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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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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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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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밥과 백김치

DUMMY

사실 누님들이 쇼핑하고 오는 사이에 준비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백김치'이다.


그때는 집에 고추가 없어 '매운 맛이 나는 채소'를 부탁했었다. 하지만 누님들이 다녀오는 동안 뭐라도 만들고자 했다.


그러다 집에 샐러드에 쓰다 만 배추(배추김치 할 때 쓰는 알배추 모양인데, 2분의 1크기로 훨씬 작으며, 이 세계에선 '슈'라고 한다고 나중에 들었다)가 보였다.


배추의 절반, 다시 말해 배추의 윗부분은 샐러드로 이미 사용하고 없고 남은 건 그 아래뿐이었다. 혹시 냉장고에 뭐가 있나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엘프들은 그날그날 싱싱한 채소를 가져와 음식을 만드는지 냉장고가 존재하지 않았다.


음식을 저장한다고 해도 자루에 담긴 곡식이나 조미료, 아니면 말린 재료들뿐이었다.


무엇을 만들지 생각해봤는데, 그때 나는 이것으로 김치를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정식의 밥상에는 당연히 김치가 필수 아니겠는가?


문제는 고추 비스무리한 게 집에 없었기 때문에 초간단 백김치를 만들고자 했다.


먼저, 쓰다 만 배추를 먹기 좋게 썰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다.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야그릇에 소금 2큰 술과 물 2컵을 넣고 잘 녹여주었다.


이 소금물에 남은 배추를 적당히 적시고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배추가 잘 절여지도록 다시 소금을 배추에 골고루 뿌리고, 2시간동안 절여준다. 20~30분마다 배추가 잘 절여지도록 배추끼리 비벼주었다.


배추가 잘 절여지는 동안 나는 자투리 당근(이 세계 말로는 '캬로'라고 하는데, 일반 당근보다 조금 얇다)과 배(이 세계에선 '피루'라고 한다. 비슷한데 호리병 모양으로 생겼다)를 채 썰었다.


배와 당근을 버무리고 2시간 동안 절여진 배추와 같이 섞어준다. 이것으로 완성이다.


원래는 찹쌀가루로 백김치 국물도 만들고 그래야하는데, 집에 재료가 마땅치 않아 이것으로 끝냈다. 당근과 배의 단맛이 백김치를 감칠맛 있고, 시원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양념을 제대로 만들지 않아서 제대로 만들었을 때보단 썩 맛이 좋진 않지만 말이다.


"백김치?"

"이 새하얀 샐러드를 백김치라고 하나요?"

"네. 한번 밥하고 콩비지하고 같이 잡숴보세요. 먼저 먹고 백김치를 나중에 먹어도 되고요."

"아저씨 말이면 맛있겠지."


두 엘프는 신뢰의 눈동자로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숟가락을 공깃밥에 옮겼다. 밥과 콩비지를 먹고 백김치를 아삭 씹어 먹었다.


"으으으으음?!"


엘프 자매는 감탄했다.


"와, 이 백김치란 걸 같이 먹으니까 콩비지의 텁텁한 뒷맛이 시원하게 사라지네?"

"배와 당근에서 은은한 단맛이 섞이니까 그런 거 같아요, 언니. 배추의 아삭함도 좋아요."


다행히 평은 좋았다. 나도 맛을 보긴 했지만, 내 평은 '채소가 괜찮아서 먹어볼만 하네.'였다. '초간단 백김치'라서 양념도 제대로 안 들어갔고, 오로지 재료 본연의 맛으로 승부했다. 엘프의 채소들은 그때그때 가져와서 싱싱하고 상태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쓴 채소들은 어제 가져왔던 거겠지만 말이다.


"누님들, 밥은 괜찮나요?"


밥. 한식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수십 가지의 반찬과 밥의 조화로 먹는 것이 한식의 기본이라 말할 수 있다.


누님이 쇼핑하고 돌아오는 동안 밥도 지었는데, 밥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사실 원래 고향 세계의 밥맛을 살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엘프들이 사용하는 곡물들은 죄다 찰기가 없었다. 엘프쌀은 동남아나 서양에서 먹는 찰기 없는 외국쌀이고, 엘프보리나 엘프현미는 내 고향의 보리와 현미와 상당히 유사하지만 원래 찰기가 없는 곡물이라 많이 아쉬웠다. 전부 샐러드와 같이 먹기에 좋은 곡물들이었다.


그래도 자주 먹는 꽁보리밥으로 만들었는데, 입맛에 맞으려나 모르겠다. 누님들이 오는 동안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엘프보리를 씻고, 1시간 불려준다. 냄비에 보리와 1대3의 비율로 물을 넣어주고 삶아준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5분간 더 삶으면 된다. 이렇게 해야 보리의 단맛이 안 날아간다.


그 다음 보리만 남기고 물을 버린 다음, 1대1의 비율로 물을 넣어주고 끓인다.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중불에서 5분, 약불에서 5분간 더 끓여준다.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한 3~4분 정도) 뜸을 들여 주면 꽁보리밥이 완성된다.


참기름이라도 있으면 같이 곁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며 내심 불안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인 모양이었다.


"응. 맛있게 잘 됐는데?"

"네, 괜찮아요. 밥 잘 됐어요."

"엘프는 찰기 있는 밥을 잘 안 먹나요?"

"찰기 있는 밥?"


엘프 누님들은 처음 듣는 말처럼 갸우뚱했다.


"밥에 찰기가 있어?"

"제 고향에선 찰기가 있는 밥을 주로 먹었거든요."

"신기하네요. 우리가 먹는 곡물은 찰기가 없는데."

"찰기 있는 밥은 안 좋아하세요?"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한식의 밥은 찰기가 생명인데, 이 세계 사람들은 오히려 찰기가 없는 밥에 익숙해서 그쪽으로 가야하는 게 아닌가하고 말이다.


"근데 그건 멀었어?"

"네? 뭘요?"

"두부 다 됐어요?"


요리를 만드느라 깜빡 잊고 있었다. 나도 나이 먹어서 (물론 누님보단 훨씬 어리지만) 건망증이 심해졌나 생각했다.


"금방 내올게요."


두부를 응고시킨 냄비를 들여다보니 두부가 잘 응고되었다. 이게 순두부다. 나는 이 순두부를 천에 잘 싸고 짜서 두부의 물을 빼주어 모양을 만들어주었다. 이걸로 모두부가 완성되었다.


사각형 틀이 없어서 모양이 좀 그렇지만 그래도 두부는 두부다. 나는 이 두부를 접시에 담아 상차림에 올려두었다.


"한번 잡숴보십쇼."


아마릴리스 누님과 릴리 누님은 처음으로 두부를 맛봤다.


"오, 이게 두부란 거구나. 담백하고 괜찮네. 신기한 음식이야."

"콩비지와 맛이 비슷한 거 같으면서 뭔가 달라요. 이거 샐러드에 넣으면 좋겠다!"

"실제로 제 고향 세계에선 두부 샐러드가 있긴 합니다. 맛은 괜찮습니까?"


누님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음. 와! 맛있다! 이런 건 아닌데, 맛 없는 것도 아닌 느낌?"

"담백하다 정도? 콩비지찌개가 더 맛있어."


그야, 콩비지 찌개는 간을 했으니 그렇다. 하긴 두부 그 자체는 재료이기 때문에 맛이 크게 좋을 리는 없다. 물론 정말 두부를 잘 만드는 집에선 두부 자체로도 맛있긴 한데, 난 그렇게 만들 여건은 안 되니 어쩔 수 없다···. 나는 아쉬움에 한 조미료를 떠올렸다.


"간장이라도 찍어 먹었으면 맛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간장?


나는 순간 뇌리에 섬뜩함이 스쳐지나갔다.


"큰일 났다···."

"아저씨, 왜요?"


릴리 누님이 의아했다.


"1달만으론···, 시간이 모자랍니다."


간장과 된장을 만들려면 메주를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메주를 만들고 널려 말리는 데만 빨라도 2주, 메주를 옹기에 넣고 (심지어 숙성시킬 옹기도 없다.)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내는데 못해도 두 달은 걸린다. 나에게 남은 시작은 고작 1달 남짓인데, 한정식을 만들기 위한 필수재료들을 만들기엔 터무니없이 모자란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연참대전이 시작되었네요....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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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떡 돌리기(3) +8 19.09.06 1,706 36 8쪽
12 11화. 떡 돌리기(2) +6 19.09.05 1,734 36 9쪽
11 10화. 떡 돌리기(1) +7 19.09.04 1,825 35 8쪽
10 9화. 촉박한 시간 +7 19.09.03 1,944 38 7쪽
» 8화. 밥과 백김치 +8 19.09.02 1,961 40 8쪽
8 7화. 콩비지전과 콩비지찌개 +7 19.08.30 2,014 42 8쪽
7 6화. 감자껍질칩과 두부 +8 19.08.29 2,130 45 9쪽
6 5화. 난민신청(3) +10 19.08.28 2,138 43 8쪽
5 4화. 난민신청(2) (수정) +10 19.08.27 2,282 45 10쪽
4 3화. 난민신청(1) (수정2) +12 19.08.26 2,539 44 12쪽
3 2화. 감자채전 (수정2) +14 19.08.24 2,835 50 14쪽
2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13 19.08.24 3,145 53 8쪽
1 프롤로그. (수정2) +21 19.08.24 3,753 4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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