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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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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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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0.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4) | Isaac

DUMMY

"저기 걸어가는 남자가 제일입니다."

지금 나는 글록스와 함께 어느 건물의 지붕에 올라와 있다. 지붕의 경사가 급해 똑바로 서 있기 힘들다. 마법이 없는 상황이라면.

마법을 쓴 나는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지붕에 서 있다. 양손으로 지붕을 잡은 글록스는 그런 나의 모습에 한숨을 쉰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거 같다. 마법은 사기야.

"평범하게 생겼네."

우리의 발밑에서 걸어가는 콧수염 남자. 글록스가 보여줬던 책에 있던 그림과 똑같이 생겼다.

"너희 그림 진짜 잘 그린다."

솔직히 감상을 말하자 글록스가 웃는다.

"인물화 하나는 끝내주지요."

"놈이 움직입니다."

옆에서 갑옷을 입지 않은 에스나가 말한다. 지금 입고 있는 것은 글록스와 비슷한 검은 옷. 한 번도 보지 못한 색다른 모습이다.

"따라가자."

비행 마법으로 몸을 살짝 띄어 옆 건물로 넘어간다. 그 모습을 본 글록스가 한숨을 쉰다.

"저런 거 일일이 신경 쓰시면 일찍 죽습니다."

글록스에게 약간의 조언을 던진 에스나가 내가 있는 건물로 넘어온다. 저 조언은 나 욕한 거 맞지?

또 한 번 한숨을 쉰 글록스도 건물을 옮겨 온다.

"그 마법은 언제 쓰실 겁니까?"

지금 우리가 제일을 추적하는 것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지부장 집무실에서 결정한 전염병 작전을 위해서다.

"주변에 시선이 없어야 해. 당사자는 못 느껴도 주변 사람은 마법의 발동을 느낄 수 있거든."

사용할 예정인 마법은 사신의 손길. 분명 흑사병에서 따왔을 이름. 여러 종류의 병을 퍼트리는 마법이다. 그리고 UMO 내에서 이 마법이 쓰인 적은 단 세 번.

그중 한 번은 내가 심심해서 써 본 것. 나머지 둘은 대규모 공성전에 쓰였지. 효과는 별로였지만. 마법으로 퍼진 전염병이라서 마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게 문제다.

"골목으로 들어가네요."

글록스의 말에 정신을 차린다. 제일은 주변을 살피더니 골목으로 들어간다.

"매번 저런 골목에서 놓쳤습니다."

"빨리 움직여야겠네."

비행 마법으로 몸을 띄우고 제일이 들어간 골목 옆 건물로 날아간다. 이곳까지 꽤 먼 거리지만, 에스나와 글록스는 도움닫기 없이 한 번에 뛰어서 도착한다.

"아무도 없습니다."

마법을 사용하라고 에스나가 재촉한다. 그렇게 재촉 안 해도 되는데.

목표인 제일을 바라본다. 계속 주변을 신경 쓰며 골목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들어 위를 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러니 모든 조직원 정체가 발각되었지.

"마법을 쓰기 적당한 곳이군요."

글록스가 빙 둘러 말하며 마법의 사용을 독촉한다. 알아서 할 거야. 골목길이라 그런지 제일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다. 지붕 위에 있는 우리도 빼고.

목표인 제일을 바라본다. 약간 집중하고. 마법을 사용한다.

"사신의 손길. 2단계."

제일의 몸 뒤쪽에 흐릿한 형상이 나타난다.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해골. 흔히 말하는 사신의 모습.

사신은 살며시 제일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차디찬 손길에 몸을 떤 제일이 주변을 둘러본다. 이미 사신은 그 모습을 감추었다.

"놀랍군요."

마법을 목격한 글록스가 중얼거린다. 이런 거로 놀라면 곤란한데.

시야 한쪽의 미니 맵에는 제일의 위치가 녹색 점으로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병에 걸린 사람들의 위치가 나에게 공유된다.

"으. 갑자기 추워졌어."

밑에 있는 제일이 중얼거린다. 벌써 병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단계의 병은 가벼운 열과 무기력증, 기침을 동반한다. 가장 높은 10단계는 그냥 피를 토하고 죽어버린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본부에 돌아간 제일은 알아서 병을 퍼트릴 거다. 덤으로 본부의 위치도 알려줄 거고. 역시 마법은 편리하다.

"다른 조직원들도 준비시킬까요?"

글록스의 말에 고개를 젓는다. 벌써 준비할 필요는 없다. 사실 준비할 필요도 없고. 위치만 알고 있다면 나 혼자 충분하다.

"제일이 사라졌습니다."

에스나가 아래쪽을 가리킨다. 나와 글록스가 일제히 고개를 돌린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에는 제일의 모습이 사라져있다.

"또 놓쳤네요."

매번 이런 식으로 사라졌구나.

"마법은 아니야."

"역시 그렇군요."

마력 탐지가 작동하지 않는다. 마법이 아닌 물리적인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아니면, 탐지 방해 마법이 걸려있거나.

"일단 돌아가자."

사신의 손길은 잘 작동 중이다. 미니 맵에 녹색 점이 반짝이며 자태를 자랑한다. 위치는 발견했다. 이제 조금 기다리면서 전부 감염되기를 기다리면 된다.

돌아가기 위해 지붕에서 내려가려 할 때. 건너편 지붕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우리 모두 그 모습을 보았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일을 좇는 일에 다른 사람을 투입한 적은 없습니다."

정체불명의 그림자는 반대편 지붕에서 몸을 뒤척인다. 미묘하게 몸을 숨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를 발견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건 만나보면 알겠지."

검은 그림자가 지붕 사이를 이동한다. 뭔가 전문가다우면서도 어딘가 부족하다. 글록스는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쉰다.

"일단 쫓아가죠."

글록스가 매달려 있던 지붕에서 뛰어오른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건너편 지붕에 안착한다. 에스나도 밤하늘을 가로지른다.

"얼른 오십시오."

에스나의 재촉에 비행 마법을 사용한다.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그대로 건너편으로 이동한다.

그림자는 계속 지붕을 타고 움직인다. 에스나와 글록스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고 고래를 끄덕인다. 무슨 신호를 주고받은 걸까.

글록스가 지붕을 타고 움직인다. 그림자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 퇴로를 막으려는 듯 약간 돌아서 간다.

에스나는 타고 있는 지붕에서 뛰어올라 다시 반대편으로 간다. 그림자를 직접 쫓고 있다.

"그럼 나는?"

안타깝게도 그 질문에 대답해 줄 사람은 없다. 작게 한숨을 쉬고 공중에 뜬 상태로 그림자를 쫓는다.

에스나의 머리 위. 그림자와의 거리는 30m 정도. 에스나는 그림자에 바짝 붙어 움직인다. 그런데도 그림자는 에스나를 느끼지 못하나 보다.

고개를 들어보면 멀리서 움직이는 글록스의 모습이 보인다. 엄청난 속도로 지붕을 오가며 그림자가 이동할 길을 막아선다.

이제 어떻게 할까. 솔직히 약간 기대된다.

"거기 당신. 멈추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림자와 지붕 하나만을 남겨둔 에스나가 그림자에게 말을 건다. 그림자는 그제야 흠칫 놀라며 에스나를 바라본다.

"해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 조금만 이야기를 해봅시다."

음. 나는 해칠 생각이 있는데 말이지. 조금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그림자는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뭔가 결정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저렇게 성실하게 생각을 몸에 나타낼까.

"싫어!"

앙칼진 목소리. 여자인가? 목소리로 판단하건대 열다섯쯤 되었겠다.

그 한 마디를 남기고 그림자가 지붕을 뛰어넘는다. 제 발로 함정에 다가가는 어리석은 모습. 그럴 거면 주변은 왜 두리번거린 거니.

"잡았다."

그림자가 지붕에 착지하자 어둠 속에서 손이 하나 튀어나온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글록스. 그림자의 팔을 붙잡은 글록스는 그대로 지붕에서 뛰어내린다.

밑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이 부서지는 소리는 아니다. 에스나와 나는 잠시 시선을 나누고 건물 아래로 내려간다.

"상자군요."

글록스와 그림자는 부서진 상자 더미에 쓰러져있다. 지붕에서 떨어질 때 이곳에 착지한 거다. 이것까지 계획이었나?

나뭇조각들 사이에서 글록스가 일어난다. 한 손에는 그림자의 팔이 붙잡혀 있다. 몸은 축 늘어진 채 손만 잡혀 있는 모습이 약간 처량해 보인다.

"어떻습니까."

글록스는 자랑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검은 날개가 이 정도입니다. 그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잘했어. 하지만 지부장은 싫어."

"그렇습니까."

고개를 숙이는 글록스. 내뱉은 말에는 실망의 기색이 서려 있다.

"으으."

그림자가 정신을 차린 듯 신음을 흘린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본다. 글록스에게 잡혀있는 자신의 팔을 보고 놀란다.

"놔!"

당연히 놓을 리가 없다. 글록스는 자신의 팔에 잡힌 소녀를 보고 한숨을 쉰다. 그렇다. 그림자의 정체는 소녀다.

밑에 내려와 보니 모습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여자아이. 저런 꼬맹이가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어떻게 할까요?"

글록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일단 데려갈까? 지부에도 감옥은 있지?"

"당연하죠."

"일단 가두고 생각하자."

"히익!"

감옥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소녀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 어두운 밤인데도 표정 변화가 확실히 드러난다.

"날 어쩔 셈이야!"

되게 시끄럽다. 목소리 자체가 원래 고음이고, 공포에 질려 소리까지 지르니 듣기 힘들 정도다. 바로 옆에 서 있는 글록스는 인상을 찡그리고 고개마저 돌린다.

"그렇게 시끄럽게 굴면 여기서 처리한다?"

손에 화염구를 만들어 낸다. 소녀의 얼굴이 파랗게 변한다. 눈동자가 벌벌 떨린다. 몸은 더 심하게 떨린다.

"그렇게 겁주지 마십시오."

뒤쪽에서 에스나가 앞으로 나선다. 잘됐다. 귀찮으니 에스나에게 맡기자.

글록스에게 잡혀있는 소녀는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는 쓰고 있는 복면을 벗는다.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거린다.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 사람이 성격은 나빠도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지금 나 욕한 거지? 맞지?

"다···. 당신들은 누군가요."

조금 침착해진 느낌이다. 소녀는 침을 삼키고 에스나를 바라본다.

"우리는 검은 날개다."

대답은 글록스가 한다. 소녀가 고개를 돌려 글록스를 바라본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다. 명백히 놀라는 표정이다.

"정말 검은 날개에요?"

이번에는 호기심과 존경심이 드러난다. 글록스도 그걸 느꼈는지 소녀에게서 몸을 살짝 띄운다.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다행이다. 나를 보고 있다면 부담스러워서 눈도 못 마주쳤을 거다.

"일단 검은 날개가 맞긴 하는데."

글록스는 머뭇거리며 말한다.

"저를 검은 날개에 입단시켜주세요!"

소녀가 소리친다. 내가 잘 못 들은 거 맞지? 글록스의 얼굴에 당황이 퍼져나간다. 에스나의 뒷모습에서도 당황스러움이 전해진다.

"뭔가 착각하는 게 있는 거 같은데. 검은 날개는 범죄 조직이거든?"

글록스가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려 한다. 문제가 있다면, 소녀의 표정에 변함이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요! 전 언젠가 검은 날개에 들어가는 게 꿈이었어요!"

아이고 골이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뭐지? 왜 이렇게 어이없는 상황이 일어나는 걸까.

글록스도 나와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에스나도 한숨을 내쉰다.

"일단 데리고 돌아가자. 목소리가 너무 커서 누군가 들었을 거야."

"알겠습니다."

내 의견에 동의한 글록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자신에게 매달린 소녀의 목덜미를 손날로 내려친다. 소녀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며 기절한다.

오. 저게 실제로 가능한 거구나.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다.

"좋습니다. 일단 돌아갑시다."

글록스는 소녀를 어깨에 들쳐멘다. 그리고 어두운 골목 깊숙한 곳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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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4) | Isaac +3 19.07.29 1,540 13 11쪽
103 103.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3) | Glinda +4 19.07.27 1,535 17 12쪽
102 102.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2) | Isaac +2 19.07.26 1,555 14 11쪽
101 101. 6막 4장 - 소녀는 달빛을 삼킨다네 (1) | Isaac 19.07.25 1,554 13 12쪽
» 100.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4) | Isaac +4 19.07.24 1,585 14 11쪽
99 099.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3) | Glinda +2 19.07.23 1,603 13 11쪽
98 098.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2) | Isaac +2 19.07.22 1,580 18 12쪽
97 097. 6막 3장 - 검은 날개는 달빛을 가리우고 (1) | Isaac +2 19.07.20 1,610 16 12쪽
96 096. 6막 2장 - 은빛으로 아롱이는 달 (3) | Glinda +2 19.07.19 1,586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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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090. 6막 1장 - 뜻밖의 동행 (1) | Glinda +2 19.07.12 1,651 20 11쪽
89 089. 6막 서장 - 이페리아 왕국 | Isaac +3 19.07.11 1,673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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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087. 5막 4장 - 즐거운 야영 (3) | Isaac +2 19.07.09 1,648 20 12쪽
86 086. 5막 4장 - 즐거운 야영 (2) | Isaac +6 19.07.08 1,658 18 12쪽
85 085. 5막 4장 - 즐거운 야영 (1) | Isaac +3 19.07.06 1,682 22 12쪽
84 084. 5막 3장 - 바람이 불어오는 곳 (4) | Isaac +4 19.07.05 1,680 20 12쪽
83 083. 5막 3장 - 바람이 불어오는 곳 (3) | Isaac +4 19.07.04 1,897 22 11쪽
82 082. 5막 3장 - 바람이 불어오는 곳 (2) | Isaac +2 19.07.03 1,665 23 11쪽
81 081. 5막 3장 - 바람이 불어오는 곳 (1) | Glinda +3 19.07.02 1,701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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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078. 5막 2장 - 악마의 탑 (3) | Isaac 19.06.28 1,720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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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075. 5막 1장 - Reborn (3) | Isaac +8 19.06.25 1,793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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