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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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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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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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악인과 악인 2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얼탱의 반응에 그는 화가 났다.


“이것 봐라? 와... 나 열 받는데? 너희가 침입자야. 내 삶을 엉망으로 만든 주범들. 결과론은 말하지 마. 그 안에 내가 받은 스트레스는 넌 상상도 못할 거야.”


조씨를 데리고 다니며 겪은 수많은 위기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식은땀이 난다. 그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경험 속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살고 있다. 풀어낸 투명하고 잡히지 않는 벨트가 다리에 걸려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래,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겐 너무 큰 시련이었지.... 그러니까, 착한 척은 그만 둬. 넌 악인이야. 아주... 악질적인 악인. 제 가족을 죽인 그 형도 나중에는 반성이라도 했어. 자수할 생각을 했지만... 너희는 아니잖아? 한 녀석은 미끄러져서 뇌사....?”


얼탱의 눈빛을 보고 그는 기시감이 들어 물었다.


“죽었나.”


얼탱이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자 그는 얼탱의 턱을 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죽였냐.”


얼마나 떠는지 얼탱의 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친놈들... 제 친구까지 죽인 거냐.”

“제가 아닙니다.... 제가 아니라....”

“물이? 그럼 넌 그 사실을 알렸고?”


얼탱은 답하지 못했다.


“너도 마찬가지라는 말은 굳이 할 필요도 없겠지.... 아, 맨 정신으론 마주보고 있지 못하겠다.”


그는 얼탱을 다시 꼼꼼히 묶고 밖으로 나갔다.


*


“오랜만에 오셨네요.”

“아직도 아르바이트 하시나요.”

“네, 왜요? 먹고는 살아야죠.”

“내 말은...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실 것 같아서.”

“맘먹고 바짝 하면 되요. 오빠? 그렇게 자상하게 굴면 내가 또 오해하잖아요.”

“하하하....”


그는 급히 봉지를 챙겨들었다.


“아침부터 술이에요?”

“쉬는 중이라....”

“안 좋은 일 있으면... 가버렸네.”


아쉬움이 남으려 하자 그녀는 급히 남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잘 잤어? 했는데, 응이 뭐야... 좀 더 달콤하게 말하라고. 멍청이...”


*


“마셔.”


그는 소주병을 열어 얼탱의 입에 넣었다. 사지가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얼탱은 숨이 막힐 정도로 급히 술을 마셔야 했다. 그는 한 병을 다 먹인 후에 새로운 병을 열었다. 얼탱은 또 지옥이 시작되려나 싶었지만 그는 자신 앞에 놓인 일회용 컵에 소주를 부었다. 그러나 마시지는 않았다.


“술 한 병과 국밥 한 그릇.... 그게 내 삶의 낙이었다. 거기에서 내 몫이던 고기 몇 점을 녀석에게 넘겨주었다.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나누며 기뻐했다.... 알아? 너희는 모르겠지.”


“큭...죄송합니다.”


‘물 개새끼! 죽어서도 날!’


얼탱은 물을 원망하며 무기력한 현재의 분을 풀었다.


“울지 마. 기분 나쁘다.”


그의 한마디에 얼탱은 울음을 삼켰다.


“들려줘. 너희의 이야기를....”


그는 잔을 든 채 말했다. 그 잔은 얼탱의 말이 끝난 후에도 입에 닿지 않았다. 얼탱의 시선과 주관적 판단이 깃든 이야기였음을 알기에 그는 모두 믿지는 않았다. 그 안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들과 자신이 아는 내용에 연관된 것들만 끄집어 내 일어난 일들을 구성해 보았다.


“음... 그래, 넌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군.”

“분명 살아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사람을... 집에 사람이 없다고 믿은 상태라고 해도.... 버리면, 그것도 납치 뭐... 많잖아?”

“예, 전 분명 죄인입니다.”


왜 자꾸 죄인이라 말할까. 반성하는 것일까 싶어 눈을 든 그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나와 동등하다?”


얼탱은 답하지 못했다.


“둘 다 죄인이니 이쯤하고 헤어지자? 그게 쉬운가?”

“전 입이 무겁습니다. 물이라면 어렵겠지만, 전....”

“물... 그래, 물이 문제네? 물은 어떻게 처리하지?”

“그...흡.”


고민은 길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 얼탱은 뭐든 할 수 있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가 눈을 빛내며 보자 얼탱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다시 말했다.


“물이 죄책감을 가졌다고 알리겠습니다.”


그 한마디로 그는 얼탱의 말을 이해했다.


“카삥의 죽음... 그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서 자살? 어려워. 뒤통수가 깨졌어. 어떤 멍청이가 뒤로 넘어져서 자살을 해? 그리고 물 아버지가 국회의원이잖아. 아들이 죽었는데 온전할까? 뭐든 캐내려고 하겠지.”


“그 인간이 테리, 카삥의 죽음을 자살로 결론짓게 힘을 썼습니다. 그 인간이 손을 쓰지 않았다면 카삥 사건은 절대로 자살로 결론지어지지 못하는 물증들이 있습니다. 다시 끼어들지 못할 겁니다.”


“....아아, 그런 거였어? 어쩐지... 그럼 더 문제잖아? 그 사람은 물이 카삥에 대한 미안함이 눈꼽만큼도 없다는 것을 잘 알잖아?”


“....예.”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물은 내가 죽인 것이 아니야.”


“압니다.... 알지만.”


“의심은 받겠지. 음...”


그가 생각에 잠길 때, 얼탱이 입을 달싹였다.


“다리...”

“응?”

“다리 풀어두셔야 합니다. 묶인 자국 남습니다.”

“아아... 괜찮아. 체중이 전부 쏠리면 남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힘을 분산하게 테이프질 했어.”

“그....렇습니까.”


역시 한두 번 처리해본 솜씨가 아니라고 얼탱은 생각했다. 얼탱은 어떻게 해야 이 미치광이에게서 벗어날까 고민했다.


‘몸만 풀려나면.’


키도 자신보다 작았고, 몸도 마른 편이었다. 몸싸움을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얼탱은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덥다.”


술도 안 마신 그가 돌연 상의를 벗었다.


‘...제기랄.’


우람한 근육이 얇은 민소매티를 뚫고 나올 듯 불룩거리는 것을 본 얼탱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물... 카삥... 만세형...”


중얼거리던 그가 낯선 이름을 내뱉자 얼탱이 그를 힐끔 보았다.


“응? 왜?”

“아니... 만세형이라고 하신 것 같아서.”


그 말에 그가 피씩 웃었다.


“좀 웃긴 이야기인데... 큭! 내가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할 수 있을 줄이야....”


피씩거리며 웃던 그는 이내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 하지 말아야겠다.”


얼탱도 속으로 감사했다. 그에 대해 알수록 죽을 확률이 높아짐을 얼탱은 잘 알고 있다.


“아 참, 너희 그거 알아?”


그는 얼탱을 다시 묶고 다락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그의 손에는 상자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이건 만... 조씨가 입었던 옷. 이건 물의 차 전조등 커버. 이건 조씨의 지갑.... 그리고 이건...큭. 알아보네? 못 찾았었지?”


당연히 있어야 할 핸드폰이 사라졌었다. 조씨를 집에 데려다 줄 때만 해도 분명 주머니에 있었다. 경황 중에 떨어트렸나 싶었던 것인데, 그가 들고 웃고 있었다.


“네 차 트렁크에서 나왔어.”

“흡!”

“놀랐지? 너 거기에다가 조씨 넣어두었지? 아 참... 재미있는 거 들려줄게.”


그는 조씨가 녹음한 세 사람의 대화를 들려주었다.


“꽤 오래 데리고 있었지? 그래... 그 동안 그 안에서 많은 갈등을 했나봐. 신고하고 싶은데 자신의 죄를 알잖아? 그래서 그냥 죽으면 되겠다 싶기도 했나봐.... 그러다 너희가 풀어주기로 결론지었을 때.... 돌아가면 자수하고 죄 값을 치르기로 결심했었어. 응... 네가 말하지 않아도 조씨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난 알아... 아마도 떨어지며 목이 부러져 죽었겠지.”


그토록 궁금하던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목이 부러져 있었어. 다른 상처들은 오늘 이유를 알게 되었네? 강변에서 구르고....너희에게 구타당하고.... 맞을 짓을 했으니 그냥 맞아준 거야. 물이 때릴 때 형은 정신은 멀쩡했나봐. 맞아서 시원했다고 써 뒀더라고...”


미소는 사라져 있었다.


“살에 전조등 커버 조각들이 나왔어. 차 사고라고 생각했지. 아니었어. 조씨 나름대로 대비한 거였겠지. 특이한 것이니까. 살에 쑤셔 넣었던 것일까... 너희 대화를 들으며 불안했겠지.”


다시 몸을 떨리게 하는 눈빛으로 그가 보고 있었다.


“너희는 용서받지 못할 죄인들인데... 둘은 죽었고, 이제 너 하나 남았다. 참 안타깝게도 난 사람을 죽이는.... 너희 같은 짐승이라도 죽이는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지금 참 답답하다. 내 인생 놓아버릴 생각은 없다. 넌... 현명한 편인 넌 이해하겠지? 그러니 내가 너와 같다고 자꾸 말하고 싶어 했겠지.... 기분은 나쁘지만, 그래. 나도 죄를 지었지. 시신을 유기했고. 또 시신을... 이젠 이유가 어쨌든 널 잡아두고 있으니까. 우리나라 법이 참 그래. 너도 알겠지만 정당방위의 개념이 너무 미약해.”


-사회에 불만이 많으십니까.


싫은 기억이 떠올라 그가 이를 깨물자 얼탱은 숨 쉬는 것을 잠시 잊었다. 끊겼던 그의 목소리가 들릴 때 얼탱은 안심하며 다시 숨을 쉬었다.


“....저렇게 내 집에 들어와서 저 혼자 미끄러져 죽어도.... 형사는 모르겠지만 민사로 왜 화장실 바닥에 대한 안전을 미리 점검하지 않았냐... 그딴 소리가 나올 거야. 너도 그래, 총을 들고 삼단봉까지 챙겨들고 왔지만, 내가 널 밀었다면... 실제로는 고양이지만... 그랬다면 난 과잉방어라고 했겠지? 답답하다... 네가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갈까 고민하는 그 눈을 보니 더 답답해진다.”


얼탱은 그 순간 눈을 감았다.


“넌 영리한데. 너무 영리해..... 물은 보니 멍청해. 그렇지? 딱 카삥이 좋아. 적당히 명예도 얻고 싶어 하고, 돈도 벌고 싶어 하고.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지. 그 녀석이 마지막에 남았다면 난 쉽게 타협했을 거야.”


“웁! 우웁!”


“아냐... 넌 아냐. 넌 기회를 틈타서 날, 혹은 내 가족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이야. 아니... 해충이지. 안타깝지만 넌 내 식대로 해결해야겠어.”


“읍!”


그는 다시 얼탱의 입을 열었다.


“저쿨럭! 컥!”

“마셔... 그게 편해져.”


강제로 술을 먹이는 그의 손길에서 얼탱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입을 열지 못하게 손으로 막고 새로운 병을 열어 다시 부우며 그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았다.


“이제 조금 취한 눈빛이네.”


충분하다 말하고 싶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더 마셔..... 그리고 자. 그럼 내가.... 조용히 보내줄게.”


‘제발....그만....’


술이 깰 말이었지만, 부릅떠 보지만 술기운을 이겨낼 수 없었다. 토해내지 못하는 튼튼한 위장을 가진 것을 태어나 처음 원망하며 얼탱은 의식을 잃어갔다.


“.....토해서 기도가 막히면 안 되지.”


그는 축 늘어진 얼탱을 옆으로 눕히고 입에 구멍을 뚫어두었다. 문득 주변을 본 그는 일어나 전등을 켰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그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가 져 방이 어두워졌다는 것도 몰랐었다.


“밤이군....”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 찾아왔다.


*


인나의 집으로 간 그는 CCTV부터 살폈다.


“사각지대에 세우다니... 영리해.”


얼탱의 차가 CCTV에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 여겼다. CCTV를 움직여 각도를 돌린 그는 이전까지 녹화된 영상을 모두 지웠다. 얼탱과 물이 등장하던 기록까지 모두. 그 후 그는 물이 세워둔 차를 담장 옆에 세웠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물에게 핏물이 튀지 않도록 김장봉투로 감싸고 물로 씻어냈다. 피가 멈추지 않고 흐르자 그는 생각을 바꿨다. 김장봉투로 상처 난 머리를 감고 테이프를 당기며 압박해 묶은 후 물을 마루로 옮겼다. 불 꺼진 마루에 자신이 해놓은 물의 몰골을 보며 그는 입술을 씹었다.


다시 밖으로 나간 그는 주머니를 뒤져 차키를 눌렀다. 깜빡이는 차에 오른 그는 차를 대문 앞에 두었다. 트렁크가 대문을 향해 있었다. 물을 짊어지고 올라와 주변을 먼저 살핀 후, 트렁크에 넣고 다시 차에 올라탄 그는 잠시 생각하다 집안으로 들어갔다. 밖으로 나온 그의 손에는 여러 물건들이 들려 있었다. 물건을 물이 실린 트렁크에 함께 넣고 그는 물의 상처를 막은 김장봉투를 조심스레 찢었다. 봉투에 남은 피를 트렁크 여기저기에 뿌리고 문을 닫은 후 그는 다시 주변을 보았다. 그런 자신이 조금도 긴장하고 있지 않음에 그는 슬퍼졌다.


‘익숙해진 거냐...’


적응이 빨라야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지만,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적응해선 안 되지 않을까. 번민하면서도 그는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얼탱의 전화를 열고 그 안에 있던 메시지를 두루 살펴보며 자신과 관련이 있다 여기면 정리해두었다. 가만히 살펴보고 그는 마지막 물이 얼탱에게 보낸 메시지만 삭제하고 나머지는 그냥 두었다.


“으음....”


테이블을 두드리며 물에 대한 계획을 정리하던 그는 물이 찍어둔 사진 중에서 인나의 집이 찍힌 사진을 찾아내 얼탱에게 메시지와 함께 보냈다.


“이러면... 물은 인나씨 집을 염탐하러 온 놈이 되는 것인가....에? 그래서 뭐가 된다고?”


물이 마나와 인나에게 추파를 던진 것을 기억하던 그는 물의 차가 이곳에 있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만들려했다. 허나 그런 이유로 왔던 물이 왜 시신이 되어 자신의 차에 들어가 있는지 설명이 되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정신 차려.”


시신을 보고 무덤덤한 이유를 자신이 시신에 익숙해져 그렇다 여기지만, 그는 집돌이의 죽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얼탱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도, 그와 대화한 것도 평소의 그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다. 담담히 시신을 치우는 일조차. 노련한 살인청부업자가 된 것인 양 굴지만, 그는 공황상태였다.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옮기자. 멀리 두고.... 나중에 발견되게 하고... 아니지.”


그는 쓰러져 있는 얼탱을 보았다.


“....직접 처리한다고 했으니까.”


자신의 죄가 발각되지 않게 얼탱은 물을 처리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쉽게 믿을 수 없는 말이지만 더 많은 것을 쥐고 있는 자신과 함께 자멸하는 선택을 얼탱은 할 수 없다 믿는 마음이 일었다.


“그럴 의리도 없어 보이고....”


밤이 지나기 전 모든 일을 끝낼 생각에 그는 급히 움직였다. 기억을 더듬어 CCTV가 없는 길들을 떠올린 후 그는 밖으로 나왔다. 트렁크에 물을 둔 차를 타고 나가기 위해선 골목 앞 삼거리 CCTV를 피해야한다. 그를 위해 그는 기다렸다.


‘10시 30분 정도에 배송차가 온다.’


편의점 배송 트럭이 오는 시간까지 그는 차에서 기다렸다. 한동안은 집중해 삼거리를 보았지만 이십분이 지나자 그의 눈은 차 안을 살피고 있었다.


‘모자도 썼고....후드를 써야 머리카락이 안 남겠지.’


후드를 모자위로 씌우며 그는 글로브박스를 열어보았다.


“약도 했나...?”


신경안정제가 들어 있었다. 약을 본 그는 문뜩 떠오른 생각에 개가 사람의 약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검색해 보았다.


“체중에 따라서 치사량이.... 크으...”


이를 깨물며 그는 분을 참았다. 집돌이를 죽인 고기에 묻은 푸른 알갱이는 보이지 않지만, 물이 사람이 먹는 약을 이용했다고 그는 확신했다.


끽! 끼긱!


‘오는군.’


경사로를 내려오는 트럭에서 나는 마찰음을 들으며 그는 차를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기다리지 않고 그는 트럭 바로 앞으로 끼어드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 내려오던 트럭이 연신 전조등을 켰다 끄며 경고했지만 무시했다. 트럭의 높이로 삼거리 감시카메라에서 차를 가릴 생각으로 일부러 끼어든 것이다. 그는 차를 일부러 천천히 몰아 사각지대를 염두하며 움직였다. 트럭 운전사도 화가 났는지 전조등을 연신 껐다 켜 항의했다. 주택가라 경음기를 쓰지 않는 올바른 운전습관을 지닌 운전사에게 그는 매우 미안해졌다.


“죄송합니다.”


미안했기에 비상등을 두 번 켜 사과를 한 후 그는 예정된 길로 들어갔다. 좁은 골목에는 차가 주차되어 있어 움직이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경로를 세상에 알리지 않으려 그는 애써 감시카메라가 없는 골목을 누비며 목적지로 향했다.


주차된 차들의 블랙박스는 고려하지 못했다.


그가 목표한 곳은 아직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카센터도, 한적한 다리 밑 농로도 아니었다. 그는 차를 얼탱이 사는 오피스텔 인근에 세웠다. 큰 길로 오면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을 1시간 30분이 넘어 도착했다.


차를 주차시키고 그는 다시 사람들 눈을 피해 집으로 향했다. 도중에 탄 택시에서 기사가 건네는 말도 무뚝뚝하게 대답한 것이 미안해 그는 잔돈을 받지 않고 내렸다.


‘너무 멀리서 내렸어...’


들키지 않으려 집으로 걸어 올라가며 후회하던 그의 귀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움에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는 모르는 이들이 사는 주택의 불빛들만 담겼다. 간간히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는 더는 돌아보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 넌 제대로....’


집돌이 생각에 힘을 내 돌아온 그는 쉬지 않고 다시 움직였다.


“아무래도... 대리운전이 좋겠지.”


그는 대리운전 앱을 열었다. 그리고 얼탱의 전화기에 대리운전을 부르는 앱을 설치했다. 무료앱이었지만 승인절차가 필요했기에 그는 얼탱의 지문을 두 번 찍어주어야 했다.


“여기서...아니지. 내 출발 위치가 나오니까.”


그는 얼탱을 가볍게 짊어졌다.


‘크으...’


얼탱은 취해 있었지만,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 잠시 기절했다 깨어났을 때 그가 없었지만 얼탱은 몰래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미동 없이 기다렸다. 소변도 마렵고, 답답했지만 그는 참았다. 딱 한 번의 기회. 그때가 오면 행동하리라 생각하고 참았다. 방심할 때 기습하는 것이 얼탱의 계획이었다. 눈빛과 단련된 몸을 보고 자신감을 조금 잃었지만 취기 때문인지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 일부러 근육을 키운 사람이라 여겼고, 상대적으로 긴 팔 길이 등 자신이 유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너무 쉽게 자신을 들어버리자 얼탱은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여겨 그는 제압이 아닌 도주로 선택지를 바꿨다.


‘지구대로 가자....가서 총을 찾아서... 크으...’


도망간 후의 계획을 세우며 그는 다시 흐려지려는 의식을 바로잡으려 애썼다.


‘물 놈의 애비에게 말하자. 그 인간이라면 이런 놈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야...큽!’


어깨에 배가 눌리고 머리는 아래로 향해 있기에 속에 있던 것들이 나오려 했다. 얼탱은 자신이 깨어있음을 알면 그가 다른 조치를 취할 것 같아 억지로 참아냈다.


“후...무겁네.”


그가 조수석에 얼탱을 놓는 순간 얼탱도 식도를 타고 올라온 위의 내용물들을 다시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이번엔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나... 아?”


그는 자신의 머리를 치며 운전석을 열고 앉았다.


“멍청하긴. 이미 다 찍혔었잖아.”


골목 앞 삼거리 카메라의 위치 때문에 벌써 물과 얼탱의 차는 여러번 카메라 안에 들어간 상태다. 그를 뒤늦게 깨닫고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그 말에 얼탱이 흠칫 놀랐다. 때마침 그가 다가와 벨트를 매주려 했기에 얼탱은 갈등했다.


딸칵!


다행이 그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선택했고, 그가 안전벨트를 채워줬음을 깨달았다.


“테이프도 풀어줘야겠지.”


‘풀면...’


움직이자. 마음먹은 얼탱은 다리가 풀릴 때 또 갈등했다. 이대로 도망가면 어떨까. 그리고 곧 자신의 팔이 뒤로 묶여 있음을 깨달았다. 끙끙대며 그가 테이프를 떼어내는 것을 들으며 얼탱은 또 참았다. 입을 막은 테이프도 살을 아프게 당기고, 머리카락을 여럿 빼앗은 후에 떨어질 때도 참아냈다.


“테이프 자국이 없나?”


그가 갑자기 실내등을 켰다. 눈을 굴리던 얼탱은 그 순간 숨을 멈췄다. 그런 이상한 태도를 다행인지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음, 얼굴에 자국이...”


뺨을 문지르는 손길에 털이 곤두섰지만 얼탱은 또 다시 참아냈다. 그러나 가득 찬 방광에서 밀려나온 오줌 일부는 참아내지 못했다.


“됐나? 아, 핸드폰 돌려줘야지.”


‘이 새끼....’


죽이려 작정했다. 아니면 왜 핸드폰을 돌려줄까.


“차키도 주고.”


확정적이라 얼탱은 생각했다. 어떤 방식으로 죽일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정보가 튀어나와 머리를 아프게 했다. 취기도 여전해 얼탱을 괴롭혔다.


“그 아가씨가 집에 있겠지?”


그 순간 얼탱의 공포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죽인다. 죽여야 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여인을 해하려든다고 생각하자 취기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곧 속이 울렁거리고 졸음이 몰려와 얼탱은 잠들어 버렸다.


*


그는 차를 먹자골목 인근의 조용한 골목에 세웠다. 출발지점을 먹자골목으로 도착지는 얼탱의 집으로 설정해 대리운전을 신청한 후, 그는 다른 이들이 채갈지 몰라 급히 자신의 핸드폰으로 얼탱의 콜을 받았다.


“위험했어.”


가까운 거리는 경쟁이 치열해 놓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자연스럽게 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위험을 감수했다. 혹시 다른 기사가 채가면 미안함을 감수하고 취소할 굳은 마음까지 먹었었다.


“주소가... 아 참.”


이번엔 정상적인 주행을 해야 한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대리운전 앱을 열었다. 앱은 내비게이션과 연동되기에 목적지에 대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목적지는 청호빌라입니다.


“빨리 가야겠군.”


도로에는 많은 CCTV가 설치되어 있지만, 그는 이제 당당해질 수 있었다. 취한 손님을 태우고 집으로 향하는 대리운전 기사였으니까.


*


차가 멈췄을 때 얼탱은 슬쩍 눈을 떠 창밖을 보았다. 급히 눈을 감은 것은 차창에 비친 그의 얼굴이 자신 쪽으로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출발.... 손님 출발합니다.”


정말 손님의 차에 탄 듯 말하며 그가 차를 다시 움직였다.


-목적지는 청호빌라입니다.


취해서 목적지를 잘못들은 것이 아님을 얼탱은 알 수 있었다. 슬쩍 본 핸드폰 화면에 목적지가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위험한 남자가 향하는 곳에 누가 있는지 얼탱은 떠올렸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자고 있을 자신의 애인을 떠올리자 화도 나지만 겁도 났다. 제압해야한다. 그러다 실패하면? 칼에라도 찔려서 움직이지 못할 때, 잔인하게 애인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본다면.... 별별 상상을 다하던 얼탱은 결심했다. 어떻게든 그에게서 벗어나기로.


때를 기다리며 슬쩍슬쩍 눈을 뜨던 얼탱은 익숙한 도로를 달리고 있음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 자동차전용도로를 지나면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간다. 집은 더욱 가까워진다.


‘할 수 있을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의 집 근처는 안전 사각지대가 가득하다. 집세가 싼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정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집주인도 좋아하고, 주변사람들도 좋아하지만 사복을 입은 자신을 알아봐주는 이는 많지 않은 동네임을 얼탱은 잘 안다. 큰 소리가 나도 밖을 내다보는 이가 드문 동네다. 그의 머리에 조용히 살해당할 장소들이 떠오를 때, 그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가져다놓고, 처리하게 하고...”


‘처리하게....? 공범!’


왜 혼자라고 생각했을까. 안일한 자신을 탓하며 얼탱은 더는 미루지 않기로 했다.


딱!


“음?”


그가 옆을 보는 순간 안전벨트를 푼 얼탱이 문을 열고 밖으로 뛰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뭐? 야!”


뒤늦게 차를 급정거 한 그는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렸다.


-빠앙!!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도로를 거슬러 올라간 그는 기어가는 얼탱을 보았다.


“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그는 멍해져버렸다. 이십분 후 그는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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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짖는 소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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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오래전 시작된 거짓된 이야기 2 +4 20.06.16 40 4 16쪽
90 오래전 시작된 거짓된 이야기 1 20.06.16 20 3 19쪽
89 두 친구 2 +1 20.06.16 24 2 19쪽
88 두 친구 1 20.06.15 23 4 18쪽
87 악인과 악인 4 20.06.14 21 4 22쪽
86 악인과 악인 3 20.06.14 22 2 17쪽
» 악인과 악인 2 20.06.14 18 2 24쪽
84 악인과 악인 20.06.14 19 2 20쪽
83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7 20.06.13 18 3 23쪽
82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6 20.06.13 17 2 21쪽
81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20.06.13 18 2 18쪽
80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8 2 21쪽
79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3 20.06.13 17 2 17쪽
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77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1 20.06.13 17 3 20쪽
76 잃어버린 것 2 20.06.12 20 2 19쪽
75 잃어버린 것 1 20.06.12 20 2 19쪽
74 인과응보 20.06.12 18 2 26쪽
73 떠넘기기 2 20.06.12 18 2 25쪽
72 떠넘기기 1 20.06.12 19 2 24쪽
71 세 친구 4 20.06.12 15 2 19쪽
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68 세 친구 1 20.06.12 29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2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2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19 2 18쪽
64 가족의 의미 1 20.06.10 27 3 27쪽
63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2 20.06.10 19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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