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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9.12.19 03:48
최근연재일 :
2019.12.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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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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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1. 게임 혹은 현실

DUMMY

에니아는 확실하게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젠 열정 페이가 아닌 페이를 열정적으로 긁어 모르겠다고.


당당하게 4달라를 외치던 60년전 김두한의 그 패기로 에니아는 어깨를 폈다. 그리고 그에 반해 파티장의 얼굴을 맹렬한 기세로 어두워졌다.


"위험을 짊어지는데 그 정도 배려는 있어야겠지. 다만 이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 다른 멤버들과 상의를 좀 해봐야겠네. 잠깐 기다릴 수 있겠나?“

"물론이죠.“


자신들이 위험을 짊어지거나 아니면 배분을 줄이거나.

둘 중의 하나의 선택지만 남겨 놓은 상황에 에니아는 만족스러웠다.

당연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흘러갈 게 너무나도 뻔했다. 싫으면 말고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건 이쪽이었으니.


'아니꼬우면 너희가 몰이꾼 하던가.‘


매뉴얼을 이래서 적절히 읽어둬야 한다니까.

네시간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읽어둔 매뉴얼의 효용성이 여기서 나왔다. 시작부터 몰이꾼을 택한 자신의 선택이 보상받았으니까.


'이제 안정적으로 아이템도 수급할 수 있게 된다.‘


방어구와 자신을 보조할 수 있는 신수 정도만 구하면 그때부턴 미련 없이 이 파티를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파티장은 배분을 더 줘서라도 에니아를 눌러 앉히려 하겠지.


헐레벌떡 뛰어가는 파티장의 입에서 답이 나온건 정확히 10분 후였다.


"팀원들의 동의를 얻었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에니아의 말에 파티장은 말없이 손만 맞잡았다.


뭐, 지금 당장이야 내줄 배분 몫에 속이 좀 쓰리겠지만 결국엔 모두에게 이익인 계약일 테니.


'이제 있는 정보도 좀 풀어도 되려나?‘


이제부터 나오는 아이템은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온다고 봐도 좋았다. 그중에서 가장 쓸모있는 아이템을 주는 퀘스트라고 하면 역시 그 퀘스트다.


플레이어 한정 던전.


오직 플레이어들에게만 허용된 플레이어 전용 퀘스트다. 지금이라면 이 파티를 데리고 들어가도 무리는 없겠다 싶었다.

에니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봐주셨으면 하는 지도가 있습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걸 얻었나?"

"골동품을 거래하다 우연히 얻게 됐습니다.“


튜토리얼 지역에 가면 비치되어있는 흔한 지도지만 그냥 되는대로 말했다. 뭐, 사실대로 게임중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꽤나 신뢰성 높아 보이는 지도인데... 보존 마법도 걸려있는 것 같고 말이야.“

"사실 혼자라도 가보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아무래도 혼자라면 좀 위험할 것 같아서 말이죠.“

"당연하지. 이 정도 규모면 내가 들어가도 안될 거야.“


레벨 60짜리 플레이어도 힘든 던전.


애초에 에니아가 초반에 이 퀘스트를 포기한 이유였다. 지금의 자신이 혼자 들어간다면 몬스터들에게 상처하나 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주는 보상이 꼭 필요하지.‘


플레이어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신수.

클라우드에선 플레이어에게 오직 하나의 신수를 쓰는게 허용된다.

보통 새나 늑대 같은 동물 형상을 하는 신수는, 크게 플레이어들의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신수나, 보조 공격을 해주는 신수로 나뉜다.

그렇기에 저렙 플레이어들에게 신수는 필수적이다. 우선 잡을 수 있는 몬스터의 레벨이 달라지니까. 해치울 수 있을 때 빨리 얻어 두는데 중요하다는 말.


때문에 에니아는 자신의 배분이 확정되자마자 이 퀘스트에 도전하는 쪽을 택했다.

우선으로 신수부터 얻어 놓아야 자신의 성장이 빨라 질 테니까. 나중에 독립하기도 쉽고.


"그럼 다음 던전은 여기로 하지.“

"감사합니다.“

"오히려 우리쪽이 고맙지. 보아하니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아닌 것 같은데.“

"잘 됐으면 좋겠네요.“

"잘 되겠지. 이렇게 좋은 몰이꾼도 얻었는데.“


오늘은 쉬고 내일 출발하지.

벌써 밤이 어두워졌다. 파티장의 말에 흩어져 있던 파티원들이 야영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은 고생했으니 짧게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파티장의 말에 에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5.

파티장의 이름은 제프였다.


순순히 쉽게 자신에게 배분을 내줘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프는 이 바닥에서 꽤 잔뼈 굵은 사냥꾼 중 하나였다.


'파티장 자리를 딱지치기해서 얻진 않았겠지.‘

보통 파티장이 되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선 레벨적으로만 보아도 제프의 레벨은 다른 파티원의 평균보다 15 이상이 높았다. 레벨이 실력의 거의 전부를 말해주는 게임에서 이 정도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런 의미에서 에니아는 운이 좋다고 봐도 좋았다.


자신의 배분을 요구하는 에니아에게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지 않았으니까.


제프는 에니아의 요구와 이익 사이를 적당히 조율할 줄 알았고, 과한 욕심을 버리고 파티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쪽을 택했다.


만약 파티장이 조금만 멍청한 사람이었다면 에니아도 파티도 힘든 길을 갔겠지.


그런 의미에서 에니아는 제프에게 잘 보여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별것 아니지만 벌써 제프에게 유용한 조언들을 몇 가지 얻어 둘 수 있었다.


그중에서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스텟의 성장에 관한 부분이었다.

바로 스텟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간단한 노가다 플레이로도 스텟을 올리는게 가능하다는 말이다.


가령, 꾸준히 팔굽혀 펴기를 하면 체력 스텟과 힘이 계속 늘어난다. 더 효율적인 운동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성장할 수 없는 쪽이 있다면, 그건 플레이어의 감각에 관한 부분이었다.


'전시안이 그래서 사기지.‘


감각 수치는 오직 레벨이 오를때에만 성장한다. 심지어 레벨이 올라도 감각 수치는 그대로 일때가 많다.


말그대로 감각 수치는 타고 나는 것이기 때문에 10레벨의 플레이어가 50레벨의 플레이어보다 높을 수 있는 유일한 스텟이다.


반면 자신은 전시안 스킬을 통해 스텟을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다. 다른 플레이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특질이다.


엘레나가 초반에 왜 에니아에게 구시렁거렸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면 플레이어의 특수 능력에 관한 점이었다.


전시안과 집중력은 크게 체력을 요하는 스킬이 아니어서 몰랐지만, 높은 난이도의 스킬은 체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실에서처럼 어려운 기술을 사용하고 나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한계치까지 기술을 사용할 수 없고, 그 한계치를 넘어서까지 억지로 스킬을 사용하면 일정시간 스턴(잠시간의 비활동 상태)가 걸린다.


'스플릿샷을 사용할 때 조심해야겠군.‘


이제 막 스킬을 배운 에니아의 입장에선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아직 체력이 낮아 스턴이라도 재수 없이 걸리면 꼼짝없이 저 세상이니까.


그 외에도 매뉴얼에는 없는 여러 가지 쓸모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었기에 꽤 만족스러운 대화였다.


"어쩌다 사냥꾼이 되었나?“

"마족에게 가족을 잃었죠. 뭐, 복수심 같은 거라고 봐도 좋겠네요.“

"여기에도 그런 녀석들이 많지. 하긴, 사냥꾼만큼 마족을 많이 잡을 수 있는 직업도 없으니까.“


제프에 말에 에니아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제프는 나이프를 꺼내 굽고 있던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몇 번을 헛손질하고 나서야 고기는 겨우 썰리기 시작했다.


영 찌푸리고 있는 제프의 표정을 보고 있던 에니아는 제프의 나이프를 바라보았다.


날이며 마감처리는 완벽했는데도 이상하게 잘 듣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들리는 시스템 메시지.


아이템 분석을 시작합니다. 아이템의 상태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대장, 그 나이프 쓴지 얼마나 됐나요?“

"글쎄 한 한 달쯤 됐나? 명품이라길래 돈도 좀 들였는데 완전히 사기당한 모양이야.“

"제가 잠깐 봐도 될까요?“


역시 예상대로 칼날의 각도가 약간 어긋나 있었다.

그는 칼날을 살짝 빼고 각도를 다시 맞추었다. 아주 살짝 어긋난 것이라 제프같은 노련한 사냥꾼도 미처 알아 차리지 못했을 거다.


"이제 한 번 써보세요.“

"어?“


제프는 별 생각없이 나이프를 움직이다 얼굴을 찌푸렸다. 아까까지 느꼈던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움직이는 그대로 고기가 썰려 나갔으니까.


"혹시 대장장이를 했었나?“

"아뇨, 뭐 철광석 나르는 일 정도는 해봤지만요.“

"정말 대단한데.“


제대로 듣지 않아도 들인 돈이 있어 억지로 쓰던 나이프였다. 그런데 에니아는 그걸 보는 것 많으로도 손 쉽게 고쳐냈다.

역시 뛰어난 눈썰미라고 생각하며 제프는 감탄했다.


아이템 분석이 성공했습니다. 미공개 아이템의 특질을 15%의 확률로 알아낼 수 있게 됩니다. 전시안 사용 리턴 수치가 증가합니다.


'뭐야 이거 완전히 사기네.‘


제프의 말이 맞았다.


스텟이나 스킬의 성장은 사냥을 통해서만 성장하는게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전시안을 사용해서 아이템을 분석하고 고쳤을 뿐인데도 자신의 스킬 성장치가 대폭 올라있었다. 전시안의 효용성은 사냥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분석, 눈썰미.


그게 전시안을 정의하는 본질이라고 봐도 좋았으니까.


'만약 이게 전시안으로만 한정 되는게 아니라면?‘


에니아는 자신의 스킬 트리를 살펴보며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전투에 직접적으로 도움되는 스킬들 위주로만 익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방금의 상황을 보고 그런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범용성이 높은 스킬.


사냥과 전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스킬들 외에 다른 스킬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런 스킬들을 잘 활용만 하면 전투를 하지 않는 동안에도 자신의 레벨과 스텟들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 방금 일어났던 일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집중력.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꾸준히 집중해 공부하다 보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꾸준히 늘어난다. 머리가 똑똑해지는 건 덤이고.


만약 그게 게임에서 적용된다면?

집중력을 활용해 몬스터와 아이템 분석을 동시에 실행한다면 자신의 성장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한 에니아는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보스의 뒷머리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스 몬스터의 몇 배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희미하게 보였던 보너스의 가능성이 이젠 완전히 눈에 잡히는 기분이었다.


스킬과 성장세를 동시에 잡는 방법. 그건 범용성에 있었다.


'우선은 집중력과 전시안.‘


에니아는 나중에 매뉴얼을 더 자세히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 외에도 범용성이 많은 스킬을 더 찾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우선은 과장님에게 물어봐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시계를 본 에니아는 경악했다.


예상보다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게임만 하면 시간감각이고 뭐고 없어지는게 자신이라는 걸 왜 잊었던가.


'추가 수당은 챙겨주시려나?‘


억지로라도 불러내지 않은 지은에게 감사하며 사현은 시스템창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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