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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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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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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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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93. 6막 1장 - 뜻 밖의 동행 (4) | Isaac

DUMMY

"무은 가문은 이노키아의 작은 상인 가문일세."

이노키아? 약간 동양적인 느낌의 이름이다. 글린다를 잠깐 바라본다.

"이페리아 왕국 남쪽의 국가에요. 테페리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죠."

그렇구나. 어찌 되었든 외국인이란 거네. 그 정도는 알고 있는데.

아무튼, 리하야는 무릎을 꿇은 채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평범하게 가문을 운영하고 있었네. 아들놈이 사고를 치기 전까지."

자식의 사고를 처리하는 건 언제나 부모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 아들놈은 뺀질이일 게 분명하다.

"범죄 조직과 엮여버렸네."

아. 갑자기 불안해진다. 그냥 듣지 말고 지나갈 걸 그랬었나. 일이 커질 거 같은 느낌이다.

"검은 날개라고 알고 있나?"

"너무 잘 알고 있죠."

직접 엮였던 적이 있어서. 회원증 같은 것도 받았고. 다시는 안 만날 줄 알았는데 바로 만나버리네.

"그 검은 날개의 중요 상품에 손을 댔다네. 다시는 못 쓸 정도로 망가트렸고."

참으로 대단한 아들이네. 어떻게 하면 그런 조직의 물건을 건드리지? 지부 하나를 박살 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들은 그 자리에서 살해당했지. 당연한 일이지만. 역시 쉽게 입에 담긴 어렵군."

검은 날개는 사람도 상품으로 거래하는 녀석들이다. 상품을 망가트린 사람을 살려둘 리는 없지.

리하야의 얼굴에 그림자가 나타난다. 아들의 죽음을 꺼내는 게 달가운 일은 아니지.

"그걸로 끝이 아니었네. 나를 직접 찾아오더군. 상품을 운송해주지 않으면 전원을 죽이겠다고."

"상품이라는 것은?"

내 질문에 리하야가 뒤를 돌아본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상인에게 턱짓으로 명령한다. 상인은 약간 머뭇거리며 내 눈치를 본다.

"얼른."

리하야가 명령하자 상인이 마차로 다가간다. 침을 한 번 삼키고 마차의 덮개를 치워버린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나무상자. 마차 가득히 들어있다. 어림잡아도 백여 개에 가까운 숫자. 저게 뭐지?

"마약일세."

마약? 리하야를 바라본다. 주름이 깊게 팬 얼굴. 리하야는 한숨을 쉬고 내 머릿속 질문에 대답해준다.

"검은 날개가 시킨 일이지. 이노키아의 특산 마약을 검은 날개 이페리아 왕국 지부로 옮기는 것."

그 자식들 이페리아에도 지부를 세웠구나. 되게 넓게 놀고 있네. 엄청 귀찮아질 거라는 느낌이 팍팍 온다.

"그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게 저희를 잠재운 것과 무슨 상관이죠?"

글린다가 대화에 끼어든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마약 밀수랑 우리를 잠재운 건 별 상관없잖아?

리하야를 바라본다. 눈동자가 살짝 돌아간다. 뭔가 숨기는 것이 있구나. 시선을 옮기지 않는다. 리하야의 다리가 떨린다.

"똑바로 말해주세요."

오른손에 화염구를 만들어낸다. 리하야의 눈에 공포의 빛이 스친다. 뒤에 있는 상인들도 몸을 떤다.

역시 협박은 눈으로 보여줘야 한다. 사람은 정보 대부분을 시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지. 말로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말이지."

지금도 봐라. 내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보여주니 입을 열잖아. 폭력은 모든 것을 해결하진 못한다. 대부분은 해결할 수 있지만.

리하야는 입술을 핥는다. 상당히 긴장했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입술을 몇 번 딸싹이더니 말을 이어간다.

"저 마약은 평범한 마약이 아니야."

나는 마약 자체도 평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리하야는 나의 시선을 받으며 입을 연다.

"다른 조직에서도 노리고 있거든."

"범죄 조직 사이에 끼어있다는 말인가요?"

리하야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평범한 상인이 갑자기 범죄 조직 간의 알력 다툼에 끼어든다. 완전 영화 시나리오군.

"검은 날개는 저 마약으로 이페리아 왕국에 세력을 불리고 싶어 하지. 은빛의 칼날은 새로운 세력이 자기 구역에 들어오는 걸 원하지 않고."

"그래서 은빛의 칼날이 여러분을 쫓고 있는 건가요?"

맥이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한다.

"그렇다네."

"그럼 우리도?"

"그렇겠지. 일단은 상단에 고용된 용병이니까."

리하야의 대답에 맥은 딸꾹질한다. 그렇게 놀랄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내가 있는데.

"저희를 잠재운 건 뒤쫓아 오는 사람들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입니까?"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에스나가 참전한다. 리하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우린 미끼였던 건가. 용병이 없던 이유도 알겠다. 구할 때마다 우리처럼 제물로 삼은 거다. 사악하고 똑똑한 방법이다.

"아무튼, 그렇다네."

그렇긴 뭐가 그래. 우리를 죽이려고 했으면서. 한숨을 쉬면서 리하야를 바라본다.

"우린 어떻게 되는 건가?"

그걸 결정을 못 하겠다. 적을 용서하거나 하는 성격은 아닌데. 조금 이해가 된단 말이지.

리하야는 담담히 나를 바라본다. 어떤 결정이 떨어져도 받아들일 사람의 얼굴.

"잠시만 생각해보죠."

이럴 때는 동료를 이용하자. 손짓으로 다른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리하야가 듣는 건 원치 않으니 약간 떨어진다.

"무슨 일인데요?"

글린다가 피곤이 섞인 목소리로 물어본다. 맥이랑 글린다는 잠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나야 잠을 안 자도 되고. 에스나는···.

알아서 하겠지. 뭐. 글린다의 질문에 대답이나 하자.

"저 사람들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상인들을 곁눈질로 바라본다. 글린다가 가볍게 한숨을 쉰다.

"그냥 처분해 버리는 건 어떤가요?"

글린다가 무서운 말을 입에 내놓는다. 나도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그건 좀 그렇지 않아?"

맥이 글린다의 의견을 반대한다.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내놓는다. 글린다의 시선을 받고 몸을 움츠렸지만.

"저도 글린다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을 꼭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에스나가 맥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글린다의 얼굴이 굳어진다.

"곡 죽일 필요가 없다니. 저 사람들 우리를 죽이려고 했거든?"

어느센가 글린다는 에스나를 반말로 대하기 시작했다. 나이를 알고 난 다음부터지.

"직접 칼을 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게 차도살인이랑 다를 게 뭔데! 어차피 우리를 죽이려 했다니까!"

우와아. 여기서 사자성어를 만날 줄이야. 아니지. 글린다가 말한 로테리아의 속담을 알아서 번역한 거겠구나.

글린다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상단은 우리를 미끼 또는 희생양으로 사용했다. 실패했지만. 그 끝에 죽음이 있었을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

나도 글린다의 심정은 이해한다. 그런데 말이지.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면 적대하는 게 힘들다고.

살짝 고개를 돌려 리하야를 바라본다. 풀밭에 무릎을 꿇고 얌전히 결정을 기다린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죽여야 한다니까. 언제 또 배신할지 몰라."

"처벌은 배신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늦어! 이미 죽고 난 다음에 처벌을 어떻게 해."

"안 죽을 겁니다."

에스나와 글린다의 토론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는 글린다 쪽에 있다고 생각한다. 침착한 에스나와 달리 잔뜩 흥분한 상태거든.

두 사람을 보고 한숨을 쉰 맥이 사이에 끼어든다. 양팔을 뻗어 두 사람을 막아선다. 칭찬해줄 만한 행동.

"둘 다 그 정도만 해요."

"맥은 빠져!"

칭찬 취소. 맥은 글린다의 한 마디에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 친다. 맥은 절대 글린다를 이길 수 없나 보다.

맥의 행동이 약간의 효과를 불러왔다. 글린다는 소리를 한 번 치고 나자 조금 흥분을 가라앉힌다. 가끔 글린다가 흥분하면 맥을 집어넣으면 좋을 듯하다.

"마법사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호흡을 가다듬고 글린다가 나에게 질문한다. 이번엔 내 차례로군.

"저도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호하는 게 더 재밌을 거 같고요."

글린다의 얼굴이 구겨진다.

"그러면 3 대 1로 보호입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결과입니다."

에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을 표한다. 글린다는 한숨을 쉰다. 전해진 결과에 불만을 표하지는 않을 거 같다.

"자. 그럼 리하야 씨에게 결과를 알려드리죠."

모여있는 무리에서 빠져나와 리하야에게 다가간다. 리하야는 나를 바라본다. 긴장이 역력한 표정. 장난이 치고 싶어진다.

"당신네의 처분이 결정되었습니다."

리하야의 목에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눈동자에는 불안이 감돈다.

"리하야 씨. 당신은 우리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직접 손을 대지 않았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죠."

주름진 얼굴에 공포가 스쳐 지나간다. 억지로 그 감정을 감추는 것이 보인다. 재밌다.

"그리고 우리는 적을 살려주고, 용서하는 취향 따위는 없습니다."

손에 화염구를 만들어낸다. 밤의 어둠을 화염구의 빛으로 몰아낸다. 밝은 빛이 리하야의 얼굴을 비친다. 굳어버린 얼굴이 잘 드러난다. 너무 재밌다.

리하야의 몸이 떨린다. 어깨가 진동한다. 눈을 바닥에 내리깐다.

"우리는 결정했습니다. 당신을···."

일부러 말을 끊는다. 공포로 가득 찬 간극을 잠시 즐긴다. 뒤에 있던 상인들도 몸을 떤다. 공포가 가득한 밤.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화염구를 취소한다. 불타던 빛은 사라진다. 달의 빛이 가득 찬다. 리하야는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본다.

"뭐라고?"

"용서해드린다고요."

리하야의 벌어진 입은 닫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눈동자에는 당황이 차고 넘친다. 뒤쪽의 상인들도 비슷한 표정.

"어···. 다시 말을 해줄 수 있겠나?"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그럼 아까는?"

"재미난 농담이었죠."

싱긋 웃어 보인다. 최대한 밝게. 무섭지 않게. 리하야는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쉰다. 허탈하게 웃는다.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그렇게 되었으니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뒤에 다가온 글린다가 리하야를 향해 손을 뻗는다. 리하야는 글린다의 손을 맞잡는다. 글린다가 리하야를 일으켜 세운다.

"참고로 전 아직 용서 안 했어요."

지금 상황에 그런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좋은 분위기를 망쳐놓는구나.

리하야는 씁쓸하게 웃으며 무릎을 털어낸다. 일단 이걸로 사건 하나 해결. 나쁘지 않은 결말이다.

은빛의 칼날이 남아있긴 하지만. 뭐. 큰 문제 없을 거다.

"자. 밤이 깊었으니 모닥불 피우고 잠이나 잡시다."

맥과 글린다는 재워야 한다. 얼굴에 피로가 가득하다.

상인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당나귀에 실린 짐에서 장작을 꺼내온다. 마른 나무들을 쌓아올리고, 무시와 부싯돌로 불을 피운다.

30분 전에 꺼졌던 모닥불이 다시 피어오른다. 열기와 빛이 전해진다.

"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 움직이도록 하지."

리하야의 말에 상인들은 하루를 정리할 준비를 한다. 모포를 꺼내 바닥에 깐다. 맥과 글린다도 그들에게 모포를 받아 자리에 눕는다.

밤하늘 아래에 잠이 찾아온다. 대부분 자리에 누워 수면을 청한다. 에스나는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탄 채로 자는 중이고.

나와 리하야는 잠이 들지 않았다. 모닥불을 보고 마주 앉아 있는 상태. 나는 잠이 필요 없는 몸이지만, 리하야는 왜 잠을 자지 않는 거지?

"질문이 하나 있는데, 해도 되나?"

이거 때문이었구나. 고개를 들어 리하야를 바라본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를 왜 용서해줬나?"

고작 이런 질문인가. 대답은 뻔하다.

"재밌을 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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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4) | Isaac +3 19.07.29 1,540 13 11쪽
103 103.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3) | Glinda +4 19.07.27 1,535 17 12쪽
102 102.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2) | Isaac +2 19.07.26 1,555 14 11쪽
101 101.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1) | Isaac 19.07.25 1,554 13 12쪽
100 100.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4) | Isaac +4 19.07.24 1,584 14 11쪽
99 099.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3) | Glinda +2 19.07.23 1,603 13 11쪽
98 098.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2) | Isaac +2 19.07.22 1,580 18 12쪽
97 097.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1) | Isaac +2 19.07.20 1,610 16 12쪽
96 096. 6막 2장 - 은빛으로 아롱이는 달 (3) | Glinda +2 19.07.19 1,586 17 11쪽
95 095. 6막 2장 - 은빛으로 아롱이는 달 (2) | Isaac +2 19.07.18 1,609 17 11쪽
94 094. 6막 2장 - 은빛으로 아롱이는 달 (1) | Isaac +6 19.07.17 1,635 20 11쪽
» 093. 6막 1장 - 뜻 밖의 동행 (4) | Isaac +5 19.07.16 1,613 21 11쪽
92 092. 6막 1장 - 뜻 밖의 동행 (3) | Isaac 19.07.15 1,611 23 11쪽
91 091. 6막 1장 - 뜻 밖의 동행 (2) | Isaac +6 19.07.13 1,620 19 11쪽
90 090. 6막 1장 - 뜻밖의 동행 (1) | Glinda +2 19.07.12 1,651 20 11쪽
89 089. 6막 서장 - 이페리아 왕국 | Isaac +3 19.07.11 1,672 18 11쪽
88 088. 5막 종장 - 국경선을 넘어서 | Isaac +8 19.07.10 1,663 20 12쪽
87 087. 5막 4장 - 즐거운 야영 (3) | Isaac +2 19.07.09 1,648 20 12쪽
86 086. 5막 4장 - 즐거운 야영 (2) | Isaac +6 19.07.08 1,658 18 12쪽
85 085. 5막 4장 - 즐거운 야영 (1) | Isaac +3 19.07.06 1,681 22 12쪽
84 084. 5막 3장 - 바람이 불어오는 곳 (4) | Isaac +4 19.07.05 1,680 20 12쪽
83 083. 5막 3장 - 바람이 불어오는 곳 (3) | Isaac +4 19.07.04 1,897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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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075. 5막 1장 - Reborn (3) | Isaac +8 19.06.25 1,792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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