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사기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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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작품등록일 :
2020.05.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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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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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DUMMY

“큭.”


초보자 던전 2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1에서는 쥐 떼나 벌 떼 같은 썩 아프지 않지만 자잘하고 귀찮은 몬스터가 주로 나왔다.

하지만 던전 2는 달랐다.


일단 스탯치부터 부분적으로 기동을 넘어서는 몬스터들이 꽤 있었다.


“얼얼한데.”

“뭐라 그랬냥?”


말을 마치자마자 입안 가득 골드를 넣고 우물거리는 모습을 보며 기동은 고개를 내저었다.

신사의 아이템 파밍 모습은 언제봐도 그로테스크했다.


“후.”


조금 전, 개 인간에게 얻어맞은 팔이 욱신거렸다.

3배 부스터를 먹고 15분 만에 23레벨을 달성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전 단계의 던전은 길어봐야 20분이면 공략했었다.

그래서 이번 던전 역시 절반 정도는 돌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 봤지만, 현실은 역시나 시궁창이었다.


혼자 이런저런 명령어를 시험하다 찾아낸 미니맵을 다시 확인했다.

부스터가 끊긴 지점에서 꽤 왔는데도 아직 지도의 2/3 이 어두웠다.

그냥 초보자 던전 10번 돌 때, 2는 2번 도는 이유가 있었다.


“더럽게 넓네.”

“그렇지냥.”

“이거 다음 던전은 더 넓어?”

“더 넓은 곳도 있고 엄청 좁은 곳도 있다냥. 그 이상은 대답할 수 없다냥.”


뭔 놈의 비밀이 이토록 많은지.

도움말 기능이 있었다면 뭔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 게임을 만든 놈은 더럽게 불친절한 게 틀림없어.”

“왜 그러냥?”

“이렇게 설명 없이 게임 안에 던져놓으면 게임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투덜거리면서도 기동의 표정은 썩 어둡지 않았다.

고1, 어린 나이에 잡혀 온 기동은 인생의 1/3 이상을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게임은커녕 TV도, 전화도 없는 삶을 5년을 넘게 살았다.

그 이후에는 어쩐지 ‘평범함’이 닿아서는 안 될 신성한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더럽혀진 손으로 남들과 같은 일상을 보낸다?

그게 가능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소한 기동에게는 불가능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남들처럼 평범하게’ 게임에 참여한다는 것은 묘한 감회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익숙치 않은 감정에 쉼 없이 투덜거리는 참이었다.


“츤데레냥?”

“뭐···?”

“왜 기분 나쁘지도 않으면서 나쁜 척 하냥.”

“···츤데레가 뭔데.”


신사를 고개를 갸웃하더니 양손을 폈다.

여덟 개의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아, 지금 2030년이냥?”

“···바보냐?”

“무슨 실례되는 말을 하는 거냥! 단순히 오래 살다 보니 잊어버린 거다냥!”


생긴 거로 보면 생후 1일처럼 보이는 쬐끄만 녀석인데.

기동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새삼스럽게 신사가 보통 쥐가 아님을 깨달았다.


“몇 살인데?”

“모른다냥! 128살까지 세고 관뒀다냥. 어차피 난 죽음에서 벗어난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냥.”


죽음에서 벗어난 존재.

그렇다는 건 본래 죽음 속에 있었다는 뜻이었다.

일개 멧밭쥐였을 신사가 어떻게 신의 사자가 된 것일까.


“쥐라서 뇌용량이 적어서 포기한 건 아니고?”

“뭐라고냥! 그런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긴 하다냥! 그래도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어쩐지 화가 난다냥!”


솔직하긴.

기동은 피식 웃고는 몸을 일으켰다.

찌르르하던 팔의 통증은 이미 가셨다.

아직 움직이면 조금 당기긴 하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아.”

“왜 그러냥?”

“그러고 보니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 감정안 레벨3 사용.”


기동은 장검의 지속시간을 살폈다.

1분 30초.

이 정도라면 크게 아깝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든 장검을 버렸다.


“뭐 하냥? 맨손으로 싸울 거냥? 드디어 미친거냥? 아니, 넌 원래 미쳐있었지냥.”


신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기동은 양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만들어야 할 것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퓨전 레벨3, 짝퉁상 레벨3, 짝퉁상 레벨3 사용.”


밝은 빛이 양손에 머물렀다.

한참이나 그대로 서 있던 기동이 문득 눈을 떴다.


“윽, 무거워.”


기동의 왼손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왼손에 들고 있던 방패가 콱, 하고 바닥에 내리박혔다.


“와씨. 이거 대체 몇 킬로야?”


순수 금속으로 만들어낸, 기동의 몸통만 한 방패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이미지가 철 방패였기 때문일까.

농담이 아니라 10킬로는 거뜬히 나갈 듯했다.


들려면 못 들 건 없었지만, 오른손의 검 역시 만만한 무게는 아니었다.


“더럽게 무겁네.”


이전까지 기동이 사용하던 것은, 엄밀히 따지면 장검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장도에 가까운 형태.

즉, 외날의 칼이었다.


짝퉁상 레벨1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일상용품뿐.

거기에서 기동은 약간의 꼼수를 부려 ‘날이 긴 식칼’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즉, 그 본질이 식칼이기 때문에 그리 무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제대로 된 철검은 원래 무겁다냥. 근력이 C니 들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휘두르기는 힘들 거다냥.”


기동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리폰으로 구조나 상세 설계도면은 찾아낼 수 있었지만, 무기나 방어구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보니 이런 부작용은 생각지도 못했다.


“망할. 하긴, 인생이 그렇게 쉬울 리가 없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처음부터 귀한 장비를 얻어 휘두르고 다니거나, 기연이나 특수 스킬을 얻어 휘두르고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인생은 시궁창 속이었다.

그렇다면 시궁창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방법을 찾을 뿐.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방패와 검의 크기를 줄이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게도 줄어들 터였다.

기동력도 올라갈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공격력과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기동의 현재 스탯은 결코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니 장비의 힘을 빌려야 했다.


현재까지 기동이 모은 골드는 총 3853골드.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상점에서 체력 포션 하나를 사는데도 100골드를 내야 했다.


장비로 넘어가자면 그 값이 어마무시했다.

초보자가 감히 손에 넣지도 못할 정도의 가격이었다.

문득, 기동이 입을 열었다.


“야, 신사.”

“왜 부르냥.”

“골드를 돈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한 거지?”

“그렇다냥.”

“그럼 돈으로 골드를 충전하는 건?”

“가능 하다냥.”


역시.

게임 시스템을 따르자면 소위 ‘현질’ 역시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니 조석환이 여러 가지 장비를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얼마에 얼만데?”

“현실 돈 1천만 원에 1만 골드다냥.”

“그 아래로는?”

“없다냥.”


1만 골드.

그걸로는 초보자용 장비 세트도 다 갖추지 못한다.

즉 조석환은 최소 10억 이상을 환전한 것으로 보였다.


“근데 신들은 인간 세계의 돈 따위 필요 없지 않나?”

“필요 없다냥.”

“근데 왜 환전을 해주는 거야?”

“글쎄다냥. 아마 그게 더 재밌기 때문 아니겠냥?”


기동은 고개를 갸웃했다.

겨우 그런 것 때문에 귀찮게 ‘환전’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었을까?


하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심심하다는 이유로 하나의 세계를 배틀 장으로 만들어버린 미친 존재들이다.

그 정도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아직 신이란 존재들을 이해하기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래도 언젠가 쓸데가 있을지도 모른다.


“천만 원에 만 골드라···.”


낼 수 없는 금액은 아니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뒷 세계 생활.

기동이라고 해서 돈을 챙겨두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과연 지금 이 돈을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었다.


언젠가 있을 레어 아이템의 구매를 위해 아껴둬야 하는 것 아닐까.


“철이 아니라면···.”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나 매체에서의 검은 어딘지 모르게 다 철 재질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가볍고 어느 정도의 내구성을 갖춘 금속이 있을 것이다.

잠시 생각하던 기동은 리폰을 작동시켰다.


상점을 켜서 감정안으로 살펴보는 방법도 있지만,

귀금속의 경우 몇 번 시도해본 결과 비율까지 정확하게 만들어야 정확한 물건이 나왔다.

알음알음 눈대중으로 만들던 일상사물과는 차원이 달랐다.


감정안으로 상점 물건들의 재질을 알아낸다 해도,

실제로 만들어지는 것은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검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검의 재질.”


손목을 얼굴에 대고 중얼거리자 자동으로 검색이 이루어졌다.

마치 기동의 앞에 스크린이 펼쳐진 것처럼 큰 화면이 펼쳐졌다.


- 검의 재질을 검색 중입니다.

- 검색 완료.


“검의 재질, 검의 재질···.”


화면을 빠르게 훑던 기동의 눈이 한 게시물 위에서 멈췄다.

게시물을 바라보며 눈을 두 번 빠르게 깜빡이자 본문이 열렸다.


“특수강?”


검 마니아의 블로그일까.

거기에는 검의 재질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기동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특수강이었다.


각 금속의 명칭이나 비율도 꽤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사실 거의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이 편리한 능력은 지식으로 알고 있기만 해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기동은 앉은 자리에서 내리 두 시간 동안 블로그와 다른 게시글들을 더 찾아보았다.


“후.”

“심심했다냥! 왜 싸우다 말고 갑자기 화면을 보고 난리냥!”

“언제까지 식칼로 싸울 순 없잖아.”


충격 흡수가 거의 되지 않는 기존의 검으로 더이상 싸우는 건 무리라는 것이 기동의 결론이었다.

실제로 초반에 몇 번이나 팔이 저려 멈춰 섰을 정도였다.


“몇 번 시도하다 보면 제대로 된 게 만들어 질 거야.”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다 믿을 순 없었다.

실제로 거기서 습득한 지식으로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보았을 때,

성공보다는 실패한 적이 더 많았다.


그래도 드물게 정확한 정보를 올려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퓨전 레벨3, 짝퉁상 레벨3, 짝퉁상 레벨3 사용!”


양손에 맺힌 빛이 오래 지나지 않아 스러졌다.

그리고 첫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꺄햐햐햐햐햐햐! 저게 뭐냥! 바보냥! 그건 검이 아니라 부메랑 아니냥?”


뭐가 잘못된 것인지 검은 중간이 휘어 있었다.

그대로 쓸 수 있을까 휘둘러봤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휙 부러져버렸다.


“이건 아니고.”


기동의 앞에 떠 있는 수많은 창 중 하나를 손으로 터치하자 그대로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적게 잡아도 아홉 개는 족히 될 창들이 떠 있었다.


“망할.”


다시 한번 소설 속 주인공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소설 속 주인공과 별다를 바 없는 상황에 부닥쳤는데,

받는 대우는 이토록이나 다르다.


“시궁창 인생은 시궁창 속에서 악바리처럼 기어 올라갈 수밖에 없겠지.”


9번.

시도하는 것이 힘든 건 아니었다.

연속으로 스킬을 계속해서 사용하면 몸에 힘이 빠지긴 했지만 견딜만한 정도였다.

그것보다 두려운 건···.


9번을 다 실패하는 것이었다.


“제발, 이 중에 제대로 된 정보가 있기를···.”


기동은 맨 처음 발견했던 블로그 화면을 띄웠다.

다시 한번 금속의 비율과 검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읽은 후 눈을 감고 이미지 했다.

그리고 기동의 양손을 흰빛이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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