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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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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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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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5

DUMMY

한 번 이상하다고 생각하니 시우는 꽤나 많이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입고 있는 옷부터가 이 세상의 기준에서는 지나치게 화려한 옷. 일단 가장 눈에 크게 들어오는 것은 가슴의 한 가운데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 매의 자수다. 그리고 그 주변을 꼼꼼한 격자무늬와 작은 동물무늬가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잠깐이지만 본 시장의 현지인들을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순백의 옷들. 그나마 장식이 있다면 작은 장식이 하나 둘 있는 정도다. 그러니 바탕색은 연한 분홍색이지만 그 위가 진한 청회색으로 가득 채워진 옷 정도면 확실히 이 세상의 기준으로 패션의 선두주자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시우의 시선만으로도 그 생각을 읽었는지 소녀는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집안이 여러모로 잘 나가기는 하죠. 명색이 대마법사가 친척으로 있는 가문이니까!"


"굳이 카푸스 말고도 실력이 좋은 사람도 많고요. 지구로 따진다면 일가족 전체가 B랭크 이상은 되는 명문가거든요. 자기 한 몸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죠."



아티다 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괴조들이 하늘과 땅의 색깔인 하늘은 연한 분홍빛에 땅은 희미한 민트색인 반면에, 그 녀석은 이 세상의 하늘에서 눈에 확 띄는 검은색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예시를 들자면 마경태의 품속에 안겨있는 크호콘펠의 새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몸의 대부분을 감싸고 있는 솜털은 이 세상의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회색이지만, 그 틈 사이에는 짙은 청회색의 깃털이 보인다.



스스로의 몸을 지키는 선을 넘어서 압도적인 힘으로 사냥하게 되는 순간, 보호색이란 필요 없는 존재인 것이다.



...



쓸데없는 생각은 여기까지. 본론을 말해야 하는 때다. 지금 여기에 있는 B랭크들이 전부 제정신은 아니라고 자신까지 휩쓸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시우가 그렇게 굳게 마음을 먹으며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B랭크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래서 우리 할 일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어...음...있었죠. 그런데...괜찮아요!"



하나도 안 괜찮아보인다. 이야기를 하려면 조금 사람의 눈을 맞춰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소녀에게 완벽하게 시선을 맞추고 있는 시우와는 달리 소녀는 아직도 마경태가 안고 있는 크호콘펠의 새끼에게 정신이 살짝 팔려있는 상태였다.



그 정신을 자신에게 조금 더 이끌기 위해서 시우는 헛기침을 조금 내뱉었다.



"흠, 흠."


"아! 할아버님이 혹시라도 '무리해서 새 잡을 생각은 하지 말고'라고 하시기는 했어요! 원래는 당연한 듯이 놓칠 수 있는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그...2부 맞지, 언니?"


"응. 그게 2부였지. 1부는 헌터들이 보는 시각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었다면, 2부는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를 이세계인들의 인식을 무시하지 말 것, 정말로 간단하게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었으니까."


"...대실패인데?"



시우의 말대로 이미 마경태는 어른이 되려고 하는 병아리와도 같은 크호콘펠의 모습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이전에 그 새끼를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려고 하지 않았던가.



박미소도 마경태가 푹 빠진것은 부정할 수 없는지 '시우씨는 성공했으니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두고 적운흉풍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래 흉풍아.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나 혼자만 정상은 아닌 것 같구나."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 훈련받은 짐승인 사령마지만 의지가 꽤나 된다. 거꾸로 적운흉풍도 정상인 감성이 필요한지 시우에게 자신의 목덜미를 문지르고 있었다. 아마 혼자였다면 속으로 열을 삭히느라 꽤나 고생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아는지 은근히 비웃는 투로 말하는 소녀였다.



"흥, 주인도 동료도 정상하고는 거리가 먼 주제에. 혼자 정상이셔서 참 잘났겠다."


"이히히힝힝!"


"참아! 진정해!"



강력한 부정은 강한 긍정. 소녀의 말에 날뛰려는 적운흉풍의 모습으로 그 의미를 잘 알 수 있다. 뭐, 블루베리는 첫 만남으로 정상이 아님이 뻔히 보이고, 자신의 형도 집나가기 전부터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시우는 부정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적운흉풍에게 말해서는 안되는 말이기도 했다. 적운흉풍에게 있어서 자신의 형은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존재니 말이다.



그러니 마음 같아서는 무시하고 싶지만 그래도 이 소녀는 카푸스의 친척. 그렇기에 적운흉풍이 참아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시우였다.




"어떻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블루베리가 카푸스를 속였잖아! 그러니까 한 번 참아주자, 응?"


"푸르릉"


"흠. 그래도 형제가 비슷하네요. 시를라 틴 캅생트의 잘못을 손시훈은 순순히 인정했거든요."


"시를라 틴 캅생트?"


"그 블루베리라는 여자의 진명이에요. 마법사끼리의 계약과 함께 하는 결투에는 영혼까지 새겨진 진명을 말해야 하거든요. 정말이지 진명까지 말해놓고는 사기를 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진명이 그렇게 중요해요?"


"중요하죠. 마법의 계약에서 진명을 언급하는 것은 영혼을 거는 것과 동급이니까, 즉 그 여자는 영혼을 건 사기를 친 거죠."



소녀의 말에 힐끗 고개를 돌리자 시우는 마지못해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적운흉풍의 머리를 볼 수 있었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영혼을 건 사기



친척이 이렇게 분해할 정도면 본인이 거의 발작을 일으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할 말을 잊어버린 시우를 향해서 소녀가 먼저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소개하죠. 카로이우의 아들인 록스의 딸인 피크테린의 딸인 룩나시의 아들인 미첼린의 딸인 카닌이라고 해요."


"어..."


"평범한 집안이라면 그냥 미첼린의 딸, 조금 더 나가서 조모님이신 룩나시부터 시작해도 되지만, 현조부님의 동생이 그 카푸스라서..."


"아..."



대학교 교양 시간에 비슷한 사례를 들어봤다. 아랍의 경우에는 Ibn+(아버지 이름)로 이름을 붙이는 문화가 있고, 고대 북유럽에는 (아버지 이름)+son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의 아버지를 소개함으로써 자신을 누구의 자손이라고 소개하는 것이다.



카닌의 말대로 평범한 집안이었다면 평범하게 아버지의 이름을 말해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카푸스는 집안의 인물이 아닌 이 세계를 대표하는 사람. 그러니 그 형제인 현조부부터 말한 것이다.



그리고 중간의 피크테린과 룩나시... 아마도 그녀들은 여성인 가주였겠지. 확실히 특별한 사항이니 피크테린이나 그 아래의 룩나시부터 말해도 이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자신의 분석을 말하자 시우는 살짝 놀라는 카닌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와. 할아버님께서 말씀하셨거든요. 확실히 나이에 비해서 영특하다고요."


"할아버님?"


"우리 종족이 지구의 인간보다 수명이 길다곤 하지만, 그래도 현조부의 형제까지 일방적으로 가리키는 말은 없다구요."



하긴 유교의 문제로 친척간의 호칭문제에도 꽤나 민감한 한국에서도 할아버지의 형제, 혹은 형수나 제수를 가리키는 말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 집안의 경우로 특별히 호칭을 만들어내기도 좀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조금 줄이면 -X-X-X-X-... 번역 안되죠?"


"네."



게이트 너머에서는 일반적인 번역이 된다. 하지만 완전히 개념이 없는 단어는 번역이 아예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저희 집안은 그냥 할아버님이라고 불러요. 앞으로도 그렇게 부르는 게 더 편하겠죠. 저보다도 카푸스 할아버님이 더 오래 살 것 같으니까요."


"하하..."




지금도 카푸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몇 백 년간 살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소년의 모습. 카닌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본다면 카닌이 카푸스의 친척 누나처럼 보인다. 지금도 그러니 미래에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은 여자이니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아보인다는 말을 피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조용히 있는 시우에게 카닌이 말했다.



"괜찮아요! 만약에 할아버님과 미소 언니가 결혼한다면 미소 언니는 할머님이 되니까!"


"커헉! 쿨럭!"



짐작은 간다. 대충 봐도 카푸스와 박미소간의 관계는 심상치 않으니까. 사무실 직원들만 해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아는데, 가족이 모를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창창한 20대에 할머님이라는 말은 좀 듣기 그렇긴 하다. 아무리 자신의 입장에서는 알 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박미소가 사레가 들린 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 그러니 말머리를 시우는 먼저 은근슬쩍 돌리기로 했다.



"그래서 이제 저희는 뭘 하면 되죠?"


"흠...근처에 괴조들의 세력권이 충돌하는 지역이 있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대충 그 지역을 돌파하는 것을 생각했거든요."



먹이사슬 공동 2위, 그 중 가장 큰 부보비의 크기가 2m를 넘지 않고, 가장 작은 트랄켓의 크기는 40cm 안팎에 불과하다,



그런 크기를 가진 작은 새가 자신보다 몇 십 m, 자신의 수 백배나 큰 크기를 가진 괴조를 몰아붙이는 모습은 충분히 자극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크호콘펠의 새끼를 돌보게 된 이상 그 지역을 지나치는 것은 위험하다. 괜히 다른 괴조들을 자극해서 직접적인 습격을 받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티다 벨이 크호콘펠에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것이 다른 괴조들이 크호콘펠의 새끼에게 무관심하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다 자란 경쟁자보다는 덜 자란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것이 여러모로 현명한 행위이다.



"그러니 이렇게 된 거 우리는 이 크호콘펠의 털갈이를 마칠 때까지만 지켜보죠!"


"사심이 너무 담겨있는데요?"


"이 세상에 사는 사람 치고 크호콘펠, 트랄켓, 부보비에 사심을 안 담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하하..."


"다른 세상 사람들은 모를 사실이지만, 이 세상 사람이라면 어른이든 아이든, 옷에 크호콘펠, 트랄켓, 부보비의 자수중 하나는 반드시 새기니까요!"



물론 눈에 너무 띄면 곤란하니 색을 입히는 자수의 형태로는 잘 새기지 않는다. 이 세상 사람들이 주로 자수로 새기는 형태는 옷을 만져보면 촉각으로 느껴지는 형태로 흰 천 위에 굵은 흰 색의 실로 새기는 형태.



설명을 이어 카푸스의 모든 옷에도 그렇게 촉감으로 느껴지는 자수가 미세하게 새겨져 있다고 한다. 굳이 특이한 것으로 따진다면 대대로 트랄켓을 좋아한 집안에 크호콘펠을 좋아하는 머리로 태어난 것이 이상할 뿐, 전체적인 기준에서는 딱히 이상하지 않다고 말하는 카닌이었다.



물론 시우는 이미 그 말의 헛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분명히 괴조들의 난전이 펼쳐지는 곳을 지나가는 안내역으로 뽑힌 사람이라면 괴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지구로 생각해보자. 웬만한 남자라면 스포츠카에 흥미를 조금씩은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차의 배기량이니 연비를 일일히 외울 사람은 정말로 드물겠지. 이 카닌이라는 소녀는 지구로 따진다면 정말로 그 드문 케이스에 해당하는 사람인 것이다. 아니라면 카푸스가 괜히 '무리해서 새 잡을 생각은 하지 말고'란 말은 하지 않았으리라.



동시에 시우는 '크호콘펠 키우는 법'과 비슷한 맥락을 가진 제목의 책들이 가득 꽂힌 책장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눈치가 더럽게 빨라...역시 형제인가..."


"그런 것 보다는 그 쪽이 너무 뻔하신데요?"


"좋아요. 현실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죠. 크호콘펠을 본격적으로 지구에서 돌보려면 훈련을 미리 시키는 편이 더 쉬울 거에요. 야생동물로 위장을 시키든, 본격적인 테이밍 몬스터로 등록을 하는 쪽이든 말이죠."



아예 시우를 설득시키는 것은 포기한 모양이다. 지금 그녀는 시우가 아니라 마경태를 향해서 말을 건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마경태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 이미 넘어간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군. 이건 너를 위해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시우야."


"네네, 계속해봐요."


"이 형도 재능이 있다곤 하지만, 너에게 본격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지."


"그래서요?"


"하지만 다 자라서 훈련을 받는다면 A+이상의 가치를 가진 테이밍 몬스터와 함께라면, 형은 너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야! 자 어때?"


"니가 고생이 많겠다 흉풍아."



이렇게 된 이상 시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다고 보는게 옳았다.



지금 들떠서 크호콘펠의 보호자를 넘어 아빠, 엄마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저 세 사람의 B랭크들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기껏 해봤자 정신적인 의미에서 보호자를 하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적운흉풍은 그런 시우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고 말이다.



보호자의 보호자의 보호자. 그런 자신의 처지를 바로 이해했는지 적운흉풍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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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환생자3 20.07.07 56 1 14쪽
62 환생자2 20.07.06 56 1 14쪽
61 환생자 20.07.05 68 2 13쪽
60 혼합무공, 홍류선법3 20.07.04 67 1 13쪽
59 혼합무공, 홍류선법2 20.07.03 68 2 13쪽
58 혼합무공, 홍류선법 20.07.02 75 2 14쪽
57 가족4 20.07.01 64 2 14쪽
56 가족3 20.06.30 66 1 13쪽
55 가족2 20.06.29 69 2 14쪽
54 가족 20.06.28 72 2 14쪽
53 평범함과 특별함4 20.06.27 62 2 14쪽
52 평범함과 특별함3 20.06.26 64 2 13쪽
51 평범함과 특별함2 20.06.24 61 2 14쪽
50 평범함과 특별함 20.06.23 67 2 14쪽
49 비행4 20.06.21 64 2 14쪽
48 비행3 20.06.19 62 2 14쪽
47 비행2 20.06.18 60 2 13쪽
46 비행 20.06.17 65 2 13쪽
45 사냥 20.06.16 72 1 13쪽
44 성장4 20.06.15 70 2 13쪽
43 성장3 20.06.14 77 2 13쪽
42 성장2 20.06.13 75 2 13쪽
41 성장 20.06.12 86 2 14쪽
» 이상한 사람5 20.06.11 78 2 14쪽
39 이상한 사람4 20.06.10 80 2 14쪽
38 이상한 사람3 20.06.09 8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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