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사기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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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작품등록일 :
2020.05.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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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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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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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퓨전 레벨2, 짝퉁상 레벨1, 짝퉁상 레벨1, 감정안 레벨1 사용.”


순식간에 기동의 손안에 페트병이 생겨나더니 물이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눈앞에 창 하나가 떴다.


「 품목명 : 물

용도 : 마신다

유통기한 : 썩기 전에 마시자 」


짝퉁상 레벨1의 경우 일상사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킬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음식물에 속하는 물이 만들어질지 의문이었지만···.


기동은 이리저리 페트병을 돌려가며 살펴보았다.

어디를 어떻게 뜯어봐도 맹물이었다.

짝퉁상 레벨1의 지속시간은 10분.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물은 왜 만들었냥?”

“뭐, 기다려봐.”


일단 기동은 스킬창을 불러냈다.

그다음 수를 두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심히 숙련도 그래프를 살피던 기동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짝퉁상 레벨3 사용.”


물을 매개체로 기동이 만들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생명수’였다.

짝퉁상 레벨3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의약품 및 귀금속’.

만약 ‘생명수’가 의약품으로 분류된다면···.


“뭐, 뭐다냥!”


페트병에 담긴 물이 은은하게 빛났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신사가 안절부절못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폭발이냥?! 수소냥?! 폭발시키는 거냥?!”

“신의 사자라는 놈이 수소는 어떻게 아는 거야?”

“과학도 신이 만든 거다냥!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신의 피조물이다냥! 개념도, 물체도 말이다냥!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터진다냥! 터진다냥!”


기동은 피식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륵, 빛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감정안 레벨3 사용.”


아직 퓨전 레벨이 2밖에 되지 않아 한꺼번에 쓸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

만약 생각대로 잘 굴러가면 오늘 내로 숙련도 레벨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겠지.

기동은 그렇게 생각하며 정보창을 보았다.


「 품목명 : 생명수

용도 : 다양한 아이템의 재료로 사용한다

마시면 매우 시원해진다

유통기한 : 썩기 전에 마시자

효과 시간 : 10초

특징 : 회복 아이템의 재료로 주로 사용된다

드물게 장비 아이템에 사용될 때도 있다

채취 가능 장소 : 저승

특이사항 : 짝퉁상 스킬로 만들어낸 허상

14분 32초 후에 사라질 예정

제작자 : 김기동 」


생각대로.

기동은 엷게 미소지었다.

물이 뭐로 변화되었는지 겨우 알아챈 신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생명수를 생성해 낸 거냥?!”


중요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스킬을 이용해 만들어낸 ‘허상’인 물을 매개체로 만들어낸 경우,

아무래도 지속시간이 조금 늘어나는 듯했다.

30분까지는 아니지만, 15분까지.

이거라면 여차할 때는 스킬로 매개체를 만들어 사용해도 될 듯했다.


“뭐, 그렇지.”


기동은 스킬창을 불러냈다.

매개체가 없는 경우 짝퉁상 레벨3의 숙련도 경험치가 3 올라간다고 친다면,

허위 매개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숙련도 경험치가 4 올라갔다.

진짜 매개체를 사용하면 숙련도 경험치가 5 올라갈지도 모른다.


“흐음.”


어느 쪽이 이득일 것인가.

기동은 계산을 시작했다.


짝퉁상 레벨1 스킬 두 번, 허위 매개체를 사용한 짝퉁상 레벨3 스킬 한 번.

그리고 앞으로 기동이 만들어낼 것을 생각하면 허위 매개체를 사용한 짝퉁상 레벨3 스킬이 한 번 더 사용되어야 했다.

이 경우, 올라가는 경험치는 10.


진짜 매개체를 사용하는 경우 레벨3 스킬 한 번, 그 이후 허위 매개체를 사용하는 레벨3 스킬 한 번이 사용된다.

이 경우, 올라가는 경험치는 7.


“지속시간까지 따져봐야 하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스킬로 모든 매개체를 만들어나가는 쪽이 이득으로 보였다.

기동은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짝퉁상 레벨3 사용.”


페트병이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환하게 빛났다.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아니면 기동이 뭘 하려는 건지 깨달은 것인지 신사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외쳤다.


“이게 뭐시다냥!”


주욱.

손끝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기동은 순간 다리의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지금 손을 떼면 스킬 발동이 취소된다.

사실 기동은 실패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기동은 항상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게까지 똑똑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실패하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젠, 장···!”


이때까지 스킬을 여러 번 사용하면서 이렇게 힘이 쭉 빠지는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다.

‘마법’이 아니라 ‘스킬’이라 뭔가 소모되는 게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손을 빨리 떼라냥! 그건 네가 감당할 수 없는 거다냥!”


신사는 기동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깨달은 듯했다.

들킨 이상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기동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 크큭.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소리를 기동은 놓치지 않았다.


“누, 누구···야!”


짐작 가는 건 있었다.

목소리는 힘 빠져 정신이 아찔해지는 와중에도 명확하게 들렸다.

귀보다는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까 자신이 한 호출에 반응은 없었지만, 호출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야 반응한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니가 내··· 플ㄹ···.”


마치 머릿속이 점멸하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사이렌인지도 모른다.

빨리 손을 떼라고 붉게 점멸하는.


“아, 씨발···.”


기동은 정신을 차리려 입안을 꽉 깨물었다.

아팠다.

하지만 아픈 것보다 아찔함이 더 심했다.


- 재미있구나. 내가 생각한 그대로다.


일 분 일 초가 급박한 기동과 달리 목소리는 느긋했다.

기동은 욕을 내뱉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


“···왜···.”


왜 이제야 호출에 반응한 것인가.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입안의 살을 깨물고 있었는데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입가에서 뭔가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감각이 둔해지는 탓인 듯했다.


- 원래는 네 앞에 나타날 마음이 없었다. 내 마음에 흡족한 놈인지 아닌지 알아보고 싶기도 했고. 근데 재밌는 생각을 했구나. 감히 신이 제작한 물건을 스킬로 만들어낼 생각을 하다니.


역시 제작자는 신이었던 모양이었다.

어쩌면 신사가 요청한 상대는 기동의 플레이어인지도 몰랐다.


“···ㅅ···, 택했으면, 제대로···.”


돕던가, 아니면 도움이 될 무언가를 내놓던가.

손에서 자꾸 힘이 빠졌다.

어느새 기동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 독한 놈인 줄은 알았지만 여기까지 버티다니···. 스탯은 별 볼 일 없는데 말이다. 이래서 인간은 사랑스러운 생물이지. 그 어떤 것보다도 신들을 즐겁게 해주거든.


목소리는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웃었다.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세상이 온통 암흑으로 휩싸였다.


“···?”


처음엔 자신이 기절한 것인지 고민했다.

하지만 사고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는 건 의식이 있다는 뜻.


새까만 공간 안에 무언가가 있었다.

거대하고, 거대한.

아주 거대한 남자였다.


“당신이 내 플레이어?”

“후후···. 그렇다, 작은 아이야.”

“크네.”

“그러하냐?”

“당신에 비하면 모두가 작은 거 아냐?”


거대한 신은 피식, 미소 지었다.

한 손으로는 허공을 떠받치고, 한 손으로는 땅을 누르고 있는 독특한 자세였다.

기동은 자신의 플레이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왜 갑자기 날 만날 생각이 들었어?”

“말하지 않았느냐. 네가 내 마음에 흡족했기 때문이다.”

“뭐가?”

“작은 아이야. 그것은 너의 소관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 신은 자신에 대해 알려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아니, 어쩌면···.


“알려줄 수 있는 게 없는 건가?”

“···흐음.”

“당신, 이름 있는 신이 아닌 거지?”


신이라고 다 같은 신은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신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는 신앙을 잃어버려 신격을 잃고 일개 귀신으로 타락한 신도 있으며,

현재까지 지존으로 추앙받으며 신격을 불리고 있는 신도 있었다.


자신에 대해 이토록 알리기 싫어하는 듯 보이는 점.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이라는 점.


이 두 가지에서 기동은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하고 있었다.


“이미 잊혀진 신인가?”

“그렇다면 여기에 참여할 수 없지 않겠느냐? 이 대회에 걸 수 있는 것이 없을 테니 말이다.”

“뭔가 다른 방법을 썼겠지?”


시스템의 허점만 알아내면 방법은 몇 개라도 찾아낼 수 있다.

무슨 일이든 다 같았다.

방법은 찾으면 어디에나 있다.


“나한테 알려주지 않으려는 건, 내가 포기하는 걸 막기 위해선가?”

“후후···.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판테온 한국 리그에는 보통 100여 팀이 참여하지. 거기엔 소위 말하는 격 있는 신들이 잔뜩 참여할 거고.”


옥황상제, 용왕, 바리공주, 미륵 등.

유명한 네임드 신들이 바글바글한 곳이 판테온이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 그런 네임드 신에게 선택받은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했다.


“게다가 한국 리그에서 우승하는 게 끝이 아니잖아? 아시아 리그, 세계 리그까지 가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들이 바글바글할 거야. 이름 없는 신을 등에 업고 이길 정도로 만만한 세계가 아니잖아?”


거인 신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치 어디까지 말하나 보겠다는 듯.

어찌 보면 손에 얹고 있는 것이 너무 무거워서 잠시 쉬는 듯 보이기도 했다.


“당신이 내 플레이어라는 걸 알고, 내가 대회를 포기하는 게 걱정됐던 거지?”


거인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두 쌍의 눈동자로 기동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기동은 다시 말을 이었다.


“미안한데, 그럴 생각은 없어.”


한국 참가자가 판테온에서 우승한 것은 딱 한 번.

제1회 판테온뿐이었다.


하지만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한 수많은 나라를 생각해보면,

적다고 할 수는 없는 숫자였다.


“나는 우승할 거야. 왜인지는 당신이 더 잘 알 거고.”

“복수를 위해서인가?”


거인 신이 물었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서려 있었다.


“복수는 아무것도 낳지 못한다.”


선악 따위 상관없다더니.

입바른 소리 말이 나오는 것에 기동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기동이 거침없이 이야기한 이유는 하나였다.


여태껏 그가 자신을 지켜 봐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진흙탕 속에 처박혀 구르고 발버둥 치는 자신을 이미 보았다.

그렇다면 그는 알 것이다.

얼마나 기동이 절실한지.


선악의 기준을 벗어나 신에게 있어 재미있는 소재일 것이다.

언제나 발버둥 치는 개미를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일일 테니.

하지만 만약 이 신이 ‘선악’에 집착하는 신이라면···.


“하지만 그렇기에 복수는 또한 달콤하다. 낳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거인 신은 싸늘하게 미소지었다.

그 얼굴은 선신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그럼 그렇지.

기동의 입술이 삐뚜름하게 치켜 올라갔다.

선신이 ‘사기꾼 삼류 양아치’인 기동을 선택할 리가 없다.

그 확신이 들어맞은 참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사용해 너를 도와주마. 그러니, 너 역시 나를 도와야 한다.”

“내가 뭘 도우면 되는데?”

“일단은 한국 리그를 우승하면 말해주도록 하마. 그리고···. 내 힘을 사용해 하나만 특권을 주도록 하지.”

“특권?”


거인 신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왔다.

양손은 마치 바위에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 상태로 내려올 수 있는 최대한의 높이까지 내려온 거인 신이 기동과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내가 너에게 줄 특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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