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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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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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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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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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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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세 친구 1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2월 9일. 밤 10시 37분.


7시부터 내리던 비가 폭우로 변한 시각. 비를 피해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진 거리를 그는 홀로 걷고 있었다. 괴로움을 이겨내려 술에 잔뜩 취했던 그는 열기를 식히고 싶어 내리는 비를 피하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대로변을 걷던 그는 시선을 느꼈다. 흐린 눈으로 주변을 보았지만 사람은커녕 개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보이지 않지만 계속 느껴지는 시선에 그는 밝은 길을 벗어나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비를 피하려면 처마가 있는 지붕 밑을 골라야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밝은 곳이 싫었기에 탁 트인 철문 앞 짧은 경사로에 앉았다. 철문에 등을 기대자 세찬 비가 그의 얼굴을 때린다. 이미 온몸이 젖었지만 그럼에도 몸의 열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손에 쥔 보드카병은 반 이상 남았었다. 흐린 눈으로 본 보드카는 어째선지 다시 채워져 있었다. 빗물이 들어가 채워졌다는 것도 그는 모르고 있었다. 감각이 무뎌져 내리는 비에 체온이 떨어지고 있던 것도 모를 정도로 그는 술에 취해 버렸다.


‘다행이다.’


채워진 병을 보고 그는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모든 것이 다 내 상상이었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는 믿었다.


‘어서 꿈이 깼으면 좋겠다.’


그는 서둘러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오늘 물이 왜 이래?”


마음에 드는 여인이 없자 물은 인상을 쓰며 고개 숙인 이들을 질책했다.


“나 누군지 알지?”

“예, 고객님. 기다리시면....”

“됐어.”


MD의 말을 끊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쁘다고 오지 않는 친구들에게도 서운함이 남아 더는 놀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밖으로 나온 그는 또 인상을 썼다. 평소에 다른 이가 차에 타는 것을 싫어하는 그였지만 오늘은 예외로 해야 할 상황이었다. 우산도 가져오지 않았고 비가 튀어 신발이나 바지가 젖는 것도 싫었다.


“차 가져와.”


키를 내밀자 주차를 담당한 직원들이 머뭇거린다. 물의 차가 얼마나 비싼지 알기에 괜히 실수라도 할까봐 주저하는 것이다.


“뭐해!”


버럭 화를 내자 입구를 지키던 가드 중 한명이 태영에게 눈짓했다. 태영은 싫은 표정을 감추며 키를 받고 비속으로 나가려 했다.


“야야. 서.”


태영이 멈춰서 돌아보았다. 의식적으로 미소를 짓던 태영은 물이 가드들에게 손가락질 하는 모습을 보았다. 태영이 비를 맞고 차에 오르면 차가 젖게 되는 것을 걱정하는 소리를 물은 모든 이들이 기분 나쁠 수 있게 내뱉고 있었다.


‘넌 뭐가 다르냐? 씨발새끼.’


속으로 욕하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때, 누군가 큰 우산을 그에게 내밀었다.


“혀...지배인님.”

“쓰고 가.”

“예.”

“영식이 가서 우산 사와라. 손님들 모실 때 써.”


지배인이 나오자 물도 입을 다물었다. 태영은 그것이 고소해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다.


“부모 잘 만나서 이런 차나 타고.”


툴툴거리며 문을 열고 그는 급히 안으로 몸을 들이고 위로 솟구친 문을 잡아 내렸다. 내부에 튄 물을 품에 있던 수건으로 닦고 그는 자신의 신발도 닦았다. 진흙이나 물 자국이 있는지 다시 확인하던 태영의 눈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이 보였다.


“그 새끼 지랄할 텐데.”


고민하다 태영은 우산을 수건으로 감쌌다. 그런 후 천천히 차를 움직였다.


틱!


작은 소리에 급히 차를 멈춘 태영은 급히 밖으로 나갔다.


“아, 씨발... 좆나 낮네.”


과속방지 턱에 차 바닥이 닿아 있었다. 태영은 안으로 들어가 기어를 풀고 차를 뒤로 밀었다. 그리고 지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배인님, 차 바닥이 턱에 걸리는데요?”

-차종이 뭔데?

“람보르기니인데요. 모델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삡이 타고 다니는 전조등에 눈 붙인...”

-아아, 그럼 내부에 바닥 높이는 버튼 있을 거다. 검색해서 찾아봐.

“...네.”


검색을 해 바닥의 높이를 올린 후에야 태영은 클럽 입구로 갈 수 있었다. 급히 나온 그는 차 문을 연 채 우산을 들고 입구로 달렸다.


“도착했습니다.”


딱!


가벼운 소리가 머리에서 울렸다. 아픔은 적었지만 기분은 극도로 나빠졌다. 허나 손님에게 대들 수 없기에 그는 분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문 열면 어떻게 해!”


물이 소리치자 태영은 뭘 실수 했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겨우 그런 일로 머리를 맞아야 하는 것일까. 그때 지배인이 나섰다.


“가시죠.”


태영이 잡은 우산을 빼앗아 씌워주자 물이 거들먹거리며 움직였다. 화가 났지만 지배인을 보고 냉정을 찾은 태영은 물이 차에 오르자 다가가 수건으로 차 안에 들어간 물을 닦아주려 했다.


“어디서 걸레를...”


지배인이 있기에 물은 더 화내지 않았다. 지배인에게 잘못 보이면 자신이라 해도 클럽에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너 이리와.”


물은 태영을 손짓해 불러 지갑을 열었다. 챙겨온 현금 중 일부를 꺼내 태영에게 내밀며 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급히 돈을 받은 후 문을 살며시 내려준 태영은 뒤로 급히 물러났다. 차가 움직이자 태영은 받은 돈을 우산을 씌워주던 지배인에게 내밀며 우산을 들려고 했다.


“됐다. 고생했어.”


태영은 불안한 기색으로 지배인을 따라 입구로 갔다. 그때 지배인이 말했다.


“왜 저리로 가...?”


태영은 뒷골목으로 가는 차를 보며 진창에나 빠지라고 속으로 악담을 퍼부었다.


*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너희가 안와서 얼빠진 년들만 들어왔잖아.”

-그게 왜 우리 탓이야. 너 오늘 별론가 보지.

“뭐? 야, 카삥. 너 선 넘는다?”

-크크크. 센터로 와라. 얼탱이 좋은 안주 구했단다. 한잔하자.

“뭔데? 나 아빠가 빨리 오랬는데...”

-해구신 구했다는데 안와?

“아... 가야지.”


웃으며 전화를 끊은 후 물은 부친에게 뭐라고 변명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라이트도 켜지 않고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단속을 피하려 자동으로 켜지는 라이트의 기능을 비활성화 해두었기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그는 라이트를 켜지 않았다. 골목 끝은 환했고, 이제 곧 나갈 수 있었으니까.


“어어!”


급히 차를 세운 물은 멍하니 앞을 보았다. 골목 우측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우측으로 붙어 달리던 중이었기에 하마터면 칠 뻔했다.


“이 새끼는 뭐야.”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대며 그는 라이트를 켰다. 헌데 앉아 있는 사람은 미동이 없었다. 그는 남자의 손에 쥐어 있던 보드카 병을 보고 술에 완전히 취했다 여겼다. 후진했다가 피해서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가 후진기어를 넣었을 때였다. 미동 없던 남자가 눈을 가리며 인상을 썼다.


“미친 새끼.”


취해 길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잘못이 있다 생각하며 물은 라이트를 끄지 않았다. 천천히 뒤로 움직이다 거리가 벌어지자 물은 다시 앞으로 가려고 핸들을 틀었다. 그때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물은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자신이 있었다.


-이 씨발...불 꺼!


남자가 소리쳤지만 물은 비웃으며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팡!


“....!”


남자가 던진 술병이 앞 유리창에 닿았다. 단단한 술병을 맞았지만 힘이 약했는지 금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흠집이 났기에 물은 극도로 분노했다. 그는 애써 참았다.


“서민새끼가... 차도 몰라보고. 좆 돼 봐라. 울고불고 지랄해도 봐주나 봐.”


우선 자리를 피한 후 신고해 형사, 민사를 통해 제대로 물을 먹일 생각을 하며 그는 기분 좋게 웃었다. 남자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전까지는.


“어, 야야! 하지 마! 야!”


펑!


그의 말에도 남자는 휘두르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우측 전조등을 손에 든 물건으로 가격해 부순 남자는 비틀거리며 그의 차를 짚고 움직여 다른 쪽 라이트를 겨냥하는 몸짓을 보였다. 다급해진 물은 그 순간 가속 패들을 밟았다. 남자가 밀려 넘어지고 물은 후진을 한 후 차에서 뛰어 내렸다.


“이런 미친 새끼!”


깨진 전조등을 보고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한 물은 남자에게 달려가 걷어차기 시작했다.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때리다 비에 열기가 식으며 냉정을 되찾았을 때, 물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보며 얼이 빠져 버렸다. 남자는 고통에 신음하며 힘겹게 꿈틀거리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핏물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두려움이 일자 차로 도망친 물은 그대로 도망치려 했다. 그랬다간 이전에 애써 수습한 사고처럼 되지 않을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아버지의 경고를 떠올린 그는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죽여?’


증거를 없애기 위해 그는 뭘 해야 하는지 갈등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힐끔 본 그는 반가워하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야, 나 좆 됐다.”


비는 더욱 거세져 세상을 더럽힌 인간의 잔여물들을 쓸고 다녔다. 5분이 지나지 않아 차 한 대가 골목 입구로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이는 주변을 살피고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섰다. 물은 가만히 그 광경을 구경하듯 차에 머물러 있었다. 곧 뒤에 나타난 남자가 물에게 다가왔다. 물은 그가 차창을 두드리기 전까지 아무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너 뭐하냐.”

“나 어떻게 하냐...?”

“나와.”

“왜...?”

“치워야지.”

“씨발... 나 이거 터지면...”

“라이트 깼네?”

“어, 저 새끼가.”

“그래서 때렸고?”

“응...”

“쌍방이네. 저쪽은 흉기도 지녔고. 망치를 왜 들고 다니지? 미친놈인가?”

“어...그렇지? 이상하지?”

“그렇다고 네가 때린 것이 무마되지는 않아. 누워있는데 걷어찼지? 사커킥은 가중처벌이야.”

“....씨발.”

“우선 내려, 차에 싣자.”

“어쩌려고...?”

“많이 다치지는 않았어. 집에 데려다 주고 술 깨면 대화해야지. 네 차 수리비 들먹이면 쌍방가도 좋을 거 없다는 거 알게 될 테지.”

“기사 내면....어쩌라고.”

“보니까 만취 상태야. 기억 못할 수도 있으니까... 우선 내 차에 넣자. 내가 쓰러진 걸 보고 데리고 갔다고 말하지. 그리고 상황 봐서 네 차랑... 아, 사진부터 찍어두자.”


즉석에서 파손된 차량의 사진을 찍은 후 남자는 물과 함께 쓰러진 남자를 차로 옮겼다.


“난 어떻게 하냐?”

“뭘 어떻게 해. 카삥한테 가. 수리해야 하잖아.”

“아....씨발! 수리비.... 무리하게 졸라서 샀는데. 아빠가 난리칠 텐데.”

“카삥하고 잘 상의해봐. 난 저 사람 집에 보내고 그리로 갈게.”

“고맙다... 얼빵.”

“됐다. 친구사이에.”

‘친구?’


그 말에 물의 인상이 꿈틀거렸지만 얼빵은 보지 못했다.


“친구... 좋지.”


비릿하게 웃으며 물은 주변을 살폈다. 핏물은 비에 빠르게 씻겨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깨진 전조등 조각들을 줍다가 화가 나 던져 버렸다.


“개새끼...”


그는 차의 진로를 막는 술병을 발로 툭툭 차서 옮기다 그곳에 증거가 될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잡아들었다. 깨서 버려야하나 싶었지만 괜히 파편이 튀어 손을 다칠까봐, 혹은 타이어가 터질까봐 그는 병 안의 내용물을 버린 후 트렁크에 넣었다.


“싸구려나 쳐 먹는 새끼가.”


일이 해결되었다. 기분이 좋아졌던 그는 운전석에 앉았다가 축축하고 차가운 감각에 인상을 썼다. 서둘러 카삥의 카센터로 가는 그는 이미 사람을 때린 것에 대한 것은 잊었다.


*


만취한 남자의 품에서 지갑을 찾아낸 얼탱은 신분증에 나온 주소지를 향해가며 남자의 신분을 확인할 단서를 찾기 위해 남자의 품을 뒤졌다.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나온 명함집에 얼탱이 원하는 정보가 있었다.


‘보험설계사였군.’


골치 아픈 쪽이 걸렸구나 싶어 그는 남자가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랐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취한 채 쓰러진 그를 가엾게 보고 직접 집까지 데려가주는 사람이라 여겨졌으면 싶었다.


“선생님.... 선생님.”


흔들었지만 남자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체격이 좋지만 혼자 남자를 들고 움직일 생각은 없었기에 얼탱은 남자의 핸드폰을 켜보았다.


“잠겨있군.”


하는 수 없다며 얼탱은 남자의 집으로 혼자 찾아갔다. 현관 입구에 놓인 CCTV를 본 순간 얼탱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는 직접 올라가지 않고, 주소지 아래층에서 내린 후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층마다 CCTV가 없기에 한 행동이지, 있었다면 얼탱은 포기했을 것이다.


‘없나?’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전자식 잠금쇠가 걸려 있어 남자에게서 열쇠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혹시나 하고 도어락의 커버를 열었던 얼탱은 문고리를 돌려 보았다. 버튼에 빛이 떠오르지 않기에 돌려본 것인데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을 열어 안쪽을 본 그는 도어락의 배터리들이 모두 빠져 있고, 열림 상태로 고정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계십니까...!”


안으로 들어가려던 얼탱은 급히 문을 닫았다.


‘제기랄.’


난장판이 되어 있는 거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쓰레기장 같은 곳에 드문드문 사람이었던 존재가 보였다. 얼탱은 멍하니 시신과 쓰레기가 뒤엉킨 곳을 보다 돌아섰다. 그 순간 혹시라도 집안에 CCTV가 있다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천천히 움직였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일회용 비닐장갑을 낀 후, 그는 굴러다니는 마른수건도 하나 챙겼다. 그리고 방과 화장실 등을 살폈다. 세구의 시신을 발견했고, 그는 그들이 어떤 흉기로 살해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의 죽음을 보고 그는 화도 났다. 정신이 없는 도중에도 그는 목적을 잃지 않았다. CCTV가 없음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오며 그는 문고리에 남았을 자신의 흔적을 수건으로 지웠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 내린 층에서 승강기를 타고 현관으로 나온 그는 당당하게 걸어 CCTV앞을 지나갔다.


“헉...헉...헉...”


차에 오른 후에야 그는 가쁜 숨을 토해냈다. 호흡을 고른 후 그는 수건으로 손을 감싼 후 남자의 얼굴을 가격했다.


“미친새끼. 이...개 새끼!”


몇 번 더 가격한 후 얼탱은 차를 움직였다. 카센터로 가던 중, 한적한 도로가에 세운 그는 남자의 입과 손발을 차에 있던 테이프로 묶었다.


“나 도착했다. 차고 문 열어라.”

-뭐? 그 똥차를 왜 들이려고 해? 비 때문에?

“...어서 열어. 나 진지해 카삥.”

-지랄은... 알았다.


얼탱은 기분 좋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속이 울렁거렸다. 차에서 내린 그를 본 두 사람은 여전히 장난스럽게 웃었지만, 곧 조수석에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굳어버렸다. 빠르게 굳은 표정이 된 카삥과 달리 물은 화난 표정으로 얼탱을 쏘아 보았다.


“너 뭐하자는 거냐.”

“닥치고... 들어가.”

“뭐? 야! 저 새끼 데리고 오면 어쩌자고!”

“....닥치라고 했다.”


얼탱이 화를 참으며 쏘아보자 물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


얼탱은 술을 연거푸 넉 잔 마신 후에야 입을 열었다.


“저 새끼... 살인마다.”

“뭐?”

“뭔 개소리야.”


삐딱하게 듣는 물을 보고 얼탱은 고개를 저었다.


“너 때문에 나도... 자각을 해. 네가 문제 일으키고 우린 뒤처리하고 씨발...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 언제까지 그럴래?”

“뭐라는 거야... 너 술 취했냐?”


그 어느 때보다 냉정했던 얼탱은 물을 때려눕히는 상상을 하다 고개를 저으며 다시 술잔을 들었다.


“집에 데려다주려고 갔는데, 저 새끼 가족..... 다 죽어 있었다. 애들까지. 씨발...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던데... 물, 저 새끼 품에서 망치 가져와.”

“그걸 왜 날 시켜?”

“....니가 일으킨 일이잖아? 너 슬쩍 빠질 생각은 하지도 마라.”


눈싸움이 시작되자 카삥이 일어나려 했다. 그를 말리며 물이 일어났다.


“됐다. 새끼 졸라 지랄하네... 망치 가져오면 되지?”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아. 피가 묻어 있는지.”

“피?”

“그게 흉기 갔다... 지 마누라랑 애들 때려죽인 흉기.”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물이 다시 앉아 버렸다. 그도 그럴게 그런 사람인지도 모르고 덤볐던 것이다.


“이제 알았냐? 너 죽을 뻔했어. 저 미친 새끼한테.”

“허...씨발...씨발!”


욕을 내뱉으며 물이 잔을 들었다. 하지만 손이 떨려 마시지 못한 채 다시 내려놓아야 했다.


“야, 얼탱.... 그거... 농담이지?”


카삥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구나 생각하며 얼탱은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우욱!”


사진 속 사체들을 보고 카삥은 화장실로 뛰어갔고, 허연 물의 피부는 더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걸 왜 찍어 온 거냐...”

“나중에 내가 덤탱이 쓸까봐.”

“너... 야! 거기 CCTV! 여기도 있잖아! 카삥! 카메라 꺼! 다 지워!”


카삥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간판까지 끈 후에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은 얼이 빠져 있었고, 망치는 얼탱이 챙겨서 들고 왔다.


“흉기 맞네.”


비에 씻겨 있었지만, 조씨의 품에 있던 망치를 감싼 작은 수건에는 피가 가득 묻어 있었다. 망치의 손잡이에도 굳은 피가 달라붙어 있었다. 세 사람은 잔인하게 가족을 살해하는 남자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미친놈... 젠장. 아무래도 직원들 쉬게 해야겠다.”

“뭐? 왜?”


물의 말에 카삥이 얼탱을 보았지만, 얼탱도 물의 말에 찬성하는 쪽이었다.


“차 수리해야지. 내 차에도 흔적이 남았어. 저 새끼를... 저거 어떻게 처리하지?”

“그냥 풀어주자.”


카삥의 말에 두 사람이 그를 어이없어하며 보았다.


“아니, 범인이잖아? 도망치라고 해. 어차피 지가 신고하겠어?”

“그런가?”

“음... 신고는 못할 것 같기는 한데...”


물과 얼탱이 동조해주자 카삥의 기분은 조금 나아졌다.


“아, 차 수리하려면 직원들 쉬게 해야 하겠다.”


카삥은 그 즉시 직원들에게 이틀간 휴일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전화기가 바로 울렸다.


“아니, 쉰다고요. 예... 아~ 말 많네. 그냥 쉬라고! 전체 휴무라고. 유급? 씨발... 경영상태 어떤지 알면서 그런 소리 해? 형.... 너무 하네, 정말... 아, 알았으니까 쉬다가 오세요. 비도 오잖아. 손님도 안 오는데 전기세만 나가잖아. 네네, 그러세요. 네.”


전화는 돌아서면 울리곤 했다.


“비 오는데 세차장에 누가 와! 그래, 다 취소해. 위약금? 그건 니가 알아서 해. 그런 새끼 다음에는 부르지도 말고. 위약금 좋아하네, 지가 무슨 연예인인지 아나.”


마지막 말은 이런 상황을 만든 물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아으으. 척하면 척 알아듣는 놈들이 없어.”

“직원들?”

“....이참에 전부 물갈이 하던가 해야지.”

“하지 말라고 했다.”


목소리를 까는 물의 말에 카삥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카센터 운영에 개입하지 말랬지?”

“내가 투자한 돈이나 갚고 그런 소리 해.”

“니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니까 자꾸 안 좋아지잖아.”

“허... 이 새끼. 야! 내가 너.... 기술도 좆도 없어서 맨날 욕먹는 거 커버치는 거 쉬운 줄 알아? 이 새끼 진짜 나쁜 놈이네? 어? 너 이제 보니 이 상황에서 너만 빠져나가려고 수 쓰냐?”


순간 카삥이 얼탱의 눈치를 보았다.


“누가...언제? 씨발 그럴 거면 벌써 신고하고 토꼈지.”

“신고해봐야 누가 오는데?”

“그니까. 크크크.”


카삥이 웃자 굳었던 분위기가 풀리며 둘도 웃었다.


“야, 이번 일 잘 넘어가면 내가 그냥 넘어가겠냐? 도와줘라. 얼탱도 그렇고, 너도 어차피 발 담갔어.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너도 끝장나. 알지?”


“그만 해. 알아들었으니까....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차 수리하고... 도색도 바꿔. 눈에 띈다.”


“그럴까?”


도색 전문가인 카삥이 좋아하자 물은 아쉬워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무광 어때?”

“난 반짝이는 거 좋아한다... 평범하게 해. 색은 블랙이 좋아. 그런데 부품 있냐? 커버 나갔는데.”

“어, 전에 사다 둔 거 있어. 너 전에 거는?”

“버렸지....”

“아 재고관리 하는 새끼 졸라 꼼꼼한데... 또 한소리 하겠네.”

“왜 그 새끼가 뭐라고 해? 니가 사장인데.”

“인센티브 안준다고 그러잖아. 번 돈이 있어야 주지.”

“있어도 줄 놈이냐, 니가?”

“그렇지? 크흐흐흐.”


웃지만 속으론 물을 욕하고 있었다. 재정적자의 최대 요인이 바로 물이다. 물은 카센터와 세차장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차의 수리나 소모품 교체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익이 생겨도 물의 차량 수리비로 모두 나가기에 직원들에게 챙겨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내 차도 폐차하자.”


얼탱이 말했다.


“응? 넌 또 왜.”

“아무래도 노출이 되었어. 삼거리에 CCTV 있어. 흔적 남거나 목격자 있으면 내 차가 의심받아.”


겁먹은 표정의 둘을 보고 그는 미소 지었다.


“며칠 안에 교통계 들어가서 영상 삭제할게. 그런데 아파트 쪽은 어려워. 거기에 내가 차타고 들어가는 거 찍혔으니까...깔끔하게 폐차해서 혹시 남을 흔적 지우는 것이 좋겠어.”

“그럼 저 새끼는 어쩌고?”

“풀어줬는데 잡혀서 다 불어버리면 우리도 좆 되잖아.”


얼탱은 두 사람의 말에 고민하다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죽이자.”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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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20.06.13 18 2 18쪽
80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8 2 21쪽
79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3 20.06.13 17 2 17쪽
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77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1 20.06.13 17 3 20쪽
76 잃어버린 것 2 20.06.12 20 2 19쪽
75 잃어버린 것 1 20.06.12 20 2 19쪽
74 인과응보 20.06.12 18 2 26쪽
73 떠넘기기 2 20.06.12 19 2 25쪽
72 떠넘기기 1 20.06.12 19 2 24쪽
71 세 친구 4 20.06.12 15 2 19쪽
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 세 친구 1 20.06.12 30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2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2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20 2 18쪽
64 가족의 의미 1 20.06.10 27 3 27쪽
63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2 20.06.10 19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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