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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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작품등록일 :
2012.08.15 07:59
최근연재일 :
2012.08.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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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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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천신전기 1.장안으로(3)

DUMMY

1. 장안으로 (3)


진사귀는 서생이 빙긋 미소를 지을 때 자신의 몸이 일으킨 반응을 결코 무시하지 못했다. 수많은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이 자리에 올라선 진사귀였다. 위험을 감지하는 그의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내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

진사귀는 세상에서 자신의 목숨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위인이었다. 결심을 굳힌 진사귀는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모두 산채로 돌아간다.”

진사귀의 돌연한 외침에 그의 부하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닭 모가지 하나 비틀 힘이 없어 보이는 비리비리한 서생이 꺼져라 한다고 해서 “예, 알겠습니다.” 하고 꺼져 주는 일은 도저히 이해 불가였다.

“이것들이 귓구멍이 막혔나? 빨리 철수하지 않고 뭐해. 내 명령을 어기는 놈들은 청룡채에서 영구히 제명한다.”

진사귀의 외침에 뒤에서 미적거리든 놈들이 놀라서 급히 신형을 날렸다. 그들은 진사귀의 명령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어길 수는 없었다. 진사귀는 은근히 뒤끝이 있었다.

만약 그의 명령을 거역한다면 청룡채에서 영구 제명은 물론이고 다른 그 어떤 산채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진사귀의 눈 밖에 난 놈은 결국 녹림십팔채에서 쫓겨나 평범한 산적이 되거나 좀도둑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진사귀와 그의 일당들이 일시에 물러가 버리자 서생은 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허! 그놈 참… 꺼지라 했다고 제법 명성을 쌓은 놈이 정말 꺼지다니… 명 한번 질긴 놈이군.”

3호와 7호가 죽고 난 다음에 도착한 관계로 그들을 구해줄 수 없었던 서생은 진사귀를 살려줄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놈의 화를 돋워서 자신에게 덤비게 만들려 했는데 놈이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겨 쳐버리고 자신의 말대로 그냥 꺼져 버리니 다시 잡아서 죽이기도 난감했다. 어차피 서생은 3호, 7호와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오직 수련에게 볼 일이 있을 뿐이었다.

“많이 놀라셨지요?”

수련에게 다가온 서생이 부드러운 말로 묻자 수련은 서생의 품에 와락 안기고 싶었다. 수련이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서생이 잘 생겨서 그런 마음이 든 것은 결코 아니었다. 서생과 자신은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생이 비록 진사귀에게 꺼지라는 한마디 밖에 한 것은 없지만 서생에 대한 수련의 고마운 마음은 진심이었다.

“공자님은 어디서 오셨나요?”

수련의 물음에 서생의 손끝은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

수련의 물음에 서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라니… 어찌 그럴 수가?”

동쪽도 아니고 남쪽도 아니고 그렇다고 북쪽도 아니고 서쪽도 아닌, 하늘이라고 하자 수련은 황당했다.

“하늘에서 오셨다면… 혹시 신?”

수련의 물음에 서생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난 하늘에서 온 천신이요.”

수련은 왠지 자신을 천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내의 말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니 청룡무적 진사귀가 사내의 말에 꽁지를 말고 도망치지 않았는가? 사내가 천신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천신을 대하는 9호의 행동을 보고 더욱 사내를 천신이라 믿게 되었다.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천신을 바라보는 9호의 눈은 최면에 빠진 것처럼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네가 맡은 일이 있을 것이다. 이 길로 장안으로 가서 네가 맡은 일을 수행하라.”

“내가… 맡은 일? 그것은 수련아가씨를 장안까지 호위하는 일인데…….”

“수련아가씨는 장안으로 가지 않는다. 그러니 수련아가씨를 호위하는 네 임무는 이제 끝이다. 그러니 넌 장안에 가서 너의 진짜 임무에 충실해라.”

천신의 말에 9호는 즉시 반응을 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장안으로 출발하겠습니다.”

9호가 미련 없이 떠나자 수련이 걱정이 된다는 듯 말했다.

“혼자 떠나게 해도 괜찮을까요?”

“걱정할 것 없소. 9호는 모용세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중앙표국으로 가서 표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장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오.”

그것은 3호, 7호, 9호의 원래 계획이었다. 표물을 운반하는 표사들과 동행하면 안전하게 장안으로 갈 수 있었다.

“제가 장안에 가지 않으면 아버님이 무척 걱정하실 거예요.”

“그것 역시 걱정할 것 없소. 내가 9호에게 왜곡된 기억을 심어 놓았소. 9호의 기억에는 수련씨가 세작임무에 싫증을 느껴 무공을 익히려 하는데 마침 3호와 7호의 죽음 속에 수련씨와 9호를 구한 아미파 여승의 눈에 들어 그녀의 제자가 되어 10년 기한으로 무공을 익히려 한다고 되어 있소. 그러니 소식을 들은 양만춘 성주는 오히려 안심할 것이오.”

천신의 말에 수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세작일 보다 아미파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무공을 익히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날, 천신과 수련은 마을로 내려가서 바로 방을 잡았다. 수련은 천신과 부부처럼 합방을 하고 살을 맞대고 자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왠지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아버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혼인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그리고 아기를 가져도 되는 걸까?”

수련은 불러오는 배를 보며 자신의 행동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천신을 보면 그런 생각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이렇게 스스럼없는 관계가 아니었다.

서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 사랑하고 부부가 되는 것이 남녀관계였다. 그런데 만난 지 하루 만에 서로가 원해서 살까지 맞대고 잠을 이룬 것은 불가사의라 아니할 수 없었다.

천신은 올 때도 갑작스럽게 왔지만 떠날 때도 갑자기 떠났다. 물론 자신이 언제 떠날 것인지 예고는 했다. 하지만 수련에게는 갑작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가고 싶지만 아직 때가 아니오. 검천이와 함께 내가 일러준 곳에 가서 기다리시오. 그곳은 천지간의 기가 가장 강한 곳. 그곳에 가 있는 것만으로 하늘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될 것이오.”

천신은 그렇게 수련의 곁을 떠났다. 그냥 길을 떠난 것이 아니라 천신의 몸이 황금빛에 휩싸이더니 사라져버렸다. 천신이 남기고 간 것은 검의 하늘이 되라고 지어준 이름인 그의 아들 검천뿐이었다.

수련은 검천에게 아버지의 성을 붙여줄 수가 없었다. 언젠가 수련이 천신에게 “천신님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하늘의 최고신에게 정해진 이름은 없소. 왜냐하면 나를 믿고 따르는 수많은 종족들마다 각자 그 부르는 명칭이 다르기 때문이오. 그러니 편하게 날 부르시오.”

이렇게 말하니 더 이상 이름을 데라고 조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련은 그곳의 마을 주민에게 물어봤다.

“하늘의 최고신을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옥황상제님이죠. 옥황상제님이야 말로 하늘의 최고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옥황상제를 최고의 신으로 모시고 있던 마을 주민의 말에 검천의 성은 옥씨가 되었다. 수련의 생각에 옥황상제에서 옥씨가 성이고 황상제가 이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련은 몸의 절반은 우윳빛 투명한 피부고 다른 절반은 시커먼 피부로 태어난 검천의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천신의 아들쯤 되면 정상적인 아기와는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검천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수련은 천신이 떠나자 즉시 검천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 이곳의 위치는 천신이 수련의 머리에 새겨 넣기라도 한 것인지 선명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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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0 부침개
    작성일
    12.06.08 23:49
    No. 1

    검은하늘이라면 흑천아닌가요?;; 검을 흑에 하늘 천

    검천은 뭔가 아닌거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천지
    작성일
    12.06.09 01:04
    No. 2

    '샤피로짱임'님 먼저 관심을 가져주셔서 대단히 감스드립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이 검은 하늘이라고 하셨는데 사실은 검은 하늘이 아니라 검의 하늘입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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