 적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평원. 널따란 벌판. 농지도 보이지 않는다.

"이페리아는 농사를 안 짓는 건가?"

"땅 자체가 농지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주로 목축과 어업으로 식량을 생산합니다."

즉, 곡물의 필요성 때문에 무역이 발달했다는 건가. 자세히 보니 저 멀리 방목 중인 소와 양의 모습이 보인다.

문 린타로에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로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목동들. 그 사람들은 우리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시선이 조금 따갑네요."

"저희와 같은 방향에서 오는 사람은 드물어서 그렇습니다."

하긴 저런 강을 건너서 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테페리와 연결된 다른 통로가 있을거다. 그런 걸 무시하고 다가오니 얼마나 수상쩍을까.

"혹시 신고한다거나 하지는 않겠죠?"

맥의 물음에는 불안이 묻어나 있다. 에스나 고개를 젓는다.

"동물을 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를 본 것도 금방 잊을겁니다."

그럼 다행이네. 에스나의 대답을 들은 맥은 그래도 불안한지 표정을 풀지 않는다.

"도착했군요."

문 린타로의 낮은 성벽에는 마찬가지고 작은 크기의 나무문이 있다. 마차 한 대가 넉넉히 지나갈 정도의 크기. 그 앞에는 창을 짚고 졸고 있는 병사가 보인다.

나름 출입구를 지키는 사람인데 졸고 있다니. 이 방향에서 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런 건가?

에스나는 병사를 보고 한숨을 쉰다. 쥐고 있던 말의 고삐를 놓고 병사의 앞으로 다가간다. 뭘 하려고. 괜히 불안해지는데.

"기상!"

병사의 얼굴 앞에서 박수가 쳐진다. 그냥 박수도 아니다. 철장갑의 박수. 당연히 깜짝 놀랄 만큼 시끄럽다.

"으아아!"

맹한 표정의 병사는 소리를 지르더니 창을 부여잡는다. 정확히 말하면 부여잡으려 했다. 손에 서 놓치고 바닥에 떨어지는 창대를 에스나가 받아준다.

"어? 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에스나를 바라보고, 그 손에 들린 창대를 바라본다.

"정신 차리십시오. 문지기가 그렇게 졸아서 되겠습니까?"

에스나가 약간의 질책과 함께 창을 돌려준다. 병사는 멍청한 표정으로 창을 받아든다.

"어···. 죄송합니다?"

"알고 있으면 되었습니다."

에스나는 뒤로 돌아 우리에게 다가온다. 다시 말의 고삐를 잡아챈다. 방금 뭘 한 거지? 맥과 에스나도 나랑 비슷한 표정이다.

"자. 그럼 이제 검문을 시작합시다."

글린다와 맥과 나의 표정과 별개로 에스나는 할 말을 한다. 검문이라는 말에 병사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다.

"집중."

"넵!"

에스나의 말에 병사가 차려자세를 취한다. 왠지 에스나가 상관인 거 같아.

"얼른 검문을 시작합시다."

"알겠습니다."

병사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우리를 바라본다.

"사람이 넷에 말이 한 마리. 직업은 어떻게 되시죠?"

왜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

"백룡 기사입니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너한테는 많을 걸 바라지도 않았어. 그냥 좀 평범한 직업이라도 말하지 그랬니.

"어···. 어?"

봐봐. 병사도 당황하잖아.

"백룡 기사입니까?"

"네."

"어···. 그냥 기사로 하겠습니다."

곤란해 하던 병사는 그냥 빠르게 처리하기로 한 모양이다.

"여러분들은?"

병사가 에스나 뒤에 서 있는 우리를 보며 물어본다.

"이분들은."

"평범한 여행자입니다."

에스나가 꺼낸 말을 끊어낸다. 이상한 말을 꺼내면 곤란하다. 에스나라면 마법사와 큰뱀을 품은 소녀라고 소개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면 병사가 이상하게 보겠지.

자기 말이 끊기자 에스나가 나를 바라본다. 뭔가 또 이상한 말을 하기 전에 대화를 마무리 짓자.

"우리는 이 기사님과 함께 여행하고 있습니다."

에스나의 눈을 바라본다. 투구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제발 내 시선을 눈치채라. 넌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잖아.

"아. 예 그렇습니다. 함께 여행하는 중입니다."

다행이다. 병사는 잠시 우리를 미심쩍게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우리랑 더 엮이기 싫은가보다.

"물건을 팔거나 대량으로 구매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30카룬입니다."

뭐요? 생전 처음 듣는 단어가 병사의 입에서 나왔다. 살짝 고개를 돌려 글린다를 바라본다.

"이페리아 왕국의 화폐에요."

테페리와는 다른 화폐를 쓰네. 아니. 사실은 당연한 거지. 나라마다 화폐가 다른 게 정상이잖아. 그냥 내가 게임에 익숙해져 있을 뿐.

에스나는 말이 짊어지고 있는 짐에서 주머니를 꺼낸다. 주머니를 잠시 뒤적이더니 동전 한 움큼을 꺼내 든다.

병사는 동전을 받고 뒤로 물러서 돌벽에 몸을 기댄다. 지나가라는 거겠지. 에스나가 말을 끌고 병사의 앞을 지나간다. 우르도 그 뒤를 따라가며 병사와 가볍게 눈인사를 한다.

"우와."

맥이 감탄을 내뱉는다.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벽을 넘자 보이는 것은 테피리의 도시와는 다른 풍경. 뭐가 다르냐고 물으신들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건축 양식이 다른 것 같다는 말만 할 수 있겠네.

돌로 만들어진 도로에는 사람들이 잔뜩 오가고 있다. 동물들을 끌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도로 폭이 조금 넓은 것 같기도 하네.

"일단 여관을 먼저 잡도록 합시다. 말을 끌고 돌아다니는 건 좋지 않으니까요."

말을 끌고 다니기에는 복잡하다. 글린다는 자기 옆을 지나가는 양들의 냄새에 인상을 쓴다. 맥은 뭔가를 밟았는지 밑을 내려다본다. 아마 동물의 똥이겠지.

"거기서 점심도 먹읍시다."

에스나의 말에 맥과 글린다의 얼굴이 조금 펴진다. 에스나는 말과 함께 인파를 뚫고 지나간다. 그 뒤를 우리가 바짝 따라간다.

목축을 주로 하는 나라답게 모든 건물에는 마구간이 달려 있다. 작은 식당이나 판잣집에도. 그리고 소, 돼지, 양 같은 동물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들어온 문. 그러니까 동쪽 문에서 떨어지자 사람이 줄어들었다. 건물도 줄어들었지만.

"저 여관은 어때요?"

글린다가 가리키는 곳에는 2층의 건물이 놓여 있다. 문 위에 걸린 간판에는 침대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천칭 저울의 그림도.

"환전이 필요한 겁니까?"

"돈은 언제든지 필요한 거니까요."

돈은 가지고 있는 거야? 들고 있는 건 오스왈츠 성에서 잃어버렸을 거고. 나도 들고 있는 건 없는데.

"알겠습니다. 깔끔해 보이고 좋군요."

내 의문과 상관없이 숙소가 결정되었다. 솔직히 별 상관은 없지만. 에스나는 말을 끌고 여관을 향해 걸어간다.

여관 옆에 놓인 마구간 앞에는 소년이 하나 서 있다. 건초를 짊어지고 동물들의 앞에 놓인 구유에 놓아준다. 여관에서 일하는 아이겠지.

"아. 손님이신가요?"

염소와 소에게 먹이를 준 소년이 고개를 들어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의 고삐를 건네준다.

"어. 이 마갑은 어떻게 할까요?"

"그냥 두셔도 됩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15카룬이에요."

에스나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소년에게 쥐여준다. 소년은 동전을 받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말을 끌고 마구간으로 데리고 간다.

"이제 들어갑시다."

말을 맡긴 에스나가 여관을 문을 열어젖힌다. 여관 안쪽의 모습이 보인다. 음식과 술이 올라가 있는 테이블들. 의자에 앉아 술을 홀짝이는 남자들. 나이프로 고기를 썰며 웃는 사람들.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에스나도 이 여관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맥과 글린다의 표정도 만족스러워 보인다.

"어서 오세요!"

쟁반에 컵은 잔뜩 들고 가던 종업원이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그대로 우리를 지나쳐 테이블 하나에 잔들을 올려둔다. 그 테이블의 주인으로 보이는 털보는 크게 웃으며 잔에 담긴 것을 바로 마셔버린다.

"네 분이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방도 두 개 빌리겠습니다."

"2인실 두 개면 되겠죠?"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안쪽 빈자리 아무 데나 앉아주세요."

주변에서 종업원을 연신 불러댄다. 안내해 줄 시간까지는 없나 보다.

우리는 테이블 사이를 지나쳐 자리에 앉는다. 글린다는 그대로 테이블 위에 쓰러진다.

"배고파."

점심시간은 약간 지났지. 맥은 글린다를 보고 가볍게 미소 짓는다.

"자자. 배고프시면 얼른 음식을 시키셔야죠."

어느샌가 다가온 종업원이 영업용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일단 제일 빨리 나오는 것부터 가져다주세요. 그다음엔 돼지 다리 바비큐를. 음료도 네 잔이요."

글린다는 거침없는 주문을 이어간다. 처음 와보는 곳일 텐데도 메뉴가 줄줄 나온다. 테이블을 지나오면서 음식들을 관찰한 거겠지. 대단한 능력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퍼펙트 메이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4 104.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4) | Isaac +3 19.07.29 1,540 13 11쪽
103 103.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3) | Glinda +4 19.07.27 1,535 17 12쪽
102 102.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2) | Isaac +2 19.07.26 1,555 14 11쪽
101 101.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1) | Isaac 19.07.25 1,554 13 12쪽
100 100.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4) | Isaac +4 19.07.24 1,584 14 11쪽
99 099.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3) | Glinda +2 19.07.23 1,603 13 11쪽
98 098.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2) | Isaac +2 19.07.22 1,580 18 12쪽
97 097.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1) | Isaac +2 19.07.20 1,610 16 12쪽
96 096. 6막 2장 - 은빛으로 아롱이는 달 (3) | Glinda +2 19.07.19 1,586 17 11쪽
95 095. 6막 2장 - 은빛으로 아롱이는 달 (2) | Isaac +2 19.07.18 1,609 17 11쪽
94 094. 6막 2장 - 은빛으로 아롱이는 달 (1) | Isaac +6 19.07.17 1,635 20 11쪽
93 093. 6막 1장 - 뜻 밖의 동행 (4) | Isaac +5 19.07.16 1,614 21 11쪽
92 092. 6막 1장 - 뜻 밖의 동행 (3) | Isaac 19.07.15 1,611 23 11쪽
91 091. 6막 1장 - 뜻 밖의 동행 (2) | Isaac +6 19.07.13 1,620 19 11쪽
90 090. 6막 1장 - 뜻밖의 동행 (1) | Glinda +2 19.07.12 1,651 20 11쪽
» 089. 6막 서장 - 이페리아 왕국 | Isaac +3 19.07.11 1,673 18 11쪽
88 088. 5막 종장 - 국경선을 넘어서 | Isaac +8 19.07.10 1,663 20 12쪽
87 087. 5막 4장 - 즐거운 야영 (3) | Isaac +2 19.07.09 1,648 20 12쪽
86 086. 5막 4장 - 즐거운 야영 (2) | Isaac +6 19.07.08 1,658 18 12쪽
85 085. 5막 4장 - 즐거운 야영 (1) | Isaac +3 19.07.06 1,682 22 12쪽
84 084. 5막 3장 - 바람이 불어오는 곳 (4) | Isaac +4 19.07.05 1,680 20 12쪽
83 083. 5막 3장 - 바람이 불어오는 곳 (3) | Isaac +4 19.07.04 1,897 22 11쪽
82 082. 5막 3장 - 바람이 불어오는 곳 (2) | Isaac +2 19.07.03 1,665 23 11쪽
81 081. 5막 3장 - 바람이 불어오는 곳 (1) | Glinda +3 19.07.02 1,701 20 11쪽
80 080. 5막 2장 - 악마의 탑 (5) | Isaac +2 19.07.01 1,712 20 11쪽
79 079. 5막 2장 - 악마의 탑 (4) | Isaac +3 19.06.29 1,711 18 11쪽
78 078. 5막 2장 - 악마의 탑 (3) | Isaac 19.06.28 1,720 22 11쪽
77 077. 5막 2장 - 악마의 탑 (2) | Isaac 19.06.27 1,745 25 11쪽
76 076. 5막 2장 - 악마의 탑 (1) | Glinda +4 19.06.26 1,783 25 11쪽
75 075. 5막 1장 - Reborn (3) | Isaac +8 19.06.25 1,793 2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