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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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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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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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난민신청(3)

DUMMY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누님들이 반갑게 맞이해줬다.


"오. 이제 풀려난거야? 어서 들어와."

"다녀왔어요?"

"어서 맛있는 음식 해 줘. 아저씨가 만들었던 감자채전?"

"다른 것도 좋아요."

"알겠습니다, 누님들. 금방 만들어 드리지요."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3일 전과 변한 건 딱히 없었다. 뭐, 3일 가지고 강산이 변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그전에 옷부터 갈아입어. 자."


금발 누님이 건내준 건, 다름아닌 내 요리복이었다.


"오. 이게 여기로 왔구나."

"그 구치소 생활복보단 나을 거 같거든. 증거로서 역할을 다하고 여기로 보내줬나봐."

"뭐, 인적사항에 현 주소를 우리집으로 썼으니까 당연한 걸 수도 있겠지만요."


릴리 누님이 적당히 써 줄 때 여길 주소로 써준 모양이었다. 난 엘프어를 읽을 줄 모르니 뭐라고 쓴 지도 몰랐다.

난 요리복으로 갈아입고 감자채전을 만들어 주었다. 바삭한 소리와 함께 누님들이 맛있게 먹었다.


"와. 3일만에 먹으니까 더 맛있는 거 같네."


릴리 누님은 아마릴리스 누님처럼 말을 하지 않고 말없이 맛있게 먹었다.


"그나저나 그래서 난민으로 인정된거야?"


날라리 누님이 묻자, 난 대답해주었다.


"그게, 조건부가 붙었습니다."

"조건부?"

"한 달 뒤에 난민 심사위원들이 와서 제 음식을 먹어보고, 나라에 도움이 될 만한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겠다네요."

"그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난민으로 인정해주겠단 거예요?"

"그런 셈이죠."


내 걱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금발 누님이 호탕하게 말했다.


"하하하. 뭐가 걱정이야? 이렇게 맛있는 음식 한 두가지 소개해 주면 되는 거 아냐?"

"아, 누님. 전 여기 식재료를 지금 누룽열매빼곤 하나도 모릅니다. 그런데 재료에서 무슨 맛이 날지 뭘 알고 어떻게 만들겠어요."


난 다급히 엘프 자매 누님들의 각 한 손을 낚아채 꼭 쥐었다.


"제발 저 좀 도와주십시오. 맛있는 음식을 해드릴테니까."

"좋지."

"좋아요."


의외로 거래는 쉽게 성사되었다.


"고, 고맙습니다."

"그래, 뭐 부터 알고 싶어, 아저씨?"

"알고 있는 건 다 말해줄게요."


가장 먼저 알아야할 건 이미 정해져있었다.


"엘프, 아니 요정은 주로 보통 무슨 요리를 만들어 먹습니까?"


우선 이들이 무슨 요리를 먹는 지 알아야 그 허를 찌르는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 또한 경관이 '엘프 제국'이 아니라 '요정 제국'이라 말한 것을 보니 이 나라엔 엘프만 사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니 심사위원들도 엘프만 구성되어있진 않을 것 같았다.


"아저씨, 전에 말했듯 엘프는 채소 말고는 먹지 않아. 그래서 채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샐러드류의 음식이 많이 발달했지. 버섯이나 채소를 구워먹기도 하고, 수프로 만들어서 먹기도 해. 곡물을 지어서 밥을 먹기도 하고. 하지만 샐러드 식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대부분의 요정도 마찬가지고."

"과일 샐러드, 버섯 샐러드, 누룽열매 샐러드, 야채 수프, 버섯 구이 등등 이런 걸 먹어요."

"그게 '숭고한 요리'라 했었었죠, 아마?"


정말 샐러드 위주의 식단을 먹나보다. 과일, 채소, 버섯. 앞으로 이게 주재료가 될 것이다. 나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고기를 먹는 요정도 있습니까?"

"있기야 하지. 드워프."


금발 누님이 팔짱을 끼고 설명을 이어갔다.


"드워프, 세공과 제작에 특출난 종족인데, 걔들은 육식도 하는 놈들이야. 고기는 귀해서 보통 생선류를 잘 먹지."

"고기는, 친구들을 잡아먹는 육식동물을 사냥할 때나 얻을 수 있으니까요."


나는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 사냥도 해요?"

"걔들하곤 공존할 수 없으니, 그 녀석들을 사냥하곤 하지. 살기 위해서 먹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친구가 죽는 걸 눈뜨고 볼 수도 없잖아?"

"아······."


나는 조금 수긍했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육식동물의 개체수는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럼, 사냥해서 잡은 육식동물들은 드워프에게 주는 겁니까?"

"그런 셈이지."


나는 다음 궁금증으로 넘어갔다.


"그럼 대부분의 요정들이 고기를 안 먹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 엘프나 다른 요정족들는 자연과 교감하면서 살아가는 종족이야. 우리는 자연의 생명력 없이는 절대 살아갈 수 없거든. 또 동물하고도 교감하며 친구로 지내고 서로 돕지. 아저씨는 친구를 잡아먹고 싶어?"

"그런 생각 없습니다, 누님."


그러자 릴리 누님이 말했다.


"아. 역사 수업 시간 때 배웠는데, 과거에 고대 엘프도 약간의 육식을 했던 적이 있었대요. 지금도 육식을 하는 엘프는 극소수지만 있긴 할 거예요. 그런 엘프는 '폴른 엘프'라고 하죠. 조화를 저버린 이물질이란 의미로요. 그런 엘프는 사회에서 눈초리를 심하게 받아서 은둔 생활한다고 들었어요."

"그러다 우리가 자연과 동떨어져 살 수 없는 존재인 걸 알게 되서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게 되었지. 그래서 이제 우리는 고기 냄새만 맡아도 역겨워. 친구의 시체냄새를 맡는 것 같거든."


날라리 누님은 상상만해도 싫었는 지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된 거였군요. 헌데 어패류는 교감이랄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그건 먹습니까?"

"생선과 조개같은거요? 엘프가 그런 것하곤 교감하진 않죠. 운디네나 나이아데스는 물의 요정이니까 걔들은 하겠지만."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엘프는 과거에 육식을 한 적이 있었지만, 자연과 떨어질 수 없는 존재란 걸 깨닫고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게 되었다. 그래서 동물들과 교감을 했고, 친구 사이로 지내 더 이상 육식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엘프는 유전자 레벨에서 육식을 거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축약할 수 있겠다. 어패류는 교감은 못하지만 딱히 먹어본 적은 없고, 교감하는 요정들은 먹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럼, 우유와 계란은 왜 안 먹는 겁니까? 딱히 죽이는 것도 아닌데."

"친구를 착취하는 거잖아. 아저씨는 친구한테 막 이것저것 뺏어오는 성격은 아니지? 우린 벌들이 힘들게 모은 꿀도 안 뺏어와."

"엘프에게 허락된 우유는 엘프의 모유예요. 애를 낳은 엄마엘프들이 모유를 모아서 팔긴 하는데 비싸죠."

"그런 이유였습니까. 그럼 거래를 해서 정당하게 얻는 건 상관없단 소리군요."

"그렇지?"


자매와의 대화를 통해 요정들의 식생활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음.


"질문 또 있어, 아저씨? 근데 지금까지의 질문이 요리하고 크게 상관 있긴 해?"

"먹는 사람의 식습관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먹지도 못할 요리 만들면 큰일이잖습니까."

"그래서 무슨 요리를 만들지 정했어요?"

"이 세계에 무슨 식재료가 있는지 모르니까 아직입니다."


그때 릴리 누님이 아이디어를 냈다.


"세계는 넓고, 식재료도 그만큼 무궁무진해요. 식재료를 전부 알아서 만드는 것보다, 음식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식재료를 찾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식재료 연구부터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 생각에 난 머리에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정말 기발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늙었는지 머리 회전이 빠르게 돌아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돌아가려 했는가?

이제 남은 기간은 딱 한 달이다. 식재료 공부할 시간은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릴리 누님의 말을 전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그럼, 무슨 요리를 할 건지 정해야지?"

"이미 정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다시 말해 이 기회를 놓치면 난 그대로 추방되어 영영 떠돌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내 모든 것을 끌어내 최고의 한 상을 차려야 한다.

그러려면 보여 줄 수 있는 요리를 최대한 한상에 담아 전부 보여주는 게 맞는 듯하다.


그럼 만들어야할 요리는 정해진 셈이었다.


"무슨 요린데요?"

"제 모든 걸 동원해서 한정식 풀코스 요리를 만들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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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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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떡 돌리기(1) +7 19.09.04 1,825 35 8쪽
10 9화. 촉박한 시간 +7 19.09.03 1,944 38 7쪽
9 8화. 밥과 백김치 +8 19.09.02 1,961 40 8쪽
8 7화. 콩비지전과 콩비지찌개 +7 19.08.30 2,014 42 8쪽
7 6화. 감자껍질칩과 두부 +8 19.08.29 2,130 45 9쪽
» 5화. 난민신청(3) +10 19.08.28 2,139 43 8쪽
5 4화. 난민신청(2) (수정) +10 19.08.27 2,282 45 10쪽
4 3화. 난민신청(1) (수정2) +12 19.08.26 2,539 44 12쪽
3 2화. 감자채전 (수정2) +14 19.08.24 2,835 50 14쪽
2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13 19.08.24 3,145 53 8쪽
1 프롤로그. (수정2) +21 19.08.24 3,753 4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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