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특성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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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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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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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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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DUMMY

“후우···.”


세건은 계속 메이스를 휘두르느라 뻐근해진 어깨를 주무르며 길드로 돌아왔다.


등에 멘 가방에는 돌거미 마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돌거미는 마석 외에는 딱히 쓸모가 없는 마물이었기 때문에 다른 소재는 챙기지 않았다.


바위나 마찬가지인 껍질은 원시적인 방어구로 가공할 수도 있지만 차라리 금속 갑옷을 입는 편이 나았다.


아무리 쇠퇴했다지만 인류의 금속 가공 능력이 없어진 건 아니었으니까.


‘생각보다 수확이 별로였어···.’


가방 속 돌거미 마석의 숫자는 42개.


한 번에 4200만 그렛을 번 셈이었지만 세건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애초에 돈이 아니라 쓸 만한 특성을 찾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냥한 돌거미 열 마리를 흡수해 희귀 정수까지 만들어 봤지만 여전히 강해보이는 특성은 나오지 않았다.


추천 랭크 C~B 정도로는 괜찮은 특성을 얻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살아왔군.”


창구로 다가오는 세건을 보는 노인은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세건이 가방에서 돌거미 마석들을 꺼내기 시작하자 처음으로 노인의 표정이 변했다.


“혼자서 이만큼 사냥했다고···?”

“예. 뭐 마법사니까요.”


세건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노인은 놀란 눈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마법사라고 다 같은 건 아니지. 혼자 돌거미를 이정도로 사냥할 수 있을 정도라···. 오랜만에 싹수있는 신삥이 온 거 같군.”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시니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네요.”

“뭘 반응해?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 되는 거지.”


잠깐 놀랐던 기색도 사라지고 심드렁하게 변한 노인이 마석들을 챙겨 카운터 아래 놓았다.


“4200만 그렛 가져와.”


책상에 달린 벨을 누르고 마이크에 대고 중얼거린 노인이 세건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돈은 별도로 보관하고 있어서 시간이 좀 걸리지. 잠깐 앉아 있어.”


의자에 앉은 세건이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노인을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하던 세건이 입을 열었다.


“혹시 몬스터에 대해 잘 아십니까?”

“몬스터에 대해? 그야 남들보다는 잘 알겠지. 헌터 길드 직원이니까.”

“제가 사냥할 몬스터들을 찾고 있는데··· 혹시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요?”


세건의 질문에 노인이 눈을 깜빡였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헌터야 의뢰가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되는 거지. 무슨 몬스터를 가려서 사냥한다는 건가?”

“그게···.”


세건은 정수를 흡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빼고 강력한 특징이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가하던 차에 여흥이 생긴 노인은 지금까지 무뚝뚝하고 관심이 없던 태도를 버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세건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강력한 특징이 있는 몬스터라. 조금 애매한 질문이군. 강력한 몬스터라면 어디보자···.”


잠시 창구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던 노인이 몬스터들의 이름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근방에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지만 역시 가장 강한 몬스터하면 정령밖에 안 떠오르는군. 총도 안 먹히고.”

“육지 크라켄은 일종의 육지 문어 돌연변이인데 크기가 수십 미터가 넘는 괴물이야. 땅속에 숨어 있다가 다리를 뻗어서 덮치는데 그 다리에 붙잡히면 전차도 으깨버릴 수 있어.”

“요즘 근방에 요새게가 돌아다니는데 이놈도 엄청난 몬스터지. 잘은 모르는데 나노머신 덕분에 반은 기계랬나? 등에 온갖 무기를 탑재한 요새를 짊어지고 다니는 기계 생물이야.”


분명 강력한 생물이긴 했지만 설명을 듣던 세건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마법사라고 해도 도저히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강력한 몬스터들을 알려달라고 하긴 했지만 수십 미터 크기의 괴수들을 소개하다니.


‘그런 걸 잡을 수 있으면 사이먼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겠지···.’


그 순간 세건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잠깐만. 강력한 정수를 얻으려면··· 그만큼 쎈 놈을 잡아야 된다는 뜻이잖아?’


세건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하게 변했다.


강력한 정수를 얻으려면 결국 그만큼 강한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


즉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조금씩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천천히 강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마음이 급했다.


당장이라도 오르기스 상회에 쳐들어가서 가족의 행방을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무작정 더 센 정수를 노리는 건 조금 무리인가?’


노인은 갑자기 고민에 빠진 세건을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곧 흥미를 잃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젊은이를 기다려 줄 수 있을 정도의 연륜이 있었다.


‘생각을 다르게 해보자. 지금 내 강점이 뭐지?’


멍하니 담배 연기를 바라보면서 세건은 생각에 잠겼다.


남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타르킨의 괴력?


몸을 기계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강철 몸?


순간적으로 세상이 느려진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고속사고?


아니면 원거리에서 화염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파이어볼 마법?


뭐 하나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웠다.


“아니야···. 그게 아니었어.”


세건이 무심코 육성으로 중얼거렸다.


세건의 힘은 강력한 특성을 갖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다른 생물의 특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다양한 특성을 여럿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강한 특성도 좋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조합이야.’


깨달음을 얻은 세건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

[장착 정수(4)]

괴력(Lv.3), 강철 몸(Lv.4), 고속사고(Lv.3), 화염마법(Lv.1)-파이어볼

====


세건은 현재 장착한 정수를 살폈다.


주로 근접전을 벌이는 세건에게 공격력과 방어력을 올려주는 괴력과 강철 몸 특성은 궁합이 좋았다.


결정적인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고속사고도 비장의 수라 할 만 했다.


파이어볼은 근접에 특화된 세건에게 원거리를 마법으로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했다.


‘전체적으로 나쁜 조합은 아니지만··· 너무 무난해.’


기본적으로 근접전을 벌이며 종종 파이어볼로 기선을 제압하고, 결정적인 순간 고속사고를 이용한 결정타를 먹인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범용성을 중시한 조합이었다.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지만 특별히 강한 부분은 없었다.


‘이래선 안 돼. 특화야. 특화로 가면 훨씬 강해질 수 있어!’


동면에 들기 전 나름 헤비 게이머였던 세건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어느 게임이든 다양한 스킬을 골고루 찍다보면 결국 망캐가 되기 십상.


보통은 일부 스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만 진짜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현실과 게임은 다르지만 어차피 상태창도 있는 마당이니 세건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건··· 강한 몬스터만 사냥할 게 아니야.’


물론 정말로 강력한 특성이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특성 하나만으로 무쌍을 찍을 수 있다면 뭘 어떻게 짜든 상관없는 문제니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다양한 정수를 모으는 거야.’


조합을 짜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수가 필요했다.


약한 몬스터라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많이 잡아서 특성을 강화시키면 그만이었다.


“생각은 끝났나?”


갑자기 눈이 반짝이며 고개를 든 세건을 보면서 노인이 물었다.


“네.”

“돈이 온 것도 모를 정도였나?”


노인이 피식 웃으며 어느새 옮겨온 쟁반을 가리켰다.


쟁반 위에는 카드 형태의 그렛화가 질서정연하게 쌓여 있었다.


그러나 세건은 거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보다 어르신. 다른 걸 여쭤보고 싶은데요.”

“다른 강력한 몬스터라면···.”

“아뇨. 그보다는 특이한 몬스터··· 아니, 몬스터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이 근처에 뭔가 특이한 능력을 가진 생물들 없나요?”


세건의 질문에 노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특이한 생물? 헌터가 아니고 무슨 마물학자나 아니면 생물학자 그런 거냐?”

“학자라. 하하. 그건 아니지만 관심이 좀 있죠.”


비록 고대와 비교될 수준은 아니라 해도 학자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 중에는 몬스터나 다양한 생물들을 직접 관찰하고 연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됐다. 일 이야기가 아니면 돈 챙기고 그만 가봐.”


그러나 노인은 흥미 없는 표정이었다.


이곳은 헌터 길드.


잠깐 여흥은 되었지만 노인은 굳이 업무에 관련되지도 않은 일에 입을 놀릴 생각이 없었다.


“사례비를 드리겠습니다. 돈은··· 그렇지. 이만큼 드리죠. 아, 적어놓게 노트랑 펜도 좀 주세요.”


세건은 쟁반에 쌓인 돈을 대충 집어 들어 노인에게 건네고 책상 위에 놓인 펜과 노트를 가져갔다.


눈대중으로만 계산해도 천만 그렛을 훌쩍 넘는 액수.


무례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금액이었다.


말없이 쟁반을 노려보던 노인이 결국 입을 열었다.


“흠흠. 과연. 그런 생물이 있었군요.”


세건은 씨익 웃으며 노트에 노인의 말을 빠르게 옮겨 적기 시작했다.


*****


“진짜 이놈들 징그럽게 질기네.”


세건은 기가 질린 얼굴로 막 자신에게 달려드는 워터 트롤의 머리를 후려쳤다.


개구리를 닮은 구부정한 마물이 끈적끈적한 점액과 함께 푸른 피를 뿌리며 자갈 위에 쓰러졌다.


워터 트롤은 물만 있으면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마물이었다.


물론 아무리 회복력이 강하더라도 머리가 박살나면 결국 죽었지만.


“뭐야? 이제 없어?”


기계처럼 메이스를 휘두르던 세건은 더 이상 워터 트롤이 다가오지 않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졸지에 떼죽음을 당한 워터 트롤들이 강변에 가득 쓰러져 있었다.

그동안 엔트위프 강에 서식하면서 때때로 인간들을 습격하던 워터 트롤 무리가 하루 만에 전멸했다.


“겨우 끝났군···.”


푸른 체액이 뚝뚝 떨어지는 메이스를 강물에 담가 대충 헹궜다.


일반적인 금속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아다만다이트는 녹이 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럴 때 편리했다.


“정수 흡수!”


엔트위프 강을 워터 트롤들의 푸른 피로 물들인 세건은 환호성을 지르며 정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수분이 많기 때문인지 워터 트롤들은 건어물처럼 바짝 말랐지만 먼지로 변하진 않았다.


[정수를 흡수했습니다.]

[정수를 흡수했습니다.]

···

[마물: 워터 트롤x245]


한참 동안 정수를 흡수한 끝에 세건은 마침내 245마리나 되는 시체들을 모두 흡수할 수 있었다.


“크으···. 그동안 힘들었지.”


길드 노인에게 천만 그렛이란 거금을 건넨 세건은 그 뒤 특이한 능력을 지닌 몬스터나 생물을 사냥하는데 집중했다.


능력의 특이성보다는 사냥이 쉬운 것이 가장 큰 기준이었다.


너무 약한 생물들은 특성 레벨이 낮거나 심지어 표시되지 않는 경우조차 있기 때문에 정수를 대량으로 얻는 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살인 새우 같은 돌연변이나 심지어 벌레까지 마구잡이로 사냥했다.


그리고 오늘.

2주에 걸친 사냥 끝에 마침내 노인이 말한 특이 생물 리스트 최종 목표였던 워터 트롤의 정수를 흡수했다.


“상태창!”


마침내 일을 마쳤다는 성취감을 만끽하면서 세건은 주저없이 상태창을 불러냈다.


그동안의 성과를 확인해볼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 별매77
    작성일
    19.11.15 01:17
    No. 1

    매일 올려주신다고 고생이 많네요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건필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1 쏙독
    작성일
    19.11.15 03:40
    No. 2

    감사 또 감사드립니당 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SaRyuFel
    작성일
    19.11.15 18:39
    No. 3

    암시장에서 죽인 마법사 능력은 흡수안했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1 쏙독
    작성일
    19.11.15 21:41
    No. 4

    앗 넹.
    안 죽였어용.
    확인해보니 노인을 쫓느라 급해서 안 죽이고 그냥 간거였는데, 그 부분이 묘사가 안되어 있네요
    수정해야되는데 일요일날 전부 수정할 수 있을지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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