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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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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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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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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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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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와, 씨발 너 연기 졸라 잘하네?”

“조용히 해.”


경찰서를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큰 소리를 내는 물을 흘겨보고 얼탱은 차를 움직였다.


“너희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도움 받아라.”

“뭐? 뭐가 사실인데? 그 새끼 혼자 술 먹다 쓰러졌다, 그게 사실 아냐?”


얼탱은 물의 웃는 낯짝을 당겨 때리고 싶었다. 허나 거짓을 숨기는데 동조한 죄로 그는 참아야 했다.


“경찰 물로 보지 마라.... 깊이 파고들면 네가 치우지 못한 증거들 찾아낸다.”


카삥이 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얼탱은 생각하지만, 그건 친구의 고통과 상처에 대함이 아니다. 죽게 되면 부검이 이뤄질 것이고, 사고에 대한 더 정확한 사실 확인이 이뤄진다. 어설프게 현장을 치우고 옮겼던 자신의 죄도 들통 나게 될 것을 알기에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것이다.


“카센터도 팔아버려. 관리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팔면서 깨끗이 청소하고. 네 아버지 힘이 필요할 때다. 알겠냐?”


물은 차를 수리하러 갔다가 카삥과 다퉜다.


-돈 내놔!

-못준다, 새끼야.


물은 수리비를 낼 수 없다 말했고, 카삥은 주지 못하면 차를 내주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화가 난 물이 거친 욕설을 터트리자, 카삥도 참지 않고 맞받아쳤다. 두 사람 모두 참았던 분노를 터트리며 싸움은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직원들은 모두 퇴근한 상태고, 말려줄 얼탱도 없는 상황이었다. 카삥이 자신을 모욕한 것을 참지 못한 물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지만 카삥은 맞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때리려던 물이 중심을 잡지 못해 바닥에 쓰러졌다.


-벌레냐? 잘 기네?

-으아아아!


화가 난 물이 급히 일어나며 달려들었다. 밀려 넘어진 카삥은 머리가 바닥에 먼저 닿으며 기절했다. 흘러나오는 피를 보고 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망가려던 그는 습관처럼 얼탱을 찾아간 것이다.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는 옳았다. 얼탱은 사고로 위장했고, 그의 아버지가 손을 써 주었기에 조사를 오래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알겠냐고!”

“아, 알았다고! 씨발... 깜짝 놀랐네.”

“너....크.”


현장이 폐쇄되었기에 물의 차도 카센터에 묶여있는 상태다. 들어가 현장을 더 깨끗이 정리하고 싶지만 그러다 의심을 살까봐 얼탱은 가지 않았다. 그 선택이 물에겐 그리 이롭지 않음을 알지만 권력을 가진 물의 부친이라면 알아서 무마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고,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그는 개의치 않을 생각이다. 더는 얼탱과 어울릴 생각이 없었기에. 차가 없기에 얼탱은 물을 태우고 자신의 집 앞까지 함께 가야 했다.


“왜 일로와.”


정말 머리 나쁜 놈이라 여기며 그는 차에서 내렸다. 따라 내린 물의 당황한 표정을 보며 그는 말했다.


“앞으로 연락하지 마라. 그리고... 충고하는데 되도록 카삥 면회 자주 가라. 넌 최초 발견자라 의심 받을 수 있어. 기름을 밟아서 미끄러졌다는 알리바이... 그걸 얼마나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네 아버지 힘을 쓰라는 거다. 사건 빨리 종결시켜. 그게 너에게 이로워. 이해했냐.”


“이해는 했다... 그런데 말을 참 짜증나게 하네? 그 새끼가 내게 덤볐다니까? 쓰러졌는데 그렇게 될지 내가 알았냐?”


“죽어도 넌 아무렇지 않았겠지.”


비난의 눈으로 보다 얼탱이 돌아섰다.


“뭐? 야, 서! 야, 얼탱!”


얼탱은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서 물의 비웃는 표정을 본다면 달려들어 그동안 쌓인 울분을 풀게 될까봐 힘주어 걸었다.


*


물은 얼탱의 충고를 무시하려 했지만, 다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자마자 부친을 붙잡고 울며 사실을 고백했다. 비록 그로 인해 뺨을 두 대 맞았지만, 사건은 빠르게 종결되었다. 단순 실족으로.


“너 때문에 얼마를 썼는지 짐작은 하겠지. 자중하고 지내다가 유학 가. 가서 로스쿨이라도 들어가. 네 차도 팔고.”

“아빠...?”

“카센터도 빨리 정리하고. 그 녀석 그렇게 되었으니 당장 병원비 필요할 거라고 말하니 저쪽 부모도 동의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네가 뭘 알아서 해! 사람이나 때리고 다니고! 내가 뭐랬어?! 때리려면 신고도 못하게 하랬지! 영리하게 굴란 말이야!”


노한 눈으로 보다 고개를 돌린 물의 부친은 부인에게 말했다.


“용돈 주지 마. 아들 하나 있다고 버릇없이 키우더니 이게 뭐야?! 죽었으면!”


뒷목을 잡고 자리에 앉은 그는 한숨을 푹푹 내쉬다 고개를 흔들었다.


“차 팔리면 그 돈으로 집 구해줘. 유학준비 서두르고.”


울며 매달렸지만 결심을 굳혔는지 평소와 다르게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짜증이 치솟은 물은 방에 들어와 침대를 내리치며 화를 풀어보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쳐 누운 그는 부친의 경고를 떠올렸다.


-이게 다겠지? 다른 일 있으면 아빠도 더는 널 커버 못해준다.


“씨발...”


아직 완전하게 끝내지 못한 일이 떠올랐지만 당장에는 나갈 수 없는 입장이다. 전처럼 얼탱에게 부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얼탱을 떠올리며 또 다시 차오르는 분노를 느끼던 그는 헤어지던 때 그가 지은 표정을 떠올렸다.


“씨발새끼... 친구잖아. 그래도.”


그렇게 미웠을까. 자신이 그리도 못해줬던 것일까. 물은 믿었던 두 친구가 도박문제에 얽혀 자신을 이용하려다 해외로 도망가고, 한명은 교도소에 수감된 일을 떠올렸다. 당시 얼탱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는 부친에게 말도 못한 채 끙끙거리며 위험한 사람들에게 계속 끌려 당했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당시엔 매우 고마워했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던 물이 카삥에게 투자해 카센터와 셀프세차장 사업을 시작한 이유에는 얼탱이라는 존재가 크게 작용했다. 성실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얼탱이 부러워, 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물은 언제나 그룹 내에서 리더이고 싶었으니까.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오래지 않아 한 남자를 떠올릴 수 있었다.


‘살인마새끼...’


그날 더 멀리 후진해 뒤로 나갔다면, 헤드라이트 하나 깨졌다고 화내지 말고 보내줬다면. 가볍게 타이르고 고소를 했다면. 자신이 잘못한 점이 많았다고 후회를 하면서도 그는 끝내 원인은 조씨라 생각한다.


“도와줄 거면서 인상이나 쓰고...”


당시에도 얼탱은 두 번 묻지 않고 달려와 주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만, 전부는 아닐 것이라 물은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싶어졌다. 감상적이 되는 것이 싫어 물은 음악을 크게 틀고 써둔 가사를 부르며 자신을 달랬다.


“좆도 없는 너희들! 내 좆이나 빨고 꺼져! 부러우니 발광하지! 너희와 난 숨 쉬는 공기부터 달라. 달라. 어허! 달라...”


*

*

*


<10월 2일. 밤 9시 20분.>


차에서 내린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태영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내가 왜 네 형님이야?”

“흐흐... 와, 차 좋네요. 형님 차?”

“아니, 여자 친구 차다.”

“형님은 참... 저도 그렇게 태어났다면 편히 살 텐데. 제 키에 형님 외모이면 정말 끝장 아닙니까?”

“.....나 오늘 여기 들어간다.”

“네? 마중오신 게 아니고요?”

“여행 갔어. 나 들어가도 되냐?”

“허... 물론이죠. 형님 들어가면 오늘 난리 나겠네요. 형님 배우나 그런 건 아니죠?”

“음? 나 지금 백수다. 사고 나서 회사 짤렸다.”

“백수인데 더 멋있어지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냐. 나 이런데 처음이야.”

“딱 봐도 알....정말입니까?”

“응, 뭐 돈 내야하냐?”

“회원만 들어가기는 하는데.... 혹시 소개나...”


그는 명함을 내밀었다.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

“검...사님하고도 친하시군요. 역시 형사?”

“들어갈 수 있어?”

“물론이죠. 사실 형님 외모면 모셔가죠. 안에 외로운 여성고객님들이 형님 같은 분이 오면 아주 그냥...어허. 또 왜 그렇게 노려보십니까?”

“나 바람은 안 피는데.”

“누가 뭐라고 합니까.”

“바람 피면 나 맞는다. 뺨도 맞았었어. 옷도 찢어졌었고.”

“그럼 왜 이런 곳에... 여행가신 틈을 타서 외도?”

“그냥 구경하고 싶어서.... 어, 저분 오랜만이네.”


그가 지배인을 보고 다가서자 태영이 급히 그를 잡았다.


“형님 키는 주고 가셔야지요.”

“아, 그렇지. 팁도 줘야지?”

“그건 나중에 주셔도 됩니다.”


태영은 그가 말을 거느라 지배인과 그가 대화할 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구경이라... 그런데 기다리는 손님도 있다고 하셨습니까.”

“예, 국밥집에서 만난 사람들인데, 오면 합석하자고 하더군요. 여기 명함...?”


태영이 가지고 있던 명함을 지배인에게 내밀었다.


“음, 20분전에 온 손님들이군요... 그런데 이렇게 차려입으니 몰라보겠습니다.”

“농담도...흐흐. 지배인님도 오늘은 더 멋있는데요. 저도 그렇게 머리 안을 팔걸 그랬나 봐요.”

“허허...”


태영은 도끼에 찍혀 머리에 난 상처를 칭찬하는 그와 그런 칭찬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지배인을 보며 나오려는 말들을 꽉 다문 입술 안으로 삼켜야 했다.


“들어가시죠. 아, 태영이 너 차 대고 들어와라.”

“예? 예....”


지배인은 그가 문제를 일으킬까 걱정되어서 태영에게 감시를 붙이려던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군.’


평범해보이다가도 화려함을 선보이고, 종잡을 수 없는 인맥을 가진 사람. 지배인에게 그는 매우 흥미롭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오셨군요! 여기 앉으세요. 허! 지배인님과도 아시는 사이였습니까?”

“전에 한번 뵈었는데, 친절하게 여기까지 안내해 주시더군요.”


지배인이 그런 위치가 아님을 세 사람은 잘 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가 상당한 배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지례 짐작했다.


“이거 참, 저희도 여기 다닌 지 꽤 되었지만 인사도 나누기 힘든 분인데.”

“그랬군요. 낯가림이 심하신가 봐요.”


그의 진담을 농담으로 여긴 지배인이 가볍게 웃으며 나갔다.


“정말 아는 사이가 아니십니까?”

“예? 아... 예. 몇 번... 제 여자 친구가 여기에 와서 마주치기는 했지만... 인상 참 좋으시죠? 친근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어딘지 낯설지가 않고....”

“흐음...”


지배인의 이력을 알지만 남자는 꺼내 말해 그가 가진 선입견을 깨지는 않았다.


“한잔 하시죠.”

“아, 저는 인사만 드리고 따로...”

“일행 있으십니까?”

“아뇨, 이런 곳도 처음이라서. 아 참, 여러분이 초대 안 해주셨으면 들어오지도 못할 뻔 했네요. 회원제라고 하더군요.”

“그렇긴 해도...”


똑똑.


-실례합니다.


부르지도 않은 웨이터가 들어와 술병을 놓으며 그에게 입을 열었다.


“합석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잠시 저와 함께 동행을 해주시겠습니까. 이건 그분들이 일행분들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와... 나 여기 와서 처음 겪는 일이다.”

“나도...”

“우리가 운이 텄네.”


그는 자신 때문에 술까지 주는 이들이 누군가 조금은 궁금했다.


‘아는 사람인가? 아, 마나씨 친구들일까?’


따라가 본 자리에서 그는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여인들이 보내는 눈빛에 질려 급히 도망치듯 돌아왔다. 아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별로였나요?”

“예? 아니... 요즘 아가씨들은 참 대담하다 싶었네요.”


그는 여인들에게 받은 명함을 주머니에 대충 넣으며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마셨다.


“크...”


똑똑.


-실례합니다.


그 후에도 네 번이나 술병이 들어왔다. 그는 번번이 끌려가는 것이 못 마땅했지만 그게 규칙인가 싶어 참고 따라다녔다. 점잖고 대화를 원하는 여성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취한 듯 흐느적거리며 다가와 그를 질리게 했다.


“후.... 음? 너 안에서도 일하는구나?”


검사 일행이 들어간 룸 앞에 태영이 서 있었다.


“허... 형님 덕에 들어온 겁니다.”

“나? 왜?”

“겪으셨으니 아시지 않을까 싶지만... 모르시는 것 같군요. 아무튼 전 형님 감시 겸 보호자입니다.”

“네가 날?”


태영은 한발 물러나며 침을 삼켰다.


“형님 여기 룰 잘 모르시지 않습니까. 도우미입니다.”

“아아... 확실히 비싼 클럽이라니, 시스템이 다르긴 하네? 들어가자. 일행에게 소개해줄게.”

“...예.”


-그냥 하자는 대로 해줘. 문제 생길 것 같으면 나 부르고.


지배인의 말을 유념하며 태영은 조심스레 그를 따라 들어갔다.


“오! 우리의 호프! 들어오십시오. 아니, 도대체 이런 경우가 다 있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별로였습니까?”

“네? 전화하라고 전화기 주는 분도 있었네요... 아, 태영아 이거 그분 돌려주고 올래? 내가 그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은데, 바쁘게 나오느라 말도 못했다.”

“.....예.”


선물을 돌려주러 간 자리에서 태영은 새 폰이 분명한 전화기가 박살나는 것을 보았다.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건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태영은 왜 자신이 여인의 짜증을 다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며 열심히 고개를 숙였다.


“앞장 서. 가서 따져야겠어.”

“예? 손님. 그건...”

“진상 부려줄까? 나 누군지 모르지? 매니저 불러와.”

“아아, 알겠습니다. 가시죠.”


기세등등해 룸으로 들어간 여인은 시선이 몰리자 그의 옆으로 슬그머니 앉았다.


‘그쪽 사람이었구나.’


클럽에 출입하는 남자들을 거의 다 아는 여인은 한눈에 검사 일행을 알아본 것이다.


“아, 전화기 잘 받으셨어요?”

“네...”


다소곳이 답하는 여인이 폰을 던지고 힐로 마구 짓밟던 것을 태영은 똑똑히 보았다.


“너도 앉아.”

“네, 형님.”

“어머... 일행이었어요? 전 그것도 모르고.”

“네, 조금 친한 동생입니다. 듬직하게 생겼죠?”

“네... 귀엽게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러시구나... 동생, 네가 마음에 드셨나 보다.”


‘허...’


정말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태영은 물론이고 검사 일행도 생각했다. 그의 옆에서 꼼지락거리며 속삭이던 여인은 그의 친절함 가득한 벽을 느끼고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저렇게 어린데 옷 장사를 해서 돈을 엄청 번다고 하네요. 너도 들었지?”

“예? 아... 예, 쇼핑몰 CEO입니다. 여성복 전문이라 형님은 잘 모르실지도...”

“난 인터넷으로 옷 안사서 모르긴 해. 일 년에 10억이나 벌수도 있는 거구나... 음, 하루에 몇 장을 팔아야 하는 걸까...”

“허...예... 힘들겠네요.”


그를 두고 밖에 나갔다 들어온 검사 일행의 곁에는 여인들이 붙어 있었다. 그녀들은 태영과 대화를 나누던 그를 보고 슬쩍 당겼던 검사일행의 팔을 놓았다.


“꿈도 꾸지 마. 철벽이야.”

“오빠, 내기할래?”

“크크. 해봐. 내 지갑에 있는 현금 다 건다.”

“...후회하지 마.”

“대신 지면 나랑 데이트하기다?”

“좋아. 아, 얼마 있는지 보여줘.”


그는 자신을 두고 내기한다는 말에 웃었다. 그 내용에 대해선 짐작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상당한 불쾌함을 참아야 했다. 자꾸 달라붙는 여인에게서 떨어지려 그는 팔에 힘을 주고 여인의 어깨를 밀어야했다.


“저기... 이러시다가 큰일 납니다. 제 애인이 여기 가끔 오는데요, 정말 머리채 잡혀요.”

“지금 없으니까 되었잖아.”

“음... 저 반말하는 거 안 좋아합니다. 나이도 저보다 어리신 것 같은데, 말에 유의해 주시겠습니까?”

“....와, 나 지금 신기한 경험.”


여인은 함께 온 여인들에게 눈을 돌려 말했다.


“이 오빠 말하는 거 들어보면 내용이 완전 그런데... 옆에서 들으니까 무슨 말이든 다 달콤해.”

“목소리 좋으셔서 그런 거 아닐까.”

“얼굴도 잘생겼고.”


내기에 건 30분이 지났지만 그는 옆에 앉은 여인보다 태영에게 관심이 더 많아 보였다.


“더 할래?”

“됐어. 뭐 이런 오빠가 다 있어!”


화를 내고 일어나며 여인은 그에게 말했다.


“오빠. 연락 주세요. 언제라도.”

“푸후! 미련이 남았어?”

“오빠 자꾸 나 화나게 하면 안 놀아준다?”

“아하하, 미안, 미안. 저기 정남씨?”

“예?”


본명을 알려줬지만 여기서도 정남이인가 싶으며 그가 쳐다보았다.


“저희는 이만 가보려고요. 파트너도 구했고, 함께 가시겠습니까?”

“아뇨. 저는 여기 온 이유가 있어서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검사 일행이 나가자 태영은 불안한 듯 앉았다 일어서길 반복했다.


“왜? 술 많이 남았다. 마셔.”

“아, 형님... 여기 룸 비쌉니다.”

“그래? 음, 그럼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을까?”

“그건... 제가 가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밖으로 나갔던 태영은 지배인을 만나 상황을 전했다.


“매상 올려주신 분인데 더 머물게 해. 그리고 그 검사 일행이 룸비 계산 다하고 갔다. 그런데 어떠냐?”


“아아... 잘 모르겠지만, 뭔가 매력은 많습니다. 그 검사분들도 여자분들이 그 형님만 보는데 웃고... 순수한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가끔 엉뚱한 말도 하시고....”


“문제는 일으킬 거 같지 않지?”


“예... 누가 시비만 알 걸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너 뭔데 새끼야!


태영와 지배인이 고개를 돌렸을 때, 그가 멱살이 잡힌 채 룸 밖으로 끌려나오고 있었다.


“저...야! 뭐하는 거야!”


지배인이 빠르게 걸으며 무전을 칠 때였다. 멱살을 잡고 있던 남자가 신음을 흘리며 쓰러졌다. 곁에서 지켜보던 남자의 동료들은 급히 뒷걸음질 쳤다. 지배인이 도착했을 때, 그는 구겨진 옷을 펴며 쓰러진 남자를 무심히 보고 있었다.


“그만... 그만 되었습니다!”


지배인이 앞을 막으며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 지배인님.”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야.’


“아, 이거 죄송하네요. 갑자기 들어와서 자기 여자를 건드렸다고 하시기에, 아니라고 했지만 믿어주시지를 않더군요. 선물 받은 옷인데 자꾸 구겨서 손을 풀었는데, 술이 많이 취하셨는지 쓰러지시는군요.”


그는 침착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하는 통에 지배인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였다.


“허허... 예, 뒤처리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태영아, 안으로 모셔라.”


멍하니 서 있던 태영이 급히 룸 문을 열었다. 그가 들어가자 태영은 쓰러진 남자를 보았다. 손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태영은 문을 닫으며 물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뭐가?”

“멀어서 잘 보지 못했는데, 픽 쓰러지던데요?”

“취해서 그랬겠지.”

“....형님 무술의 고수 그런 겁니까?”

“배달의 고수이기는 하지.”

“배달... 뭘 배달하시기에.”

“큭... 죽은 거.”


그처럼 태영은 웃을 수 없었다.


‘허으, 씨발!’


농담 같지 않았다. 질린 태영은 급히 건너편으로 움직여 앉았다.


“조용해졌네.”

“예? 아... 이 시간에는 이렇게 느린 음악 틀어서 흥분을 낮춰야 사고가 덜 납니다.”

“과학적이구나?”

“예, 저도 배웠지만 입구에서부터 들어오는 동선에 배치하는 사람. 인테리어. 그 모든 것이 지배인님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겁니다. 특별한 사람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둬서 여러 가지... 뭐, 그런 심리학적인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으음, 생각이 깊어 보이시기는 했어.”


한동안 말이 없던 그가 입을 열었다.


“뭐, 이런 구조라면... 마주치려면 나가봐야 하는 건가...”

“예?”

“음? 아니... 하긴...”


그는 이곳에 왜 왔나 싶어졌다. 그가 원한 것은 물이나 얼탱, 카삥을 만나는 것이다. 아직 얼굴을 모르는 얼탱을 확인하는 것은 부수적인 목적이다. 그는 오늘 이곳에서 범죄자 세 명을 만나면 어떻게든 도발할 생각이었다. 방법은 모른다. 막연히 그들이 자주 찾는다고 여긴 곳에 온 것뿐이다. 가족을 안전한 곳에 보낸 짧은 기간 중에 그는 조씨와 얽혀 있는 세 사람과 단판을 지을 생각을 가졌다. 이 역시 생각뿐이며 어떤 구체적은 행동지침은 세우지 못한 상태다.


“태영이라고 했지?”

“큽. 예.”


마시던 술을 급히 들이키며 태영이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너라면 말이야... 신경을 거슬리는 놈들이 있다고 치자.”

“저... 저는 아니겠죠?”

“응? 예를 들어서라니까....”

“예. 신경을 거슬리는 놈... 예.”

“그 놈들이 있는데... 나와는 연결점이 없어. 없는데... 계속 신경을 건드리네?”

“허... 예.”

“난 놈들을 알아. 아는데... 딱히 그 놈들이 내게 큰 잘못은 안했는데... 위협이 된단 말이지.”

“....예.”


태영은 슬금슬금 문 쪽으로 움직였다.


“내 구역에 들어왔다는 말이야.... 알고 왔는지, 몰랐는지는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잘못은 그놈들이 했었고.... 난 그 뒤처리를 해줬지. 그랬는데... 왜 자꾸 신경을 건드릴까? 이럴 땐 너라면... 너 어디가?”

“아, 화장실을...”

“매너 없네. 말하는데... 알았다. 다녀와.”


태영은 감사하다고 말하고 급히 나와 지배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제 생각인데 아무래도 그 형님 오늘 여럿 담그려고 작정하고 오신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

“아뇨,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뭔 배달을 전문으로 하신다고 말하기에 물어보니 죽은 거... 이러셨습니다.”

“죽은 걸 배달한다...? 음, 그쪽인가?”

“허! 그쵸? 뭐가 있죠?”

“....내가 가볼게 넌... 혹시 모르니 입구 잘 보라고 하고. 이상하다 싶으면 우선 입구 잠그라고 해.”

“예...예? 허...예.”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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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6 20.06.13 16 2 21쪽
81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20.06.13 17 2 18쪽
»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8 2 21쪽
79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3 20.06.13 17 2 17쪽
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77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1 20.06.13 17 3 20쪽
76 잃어버린 것 2 20.06.12 20 2 19쪽
75 잃어버린 것 1 20.06.12 20 2 19쪽
74 인과응보 20.06.12 18 2 26쪽
73 떠넘기기 2 20.06.12 18 2 25쪽
72 떠넘기기 1 20.06.12 19 2 24쪽
71 세 친구 4 20.06.12 15 2 19쪽
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68 세 친구 1 20.06.12 29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2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2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19 2 18쪽
64 가족의 의미 1 20.06.10 27 3 27쪽
63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2 20.06.10 19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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