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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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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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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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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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가족의 의미 2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트럭에 올라타고 떠난 후에야 준기는 바나나우유에 손을 댔다. 동생 준석이 몰래 마시고 둔 자신의 바나나우유를 보고 준기는 오해했었다. 그의 몫이 없었던 집안이었기에 훔쳐 먹었다 생각했다. 그에게 화를 내고 던졌던 날을 준기도 기억하고 있다. 그 후 그에게 두들겨 맞았고, 그는 이모부에게 뺨을 맞았다.


-이 새끼가 노려봐? 보면 어쩔 건데? 어쭈? 안 놔?


그날 처음으로 그가 반항했다. 이모부의 손을 잡고 그는 저항했다. 눈을 똑바로 보고 대들었다. 학업과 병행해 힘든 일을 마다않고 했던 그는 힘으로 이모부를 이겨낼 수 있었다.


-어이쿠!


그날 그가 힘주어 밀었을 때, 가정의 균형이 변형되었다. 그동안 절대적이던 모든 규율이 뒤바뀌었다. 그가 약자가 아니었음을 가족 모두 똑똑히 보았다.


준기는 그날 겁먹은 부모님의 표정을 보았다. 두려워하는 그에 대항할 수단을 잃었던 날이다. 그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시점이라 준기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날 이후 그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빠르게 자취를 감춰갔다. 부모님은 그의 눈치를 보았고, 유일하게 그에게 잘했던 준석만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준기도 그날 이후 숨죽이며 지냈다. 준기는 그 시기에 자신의 비겁함과 그의 강함을 깨달았었다. 그가 군에 입대하고 서둘러 이사하려던 부모님을 보며 그는 자신이 누구의 아들인지 알게 되었다.


“씨발...여전하네.”


예전부터 그는 말도 못하게 몰아붙였었다. 그가 사준 바나나 우유를 마시는 준기는 눈을 감아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잡아 세웠다. 그의 말처럼 자신을 용서해선 안 된다고 자각을 하며.


*


그는 병원에서 나와 가까운 은행을 찾아냈다. 통장에서 돈을 모두 되찾아 준기에게 보냈다. 통장은 버리려다 주머니에 두었다. 시간이 가면 무뎌지는 미움을 잊게 될까봐, 간직하기 위해서였다.


마나와 인나를 만나며 알게 된 편리한 수단인 페이 전송을 통해 보냈기에 계좌번호를 물어보지 않아도 되었다.


[너희 가족과의 인연은 이걸로 끝이다. 너희는 이제 내 가족이 아니다.]


오래전 하고 싶던 말을 적어 보내고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


집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있을 때, 퇴근해 돌아온 인나가 차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인나를 보았지만 다가서지 않고, 냉동기의 전원부터 연결했다.


“날씨?”


그는 보지 않고 급히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술래잡기? 캬하하! 날씨 잡아라!”


인나가 쫓아와 대문을 닫는 소리를 듣고 그는 팔을 벌린 채 기다렸다.


“잡았다!”


고개를 든 인나의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


“왜 그래요?”


물으며 다가선 인나가 그를 껴안았다.


“크으....”


그는 참았던 눈물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소리와 함께 내보냈다. 아이처럼, 사회적 가면이나 그동안 쌓아온 체념과 자존심을 모두 버린 채 울었다. 단 하나, 울면서도 혹시 동생들이 들을까 걱정했기에 그는 인나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힘주어 닫고 그는 그녀의 품에 안겨 더 크게 울었다.


울다 정신이 들었을 때, 그는 마나의 온기도 더해져 있음을 깨달았다.


“...언제 왔어요.”

“인나 차가 밖에 있어서...그래서...”


고개를 든 그는 퉁퉁 부운 두 사람의 눈을 보고 웃어버렸다.


“히이. 왜 웃어요. 날씨 눈도 부었어요.”

“흐...흐흐...좋다.”


그는 두 사람을 꽉 끌어안고 남은 슬픔을 털어냈다. 그리고 기다려준 두 사람에게 담담히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전했다. 왜 이제 말했냐며 인나는 울고, 마나도 서운하다며 울었다. 그도 또 울었다.


“가족이라는 거 혈연일 필요 없다는 말 동감해요. 우리 그렇게 살아요. 우리 가족이니까.”


마나의 말에 그는 고마움을 느꼈다. 가족이 되어주는 그녀에게 그는 감사했다. 그는 뚜렷한 가족을 가지게 된 것에 감사했다. 가족이 되어주려 돌진해온 인나에게, 떠돌이 고양이처럼 태어난 곳을 찾아온 준서에게, 순수한 웃음으로 삶의 기쁨을 전해주는 피노키오에게 감사했다.


“앞으로 남편이라 부를래.”


‘예? 그건 아닌데...’


마나의 말에 놀라고 슬픔이 즉시 사라지는 기적을 느끼며 그가 고개를 들 때 인나가 웃으며 말했다.


“난 그럼 여보라고 부를래. 마나는 부인?”

“히, 그거 낯간지럽다. 부인...?”

“푸후, 부인...”

“헤에...”


‘....왜들 이럴까.’


잊었던 어색함을 느끼지만 그는 그녀들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


토요일. 그는 지하철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손님 이외에 누군가를 기다린 적이 있었는지 그는 생각해보았다. 떠오르지 않자 그는 쓰게 웃었다. 이젠 생겼다며.


인나나 마나를 데리고 나오지 않은 이유는 효준이 부담을 느낄까봐 걱정이 들어서다. 같은 이유로 차도 빌려 타지 않고,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효준은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 그는 효준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사촌이라 그런가?’


그는 효준이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예?”

“놀라긴, 나 정날이다. 네 형.”

“저 교회 다녀요.”

“....아?”


당황하고 있을 때 뒤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형!


그는 돌아보고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나 사촌들과 전혀 다른 느낌의 남자가 서 있었다. 이제 스무살이어야 할 효준은 나이보다 많이 성숙해보이고, 키도 크고 몸무게도 상당해 보였다.


“효준이?”

“예, 흐흐흐.”


그는 영리추구 종교단체의 전도행위로 오해한 청년에게 살짝 고개 숙여 사과를 한 후 효준에게 다가섰다.


“생각한 것과 다른 느낌이네?”

“그런 말 자주 들어요. 목소리 가늘다고 여리여리 할 것 같다고 처음 만날 때, 여친도 놀랐어요.”

“여친 있어?”

“네. 아, 같이 오려고 하다가 뭔가 아닌 거 같아서...”

“다음에 같이 오면 되지.”

“흐, 예.”


그는 효준이를 데리고 인근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고기먹자.”


처음의 의도는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했기에 그의 가족은 효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위화감을 주는 효준이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겠다고 판단했기에 식당을 찾아온 것이다.


“익었네. 먹어.”

“예. 형도 드세요.”


고기를 먹으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그가 말했다.


“벗어. 안 더워?”

“아... 저 안에 반팔 입어서.”

“반팔이 왜.... 문신 있어?”


고개를 끄덕인 효준이 눈치를 보자 그가 말했다.


“살짝 보여줘 봐.”


그는 팔목까지 가득한 문신을 보며 살짝 눈을 찌푸렸다.


“몸에도?”

“등에....”

“왜?”

“그냥... 무시 받는 게 싫어서 했는데, 지금은 후회해요. 돈 벌면 지우려고요.”

“그거 돈 많이 든다던데.”

“그래도 해야죠. 여친도 싫어하고.”

“그래...”


식사를 마치고 그는 효준을 데리고 인근 카페로 들어갔다.


“시원한 거 마셔.”

“흐, 예.”


그는 최근 마시게 된 커피를 시키고 여자친구에 대해 물었다.


“나이는 저보다 두 살 많아요. 같은 공장에 다니는데, 라인이 달라서 서로 만나지는 않았는데요. 저희 라인쪽 누나가 소개해준다고 해서 만났어요. 처음엔 저를 싫어했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저처럼 시설출신이라 통하는 것도 많고. 되게 착해요.”

“이뻐?”

“예, 흐으. 저 보면 안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성실하고 돈 모아서 대학 가려고.... 저도 대학 가려고요.”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 형하고 저... 완전 남남이죠.”

“사촌이겠지? 그것보다는 음, 심정적으로는 널 어머니가 같은 동생 정도로 여긴다.”

“왜요?”

“어... 뭐, 너도 그 사람들에 대해 알아야겠지. 또 찾아갈까봐 말해줄게.”


그는 담담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와 그 친족들에 대한 것을 전했다.


“아, 씨... 죄송해요. 정말 욕 나오려고 하네요.”


“지난 일이고... 저번에 만나서 다 끝냈어. 신경 쓰지 마. 말해준 이유는 아까 말한 것처럼 또 네가 그쪽에 연락할까봐. 하지 마. 그 사람들... 어울려서 네게 이득 될 것은 없어.”


사과할 용기도 없는 비겁한 사람들.


“사실... 전에 그 작은 이모 찾아갔을 때 느꼈어요. 제가 그때도 키가 크고 덩치도 있어서 겁먹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모인데 물 한잔도 안주고 보낼까 싶었어요.”


“그런 사람들이야...”


파르페를 먹는 덩치 큰 동생을 보며 그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그런 것들도 선입견이라 여기며 그는 말했다.


“형한테는 가족이 있어.”

“결혼하셨어요?”

“아니, 아직은... 내가 말한 가족은 그쪽도 있지만 그보다는... 동생들이 있어.”


그는 아버지와 이어진 인연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귀엽겠다. 그런데 많이 다르지 않나요? 저 있던 곳에도 다문화 애 있었는데, 말하면 모르는데 가만히 있으면 외국인 느낌 나더라고요.”


“없지는 않지만 못 느껴. 내 동생들이니까.”


“아...”


“난 널 동생으로 보고 싶다. 그래서 조심스러워. 너도 느끼겠지만, 넌 상당한 위화감을 주는 외모를 지녔어.”


“....그렇게 직접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형은 제가 무섭거나 그러지 않은 것 같아요.”


“무서워해야해?”


“아뇨... 사실은 제가 쫄았어요. 형 눈빛... 조금 그랬는데 말하다보니까 엄청 착한 것 같고 그래요.”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그는 생각했다.


“쫄 일이 있나... 큭. 나도 너 볼 때와 달리 성실하고 착한 느낌은 받았다.... 다 먹었어?”


“아직...”


효준은 급히 컵을 들고 마셨다.


“가자.”

“아, 네...”


이제 돌아가는구나 싶었지만 그는 택시를 탔다.


“형 집으로 갈 거니까 주소 외워두던가, 나중에 전화해서 물어보던가... 지금 적어.”

“집이요...? 저...”


그는 주저하는 효준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


예상대로 인나와 마나는 괜찮았지만 아이들 셋 모두 겁을 먹은 채 효준을 대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시간이 가면 해결될 것을 알기에 그냥 두었다.


“벗어.”

“저기, 형...”

“됐어. 덥잖아.”


효준은 그의 종용에 점퍼를 벗었다. 드러난 문신에 인나와 마나가 잠시 눈을 찌푸렸다. 그를 본 그가 그녀들도 문신에 대해서는 안 좋게 여기는구나 싶었지만, 그녀들이 눈을 찌푸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실력 없는 사람이었나 보네?”

“너무했다. 어울리지도 않고. 촌스러....”


단지 타투이스트의 실력과 센스에 눈을 찌푸린 것이었다. 그런 반응을 처음 보았는지 효준이 그녀들 몰래 그에게 물었다.


“형, 저분들은 아무렇지 않은가 봐요.”

“둘 다 외국에 오래 살았어. 문신 그런 거 나보다 익숙할 거야.”

“아아...저기 마나라는 분이 형 애인이신가요?”

“응? 아아... 아니, 옆에.”

“아, 연예인 누구 닮은 것 같은데... 그쵸?”

“글쎄... 나 티비 안 봐서.”


효준은 그를 신기하게 여겼다.


“티비 안보는 사람도 있구나...”

“많지 않을까? 없나?”


큰 소리로 묻자 다들 두 사람을 보았다.


“티비 나도 잘 안 봐요. 오빠.”

“오빠! 저도요! 저도 티비 안 봐!”


키오가 긴장이 풀렸는지 다가오며 말했다. 그에게 매달린 키오는 슬쩍슬쩍 효준을 보았다.


“오빠야.”

“오빠? 큰 오빠?”

“아니, 내가 큰오빠. 그 다음이 이 녀석. 막내오빠가 피노.”

“피노오빠가 제일 작아서?”

“응, 나이가 제일 작아서.”

“키는 저 오빠가 제일 커.”

“응, 몸무게도 제일 클거야.”

“흐헤. 오빠 뚱뚱해?”


효준은 키오의 질문에 당황했다. 그의 눈치를 슬쩍 보던 효준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살 뺄거야.”

“얼마나?”

“얼마... 한 삼십킬로?”


그 말에 키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피노오빠랑 나랑 합치면 삼십키로야!”


“그건 아니지. 키오야. 합치면 사십은 넘잖아. 그렇지 준서야?”


“네, 오빠. 키오 이리와. 누가 오빠한테 반말하래.”


준서의 눈치를 보며 키오는 그의 목을 더 꽉 껴안았다.


“키오야, 오빠 숨 막혀. 이리와.”


마나가 부르자 키오는 그의 목을 풀고 효준의 등을 지나가다 갑자기 등을 탁 쳤다.


“와!”

“키오!”


준서가 놀라 소리치자 키오가 효준 등 뒤에 숨었다. 그리고 잠시 뒤 슬쩍 고개를 내밀고 효준의 목을 끌어안았다.


“오빠, 아팠어?”

“어...어...아니. 조금도.”

“살 단단해. 키오 가재야. 껍질 있어.”

“어? 어어...”

“호 해줄까?”

“아니, 정말 안 아퍼. 오...오빠는 튼튼해.”


귀에 소곤거리는 느낌이 싫지 않았지만 부끄럽고 어색해 효준의 얼굴은 붉어졌다.


“키오..”

“키오야 이리와. 과일먹자.”

“네! 언니!”


준서에게 혼날까봐 키오는 급히 인나에게 뛰어가 안겼다.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숨을 몰아쉬던 효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다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피노를 보았다.


“효준이 게임 잘해?”

“예? 어떤 게임이요?”

“그 뭐더라? 피노가 하는 게임이 뭐였지?”

“그거 접었어..요.”


그 순간 키오를 제외한 모두가 피노를 보았다. 피노가 입을 열자 경직되는 분위기를 읽었던 효준은 그가 일어나자 함께 일어났다.


“피노야, 형 방 구경시켜주자.”

“키오도 그 방 인데?”

“키오 자꾸 오빠에게... 언니, 키오 이리 주세요.”


준서가 눈에 힘주고 서 있었기에 인나도 마나도 키오의 간절한 눈을 외면해야 했다. 준서가 키오를 데리고 들어가자 피노가 그를 보았다.


“괜찮아. 준서가 뭐라고 할지 피노도 알잖아.”

“가끔 누나 무서워...요.”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피노를 안아들었다.


“넌 형들하고 놀자. 인나씨, 마나씨. 쉬고 계세요.”

“네,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세요.”

“난 서운한데?”

“인나 조용히 해.”

“나도 게임 배울래.”

“나중에... 하자? 응?”

“알았어... 날씨, 오늘 만이에요.”

“네...감사합니다.”


방에 들어오자 피노가 입을 열려다 효준을 보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피노 요즘하는 게임 보여줘.”


그 말에 피노가 컴퓨터를 켜고 익숙하게 게임을 실행시켰다.


“알아?”

“아, 바빠서 안하지만 잠깐 했었어요.”

“노트북 있는데 그걸로 접속되는 게임이야?”

“노트북으로는 힘들 텐데...”

“그럼 위로 가자. 피노야, 형방에 가자.”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피노가 컴퓨터를 끄고 책상을 정돈했다. 그의 방에 있는 컴퓨터는 피노방에 있는 것보다 고사양 컴퓨터다. 피노가 쓰던 것은 인나가 멋모르고 사준 대기업제품이다. 안정성은 높지만 고사양 게임을 돌리기엔 어딘지 부족한 것이다.


인성은 피노와 약속한 대로 쓰지 않던 데스크탑과 모니터를 그를 통해 보냈다. 네 대가 인나 집으로 들어왔는데 인성의 방에는 그보다 많은 수의 데스크탑이 존재한다. 네 대 중 한 대는 준서의 방에 있었고, 한 대는 3층 손님방에, 나머지 두 대는 그의 방에 놓였다. 그의 방이지만 그는 거의 쓰지 않는다. 잘 때는 인나의 방에서 주로 잠을 청하게 되니까. 그의 방을 가장 많이 쓰는 이는 인성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방은 가끔 인성이 찾아와 피노와 노는 공간으로 주로 사용되는 중이다.


“모니터 엄청 크네요? 피씨방보다 커요. 키보드도 와.... 전용패드도 있고... 게임 좋아하시나 봐요?”

“나? 아냐. 인나씨 오빠가 게임 전문가... 수준이야. 오면 피노랑 여기서 자주 놀아. 앉아서 놀아. 난 내려가서 마실 거 챙겨올게.”

“네.”


그가 나가려하자 피노가 일어났다.


“왜, 효준이 형 무서워?”

“...응.”

“효준아 너 무섭다고 하잖아. 겁먹게 했어?”

“아뇨... 저기... 피노? 나... 안 무서운데... 눈이 나빠서 인상 쓰는 것처럼 보이나? 잘 보이려고 안경 벗고 렌즈 꼈는데....”

“렌즈 꼈구나? 자꾸 눈 찡그리던데 그것 때문이야?”

“네... 안약 챙겨오는 걸 깜빡해서...”

“아, 안약? 있어. 가져다줄게.”


가끔 컬러렌즈를 끼는 마나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본 적 있어 그가 내려가 버리자 효준은 피노를 살폈다. 시설에 들어오는 동생들을 대할 때처럼 편할 수 없었는데, 그건 피노와 자신이 완전히 남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서 용기를 내야 할 사람은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자신이라 생각해 효준은 입을 열었다.


“저기... 형이 지내던 시설에 너처럼 피부가 약간... 조금 다른 친구가 있었어.”


보지 않지만 피노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효준은 느꼈다. 슬쩍 틀어 앉았기에.


“그 친구랑 처음에는 많이 싸웠어. 나보고 많이 먹는다고 맨날 뭐라고 해서.”


피노의 엉덩이가 조금 더 돌아갔다.


“지금은 완전 절친이야. 나중에 형이 그 형 만나게 해줄까?”

“...왜요.”

“어? 어... 글쎄. 음... 그 형, 학교에서 놀림 받았거든. 그때 내가 도와줬어. 그런데 그 노...친구는 싫다고 하더라. 도와줬는데 화내서 형은 몰랐어. 왜 그러는지. 형도 화가 났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어. 자존심... 자존심이 뭔지 알아?”

“...응. 알아요.”

“아는구나. 그거 때문이었어....형이 도와주지 않아도 자기가 이길 수 있었는데, 도와줘서 더 비참해졌다고 생각했었데. 나중에 아니었다고,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어.... 너도 학교에서 놀리는 애들 있어?”

“...응.”

“있구나... 그럴 때 어떻게 해?”

“그냥... 참아요.”

“왜?”

“바보니까... 그런 애들 다 바보랬어요.”

“누가?”

“아빠가...”

“아빠 있구나. 형은 아빠가 도망갔는데.”

“우리 아빠는 죽었어요.”


놀란 효준을 향해 피노가 돌아앉았다.


“형 아빠도 나중에 죽었어.”

“좋은 아빠였어요?”

“음... 아닌 것 같아. 엄마는 좋았어.”

“엄마는 매일 우리 때려서 싫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죽어서 누워있었는데, 그건 불쌍했어요. 추운 거 같아서 엄마 머플러 가져다 줬는데요... 물에 젖어서 빨갛게 변했어요. 그래서 키오는 빨간색 천을 싫어하게 되었어요.”


충격을 받은 효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 이거 먹으면서 해. 응? 왜 아무것도 안 해. 아, 전원 켤지 몰라? 그 컴퓨터는 전원버튼이 위에 있어.”


그가 왔지만 효준은 말하지 못했다. 말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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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20.06.13 18 2 18쪽
80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8 2 21쪽
79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3 20.06.13 17 2 17쪽
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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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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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세 친구 1 20.06.12 29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2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2 2 20쪽
» 가족의 의미 2 20.06.10 20 2 18쪽
64 가족의 의미 1 20.06.10 27 3 27쪽
63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2 20.06.10 19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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