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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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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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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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난민신청(2) (수정)

DUMMY

@@@


나는 그렇게 엘프경찰서의 유치장에 갇혀 3일의 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구치소 생활복만을 입은 채 말이다.


3일 전, 난 피케아 경찰관에게 물었었다.


"왜 유치장에 있어야합니까?"


피케아 경관은 딱 잘라 말했다.


"아직 신용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체류민을 풀면 국민들이 불안해하거든요. 그것도 과거 거대한 전쟁을 일으켰던 '사악한 인간이 막 돌아다닌다.'고 하면 우리가 욕먹는다고요. '경찰은 저 인간 안 잡고 뭐하냐?'라면서요. 게다가 지낼 곳도 없지 않나요, 류금수씨?"


나는 바로 엘프 자매, 아마릴리스 누님과 릴리 누님에게 고개를 돌렸다. 누님들은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에서 재워줄 순 없어, 인간 아저씨. 좁아서 자리도 없고. 인간이 주변에 있으면 이웃도 불편해 하거든."

"미안해요."


아아······. 하는 수 없었다. 당분간 이곳 유치장에서 구금되어있는 수밖에.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경관에게 물었다.


"그럼 얼마나 이곳에 있으면 됩니까?"

"빠르면 3일, 느리면 7일 걸릴 겁니다."


3일에서 7일이라. 그래도 긴 시간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엘프 자매를 배웅하고 지하1층에 있는 유치장에 들어가 수감되었다. 지난 3일간 난민인정심사를 위해 유치장에서 먹고 자면서, 출장 온 의료진을 통해 다양한 검사를 했다. 신체검사로 시력검사, 피검사, 소변검사, 치아검사 등 엘프왕국에 난민으로 머물게 될 경우 이상한 병원균이 있지는 않은지 검사하는 것이었다. 난민을 받아들이기 위한 하나의 절차인 셈이다.


그렇게 경찰은 출장 온 엘프의사와 엘프간호사에게 내 신체검사 결과지와 샘플을 맡겼다.


유치장에서 나오는 밥은 정말 풀때기 밖에 없었다. 콩밥과 샐러드, 가끔은 야채죽도 줬다. 어휴. 살아야하니까 먹어야지. 엘프들은 이런 것만 먹어서 어떻게 버티나 싶다. 그나마 야채죽은 본고장의 죽과 비슷해서 다행이다. 뭐, 별다른 재료는 안 들어가니까.


그렇게 먹고, 자고, 싸고, 씻고, 검진 받으며 3일이 흘렀다. 요리사는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꾸준히 팔굽혀펴기나 스쿼트 등의 운동을 해주었다. 늙은 몸에 운동을 안하면 삐끗하기 쉽상이니까.


매일 엘프 자매 누님들이 면회 오니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흐르진 않았다.


가끔 유치장에서 벽에 기대 멍 때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과거 저지른 내 행동이 후회스러워졌다.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그 매일매일 지속되는 모욕을 못 이겨서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으니까.

나는 그날 일을 반성하고 후회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남자는 자고로 총 세 번 울어야 하는데······.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죽을 때.

어째선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정말 찌질하다.


집을 생각하니 돌아간 아내가 생각난다. 아내가 생각나니, 아들이 걱정된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밥은 잘 챙겨먹고 있으려나. 내 새끼인데. 이제 누가 돌봐주려나. 여동생이 맡아주려나.


내가 정말 죽을죄를 지었다. 늦둥이 아들은 이제 일곱 살이다. 이제 곧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인데, 내가 다 망치고 말았다.


한 번 때린 것가지고 이런 이세계로 전생되다니.


그깟 욕 참아보면 되는데. 왜 순간 화를 불러 일으킨 건지 모르겠다.

정말 후회되었다.


그렇게 우울함에 잠길 무렵, 경관이 나를 불렀다.


"아니, 또 우네. 저기요. 난민신청 결과 나왔어요."


그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정말요...?"


경관이 철창문을 열고 나를 구금상태에서 풀어주었다.


"어떻게 되었어요?"


피케아 경관은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뜸들이고 말했다.


"그게, 조건부가 걸렸습니다."


―조건부?


"그게 무슨 말인가요?"

"요즘 난민은 정말 이례적인 사례고. 과거 인간과의 전쟁으로 인간에 대한 민심은 안 좋아요. 사실 저도 경찰이라서 그렇지. 개인적으로 류금수씨가 그렇게 썩 맘에 들진 않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우리와 교화될 수 있는 인간인지 확인해보겠다는 겁니다.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받아주겠다는 거죠."


이 엘프는 사람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다. 정말 엘프는 인간을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뭐, 전쟁 때문에 침략국을 싫어하는 건 나도 피차일반이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조건이란 게 뭡니까?"

"저쪽 세계에서 직업이 요리사라고 했죠?"

"네. 맞는데요?"

"그럼, 이 세계에서 요리사로 살아가길 희망하죠?"

"네. 그렇습니다."


당연히 내가 가진 능력이라곤 요리 말곤 없으니, 그게 아니면 여기서 살아가긴 어려울 것 같았다. 또, 요리는 밥을 먹는 이상 만민에게 통하니까.


"그런 당신의 요리 실력을 중앙에서 확인하고 싶다고 합니다."


나는 무언가 데자뷰를 느끼며 또 귀를 의심했다.


"네? 뭐라고요?"

"다시 말해, 당신의 이세계요리가 우리 요정 제국 《엘리시온》에 도움이 될 지, 안 될지를 확인해본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능력이 딱히 없는 인간을 받아들이기엔 민심이나 여러모로 좋을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류금수씨의 맛있는 요리로 국민들의 호감을 사야한다는 겁니다. 전에 크리샌스가 류금수씨의 '감자채전'(?)이란 걸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또 먹고 싶다고. 그걸 먼저 심사위원님들께 보여드려야 하는 거죠. 그걸로 우리 요정음식의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면 신용은 저절로 따라올 거고요."

"하."


나는 어이없어서 그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난 이 나라의 식재를 거의 대부분 모른다. 무슨 요리를 해야 할 지 딱히 감도 오지 않고,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시간이 필요해요. 나는 누룽열매 빼고, 이곳 식재료들을 거의 모릅니다. 무슨 식재가 있는지 알아야 적당히 조정해서 요리를 내놓든가 말든가 하죠."

"그걸 중앙도 모르진 않습니다. 그래서 딱 한 달의 시간을 준다고 합니다."

"한 달? 30일 말입니까?"

"네. 맞습니다. 30일 뒤 심사위원이 이곳으로 올 겁니다. 하루 전에 우리 경찰이 확인차 들리겠지만, 그 때 맛있는 음식을 보여주면 됩니다."


한 달뿐이라고?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이 나라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최소 한 달이란 거지만. 한 달 안에 식재료를 파악하고, 모두가 눈이 떡 벌어지고 입이 즐거워지는 채식주의 음식을 만들어내야한다!


―고생길이 훤하구먼.


"만약 제 음식이 맘에 안 들믄 어찌됩니까?"

"난민이 아니라 불법체류자 신세니 당연히 추방되죠."

"그렇군요."


나는 머리가 새하얘져 알겠다고 말하고 경찰서를 나왔다. 이미 흰머리는 많지만 말이다.


그런데 갈 곳이라곤 그 엘프 누님들의 집 말곤 없었는데, 문을 나서니 가는 길을 도저히 몰랐다. 그야 당연한 것이 난 비룡한테 매달려 와서 길을 하나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피케아 경관에게 부탁했다.


"경관님. 부탁 좀 하나 합시다."

"무슨 부탁입니까?"

"아마릴리스와 릴리 누님의 집으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요. 지금 크리샌스가 순찰을 나가있어서 '엘빈'은 없고, '바키'를 타고 가야겠군요. 잠시 들어갔다 올게요."


―바키?


바이크일리는 없고, 비룡의 이름 같았다.

­

-꾸룩꾸룩?


역시나. 피케아 경관이 데려온 건 다름 아닌 비룡이었다. 날 몸에 묶고 날아간 비룡 말이다.

피케아 경관은 비룡 등의 안장에 올라탔다.


"뭐 합니까? 어서 올라타세요."


경관이 나에게 손짓을 하자 나는 그제야 안장에 올라탔다. 승차감은 마치 말을 탄 것만 같았다.


"제 몸은 잡지 마시고, 안장을 잡으세요. 그럼, 날아갑니다. 가자, 바키."


-끼에에엑!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비룡이 날개를 펼쳐 도움닫기와 함께 날아올랐다.

그나저나 몸을 잡지 말라니, 경관은 인간이 자신의 몸에 손대는 걸 싫어했나보다.


"정말 경관이 좋네."


나는 전에 왔던 길을 비룡을 타고 다시 지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늘을 찌르는, 끝없이 뻗어있는 거대한 나무, 그 나무에 지은 친환경적인 집들, 그리고 군데군데 피어난 꽃들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차츰 석양이지고 있어서 그 광경이 붉게 물들었고. 거기서 나는 뭔가 따스한 느낌을 받았다.


"다 왔습니다."


비룡은 날개를 퍼덕이며 천천히 내려와 착륙했다. 그 때처럼 바닥에 쓸리고 만신창이가 안 되서 다행이다.

나는 비룡의 등에서 내리고 경관을 배웅했다. 경관은 수고하라며 바키라는 비룡을 타고 다시 서로 돌아갔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누님들! 다녀왔습니다."


작가의말

+) 프롤로그가 바뀌면서 울면서 회상하는 장면 부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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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촉박한 시간 +7 19.09.03 1,944 38 7쪽
9 8화. 밥과 백김치 +8 19.09.02 1,960 40 8쪽
8 7화. 콩비지전과 콩비지찌개 +7 19.08.30 2,014 42 8쪽
7 6화. 감자껍질칩과 두부 +8 19.08.29 2,130 45 9쪽
6 5화. 난민신청(3) +10 19.08.28 2,138 43 8쪽
» 4화. 난민신청(2) (수정) +10 19.08.27 2,282 45 10쪽
4 3화. 난민신청(1) (수정2) +12 19.08.26 2,539 44 12쪽
3 2화. 감자채전 (수정2) +14 19.08.24 2,835 50 14쪽
2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13 19.08.24 3,145 53 8쪽
1 프롤로그. (수정2) +21 19.08.24 3,753 4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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