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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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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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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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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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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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세번째 차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효준은 저녁을 먹고 자고 가라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저녁을 먹고 피노와 게임을 하던 효준은 피노가 잠들자 밖으로 나오며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효준을 데리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형 집.”

“아까 거긴요?”

“거긴 인나씨 집.”

“형 혹시...?”

“기둥서방 아니다. 형 일한다. 저기 보이는 트럭 형 차야.”

“아, 아뇨! 기둥서방이라뇨. 그런 생각 안했는데요?”

“흐흐... 전에 들어서 뜨끔했다. 그런데 왜? 피노 일로 할 말이 있다니?”


효준은 주저하다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 그랬었구나. 그 천을 피노가...”


그는 겁먹은 효준을 보다 물었다.


“미성년이지?”

“민증은 있어요. 아직 성인은 아니지만...”

“생일 언제야?”

“...내일이요.”

“뭐?”

“농담 아니라... 아니, 정말... 저도 놀랐어요. 갑자기 연락 와서, 원장님이 말해주셔서... 그런데 형은 제 형도 아닌데... 성인이 되어도 난 혼자라는 생각을 하다가....”


효준은 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가 손으로 어깨를 두드리다 돌연 껴안자 놀라다 이내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미숙해 아직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이의 팔에는 세월의 고통처럼 진한 색의 물감들이 박혀 들어가 있었다. 그는 그 팔을 쓸어주었다.


“아, 쪽팔리게 울고...큭... 아, 부끄러워...”

“중얼거리지 마. 형하고 이야기 할 때는 고개 들고.”

“....네.”


효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도 활짝 웃어주었다.


“당장 널 어떻게 돕는다거나 그런 말은 못하겠다.”

“그런 부담 드릴 생각도 없어요. 오히려 제가... 저 동생들... 아... 아까 키오가 목 감싸는데, 왜 그렇게 기분 좋은지 모르겠어요. 피노하고 게임할 때도 친구들하고 겜방 갔을 때하고 다른 뭔가.... 밥 먹을 때도....”

“또 울려고?”

“크흐...아뇨.”

“효준아.”


고개를 들어 보자 그가 말했다.


“삐뚤어질 생각은 없지?”

“....예.”

“남들에게 네 속에 쌓인 분노 풀 생각은.”

“없어요. 저...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덩치도 크고, 키도 커서 안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제 친구들은 다 착해요. 저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지라고 놀리거나, 괜히 시비 걸고 그게 싫어서 문신했는데... 싸게 해준다고 갔는데, 조금 이상했어요. 팔에만 하려고 했는데, 계속 가둬두고 못 가게하고... 등에도 억지로 하고.... 열 받아서 밀치고 도망 나왔는데 쫓아오고... 숨어 다니다가 친구들이 신고해서 그 사람들 잡혀갔어요. 저보고 오백 내놓으라고... 처음에는 삼십이면 해준다고 해놓고... 문신도 자기들 마음대로 이상한 것들로 하고...”

“...그랬구나.”

“형... 화났어요?”

“응.”

“죄송해요. 저도 바보 같다는 거 알아요.”

“너한테 말고...후우, 그 사람들. 잡혀갔다고?”

“네.”

“그랬구나... 다행인가? 음... 그래. 지우는데 얼마나 든데?”

“피부과 갔는데 저보고 신검 받고 나서 지우라고 하더라고요. 면제 나온다고. 근데 전 군대 가고 싶은데... 여친은 안가도 남자다우니까 고집부리지 말라고 하고.”

“군대라... 그렇겠다. 가고 싶어?”

“네, 저 말뚝 박을 생각 있어요. 공장 돈 받아봐야 쓰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기숙사도 불편하고, 나오면 월세도 내야하고. 문신만 없으면 군대 들어가면, 집도 주고 그렇잖아요.”


가만히 생각하던 그는 효준에게 옷을 벗어보라 말했다. 부끄러워하며 벗은 효준을 그는 천천히 돌게 한 후 다시 옷을 입혔다.


“그 정도면 3급 현역으로 나오겠다.”

“정말요?”

“응, 올해에 신검통지서 오지 않았어?”

“왔나? 모르겠어요. 원장님이 말씀 안 해주셨어요.”

“음... 어쩌면 네 사정 때문에 전시근로역이 되어 있을 수 있어.”

“그게 뭔데요?”

“전에는 제2보충역이라고 했던가, 그랬지. 명칭이 2016년도에 바뀌었다고 하더라. 나도 생소해. 그게 뭐냐면 전쟁나면 동원되는 인원이야. 신검에서 5급 받으면 가는 것이고.... 민방위 훈련만 받던가? 그럴 거야.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전시근로역이 너 같은 경우에는 자청해야 하는 것인데... 혹시 원장님이 너 대신에 했다거나... 그럴 수도 있겠다. 신검통지가 오지 않았다면.”

“헐... 신검도 안 받아요?”

“그럴걸? 기초군사훈련도 면제야.”

“원장님 여자 분이신데... 그런 것도 아실까요? 알아도 본인 아니면....”

“알아봐.”

“네...”

“그리고... 난 군대 안가도 된다고 봐.”

“왜요?”

“가면 밖이 좋다고 느껴져. 체질이라는 소리 들었던 나도 나왔어. 거기 있으면 뭔가... 정신이 달라진다고 할까. 싫었어.”


고개를 끄덕이던 효준이 물었다.


“형은 군대 어디 갔다 왔어요?”

“음... 뭐 그런 곳이 있어.”

“왜요? 말하면 안 되는 특전사 그런 거예요?”

“아니 평범해.”


사회에 나오기 싫어 잠시 고민한 시기도 있었지만, 그는 구속되는 느낌이 싫어 전역한 것이다.


“가면 배우는 것도 많지만, 안가도 사회에서 충분히 배우는 것들이기는 해. 가고 싶어? 여친도 싫어한다면서.”

“헤어져도... 저 떠나도 괜찮아요.”

“기다려줄 거 같지 않아?”

“바라는 것은 잘못된 것 같아서요.”

“....그럼 부사관 지원해봐.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단기가면 중사 달고 나오고, 사년인데 괜찮다 싶으면 계속 있어도 되고. 그래도 육군은 진급 빠르니까. 가면 돈 쓸 일 없어서 돈도 모이고... 쓸 만큼 써도 나올 때 사오천은 가지고 나오지. 자리 잡히면 일찍 결혼해서 같이 살아도 되고. 대학에 대한 것도 지원 많이 해주니까.”

“잘 아시네요.”


어색하게 웃으며 그가 말했다.


“나도 부사관 지원했거든. 답답해서 나왔어. 거긴 상하질서가 너무 엄격하달까, 참 말도 안 되는 트집 잡는 놈이 있어서...의욕도 없었고. 아깝기도 하더라. 나와서 돈 벌면 더 벌수 있으니까. 요즘은 짧아졌으니 병으로 들어갔다 나와도 되고. 월급도 많이 올랐더라. 그래봐야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이지만....”


“어후, 형 말 들으니까 더 고민되네요.”


“고민 해. 결정은 네가 하고. 조언해봐야 나중에 좋은 소리 못 들어. 연애나 군대는...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찾아봐. 형이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줄게.... 너 여기 와서 살아도 돼.”


“크...기분은 좋네요. 그런데 멀어서요.”


“옮기면 되지.”


“계약했거든요. 생각해보니 군대 가면 마찬가지긴 하네요. 어쩐지 받아준다 했더니.... 그 전시근로역에 대해서 알았나 봐요.”


“그럴지도... 졸리지?”


“괜찮지만... 아니, 조금 졸려요. 원래 잘 못 자는데.”


“가서 자자..”


잘 곳이 생겼다. 명절날 선물을 사들고 찾아올 곳이 생겼다. 삶에 대해 논의할 상대가 생겼다. 잠자리에 누워 꿈같은 시간을 되돌아보던 효준은 고른 숨을 내쉬는 피노를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 생각한 시기가 있었다. 오늘 이전까지도 그랬었다. 그러나 피노가 가진 상처나 절망을 그는 가늠할 수 없었다. 가만히 보던 효준은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네 형이야...”


그가 해줬듯이 효준도 피노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던 그였지만, 더는 미루지 않기로 결심했기에 노트북을 들고 나갔다. 그의 예상대로 인성은 다래의 가게에 있었다.


“형님은 출근 안하십니까?”

“당연히 했지.”

“여기로 퇴근하셨군요.”

“응. 크흐흐... 밥은?”

“집에서 먹을까했는데... 누님? 밥 먹어도 됩니까?”


멀리서 칼을 닦던 다래가 그의 말에 웃었다.


“뭐래? 이젠 호칭 정리해야하지 않아?”

“전 미혼이고 언제 할지 모르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을 삼키고 그는 말을 이었다.


“한다고 해도 처오빠의 부인되시니.... 형님, 뭐라고 불러야 하죠?”

“나? 나 미국사람인데?”

“이럴 때만 이중국적을... 미국적 버리셨다면서요.”

“큭! 어....뭐라고 부르더라.”


그는 답을 알고 있으면서 물었던 것이다.


“정말 그렇게 불러드려요 누님?”

“응? 당연하지. 밥 얻어먹고 싶으면 불러.”

“그럼... 알겠습니다. 아주머니!”


그의 말에 다래가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동생?”

“형님, 이게 마땅한 호칭입니다. 검색해보세요.”


뚱하니 보다 검색한 인성은 결과를 들고 다래에게 달려갔다. 두 사람은 잠시 속닥이다 곧 고개를 흔들었다.


“불러요?”

“난 누나가 좋아.”

“응, 나도 아줌마는 별로야.”

“아줌마가 아니라 아주머니입니다만....”

“그게 그거지. 아줌마 소리 듣기 싫으니까 앞으로 꺼내지도 마.”


그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인성 두 사람은 다래가 챙겨준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대화를 나누었다. 기회를 엿보던 그는 그런 자신이 못마땅해 쓰게 웃으며 노트북을 테이블에 올렸다.


“....왜?”

“봐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어서요.”

“뭔데?”


그는 말없이 파일을 찾아 열었다.


“음...어? 여기 거기지? 떡볶이?”

“예, 편의점입니다....이게 전에 말한 그 영상입니다.”

“뺨맞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청소가 끝났는지 다래가 다가오며 물었다. 그는 숨기지 않고 인성에게 해준 이야기를 전했고, 다래를 크게 웃게 해주었다.


“그런데 왜 이걸 내 남편 될 사람의 눈의 피로를 더하면서 보게 하는데?”

“다래씨.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노안이라도 온 것 같잖아...”

“그렇게 들렸어요? 정말?”

“....아니. 그런 오해하지 않아.”

“흐음... 동생 나가면서 문 걸어 잠가.”


농담인줄 알기에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홀에 아직 직원들이 남아 있었으니까.


“형님, 보시니 어떻습니까?”

“뭐가? 아... 차? 차.... 잠시만.”


여러번 돌려본 후 인성은 즉석에서 검색을 하고는 사진 한 장을 크게 확대해 보여주었다.


“....이 차는?”

“유리너머에 보이는 차가 이 편의점 로고인지 가로선 때문에 위에만 보이잖아.”

“네.”

“그때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 높이를 생각하고, 이 위치를 고려하니까 보통은 이렇게 보이지 않겠나 싶어.”

“흐음...”

“람보르기니인데 특색이 있어 보여서 자세히 보니까, 최근에 나온 그 차 같더라고.”

“사진이 그 차입니까?”

“응, SUV야.”


놀란 표정을 감추려 그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SUV... 스포츠카가 아니었어. 내가 본 차와 다른 차가....’


“이 차 예쁘다.”

“하나 살까?”

“얼마나 할까...”

“내가...”


다래가 미소 지으며 보자 인성은 스스로 입을 다물었다.


“앞서가기 금지.”

“알았어. 그래도...”

“같이 모아서 사자. 하나씩. 그렇게 우리 것을 만드는 게 난 좋아요.”

“우리 것이라... 그래, 그게 더 의미가 있겠다.”


입만 안 닿았지 키스해도 충분한 거리에서 대화하는 두 사람을 보고 그는 급히 노트북을 챙겨 일어났다. 두 사람은 그런 그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다시 서로에게 집중했다.


*


집에 도착한 후 그는 인성이 찾아준 차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람보르기니기는 한데, SUV였다니.... 아! 그 수행기사, 쯧!”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안에 있었고 차를 잘 모르기에 그럴 수 있다지만, 수행기사는 차 앞을 지나쳐 편의점에 들어왔었다. 스포츠카와 SUV 차량은 눈에 확 띄는 높이차를 지니고 있다. 독특한 전면 그릴과 범퍼를 지니고 있지만 높이에서 차이가 나고 크다. 스포츠카에서 볼 수 없는 특징들이 여기저기에 나타나 있었기에 그는 수행기사의 눈썰미를 탓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고 그는 수행기사가 스포츠카라는 말을 한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다 내가 멍청해서 일어난 일이군.’


씻고 나온 그는 출출한 허기를 달래려 무의식적으로 냉장고를 열었다. 당연히 비어 있어야 할 냉장고에는 렌지용 그릇에 볶음밥이 만들어져 있었다.


“준서...”


한입 먹고 난 후 준서가 아님을 깨달은 그는 데운 국을 먹고 인나와 마나 두 사람에게 감사했다. 하나는 짜고, 하나는 싱거웠기에 함께 먹으니 부족함이 없다며 그는 만족했다.


식사를 마치고 그는 다락으로 올라갔다. 다락은 위험하다며 그가 열쇠를 걸어놓았고, 열쇠를 차키와 함께 보관하기에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다락에 설치한 전등을 켜고 그는 칠판에 있던 메모지를 다 뗐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구겼다.


‘벤츠는 만세형을 옮길 때 사용되었다.’

‘람보르기니 suv 차량은 4~5인용 차량이다.’

‘물은 스포츠카와 suv 두 대를 가지고 있다?’


“더 있을 수도 있겠지. 그 차고라면...”


정리하다 떠오른 것이 있어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자괴감에 보지 않았던 카센터 동영상을 열었다. 그가 당황한 시점부터 카삥과 그의 목소리만 녹음되어 있었고, 영상은 바지 주머니의 안쪽을 보여주었다. 그 전 영상을 살피던 중 그는 한 장면에서 멈추고 화면을 확대해 보았다.


“벤츠...2330.”


그는 급히 구겨진 종이를 펴 그 안에 서울까지 쫓아갔던 차량의 번호를 찾아냈다.


“...그랬군. 벤츠도 두 대였어.”


벤츠 320을 소유한 이는 카삥과 아직 누군지 밝히지 못한 얼탱이다. 카삥의 벤츠는 공장 한쪽에 서 있어 밖에선 보이지 않았는데, 영상에 우연히 찍힌 것이다.


“그럼 얼탱이란 놈이 타고 다니는 차 번호가 7221이겠군.”


새로운 메모지에 두 사람의 별명과 차번호를 적어 붙인 후 그는 다시 정리해 나갔다.


“.....국밥집에 있던 차는 분명 스포츠카였어. 그럼 그날 우리 동네에 벤츠 하나...스포츠카 하나 우루스... 우라칸이구나. 그렇게 세대가 있었다는 것인가? 세 놈이니... 각기 타고 왔다? 흠... 그럼 한 놈이 만세형을 담 너머로 던져 넣었다는 것인데... 벤츠는 일을 마치고... 가까운 주차장으로 이동했을까? 그 후에.... 물이 우루스를 타고... 아냐, 여기선 얼탱이란 놈이 우루스를 몰고 다녔을까... 카삥일 수도 있겠지.... 이놈들 도대체 뭘 한 거지? 왜 바로 떠나지 않았을까....”


동선을 조합해보려 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차량 세대가 폐촌의 국밥집, 그의 집 담 옆 그리고 편의점에 각기 나타날 이유를 그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다.


“형사들은 이런 정황만 보고 뭔가 알까...”


딱하면 척 알아듣던 조사관을 떠올리며 그는 입술을 씹었다.


“2월에 비가 온 날 중 사일 연속 비가 온 날은...9일부터 12일까지... 사고일은 9일. 카삥은 직원들을 10일부터 13일까지 쉬게 했다. 그 동안 사고처리가 이뤄졌다.”


전 정비소 기술자인 대리기사의 말에 의하면 무급휴가가 끝난 이후 물이 카삥에게 벤츠를 사주었다. 만세형이 그의 집에 들어온 날은 15일 밤이다.


“카삥의 벤츠는 만세형 이동에 사용되지 않았다.... 그동안 차에 만세형이... 만세형은...!”


그는 뛰어 내려가 노트북으로 물이 소유한 스포츠카의 트렁크 크기를 조사해보았다. 전면에 있는 트렁크는 다른 스포츠카에 비해 작다고 말할 수 없지만, 만세형이 들어갈 크기에 아니라 그는 확신했다.


“키는 크지 않지만 피가 빠지기 전이라 몸무게가 상당했을 테니까.”


‘사고일 9일. 사고차량 도색 및 수리기간 10일 새벽부터 12일. 비는 12일 밤에 그쳤으니까....’


“사고 장소에 다른 차량이 있었다....!”


2인승인 스포츠카 조수석에 태웠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는 물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가 발견했을 당시 만세형의 옷은 더렵혀져 있었다. 피와 기름때로 얼룩져 있었다.


“거기에 비까지 왔으니까...”


그는 물이 전화 거는 모습을 떠올렸다. 곧 카삥이 차를 차고 나타났다. 또 다른 공범 키 큰 남자의 그림자도 상상 속에 존재했다. 그들은 카삥이 타고 온 차량에 만세형을 넣었다. 그 후 세 사람은 카삥의 카센터로 들어갔다.


“만세형은 술을 마셨어. 취해서 쉬려고 앉았다. 그 장소에 뭐가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취했기에 그렇게 주저 앉았.... 아니야... 사고 나며 그 기름먹은 땅에 엉덩방아 찧었을지도 모르지. 음.... 으, 하지 마! 그만!”


자꾸 다른 생각이 들려해 그는 다시 날짜에 집중했다.


“사고는 구일. 만세형이 집에 온 날은 15일. 벤츠를 수행기사가 본 날도 15일. 내가 발견한 것은 16일 새벽. 그 동안 만세형은 놈들이 보관하고 있었다. 보관에는 다른 차량이 쓰였다...? 아? 벤츠는 그 전에 없었잖아? 다시 출근한 후에 카삥이 받은 벤츠를 봤다니까.... 그럼 다른 차량이 있었나? 그 SUV였을까?”


‘아냐, 물이라면 그런 차에 만세형을 넣으려 하지 않았을 거야. 얼탱이나 카삥의 차를 이용했을 것이야.’


차가 있을까?


‘있겠지... 카센터 하는 놈이 차도 없을까.’


최초 만세형을 옮긴 차량은 카삥의 것이라고 그는 메모지에 적어 9일 아래에 붙였다.


‘카삥은 젊고 힘도 있겠지만... 괴력을 가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는 만세형을 카삥이 옮겼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키가 크고, 힘도 좋아야 담장위로 넘길 수 있어. 만세형이 자의로 넘으려 들지 않았다면...”


‘얼탱처럼...’


벤츠를 몰고 나타나 집 담장 안으로 만세형을 넘긴 것은 얼탱이라고 적어 칠판에 붙이고 그는 가만히 메모들을 살폈다.


“후우.... 조금 쉴까.”


다락에서 내려온 그는 커피분말을 담은 종이필터를 컵 위에 두고 물을 끓였다.


“방법은 그것뿐인가...”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수순으로 발을 옮길 수 있다. 이미 결심했지만 그는 새롭게 자신을 다듬기 위해 만세형을 찾아갔다. 커피잔을 들고 왔음을 뒤늦게 깨닫고 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


“심증은 확실해졌는데... 증거가 없네요.”


오늘은 그 정도로 각오가 생기지 않았다. 그는 고민하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큰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하던 그는 어느새 눈에 익은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깨달았다.


“...여기까지 왔으니.”


길에는 사람도 차도 없었다. 그는 한적하고 넓고 잘 포장된 길을 따라 올라가 어디가 시작점인지 모를 담장 아래에 차를 세웠다. 물의 집 앞이었다. 시동을 끈 그는 작은 냉각기를 내부 전력으로 돌리며 담장을 보았다.


‘젠장.’


가까이 붙었고 담장은 높았기에 높은 운전석에서 보이는 것은 잘 칠해진 벽뿐이었다.


‘어떻게 살까?’


강한 충동을 느낀 그는 뒤돌아 생각하면 기막힌 일을 벌였다. 차의 조수석을 열고 그는 차 위로 올라갔다. 차에서 가장 높은 화물칸 위에 올라간 그는 주변에 보는 이들이 있을까 걱정되었는지 몸을 납작하게 눕혔다. 그런 그의 시선에 담 너머의 전경이 보였다.


‘잘 사는군.’


예상대로의 모습이었다. 넓은 잔디밭과 그 안에 선 넓은 집.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그마저 기품 있어 보이는 그런 집이었다. 볼품없는 자신의 집을 떠올린 그의 인상이 구겨졌다.


“개만도 못한 놈들이... 잘사네. 젠장.”


더 보았다간 속이 뒤틀릴 것 같았던 그는 차에서 내려가려 했다. 허나 올라올 때와 달리 내려가는 것이 어려웠다. 그는 생각 끝에 가까이 있는 벽과 화물칸의 벽을 디디며 내려왔다. 그러다 자신이 남긴 발자국이 담 높은 곳에 찍혀 있는 것을 본 그는 멈춰 서서 소매로 그곳을 박박 문질러야 했다. 그렇게 위에서부터 흔적을 차근차근 지우며 내려왔을 때, 돌연 전등 빛이 얼굴에 닿았다.


-뭐하십니까?


빛을 손으로 막은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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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7 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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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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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떠넘기기 1 20.06.12 19 2 24쪽
71 세 친구 4 20.06.12 15 2 19쪽
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68 세 친구 1 20.06.12 29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2 3 18쪽
» 세번째 차 +2 20.06.11 22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19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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