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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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냥현자
작품등록일 :
2020.04.20 20:44
최근연재일 :
2020.05.13 16:06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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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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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적 속에서 만난 아군

DUMMY

눈앞에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건지, 꾸역꾸역 잘도 나타나네.”

“케일, 저쪽에도.”


불만을 늘어놓는 사이 병사들이 또 나타났다. 리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케일은 즉시 움직였다.

근처에 숨어 있던 드론에게 명령을 내려 요격한다. 그리고 리에와 함께 다른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


처음 조우한 제국군을 무리 없이 격파한 케일은 곧 새롭게 나타난 병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아무래도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온 것 같단 말이야.”


이미 소란이 일어난 이상 그대로 돌파해 마을로 향하려고 했지만, 그게 도리어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된 모양이다.

예상외로 이 지역에는 제국군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이곳저곳에 세워진 진지에서 병사들이 흩어져 케일을 찾는 중이었다.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들어왔고······. 역시 이대로 앞으로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겠지.”


이 시점에서 다시 돌아가는 건 더 어렵다. 잘못하면 앞뒤로 포위당할 수도 있고.


“리에, 좀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괜찮겠어?”

“응. 아직은 괜찮아.”


몇 시간째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지칠 법한데 역시 엘프라 그런지 리에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리에를 이끌고 케일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되도록 제국군과는 마주치지 않게 우회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드론들을 이용해 쓰러뜨렸다.

그리고 진지를 발견하면 SBD를 보내 폭발을 일으켜 제국군의 시야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진지가 불탄다!”

“빨리 불을 꺼!”

“젠장······ 도대체 어디서 공격하는 거야?!”


케일을 수색하긴 해도, 그 목적은 어디까지나 주둔하고 있는 진지를 지키는 거다.

진지를 공격당하면 수색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다.


케일은 이점을 노려 제국군의 시선을 돌리고 그 틈에 빠르게 움직여 수색망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계속 혼란을 야기하며 얼마나 움직였을까.

해가 지고 숲에 밤이 찾아왔다.


“······정말 끈질기네.”


사방이 어두운 밤이 찾아왔는데도 제국군의 수색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

수풀과 나무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횃불이 주위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케일······ 나 이제 조금 힘들지도.”


슬슬 힘에 부치는지 리에가 몸을 기대왔다.


한낮부터 저녁이 다 될 때까지 긴장한 채 몸을 숨기며 쉬지 않고 움직였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


“조금만 힘내자.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쉴 수 있으니까.”

“······응. 노력해 볼게.”


살짝 거칠어진 호흡을 다잡으며 리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너무나도 대견해 케일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다시 드론을 앞세워서 앞으로 나아갔다. 방금 횃불을 든 제국군이 지나간 참이었다.


스륵.


“······!”


순간 바로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케일은 급히 멈추고 리에를 등 뒤로 숨겼다.


방금 제국군이 지나갔는데······ 앞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뭐란 말인가.


게다가 횃불도 보이지 않는다.

어두운 숲속에서 횃불 없이 수색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


‘그렇다면······ 혹시 몬스터······!’


바로 들키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지만, 몬스터라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다.

몬스터를 상대한느 소리를 듣고 제국군이 금세 모여들게 분명하니까.


‘큰일이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들키지 않고 도망칠 수 있을까. 그것도 사방에 병사들이 쫙 깔렸는데.


지친 리에를 데리고 가능할지 케일은 알 수 없었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손으로 닦아내며 바로 드론을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윽고 수풀을 해치고 기척의 주인이 나타났다.


“······응?”

“······.”


상대도 케일을 보고 놀란 건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상황을 파악하느라 상대가 눈알을 굴리고, 케일이 잠시 의아해하는 사이.


“어이, 그쪽은 어때?”


횃불이 근처로 다가오며 제국군 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즉시 상대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케일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며 조용히 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적어도 상대가 제국군이 아닌 걸 눈치챈 케일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숨을 죽였다.


“이쪽에도 없어.”

“젠장. 이거 오늘 자긴 틀렸군.”

“그러게 말이야. 저쪽으로 가보자고.”


제국군 병사들이 케일이 있는 곳과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불빛이 사라졌다.


한밤중 숲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잠시 서로 어색하게 마주 보며 있던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이거 큰일 날 뻔했군.”

“그러게. 설마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


다행히 적은 아니었다.

잘 모르겠지만 케일과 마찬가지로 그도 제국군에게 쫓기는 중인 모양이다.


밝은 금발의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올레 마린이야.”

“난 케일. 이쪽은 내 제자인 리에고.”


케일은 그와 악수를 나눴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했다. 서로 쫓기고 있는 마당이긴 했지만 협력해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


“바로 정보를 교환하고 싶지만, 여긴 자리가 안 좋군. 일단 자리를 옮기자고.”


마린의 제안에 따라 케일과 리에는 움직였다.

이미 수색하는 제국군이 다른 쪽으로 이동해 조용히 움직이면 틀릴 염려는 없었다.


마린은 케일을 지대가 높은 곳으로 안내했다.

바위와 수풀로 가려져 있어 정상으로 굳이 올라오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힘든 장소였다.


거기에 마린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왔어.”

“왜 이렇게 늦어! 벌써 날이 어두워졌잖아!”

“미안미안. 생각보다 경계가 심해서 말이야.”


마린이 먼저 들어서자 새된 목소리가 반겨주었다.


머리가 다 가려질 정도로 챙이 넓은 뾰족 모자를 쓴 소녀다.

소매와 밑단이 긴 로프를 입고 한손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전형적인 마녀인가······.’


케일은 단번에 그녀가 마법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마린을 한 번 보고는 이내 뒤따라온 케일과 리에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응? 그쪽은······.”

“아, 제국군 사이에서 만났어.”

“잠깐! 넌 뭔 생각으로 아무나 데리고 오는 거야. 혹시 제국군 쪽 사람일지도 모르잖아.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이 멍청이!”


딱.


마법사 소녀가 휘두른 지팡이가 마린의 머리를 강타했다.

소리는 꽤나 컸지만 어째 마린은 얼빠진 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마법사 소녀가 한 말은 틀린 게 없다.

케일의 입장에서도 적진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그냥 무작정 따라온 것부터가 너무 경계심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딱히 적의가 없었으니까.’


처음 봤지만 통하는 게 있다고 할까.

적어도 케일이 본 마린이라는 남자는 함정을 파거나 할 정도로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딱히 적의도 못 느꼈고.


아무튼, 이래저래 타박받고 있는 마린을 도와줘야겠다. 케일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쪽이 뭘 걱정하는지는 압니다. 하지만 저희는 적이 아닙니다.”

“흐응~ 그걸 어떻게 믿는데. 사방에 제국군이 쫙 깔려 있는 위험한 곳에 있는 것부터가 수상한 냄새가 팍팍 풍긴다고.”

“그럼 그쪽이야말로 제국군에게 왜 쫓기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뭔가 잘못이라도 저지르고 쫓기고 있는 거 아닙니까?”

“······.”


사실상 케일의 입자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그들이 쫓기는 것도 이상하다.


물론 마린이 나쁜 짓을 하고 도망 다닐 사람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실제로 어떨지 모르는 거다. 어쩌면 어디에 휘말렸던 것일 수도 있고.


“자자, 둘 다 처음부터 의심할 거 없잖아.”

“멍청아! 아무 의심 없는 네가 이상하거든!”


마린이 중재하려고 끼어들었지만 돌아오는 건 마법사 소녀의 타박이다.


솔직히 이건 케일도 조금 동의하는 부분이라 도와주지 못했다. 물론 자신을 위해서 나서 준 건 고맙게 생각하지만.


“자, 진정해 시즈.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를 데리고 온 게 아니라고.”

“흥. 네가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몰랐는걸.”

“날 얼마나 멍청이로 본 거냐······.”

“멍청이는 아니어도 똑 부러지지 않는다는 건 잘 알거든. 언제나 머릿속에 꽃밭만 있어서는······.”


그녀가 줄줄이 불만을 쏟아내자 질색하며 마린은 손가락을 귀를 막아 잠시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어느 정도 불만이 잠잠해 지고 나서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잘 봐. 누구와 함께 있는지 보라고.”

“······?”


미간을 좁히며 그녀는 케일을 보았다.

그리고 살짝 고개만 내밀고 상황을 살피고 있는 리에를 발견했다.


“······어린애.”

“그래. 제국군은 아이를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고.”

“그, 그렇기야 하지만······. 혹시 제국군에 동조하는 마을 주민일 수도 있잖아.”

“그럴 리는 없을 거야. 이 주위는 원래 우리가 주둔하고 있던 곳이잖아. 마을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다고.”


보기와 다르게 청산유수와 같이 근거를 늘어놓자 결국 그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말은 잘도 한다니까. 평소에는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하고는······.”

“응? 뭐 더 이상한 게 있어?”

“없어! ······흥. 괜히 사람 의심하게 하지 말라고! 애초에 아무도 안 데려왔으면 이럴 일도 없었잖아.”


의심이 풀렸는지 그녀는 허탈한 듯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마린은 케일을 향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미안. 시즈는 옛날부터 의심이 많았거든.”

“괜찮아. 나라도 의심을 했을 테니까.”


의심이 많은 게 아니라 그쪽 기준이 낮은 게 아닐까 하고 케일은 생각했다.


“좀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소개할게. 이쪽은 시즈. 내 소꿉친구이자 마법사야.”

“흥. 그냥 우연히 함께 자랐을 뿐이야.”


마법사 소녀, 시즈는 마린의 소꿉친구라는 소개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시즈, 이쪽은 케일이고 여기는 리에.”


케일과 리에를 보고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아까 의심했던 일 때문인지 똑바로 보기 어색한 모양이었다.


“아직 다들 안 왔나 보네.”

“응? 그녀 말고도 일행이 더 있어?”


케일이 놀라 묻자 마린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사이 다시금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윽고 십수 명을 이끈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련님, 정찰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어. 수고했어, 카렌.”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보고를 올리는 여기사.

이내 케일을 발견한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쪽 분은 누구신가요?”

“아. 이쪽은 케일. 아까 제국군 동향을 보고 오는 중에 만났어.”

“······또 몰래 내려가신 겁니까.”


한숨을 내쉬며 카렌이 쳐다보자 마린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하, 하지만······ 밑에 상황을 직접 볼 필요도 있고 해서.”

“그렇다고 해도 너무 무모하십니다. 혹시라도 제국군에게 발견되었으면 어쩌시려고 하셨습니까.”

“······미안.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그렇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무쪼록 도련님의 몸은 도련님만의 것이 아님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카렌이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충고했다.

멋쩍은 미소를 흘리며 마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케일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올레 가문을 섬기는 기사인 카렌입니다.”


정중히 고개를 숙여 자신을 소개했다.

케일도 자신과 리에를 간단하게 소개하며 인사를 받았다.


서로 소개가 끝나자 곧바로 서로의 정보를 교환했다.


“이 근방에서는 전쟁 중이라는 소리구나.”

“뭐, 그렇지. 솔직히 그쪽이 휘말린 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마린이 유감을 표하자 케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필이면 전쟁 중인 지역으로 들어올 게 뭐람.


“케일. 운 없어.”

“굳이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타박하는 건지 아닌지 담담히 말하는 리에를 뒤로하고 케일은 잠시 고심했다.


운이 조금 없긴 했어도 상황을 알았다면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 어떻게 하냐는 거니까.


작가의말

적의 적은 아군.

그럼 적 속에서 만난 아군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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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정령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제목 변경 공지 20.05.04 72 0 -
공지 원고 수정 일지 공지 2020. 05. 13 20.04.24 535 0 -
» 적 속에서 만난 아군 20.05.13 183 6 12쪽
24 제국군 20.05.12 173 8 13쪽
23 공작가 도련님 마린 +2 20.05.11 205 7 14쪽
22 예상외의 동행 +2 20.05.09 253 9 12쪽
21 드론 vs 몬스터 20.05.08 267 7 12쪽
20 키메라 +2 20.05.07 287 10 12쪽
19 기습 +2 20.05.06 302 9 14쪽
18 단서 20.05.05 357 9 12쪽
17 엘프 자매와 한 인간 (2) +2 20.05.04 390 10 12쪽
16 엘프 자매와 한 인간 (1) 20.05.03 429 10 12쪽
15 오우거 (2) 20.05.02 481 14 13쪽
14 오우거 (1) +2 20.05.01 498 12 13쪽
13 고인 곳을 휘젓다 +2 20.04.30 500 14 13쪽
12 사고 +2 20.04.29 530 11 13쪽
11 환대와 경계 +4 20.04.28 558 15 12쪽
10 세계수 원주민 조우 (2) +2 20.04.27 557 17 13쪽
9 세계수 원주민 조우 (1) +4 20.04.26 625 17 12쪽
8 UP +10 20.04.25 702 22 13쪽
7 이에는 이, 눈에는 눈 (2) +2 20.04.24 988 17 12쪽
6 이에는 이, 눈에는 눈 (1) +6 20.04.23 999 22 12쪽
5 반갑지 않은 손님 (2) +4 20.04.22 1,026 16 13쪽
4 반갑지 않은 손님 (1) +6 20.04.21 1,148 21 13쪽
3 제일 잘하는 걸 하자 +2 20.04.20 1,261 20 13쪽
2 유산에서 찾은 꿈 +2 20.04.20 1,391 19 12쪽
1 프롤로그 +4 20.04.20 1,492 2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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