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특성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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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쏙독
작품등록일 :
2019.11.0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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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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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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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DUMMY

“하아···. 도시 공기는 역시 다르네.”


대재앙 이후 처음으로 번듯한 정장을 차려 입은 세건은 도시를 둘러보며 크게 심호흡 했다.


오르기스 상회에서 쫓겨난지 1년.

마침내 세건은 엔트위프에 들어올 수 있었다.


‘꼭 아무 일도 없는 것 같네.’


폐허와 고철에 둘러싸인 슬럼가와 달리 엔트위프는 깨끗했다. 마치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어떻습니까?”

“마치 여기만 대재앙이 빗겨나간 것 같군요.”


부시장이 안내로 붙여준 검은 양복, 로드릭이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민들이 노력한 덕분이죠. 근방에서 엔트위프만큼 살기 좋은 도시는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로드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세건은 아련한 눈으로 엔트위프를 바라보았다.


사실 번듯한 대도시에서 살았던 세건에게는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세건은 대재앙 이전으로 돌아온 것 같은 향수를 느꼈다.


‘역시 바깥과는 달라.’


세건은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을 살폈다.


슬럼가 사람들은 항상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의 공포에 떨었다.

가난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겨우 목숨을 이어나가는 게 그들의 삶이었다.


그러나 도시 안 시민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다.

돈이든 안전 덕분이든.


“그런데 차가 안 보이네요.”

“차량은 비싸서···. 대부분은 도시나 기업 소유입니다. 고대와는 다르게 개인 소유 차량은 거의 없습니다. 법적으로도 까다롭구요.”


그래도 대재앙의 여파는 피할 수 없었는지 도로에 다니는 차는 거의 없었다.


간혹 짐을 가득 실은 트럭만이 돌아다닐 뿐.


“가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계획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세건과 함께 걸으면서 로드릭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오르기스 회장은 오늘 상회 최상층에 있는 32층 회장실에서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머물 겁니다.”

“음.”

“세건 씨는 뉴템즈의 부유한 사업가로 오르기스 상회와 거래를 위해 찾아온 겁니다. 그럼 아마 20층쯤에 있는 회의실로 옮겨갈 겁니다.”


이미 몇 번이고 들은 내용이었지만 세건은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렸다.


사업상 대화를 나누러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는 순간 상대를 제압하고 그대로 최상층으로 향한다.


‘안 되면 계단으로나 가야겠지.’


어설펐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오르기스 회장을 인질로 삼아서 세건 씨가 필요로 하는 가족의 정보를 알아내세요. 가능한 빨라야 할 겁니다. 곧 사이먼이 올 테니. 상회에서 탈출하기 전에 오르기스 회장과 사이먼 쇼어는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세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기스 회장과 사이먼을 반드시 죽이는 것이 부시장이 세건에게 내건 조건이었다.


“상회에서 탈출하면 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운전석에 탑승해서 그대로 직진하세요. 동쪽 성문은 우연한 보수공사로 열려 있을 테니, 그대로 달아나시면 됩니다. 경비대는 추격하지 않을 겁니다. 약속된 장소에 제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거기서 돈이랑 물건을 받으신 뒤 다른 도시로 떠나시면 됩니다.”


엔트위프 절반을 지배하는 상회의 주인을 무너트리고도 도시 주변에 돌아올 수 있을 리 없었다.


‘어차피 가족을 찾아야 하니까.’


“나머지는···.”

“오르기스 회장이 죽은 게 확인되면 테리 씨에게 2급 시민권이 부여될 겁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세건 씨가 맡겼던 5억 그렛은 전달될 겁니다.”


세건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세건이 죽는다면 함께 어울렸던 테리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5억 그렛은 도망쳐야 할 테리를 위한 위로금 같은 물건이었다.


“이상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 있습니까?”

“아뇨. 더는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시간도 없고.”


이야기 하는 사이 어느덧 도착한 오르기스 상회의 빌딩을 올려보며 세건이 고개를 저었다.

****


오르기스 상회.


“어서 오십시오! 뉴템즈의 모리 씨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저는 오르기스 상회의 올리버 렘지입니다. 대접이 변변치 못해 죄송합니다. 자, 일단 이쪽으로 오시죠. 회의실로 안내하겠습니다.”


부시장이 무슨 수를 썼는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르기스 상회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모를 의심을 피하기 위해 세건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휘적휘적 앞장 선 올리버가 안내한 곳은 엘리베이터 홀이었다.


‘엘리베이터···. 이런 것도 오랜만이구나.’


여섯 대나 되는 엘리베이터 문을 본 세건이 그동안 얼마나 문명과 멀어져 있었는지 실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올리버가 곧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 오르기스 본사에서는 여섯 대의 엘리베이터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유지보수까지 철저하게 하고 있으니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엘리베이터라···. 꽤 돈이 들 것 같은데요.”


세건의 질문에 올리버가 신이 나서 설명했다.


“필요한 부품을 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희는 오르기스 상회니까요.”


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올리버는 오르기스 상회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번 거래가 가져올 이득에 대해서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여전히 세건은 간간이 대답할 뿐이었지만 올리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 엘리베이터, 혹시 최상층까지 올라갑니까?”

“예?”


대화를 나누다가 무심코 입을 연 세건은 당황한 올리버를 보고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밖에서 보니 제법 높은 건물이더군요. 그래서 혹시 가능하다면 엔트위프 전경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아아. 그러시군요. 죄송하지만 최상층은 전부 회장님이 쓰고 계셔서···. 아, 그렇지. 31층이라면 가능한데, 한 번 가보시겠습니까?”

“오. 일하기 전에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31층···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


세건의 말에 잠시 뜸을 들였던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운이 좋아. 일이 쉬워지겠어.’


세건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20층에서 단번에 10층을 올렸다.


올리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세건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도착···.”

“고맙습니다.”


세건이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올리버의 목을 졸랐다.


“켁···!”


마법사의 억센 손에 목이 졸린 올리버는 경악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31층에 기절한 올리버를 내던진 세건은 곧장 32층을 클릭했다.


쿠웅.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정지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단순한 고장은 아니리라.


그 순간 세건은 주저하지 않고 메이스를 뽑아 엘리베이터의 천장을 후려쳤다.


마력으로 강화된 마법사의 팔힘만으로도 엘리베이터를 부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위로 뛰어오른 세건은 엘리베이터 로프를 타고 재빨리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아 그렇게 빠르진 않았지만 올라가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위이이이잉


세건의 침입을 드디어 알아차렸는지 건물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저기군.”


로프를 타고 올라가던 세건은 희미하게 빛이 새어드는 틈새를 발견하고 몸을 날렸다.


콰아아앙!


엘리베이터 문을 박살내며 세건이 32층으로 뛰어들었다.


한 층 전체를 자신의 개인 방으로 사용하는 남자.


오르기스 회장이 여섯 명의 호위들을 거느리고 세건을 기다리고 있었다.


“암살자인가?”

“아니. 물어볼 게 좀 있어서 말이야.”


‘혼자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호위들은 모두 마법사였다.

제압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터.


사이먼이 오기 전에 서둘러야 하는 세건은 눈살을 찌푸렸다.


“물어볼 것이라.”


한편 오르기스 회장은 도시의 숨겨진 지배자라는 말에 걸맞게 난입한 세건을 보고도 태연했다.

적어도 그런 태도를 연기했다.


“그게 뭐길래 감히 내 집무실까지 쳐들어 온 거냐?”

“이전에는 한 마디도 못 듣고 쫓겨나서 말이야. 조금 강압적으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

“흠?”


오르기스 회장은 세건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


“너는 기억 못하는 것 같은데···. 내 가족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었거든.”

“가족이라. 이런 미친 짓을 저지르기에 충분한 동기이긴 하군. 그런데 왜 나한테 네 가족을 찾는 거지? 나는 가족을 찾을 만한 사람들을 남겨둔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후환을 일절 남겨두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선언한 회장의 말에 세건은 쓴웃음을 지었다.


“1년 전에 너희가 깨웠던 동면자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동면자··· 흠. 작년에 두 세 명 깨웠던 것 같긴 한데. 모두 쓸모없는 놈들이었지.”

“그래. 말로 해서는 알려줄 놈들이 아닌 것 같아서.”

“제정신이 아닌 놈 치고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세건은 잠시 자신을 비웃는 회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일단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겠는데···. 굳이 피를 보지 않고 순순히 알려줄 생각은 없는 건가?”

“글쎄. 난 그럴 생각이 없어서. 너야말로 이런 짓을 저질러 놓고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세건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피를 볼 수 밖에.”


그 순간 호위들이 세건을 향해 달려 들었다.


마력을 끌어올리면서 호위들의 눈에서 여러 색깔의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흠.”


그 모습을 보는 세건은 태연하게 양팔을 벌렸다.

세건에게 달려든 호위들이 일제히 세건의 목과 가슴, 배에 무기를 겨눴다.


“뭐지? 항복이라도 할 생각인가?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는데.”

“그보다 거기서 가만히 움직이지 말고 있어. 괜히 죽였다가는 골치 아프니까.”


타다다다당!


회장과 호위들의 얼굴에 잠시 의문이 어린 순간 세건의 팔과 가슴에서 수많은 불꽃이 일었다.


“커헉···!”


옷을 찢고 쏟아진 탄환이 호위들을 덮쳤다.


세건을 제압하기 위해 접근했던 호위들은 방어막조차 가동하지 못하고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특성: 무기공장(Lv.1): 당신은 걸어 다니는 무기공장입니다. 몸에서 무기와 탄약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무기공장. 요새게에서 흡수한 정수였다.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세건의 몸에는 수많은 총구가 초연을 흘리고 있었다.


요새게처럼 몸집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무기의 종류는 훨씬 적었다.


그러나 소구경 화기도 가까이 접근한 마법사들을 해치우기엔 충분했다.


“이, 이건···.”

“이제 조금 말할 기분이 들었으려나?”

“크아아악!”


세건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총성이 울리고 오르기스 회장의 왼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 당장 벌집이 되고 싶지 않으면 부하들에게 말해. 내 가족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오라고.”

“이, 이 자식···. 이러고도 곱게 죽을 수 있을 것 같나? 이제 곧 사이먼이 온다. 그럼 네놈은···!”


탕!


이번에는 세건의 탄환이 회장의 왼손가락 두 개를 날려 버렸다.


“끄으으으···.!”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지금은 나밖에 없거든? 그럼 순순히 따르는 게 현명한 선택 아닐까?”


세건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회장이 어쩔 수 없이 품에 손을 넣어 휴대전화를 꺼냈다.


대재앙 이후 작동하는 희귀한 물건 중 하나였다.


“나다. ···아직은 무사하다. 작년 깨운 동면자들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가져와.”

“당장. 그리고 동면 캡슐 더 있나 확인하고.”

“···당장. 그리고 동면 캡슐 보유한 게 더 있나?”


회장은 고분고분 세건의 말을 따랐다.


“어쩐지 힘들어 보이는데. 일단 앉아서 좀 쉬지 그래?”


세건이 멀지 않은 곳에 소파를 가리켰다.


작가의말

리메이크 욕구가 점점 강해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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