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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7,483
추천수 :
567
글자수 :
339,072

작성
19.07.23 17:00
조회
809
추천
10
글자
11쪽

4화

DUMMY

‘저놈들이 고블린인가.’


라이언이 눈을 빛냈다.

놈들은 인간의 외형을 많이 닮았다.

조잡한 무기를 들고 공격할 기회를 엿보는 모습은 어느 정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확신을 주었다.

그런데···


“싸우지 않고 뭐 하시오?”


라이언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봤다.

그의 태도에 자경단장이 할 말을 잃었다.


“놈들이 너무 많습니다. 만약 붙으면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중상자나 사망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달리 방법은 있는 것도 아니잖소?”


자경단장이 입을 다물었다.

라이언은 속으로 혀를 찼다.

어차피 놈들은 작정하고 마을로 찾아왔다.

한눈에 봐도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아직까지 덤비지 않는 이유는 간을 보고 있는 탓이겠지.

망설임을 보이는 순간 저들은 일제히 달려들 것이다.


‘싸움은 배짱이지.”


라이언은 과거를 회상했다.

아무리 자신들보다 적이 많더라도 절대 기가 죽어서는 안된다.

위축되면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

그는 피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렇다고 자경단을 겁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제대로 된 전투를 겪어보지 못한 애송이들이었으니까.

지금도 봐라.

무기를 들고도 떨고 있는 두 손을.

눈빛에는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보이지 않았다.

라이언은 자신이 먼저 나서기로 결정했다.


“그 창 좀 빌립시다.”

“어어?”


옆에 있던 자경단원의 창을 빼앗아 들었다.

그는 얼빠진 얼굴로 라이언에게 창을 넘겼다.


“흡.”


라이언은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허파에 공기가 들어차면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근육이 팽창하고 힘줄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창을 길게 잡아 어깨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쉬익-


라이언의 손을 벗어난 창이 창공을 누볐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창은 바람을 질주하는 말처럼 보였다.


“키릭?”


고블린 하나가 드리우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놈은 쨍쨍하게 빛나는 햇빛에 가려 창을 볼 수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뜨며 정체를 파악하려는 순간.


푸욱!


놈이 이마에 창이 박혔다.

창날은 고블린의 머리를 관통해서 삐죽하고 튀어나왔다.

귀신 같은 명중률이었다.


“먼저 가겠소.”

“예?”


이게 무슨 소리지?

자경단장이 라이언의 말 뜻을 파악하기도 전.

그가 지면을 박차고 놈들 쪽으로 달려나갔다.


“크하하하!”


라이언이 광소를 터트렸다.

저들은 과연 얼마나 자신을 즐겁게 해줄까.

눈앞에 보이는 고블린의 머리에 손도끼를 휘둘렀다.

놈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퍼걱!

대가리에 사정없이 손도끼를 꽂아 넣었다.

멍청한 놈. 적이 나타나면 무기부터 휘두를 준비부터 해야지.

정신을 차린 몇몇 고블린이 라이언에게 달려들었다.


‘앞에서 둘. 뒤에서 하나.’


몸을 돌려 뒤부터 공략했다.

팔을 머리 위로 뻗어 사선으로 내려찍었다.

깜짝 놀란 놈이 황급히 나무 방패를 들어 올렸다.

라이언이 팔뚝에 힘을 더했다.


콰드득-


손도끼에 부딪친 나무 방패가 힘없이 쪼개졌다.

방패를 쪼갠 도끼가 놈의 목을 반쯤 베었다.

피분수가 솟구쳤다.


“그르륵···”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놈이 헐떡거렸다.

도끼를 밀며 놈의 목을 완전히 베어냈다.

잘린 머리가 땅바닥을 굴렀다.


“죽어라!”


고블린 하나가 펄쩍 뛰어올라 라이언을 노렸다.

이놈들 말도 하네?

라이언은 쓸데없는 지식이 늘었다고 생각했다.

놈이 단검을 찌르며 날아왔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숙여 아슬아슬하게 단검을 피했다.

방향을 잃은 단검이 맨 허공을 찔렀다.

라이언은 가까워진 놈의 손목을 옆으로 꺾었다.

놈의 얼굴이 고통으로 물들어갔다.

기습을 노리는 다른 놈에겐 손도끼를 투척했다.

달려들던 놈은 날아오는 손도끼에 그대로 들이박았다.

백발백중이었다.


“키이익!”


라이언은 붙잡고 있는 고블린의 손목을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단검이 놈을 향하도록.

그리고는 서서히 손을 밀었다.


“사, 살려···”


푸우욱!

상대방을 죽이던 무기가 자신을 죽이는 무기가 되었다.

고블린은 게거품을 물며 눈알을 뒤집었다.



“모, 모두 저 인간을 죽여라!”

“크에엑!”


고블린들은 득달같이 라이언에게 달려들었다.

몸을 옆으로 굴러 박혀 있던 손도끼를 뽑았다.

휘두르자 또 한 놈이 피를 흩뿌렸다.


“뭐 이리 약해?”


놈들의 몸 가죽은 힘없는 종이처럼 찢겨 나갔다.

어설프게 휘둘러지는 놈들의 공격은 라이언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

고블린들의 눈빛에 공포가 서렸다.


“우, 우리도 합세한다!”

“와아아!”


그제서야 자신감을 얻었는지 자경단이 뛰쳐나왔다.


“도망가자!”

“인간들! 무섭다!”


기겁한 놈들이 무기를 버리고 숲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라이언은 도망치는 놈들을 놓치지 않았다.

친절하게 따라가 세 놈의 목을 더 베어냈다.

전투는 싱거울 정도로 끝이 났다.

라이언은 피 묻은 손도끼를 탈탈 털어냈다.


“생각보다 약한 놈들이군.”


라이언이 숲속을 노려봤다.

한참 달아올랐던 그의 육체가 서서히 냉각됐다.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몸을 풀었다.


“엄청나군.”


자경단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슬쩍 옆을 바라보니 자경단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라이언 혼자서 삼분의 일을 처치했다.

도끼가 번쩍하는 순간 고블린의 목이 하늘을 날았다.

놈들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싸움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전투라고 부를 수 없는 학살.

현재에 이르러서는 지친 기색조차 없었다.


“괴물···”


자경단원 중 하나가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그들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경외심을, 어떤 이는 공포를.

라이언은 쏟아지는 시선을 뒤로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


저녁에는 간소한 축제가 벌어졌다.

로드릭 마을 사람들이 라이언을 위해 벌인 일이었다.


“그래서 저 양반이 도끼를 이렇게 휙 하고 휘두르니까···”


물론 화젯거리는 라이언의 무용담이었다.


“이 정도 일로 쑥스럽군.”

“하이고. 덕분에 다친 사람이 없으니 감사한 일이죠. 여기 한 잔 받으세요.”


말콤에 술잔을 내밀었다.

라이언은 술잔을 받아 한 번에 들이켰다.

달콤하고 쓴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빈 맥주를 내려놓으며 트림을 했다.


“원래 북부 사람들은 그렇게 다들 전투적인가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모른다.


‘북부 대륙 사람이 아니니까.’


로드릭 마을 사람들은 라이언을 북부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는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하면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미친 놈 취급 안 받으면 다행이었다.

북부 사람과 그렇게 자신이 닮았나?


‘한 번 만나보고 싶군.’


라이언이 그렇게 다짐하고 있을 때, 스무 살도 안 된 청년이 말을 걸었다.


“저기···”

“너는?”

“아, 저는 그레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지?”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실 수 없나요?”


그레이는 어렸을 적 만난 기사를 보고 꿈을 키워 나갔다.

강해지기 위해 자경단에 지원했지만.

몬스터 앞에서 꼴사납게 벌벌 떨어버렸다.

이래서는 기사가 될 수 없다.

그런 그 앞에 해결책이 나타났다.

홀로 고블린 무리를 격퇴하던 라이언에게 큰 전율을 느꼈다.

자신도 그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라이언은 단호히 거부했다.


“거절하지.”

“어째서입니까?”

“아니. 나는 곧 마을을 떠날 거라서 말이야.”

“네? 마을을 떠나신다고요?”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말콤이 깜짝 놀랐다.


“그래. 나는 방랑벽이 있거든.”

“붙잡지는 않겠지만···언제 떠나시는 겁니까?”

“조만간.”


라이언이 다시 술잔을 들이켰다.

그레이가 다급하게 그를 붙잡았다.


“그럼 그때까지 만이라도···”

“이봐. 애송이. 강해지고 싶다고?”

“네!”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그레이가 해맑게 대답했다.

라이언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휙!

쿠당탕!


“라이언 씨! 갑자기 무슨···?!”


말콤이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어느새 라이언이 그레이의 멱살을 잡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기 때문.


“이게 무슨···?”

“죽고 싶나?”

“···!”


라이언의 살기 동등한 기세에 그레이는 몸이 바싹 굳었다.

피식자를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빛.

그레이가 감당할 수 없는 기운이 아니었다.

그레이는 식은땀을 흘렸다.


‘죽는다.’


가라앉은 분위기.

라이언이 피식하고 웃더니 멱살을 풀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뭔 지 아나?”

“예, 예?”


라이언은 그레이를 일으키며 그의 몸에 묻은 흙먼지들을 털었다.


“두려움을 없애는 거다.”

“두려움?”

“그래.”


두려움은 자신을 갉아먹는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두려워하면 안된다.

그것을 떨쳐내야 앞으로 성장하는 법이다.

라이언이 그레이의 가슴을 주먹으로 툭 쳤다.

가볍게 실린 힘은 굉장히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났다.


“말콤. 나 먼저 돌아가 보겠네.”

“아. 네.”


라이언이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그레이를 살피던 말콤도 딱히 할 말이 없는지라 머쓱한 얼굴로 물러났다.


“두려움이라···”


홀로 남은 그레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며칠 후.


“나중에 꼭 한 번 들르세요.”

“시간이 되면 그러도록 하지.”


로드릭 마을 사람들이 입구에 나와 라이언을 배웅했다.


“잘 가시게. 북쪽 양반.”

“마을을 지켜준 은혜는 내 잊지 않겠네.”

“그동안 고생 많았구먼.”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다.


“이쪽으로 이틀 정도 가면 도시가 있다고 했지?”


라이언은 걸어가면서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만약 운명이라면 다시 만나겠지.’


그는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언덕길 정상에서 라이언은 잠시 숨을 골랐다.

해가 벌써 정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라이언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그림자가 든 나무 앞에 걸터앉아 짐을 풀었다.

마을 아낙네가 싸운 주먹밥을 먹으며 서늘한 바람을 즐겼다.


‘그러고 보니 올라오면서 몬스터를 마주치지 않았군.”


만나면 뚝배기를 날려버리겠다고 마음먹었건만.

아쉽게도 몬스터라는 생물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만나서 반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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