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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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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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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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2

DUMMY

형이 말은 그렇게 했다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는 좀 찜찜한 시우였다.



카푸스만 해도 그 힘이 있으면 형과 동생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소리 높여 말하지 않았던가.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좀 유치하기는 해도 일리 있는 말이 있다. 그러니 당사자만 괜찮다고 해서 넘길 일이 아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힘이 생겼다면 좀 의미 있게 써야 한다고 느끼는 게 정상적인 사람의 마음.



그런 시우의 앞에서 시훈은 어께를 가볍게 으쓱거리면서 말하고 있었다.



"세계 S랭크 연맹이나 국제 헌터 연합은 둘째쳐도 카푸스의 말에도 너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그 친구는 아직 어리니까 좀 혈기가 넘칠 수 있지."


"어리다...고?"


"형은 다시 말하지만 정확한 나이를 셀 수 없습니다."



공전주기와 자전주기를 기준으로 한 1년이 365일 5시간 48분 46초인 것은 어디까지나 지구의 기준일 뿐이다.


초 단위야 원자가 흔들리는 주기로 절대적인 단위를 측정할 수 있지만, 일과 년은 세계의 환경마다 달라지기 마련. 거기다가 특수한 환경이 펼쳐지는 세계의 경우 아예 하루가 없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낮과 밤 없이 늘 황혼이 계속되는 세계. 그런 곳은 시계가 없으면 명백히 시간 측정을 하기 힘들다.



이러한 특수한 사정을 다 던져놓더라도 자신은 카푸스보다 나이가 확실하게 더 많다고 말하는 손시훈. 그 모습을 보면서 시우는 확실히 자신의 형은 20대의 청년과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뒤섞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노인이니 인간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내가 블루베리와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걔는 그 때도 소녀였지만 나는 지금이나 그 때나 상대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었단 말이다. 그런데 나중에 사람들이 우리 둘 사이의 관계를 물어보면 무슨 생각이 들겠냐?"


"아, 응, 미안."



속을 그대로 꿰뚫어보는 형의 말에 시우는 바로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형이 너에게 적운흉풍을 준 것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길 바래서지, 무언가 그 자체는 아니야. 이미 착한 일도 하고 있잖아."



의사회에서의 일. 크게 보자면 착한 일이 맞기는 하다.



"딱 봐도 그 마경태라는 친구, 누군가가 옆에서 돌봐줘야 할 것 같은데?"


"그 형이 좀 덜렁거리기는 하지."



대답은 했지만 영 찜찜한 표정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시우에게 시훈은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


.


.



"보아하니 진지하게 의사회 일을 오래 할 수 있게 된 모양이네?"


"평범한 비적합자라면 모를까, 저에게도 나름대로 소질이 있으니까요."


"하긴, 알고도 내버려두는 건 좀 아깝긴 해. 안 그렇니, 하늬야?"


"-삑--"



하늬, 마경태가 부른 그 이름을 들으면서 시우는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의사회 직원들끼리 삑삑이의 이름을 지으려고 했을 때는 수지니라는 이름으로 방향이 모아졌었다. 어릴 때부터 사람이 기른 매를 가리키는 이름. 삑삑이도 아직 성체가 되기 전부터 사람이 키웠으니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도 그건 너무 평범하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자 의사회는 손시훈의 조언을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단순히 조언을 들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약간의 걱정이 있다면 어려운 한자가 너무 붙을 거라는 걱정 뿐. 그런 걱정과는 달리 손시훈은 순우리말 이름을 건네주었다.



하늬



단순하게는 서풍과 북풍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따져보면 더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서풍과 북풍은 언제 불어오는 시기는 가을부터 겨울. 손시훈은 그 계절을 매들이 본격적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계절이라고 표현했다. 그와 함께 그는 이 이름을 가지고 언제나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던져주었다.



마경태와 사무실 직원들이 이런 덕담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확실히 센스가 있어요."


"그렇지? 적운흉풍하고는 또 다른 방향의 네이밍 센스란 말이야. 왠지 모르게 경험이 나보다도 더 많이 쌓인 베테랑의 냄새가 나. 마치 백전노장마저 뛰어넘은 느낌이거든"



냄새와 느낌이 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그것을 아는 하늬와 시우는 잠깐 눈을 마주치면서 진정을 해야만 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하늬의 이름도 지어주고, 정식으로 테이밍 몬스터 등록도 한 좋은 날에 일이라니..."


"원래해야 하는 일인데 형이 미루고 미뤘던 거잖아요."


"더 미뤄도 돼! 대한민국 의사회 지부는 아직 예산이 빵빵하다고! 추가 후원이나 협력 헌터팀은 아직 필요하지 않단 말이야!"


"그것까지 관리하는 게 귀찮아서 미뤄둔 거겠죠. 어차피 형이 관리하는 것도 아닌데."



웬만하면 협력 단체나 후원을 알아보는 것에 책임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상식. 단체 간 단체의 교섭에 대표자가 나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책임자가 사무업무에 괴멸적인 능력을 가진 터라... 의사회에서 1달만 일한다면 시우처럼 바로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



당사자도 양심은 있으니 그 반박에 부정할 수 없는 모양. 그래서인지 그 책임자인 마경태는 바로 말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많고 많은 사설 헌터팀 중에서 '아이언 스파이더'를 고른 이유는 역시 하늬 때문이야?"


"그런 것도 있죠."



아이언 스파이더



원래는 '아이언 소드'라는 이름을 가진 헌터팀이었다. 초창기의 평가는 말이 팀이지 사실상 고정 파티나 다를 바가 없는 그저 그런 팀. 딱히 아이언 소드만 그럴 게 아니라 웬만한 풋내기 헌터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팀들은 그런 경향이 있다.



보통 그런 팀이 11개 있다면 베테랑 팀으로 나아가는 것은 1팀 뿐. 나머지 10팀 중 5팀은 게이트 너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 와해되고, 5팀은 베테랑 헌터 팀에게 핵심 맴버가 흡수되어서 사라진다.



아이언 소드 또한 언제든지 비슷하게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팀이었다. 팀원 하나하나가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 헌터가 된 사람들로 이루어진 팀. 그랬던 팀이 나름대로 중견급 팀으로 성장한 것은 정말로 상상하지도 못한 예상외의 변수 때문이었다.



아눕롤, 금속으로 만들어진 거미의 모습을 한 몬스터이자 공식 A+급 테이밍 몬스터



한 팀원이 기적적으로 그 몬스터를 길들이는 데 성공하면서 아이언 소드는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말이 많았었지. 아무리 팀에 B랭크 헌터도 없고, 테이밍 몬스터은 A랭크라고 해도 팀의 이름까지 바꾸다니..."


"충분히 몇몇 불편한 사람들은 사람보다 몬스터가 상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내부에서는 별 말이 없었다. 일단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게 게이트 너머다. 추가적으로 아눕롤은 웬만한 인간보다도 높은 지성의 소유자. 처음에는 몬스터라 경계심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으로써는 굴러들어온 에이스가 되었다.



"거기다가 형의 말로는 이세계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대요."


"그럼 원래 목적하고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거 아니야?"



원래 목적



일단은 의사회 협력팀을 위한 면담 말고도 시우와 마경태에게는 한 가지의 목적이 더 있었다. 본격적으로 게이트 너머에서 테이밍 몬스터와 테이머의 합을 맞추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다. 사무실 직원들에게 출발하기 전의 설명도 비슷했다.



하지만 손시훈의 제안으로 인한 본래 목적은 조금 다르다.



"내공의 활용법 중 하나를 배우기 위한 목적도 있거든요"


"아, 사무실 직원들에게는 말할 수 없긴 하네."



나름대로 기밀이기에 시우의 목소리에 맞춰서 마경태의 목소리 또한 줄어들었다.



"그런데 뭔가 배울 수 있는 게 있어? 그...내공은 생명력의 순환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힘이잖아. 금속으로 된 몬스터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게 있나?"


"딱 하나 있다고 해요."



전음, 정확하기는 전음입밀(傳音入密)



아눕롤의 종족이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내공을 이용한 전음입밀과 원리가 거의 동일하다.



"아무래도 이렇게 목소리를 줄여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일리 있어. 게이트 너머의 여러 상황에도 유용하겠군."



잠깐 베테랑 헌터의 관점이 나오는 것과 함께 마경태의 눈이 예리해졌다. 그 예리해진 눈은 다시 평상시의 천진난만한 눈으로 돌아와서 기대감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시우 또한 약간의 기대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기대감과 맞먹는 불안감 또한 한 쪽 가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세상에 손시훈이 환생자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가 먼저 자신이 환생자라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거기서 유일한 예외가 아눕롤이다. 자세한 관계를 물어보니 말을 얼버무리며 '좀 열정적일 수 있다.'라는 것을 봐서는 심상치 않다는 건 확실했다.



말만 그렇게 끝났다면 좋겠는데, 손시훈은 시우에게 혹시나 아눕롤이 진정하지 못할 때 펼치라면서 쪽지를 몇 개나 건네주었다.



도대체 무슨 관계라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너무나도 궁금해서 나중에 블루베리에게 물어보니 그녀는 시우에게 대답하는 대신 시훈에게 '괜찮겠습니까, 주인님?'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



'나쁜 관계는 아니잖아?'


'너무 좋아서 문제일 텐데요. 분명히 순례 중에 예상외의 일이 일어나서 들떠있는데, 그런 부탁이 현실이 된다면...'


'어떻게든 되겠지. 어쨌든 약속이잖아?'


'단순히 던지는 수준에서 끝날 수 있는 말을 진짜 약속으로 지키는 건 그다지 좋지 못한 버릇이십니다.'



.



그 말과 함께 블루베리는 진짜로 걱정된다는, 상상하기도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투까지 진지했는데 불안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이렇게 된 이상 미리 만나서, 나중에 만났을 때의 불상사를 방지해야 한다는 게 시우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아이언 스파이더의 사무실로 향하는 시우와 마경태의 옆으로 상태가 좋은 폐차들을 실은 카캐리어가 지나갔다.




"용케 아눕롤의 식사가 되지 않은 폐차들이군."


"정비를 좀 받으면 수출되어서 개발도상국 시민들의 다리가 돼 주겠죠."


"어디, 봉사단체에서 나오셨어요?"



의미 없는 가벼운 소감을 말하는 마경태와 시우. 그런 그들에게 귀찮다는 듯이 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뭔가 금세 내쫓고 싶다는 감정이 물씬 드는 분위기. 그를 향해서 마경태는 고개를 돌려서 정중하게 자신들을 소개했다.



처음에는 날선 반응이 돌아온 것은 요즘 들어서 봉사단체에서 싼 값에 폐차를 넘겨달라는 부탁이 자주 온다고 한다. 마경태와 시우가 이야기 한 대로 상태가 좋은 중고차는 정비 후 해외 수출이 가능하니까.



그것을 공공이익을 위해서 싼 값에 넘겨달라는 건데. 충분히 예민해질 상황이긴 했다.



자신들은 그와는 상관없으니 아이언 스파이더의 사무실에 소개해달라는 마경태였다. 그 부탁에 잠깐 몸을 돌려서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남자. 보아하니 폐차장 직원과 아이언 스파이더의 일을 겸업으로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작게 줄인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가 심상찮았다.



"아, 나야. 돌아가는 길이었지. 지금 아눕롤은 없어?"

<...>

"그, 의사회에서 사람이 왔는데. 한 명은 그 손시훈과 똑같이 생긴 그 사람이야."

<...>

"곧 돌아온다고? 어... 그래도 들인다?"

<...>

"아니, 팀장도 팀장이지만, 정작 우리를 먹여 살리는 건 아눕롤이잖아."

<...>

"이거 잘 생각해야 해. 팀장은 최대한 아눕롤이 손시훈이나 그 동생과 만나면 안 된다고만 했는데, 정작 아눕롤은 언제 찾아오나 기대하는 눈치라고. 고귀하신 분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말이라도 해주지 비밀이라고만 하고..."

<...>

"야, 생각을 해 봐라. 아눕롤이 기대하는 건 손시훈인 것 같은데, 똑같이 생긴 쌍둥이 동생이라고. 괜찮을 리가 있겠냐."

<...>

"어. 진짜로 똑같이 생겼는데..."



내공단련과 함께 예민해진 감각은 작게 줄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일단은 막아야 하는데 뭔가 찜찜하다는 투를 숨길 수 없는 대화. 그 대화를 엿들으면서 마경태는 작은 목소리로 '나중에 몰래 잠입할까?'라는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논란의 원인이 되는 주인공이 갑자기 등장하면 다행일까 불행일까.



덩치는 웬만한 중형차만한 듬직한 크기의 깡충거미. 광택이 도는 북슬북슬한 갈색의 털 아래에는 짙은 회색의 몸체가 보이고, 눈동자는 마치 거대한 카메라 렌즈와도 같이 철컥거리면서 시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몸의 모습은 아무래도 감격에 가득 차 있는 듯하다. 이건 다행보다는 불행에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시우의 머릿속에 생각지도 못한 깔끔한 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 귀하신 분의 혈족께서 어찌 이런 누추하신 곳에! 분명히 언제든지 부르면 제가 달려간다고 했사온데...!'


"저기, 그러니까..."


'순례자가 일곱 현인 중 한 분의 혈족을 뵙사옵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람의 가치와 그 가치로 일어서는 문명의 영광을 위해!'



감격에 겨워 자신의 말은 듣지도 못하는 아눕롤의 모습에 시우는 눈을 잠시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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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환생자3 20.07.07 56 1 14쪽
» 환생자2 20.07.06 57 1 14쪽
61 환생자 20.07.05 68 2 13쪽
60 혼합무공, 홍류선법3 20.07.04 67 1 13쪽
59 혼합무공, 홍류선법2 20.07.03 68 2 13쪽
58 혼합무공, 홍류선법 20.07.02 75 2 14쪽
57 가족4 20.07.01 64 2 14쪽
56 가족3 20.06.30 66 1 13쪽
55 가족2 20.06.29 69 2 14쪽
54 가족 20.06.28 72 2 14쪽
53 평범함과 특별함4 20.06.27 62 2 14쪽
52 평범함과 특별함3 20.06.26 64 2 13쪽
51 평범함과 특별함2 20.06.24 61 2 14쪽
50 평범함과 특별함 20.06.23 67 2 14쪽
49 비행4 20.06.21 64 2 14쪽
48 비행3 20.06.19 62 2 14쪽
47 비행2 20.06.18 60 2 13쪽
46 비행 20.06.17 65 2 13쪽
45 사냥 20.06.16 72 1 13쪽
44 성장4 20.06.15 70 2 13쪽
43 성장3 20.06.14 77 2 13쪽
42 성장2 20.06.13 75 2 13쪽
41 성장 20.06.12 86 2 14쪽
40 이상한 사람5 20.06.11 78 2 14쪽
39 이상한 사람4 20.06.10 81 2 14쪽
38 이상한 사람3 20.06.09 8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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