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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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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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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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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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1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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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10.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3) | Glinda

DUMMY

"일단 적들과 싸워본 두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군. 적들의 상태는 어떠한가?"

"완전 멍청이들이었어요."

윌턴 씨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한다.

"적들을 낮잡아 이르고 싶지는 않지만, 글린다의 말에 동의합니다."

유실 씨도 내 말에 동의를 표한다. 우리 두 사람의 말을 들은 윌턴 씨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상하군. 대공이라면 상당히 잘 훈련된 기사단도 있을 텐데. 두 사람에게 바보 취급을 당할 기사들을 보내다니."

확실히 이상하다. 성채를 공격하러 온 기사들은 전투를 처음 겪어보는 듯한 바보들뿐이었다.

물론 무하나 공국이 마지막으로 주변국과 전투를 벌인 건 30년 전. 평화에 찌든 기사들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마치 신병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 유실 씨의 말이 맞다. 우리를 공격한 기사들은 마치 신병처럼 굴었다.

"정식 기사도 아니었을지 몰라요."

내 말에 유실 씨도 고개를 끄덕인다.

"가능성이 큽니다. 그냥 말 좀 탈 줄 아는 사람에게 갑옷과 무기를 쥐여준 것 같았습니다."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엄청 이상하군요. 윌턴의 말대로 대공이라면 훈련받은 기사단도 가지고 있을 텐데."

이스길의 말에 다들 침묵에 빠진다. 딱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 왜 대공은 저런 멍청이들로 기사단을 만들었을까?

"자. 그런 깊은 생각은 하지 맙시다. 분명 뭔가 계획이 있겠지만, 알게 뭡니까. 다 때려 부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에스나의 말에 모두가 한숨을 내쉰다. 어쩜 저리 멍청한 소리를 할까.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너무 멍청한 소리를 해서."

에스나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한다. 에스나는 투구 안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대공 같은 사람이 한 계획은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 있지. 그러니 그걸 알아야 한다는 거야."

이스길이 에스나를 나무란다. 에스나는 다시 한 번 혀를 찬다.

"그래서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면 방법을 알 수 있습니까?"

그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에스나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를 나눠봤자 알 수 있는 건 없지.

"그러니까 일단 지금의 위협을 제거하는 쪽이 올바르다고 봅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여태까지 조용히 있던 아스라가 손을 올리며 말한다. 면갑은 다시 내려와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나쁘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스라의 말에 윌턴 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윌턴 씨는 한 사람을 불러 무언가 명령을 한다.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복도를 달려간다.

무슨 명령인지 궁금하긴 하다. 그래도 지금은 휴식이 더 중요하다.

바닥에 놓인 바구니로 다가가 빵을 하나 집어 든다. 입에 빵을 물고 우물거리면서 벽에 다가가 기대앉는다. 유실 씨도 나와 비슷한 자세다.

지금 막 도착한 백룡 기사들은 조금 더 괜찮은 상태다. 그들은 언제든 전투에 임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놓는다.

"윌턴 경! 화살은 5분 정도밖에 더 쏘지 못한답니다!"

사람 하나가 복도를 내달려오며 소리친다. 아까 윌턴 씨가 명령을 내렸던 사람. 옥상에 보냈었던 모양이다.

"자 다들 들었을 거로 생각하네. 다들 준비를 하도록!"

적들의 진격이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 5분. 짧지는 않지만,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사람들이 자리에서 하나둘씩 일어난다. 창을 꽉 쥐고 굳건한 눈동자로 문을 바라본다.

"나가면 미리 지정한 자리에 서도록."

윌턴 씨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빼고. 나는 미리 지정받은 자리가 없지.

살짝 윌턴 씨를 바라본다.

"글린다. 자네는 우리와 함께 최전선을 맡아줘야 하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위험할 건 없다. 백룡의 힘 덕분에 다치지도 않으니까. 그냥 최선을 다해 막으면 되겠지.

"그럼 문을 열겠습니다."

어느세 문 앞에 선 에스나가 말한다. 양손은 이미 문고리를 잡고 있다.

사람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나도 긴장으로 입이 바짝 마른다. 유실. 물도 좀 가지고 오지.

에스나가 문을 열었다. 아까 보았던 햇빛이 따갑게 눈을 찌른다. 해는 최고도에 올라있다.

"가자."

윌턴 씨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렇지만 힘이 담겨 있는 목소리는 모든 사람에게 들린다.

다들 앞으로 걸어간다. 성채 위쪽에서 화살들이 날아든다. 저 멀리 서 있는 기사단은 화살의 장막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정말 신병이나 다름없다. 도대체 대공의 계획은 뭐지? 뭐가 되었든 마법사가 왔으면 좋겠다. 그 인간이라면 계획을 힘으로 찢어버릴 테니까.

"제기랄."

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 윌턴 씨 옆에 선다.

"무슨 일인가?"

윌턴 씨는 사람들이 배치된 장소에 위치하도록 명령을 내리며 나에게 묻는다.

"별로 좋지는 않은 일이요."

대답에 윌턴 씨의 얼굴이 굳어진다.

"이스길. 사람들을 지휘해주게."

이스길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을 향해 지시를 내린다. 윌턴 씨는 잠시 주변을 둘러 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대공의 계획에 관련된 일인가?"

"네. 구체적인 건 몰라도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요."

"말해보게."

"만약 마법사의 행동이 대공에게 읽히고 있다면?"

내 생각은 이것을 전제로 한다. 솔직히 마법사는 단순한 성격이다. 생각을 읽기 쉽다. 자기 딴에는 열심히 숨기는 모양이지만.

대공이 영악하고 머리도 잘 굴러간다면, 한 번 만났을 때 생각을 들켰겠지.

"가능성은 크겠군. 아이작은 단순하니까."

윌턴 씨도 마법사의 성격을 알고 있다. 그럼 이야기가 빨라지지.

마법사는 대공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대공은 예전에도 마법사와 만났었던 적이 있지. 마법사의 실력도 알고 있을 거란 말이 된다.

그렇다면 대공은 자기 계획에 마법사가 엄청난 방해가 된다는 것도 알 거다. 그런 수준의 마법사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지.

"대공은 백룡 기사 공격에 방해될 마법사를 치워버린 거에요. 마법사의 성격을 긁어서 자신과 싸우게 하면서."

마법사는 앞뒤 가리지 않고 대공과 싸우러 갔다. 나름 머리를 굴려 언데드들을 만들었지만, 대공의 계획으로 성채에서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대공의 공격이 시작된 거죠."

"역시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는 게 걸리는군."

나도 그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작전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막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의 목표는 적의 섬멸이 아니라 지연인 거죠."

"아이작이 올 때까지 버티기 말이지."

내가 봤을 때, 그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대공은 마법사를 두려워한다. 자기 계획을 망칠까 봐. 그러니 우리는 마법사가 돌아와서 그 계획을 화려하게 망치는 걸 기다려야지.

"일단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두겠네. 그래 봐야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그건 그렇지.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정체도 모르는 작전을 대비하여 지연전을 펼친다. 언제 올지 모르는 마법사를 기다리면서.

"자네도 자리에 서 있게나."

"그거 말인데요. 제 자리는 어디인가요?"

아직도 자리를 배정받지 못했다. 윌턴 씨는 잠시 멈춰 서더니 곧 에스나를 가리킨다.

"에스나를 도와주게. 솔직하게 말해서 에스나는 약간 걱정이 된다네."

그래. 에스나는 걱정이 되는 존재지.

"알겠습니다."

윌턴 씨에게 대답하고 에스나에게 다가간다. 에스나는 검과 방패를 꺼내 놓은 채 적 기사단을 바라보고 있다.

"오셨습니까?"

에스나는 슬쩍 나를 바라보며 말을 한다. 목소리에서 긴장이 느껴진다.

"긴장돼?"

"솔직히 이런 전장에 서는 것은 처음입니다."

그렇겠지. 에스나의 첫 임무는 나를 죽이는 거였으니까. 이스길이랑 함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오른 이유는 뭘까. 평소에는 거의 신경도 안 썼으면서. 백룡 기사라는 조직 자체에 대한 불만 때문일까?

"우린 어떻게 할 거야?"

속에 떠오른 생각을 묻어 둔 채 에스나에게 질문한다.

"적들의 돌격이 시작되면 백룡 기사들은 앞으로 나설 겁니다. 우리가 돌진을 방해하며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수준급 기사들이 아니라면 써먹을 수 없는 작전. 덤으로 상대 기사단이 신병들이나 다름없어서 가능한 일이다.

아니었으면 기마돌격에 다 죽어버릴 테니까.

"백룡 기사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윌턴이 곰을 맨손으로 죽이는 것을 봤습니다."

.... 뭐? 곰을 맨손으로? 그보다 곰이라니? 근처에 곰이 사는 거야?

온갖 질문이 떠올랐지만, 놀라서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스길은 검을 들고 곰 세 마리와 싸워서 두 마리를 죽였습니다."

"갑옷은?"

"안 입은 상태였습니다. 백룡의 힘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놀랍군. 백룡 기사란 존재들은 생각보다 강하구나. 백룡의 힘이 없으면 그냥 평범한 기사일 줄 알았는데.

"저도 맨손으로 곰과 싸운 적 있습니다. 너무 어렸을 때라 죽이지는 못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훈련인 거야?"

"아닙니다. 그냥 자기 자랑을 위해 하는 겁니다."

백룡 기사에 대한 평가 변경. 이 조직은 마초적인 조직이다. 자랑하려고 맨손으로 맹수와 싸우다니.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방식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런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저런 기사단의 돌격에 죽지 않겠지.

"윌턴! 화살이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을 내려보내겠습니다!"

머리 위에서 카일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5분이 지났다. 화살의 장막이 끝났다. 이제 기사단의 돌격이 남았다.

쏟아지던 화살이 그치자 기사단은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본다. 머뭇거리며 주변 상황을 살펴본다.

우리의 화살이 동났다는 걸 알아채자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크게 소리친다.

"전 대원 돌격 준비!"

기사들이 창을 들어 우리를 향해 겨눈다. 날카로운 창끝이 정오의 태양 빛으로 반짝인다.

"전투 준비! 다들 창을 들어라!"

윌턴 씨도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린다. 마을 사람들이 창을 쥐고 기사단을 향해 내민다.

"돌격!"

말발굽 소리가 대지를 뒤흔든다. 검은 갑옷의 기사단이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출격!"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윌턴 씨가 소리친다. 백룡 기사들이 바리케이드를 넘어 앞으로 뛰쳐나간다. 나도 에스나를 따라 기사단을 향해 달려간다.

앞서 가던 에스나가 방패를 들어 올린다. 기사의 창이 방패를 타고 에스나를 스쳐 지나간다. 에스나는 곧바로 검으로 기사의 옆구리를 벤다.

나를 향해 날아오는 창도 있다. 다리에 힘을 주고 위로 뛰어오른다. 몸이 기사의 머리를 향해 솟구친다.

기사의 놀란 눈동자가 투구 사이로 보인다. 손에 들고 있는 백설을 휘둘러 투구를 반으로 쪼개버린다.

착지하면서 다른 기사가 타고 있는 말의 머리도 자른다. 기사는 땅을 뒹굴며 쓰러진다.

다른 백룡 기사들도 자기 할 일을 톡톡히 해낸다. 백룡 기사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은 갑옷의 기사 하나가 쓰러진다.

이대로만 가면 참 좋을 텐데. 불길한 기분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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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7 MR.Kang.
    작성일
    19.11.29 10:34
    No. 1

    맞아... 너무 잘풀려도 불안한 법이지... 찜찜하군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justme
    작성일
    19.11.29 11:54
    No. 2

    아이작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아이작이라면 그런 불안을 느낄 동안 전부 부숴버릴 테니까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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