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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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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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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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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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떡 돌리기(2)

DUMMY

"소? 이걸로 소(?)를 만든다고요?"

"그 음머~하는 소는 아니고, 제 고향에선 만두나 찐빵처럼 무언가를 감싸서 만드는 음식의 속재료를 '소'라고 합니다, 누님. 다른 말로는 앙금이라고 하죠."


릴리 누님이 소의 개념도 모르는 걸로 봐선 만두나 찐빵도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완성된 조청을 병에 담고, 냄비를 다시 쓰기 위해 벅벅 닦아냈다.


"음. 그러니까 반죽 안에 들어가는 속재료를 소 혹은 앙금이라고 한단 겁니다."

"아, 그렇구나."

"물론 조청으로 소를 만들진 않을 겁니다. 이제 이걸 꺼낼 때가 되었군요."

"아, 그걸 여기에 쓸 생각이었네요?"


좀 전의 상인에게서 찹쌀 말고 산 곡식을 꺼냈다. 바로 '엘프팥'이었다. 팥은 달콤한 떡의 소로 쓰기에 알맞은 속재료이다.


"이건 샐러드에나 죽에 쓰는 재료인데, 이걸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아저씨?"


금발 누님의 말에 나는 살짝 의외였다. 샐러드 쪽이 아니라 죽에 쓴다는 면에서 말이다.


"오, 팥죽이 여기에도 있나보네요. 제 고향 세계에선 코쟁이들은 잘 안 먹어서 '생소한 재료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안 먹으면, 팔 일도 없겠지."

"그건 그렇군요."


나는 먼저 팥을 씻어서 벌레 먹은 것이나, 쭈그러든 것, 덜 익은 것 같이 음식 재료로 못 쓸 것들을 다 골라냈다.


그 다음 냄비에 멀쩡한 팥을 담고, 물을 부어 강불에 삶아준다. 잘 삶아졌으면 팥 껍질이 쭈글쭈글 해진다.


잘 삶아진 팥을 채에 받쳐서 한번 깨끗하게 씻어냈다. 이 때 날라리 누님이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 이미 씻었는데 왜 또 씻는 거야?"

"이렇게 삶아서 한 번 더 잘 씻어내야 떫은맛을 씻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님."

"아, 그렇구나."


다시 냄비에 씻은 팥을 넣고 팥이 완전히 잠길 때까지 물을 부어준 뒤, 강불로 팔팔 끓여준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이렇게 약불로 줄여서 보글보글 끓여야합니다."

"왜요?"

"이렇게 해야 팥 알갱이가 안 깨지기 때문입니다, 누님."


릴리 누님의 궁금증을 풀어준 나는 팥이 아주 쉽게 으깨지도록 삶아주었다. 손가락으로 약간의 힘만 줘도 으스러져야 할 정도로 말이다.

이제 이 팥을 넣은 냄비를 식혀줘야한다. 손으로 으깨줘야하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 슬슬 밥먹어야하지 않을까요?"

"아저씨, 밥 먹자."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까?"


-꼬르륵


그 때 배꼽시계가 울렸다. 시장보고 조청을 만드는데 5~6시간 언저리나 지났으니 배고픈 건 당연했다. 창밖을 보니, 이미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아있었다. 빛의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전등 빛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다 같이 점심에 먹었던 남은 콩비지찌개를 데우고, 백김치, 그리고 간단한 샐러드, 두부, 보리밥과 함께 다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근데, 아저씨. 저거 다 만들고 나서 정작 반죽이 아무것도 없는데, 뭐로 만들려는 거야? 떡은 찹쌀로 만들어야한다며."

"하지만 비싸서 쌀떡은 취소고, 감자떡을 만들 생각입니다."

"감자떡?"


엘프 자매는 식사 중에 놀라 말했다.


"예. 감자로 반죽을 만들어서 떡으로 만들어낼 생각입니다."

"그게 가능해?"

"네. 감자전분이 있으니 쫄깃한 식감으로 만들어낼 수 있죠."


난 먼저 식사를 끝내고 요리를 하러 움직였다.


"잘 먹었습니다.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어, 그래."


어느 정도 포만감이 차자 식탁에서 일어나 팥을 식히는 동안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 나는 자루에서 감자(누룽열매)를 꺼냈다.


감자를 씻어, 껍질을 까고, 도마를 꺼내 깍둑썰기를 해주었다.


-탁탁탁탁


도마에서 울려 퍼지는 칼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나는 믹서기, 싸이클론을 꺼내 토막 난 감자를 조금씩 넣고 갈아주었다. 혹여나 믹서 칼이 안 들까봐 조금씩 갈아냈다.


-왱~왱왱 왱왱


그렇게 시끄러운 믹서소리가 끝나니 감자가 전부 갈렸다. 나는 갈은 감자를 그릇에 담고, 면보자기에 싸서 물을 꽉 짜주었다. 짜서 나온 감자물에 감자전분이 가라앉아있을 것이다.


"아, 맞다, 누님. "

"왜?"

"릴리 누님하고 먼저 주무십시오. 고운 팥앙금을 만들어내기 까지 몇 시간은 더 있어야하니까요."

"몇 시간씩이나?"

"예."


아마릴리스 누님은 예상보다 긴 요리시간에 경악했다. 그야, 조청 만드느라 몇 시간을 썼는데, 거기에 또 몇 시간을 더 요리해야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긴 했다.


"아, 알겠어. 그럼, 우리 먼저 잘게."

"다 드셨으면 설거지 하게 그릇들 싱크대에 두세요."


그러자 엘프 자매는 다 먹은 그릇은 싱크대에 담았다. 그리고 릴리 누님이 물었다.


"그럼 그 떡이란 요리는 언제 되는 거예요?"

"오늘 밑준비만 끝낼 거고, 내일 아침이면 완성될 겁니다. 아마도."

"그럼, 수고하세요. 먼저 잘게요."

"네. 시끄럽지 않게 요리하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엘프 자매가 침실로 들어갔는줄 알았는데, 백발의 누님이 덜컥 문을 열고 말했다.


"맞다. 내일은 우리 퀘스트 하러 나갈 거니까 알아서 떡을 돌려야 할 거예요."

"퀘스트요?"

"일을 해야 돈을 벌 거 아냐."

"그건 좀 곤란한데 말이죠···."

"돈을 버는 게 왜 곤란해요?"


그야 그럴 것이 같은 엘프인 누님들이 곁에 있어줘야 이웃의 경계를 낮추고 떡을 돌리기 쉬울 테니까. 혼자서 돌렸다간 문전박대 당할지도 모른다. 그럼 낭패다.


"무슨 이유에서 그런지는 알겠는데,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해, 아저씨."

"아침에 언제 나갑니까?"

"엘프들은 보통 동이 트고 아침을 먹고 나가지. 퀘스트를 많이 하려면 말이야."

"그럼, 아침 식사시간 때 같이 떡 돌려드릴 수 있겠습니까?"

"응?"

"도시락 싸드리겠습니다."

"······."


누님은 말을 잃었다.


"후···. 알겠으니까, 먼저 잘게."

"잘 자요, 아저씨."

"하하. 안녕히 주무십시오, 누님들."


날라리지만, 어쩔 수 없이 져주는 누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아무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 재료준비를 마무리 해야지.


난 감자물 윗부분을 따라내고, 아래 가라앉은 감자전분과 보자기 속 물기 짜낸 감자를 섞어주었다. 그리고 소금 1 작은술을 넣고 다시 조물조물 골고루 섞어주었다.


이렇게 노르스름한 감자반죽이 완성되었다. 이걸 내일 아침에 써야하니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다른 그릇을 뚜껑으로 써서 위에 덮어주었다.


그 다음 위생을 위해 손을 씻고, 적절히 식은 냄비에 손을 넣어 팥을 터트려주었다. 그리고 눈이 고운 채반에 채반 째로 큰 그릇에 담아, 그 위에 팥물을 넣고 국자로 꾹꾹 눌러 팥을 으깨주었다.


믹서로 갈게 되면 팥 껍질도 갈려서 이상하게 껍질 특유의 텁텁한 맛이 나기 때문에 껍질을 거르려고 이런 수고를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채반에 껍질이 걸러져 아래 그릇에 걸러진 팥물이 남게 되는데, 이걸 몇 십분 둬서 앙금을 가라앉힌 후 윗물을 버린다. 그 다음 여기에 맑은 물을 더 붓고 이 작업을 수차례 한다. 이렇게 해야 미처 못 거른 팥 껍질을 솎아낼 수 있다. 이걸 윗물이 반투명해질 때까지 해주면 된다.


다 되었으면 이 팥물을 천으로 감싸 꾹 짜내 앙금만 걸러낸다. 최대한 물기를 짜내는 게 포인트다. 나머지 팥물은 버린다.


"좋아. 이제 다음 단계다."


이렇게 걸러낸 앙금의 반과 설탕을 일대이의 비율로 넣고 설탕이 녹아버릴 때까지 약불에서 가열해준다.


초콜릿마냥 녹은 모양이 되었으면, 이제 나머지 앙금 반을 넣고 강불에서 걸쭉한 팥앙금이 될 때까지 휘휘 저어주며 졸여준다. 강불이 아니면 쫀득함이 사라지니 주의해야 한다.


-팟! 팟!


시간이 흘러 앙금이 보글보글 끓으면서 기포가 터지는 소리가 요란해졌다. 누님들이 이 소리에 깰까봐 걱정했다.


아무튼 딱딱하고 걸쭉하게 떠질 수 있으면 다 된 것이다. 그 다음엔 죽을 식힐 때처럼 이 앙금을 벽에 펴 발라 열을 빠르게 빼준다.


열이 어느 정도 빠졌으면, 젖은 면보자기에 앙금을 떠 담아 완전히 식혀주면 된다.


이것으로 고운 팥앙금이 완성되었다. 시간을 보니 새벽인 것 같았다.


이제 나도 잠시 눈 좀 부쳐야겠다. 일찍 일어나 누님들 도시락도 싸줘야하니까.

피곤해서 눈이 스르르 감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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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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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떡 돌리기(4) +9 19.09.07 1,701 36 9쪽
13 12화. 떡 돌리기(3) +8 19.09.06 1,706 36 8쪽
» 11화. 떡 돌리기(2) +6 19.09.05 1,732 36 9쪽
11 10화. 떡 돌리기(1) +7 19.09.04 1,825 35 8쪽
10 9화. 촉박한 시간 +7 19.09.03 1,944 38 7쪽
9 8화. 밥과 백김치 +8 19.09.02 1,960 40 8쪽
8 7화. 콩비지전과 콩비지찌개 +7 19.08.30 2,014 42 8쪽
7 6화. 감자껍질칩과 두부 +8 19.08.29 2,130 45 9쪽
6 5화. 난민신청(3) +10 19.08.28 2,138 43 8쪽
5 4화. 난민신청(2) (수정) +10 19.08.27 2,281 45 10쪽
4 3화. 난민신청(1) (수정2) +12 19.08.26 2,539 44 12쪽
3 2화. 감자채전 (수정2) +14 19.08.24 2,835 50 14쪽
2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13 19.08.24 3,145 53 8쪽
1 프롤로그. (수정2) +21 19.08.24 3,753 4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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