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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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3,175
추천수 :
502
글자수 :
841,325

작성
20.06.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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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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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22쪽

악인과 악인 4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두통이 몰려와 그는 머리를 쥐었다.


“괜찮으십니까.”

“....예. 후우. 빨리 끝내고 싶군요.”


고개를 끄덕인 조사관이 미뤘던 이야기를 꺼냈다.


“장씨 집 인근에서 차량이 발견되었습니다. 장씨의 차입니다.”


‘아아, 발견되었구나.’


“그 안에 여러 가지 것들이 있었습니다. 무엇인지 짐작하시겠습니까.”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곧 발표되겠지만... 그 안에 조씨의 유품이 있었습니다.”


만세형의 유품을 넣어둔 이유는 그것으로 이전 일들을 청산하자는 의미였다. 너무나 잘 알지만 그는 모르는 척 굴어야 했다.


“조씨... 어느 조씨 말입니까.”

“아, 가족을 살해한 쪽입니다.”

“그렇군요...”


그가 바라보자 조사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수사중이지만, 조씨의 행방에 이들 세 사람... 조수원, 장씨, 박씨가 관여된 것 같습니다.”


“....복잡하군요. 제가 알아야 합니까.”


“생각보다 세 사람에 대해 아시기에 혹시나 하며 질문 드리는 겁니다.”


“박씨는 만난 적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다 만났군요. 장씨는 순찰 중에 몇 번... 조수원은 클럽에서 보고... 그 놈이 저희 동네에 기웃거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 제가 편의점에서....”


그는 편의점과 얽힌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그런...CCTV를 보셨다고요?”

“예, 그 아르바이트생이.... 불법인지는 알지만 혹시 여자 친구를 쫓아다니나 의심도 들고...”

“CCTV에 세 사람이 찍혀 있었습니까.”

“조수원은 찍혀 있었습니다.”

“영상은 혼자 보셨습니까.”

“...애인의 여자친구와 함께 봤습니다.”

“그... 죄송하지만 자꾸 거론되는 그분과는....”

“친구입니다. 저희 집에 잠시 살다가 여자친구가 집을 구하고 그곳으로 옮겼습니다.”

“으음, 드문 케이스군요.”

“외국물을 먹어서 그런지 두 사람 다 개방적입니다. 나누는 문화도 익숙하고. 룸메이트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남녀라고 하더라도.... 근무지가 변경되어서 마침 제 집이 가까워 그렇게 된 것도 있고... 아시겠지만, 둘 다 재벌가의 따님들입니다.”

“....부끄럽지만, 예.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변호사들에게 몇 번이나 경고를 받았기에 조사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 그들 속에 끼어 있습니다. 뭣도 없는 제가... 동생은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엄마 쪽에서 낳은 아이도 찾았습니다. 덩치도 크고 키도 크고... 노안이라 조금 걱정이지만, 애인도 있고... 안 좋은 일을 겪어 몸에 문신이 있어 가고 싶던 군대도 못가고... 그래도 밝습니다. 보상받은 돈으로 가족여행에 끼어서 보낸 이유죠.”

“여행을 가셨군요....어째서 조용한가 싶었습니다.”

“불러드릴까요?”


그의 말에 조사관은 급히 손을 저었다.


“아,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변정원 검사님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십니까.”

“변정원.... 변....어? 클럽친구입니다.”

“예?”

“아, 놀러갔다가... 여기저기서 만나서 친해졌나... 다음에 만나기로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도 깊고 사람은 좋더군요. 그게 본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시군요.... 이 사건의 담당 검사입니다.”

“....그거 참. 절 알던가요?”

“예, 왜 대리운전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더군요. 그건 저도 이해가 안 갔습니다.”

“왜요? 보상금을 받아서요?”

“공교롭지 않습니까? 일을 다시 시작한 날, 첫 손님이 그런 일을 당한 것이.”

“당했다... 제가 뭔가 했다 여기시는군요?”

“허! 말실수입니다. 전 무죄추정원칙을 준수합니다.”


그는 피씩 웃으며 넘어가주었다.


“이번 일로 박테리씨의 실족사도 재수사하는 중입니다.”

“후우, 조사관님. 제 일에 관련된 일만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아, 이것 참... 말을 잘 들어주시죠?”

“그렇게 자꾸 절 정의내리시지도 말고요. 저도 해볼까요? 조사관님 이혼하셨죠?”

“허...”

“나이차 나는 동생 집에 얹혀사시죠?”

“저에 대해서 어떻게....?”

“동생분과 나이차가 많이 나는 것은 빌려 입은 옷을 보고 알아차렸습니다. 급히 나왔다고 말씀하셨으니 대충 보이는 것을 입었을 테고, 그러려면 동생분과 같이 지내야겠죠. 같은 이유로 동생집에서 살 이유는 이혼이죠.”

“...별거입니다. 험... 조사에 집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가 자꾸.... 예, 제발 빨리 끝내주시죠.”


알리바이가 완벽했고, 장봉진이 자살할 이유도 있었기에 그는 조사를 끝내고 귀가할 수 있었다.


*


그가 풀려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 뉴스특보가 방송되었다. 조수원과 박테리, 장봉진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으며.... 이렇게 뉴스특보는 시작되었다.


조수원은 일가족 살해용의자 조씨와 조우했으며, 만취한 조씨가 차의 유리를 깨는 등 행패를 부리자 참지 못해 구타했다. 조수원의 가족은 이를 부인했지만 조수원이 판매한 차량을 인수한 사람이 차의 트렁크에 있던 술병을 경찰에 제보했고, 그곳에서 조씨의 DNA와 조수원의 지문 등이 나왔다. 조수원이 방치한 술병을 통해 두 사람이 만났음이 입증된 것이다. 쓰러진 조씨를 조수원은 친구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박테리의 카센터에 숨겼다.


사건이 일어난 시각의 삼거리 CCTV영상이 사라진 것을 경찰이 발견했고, 장봉진이 다녀간 후 일어난 일임이 밝혀졌다. 교통센터 내부 CCTV에서 장봉진이 녹화자료를 들고 나가는 것이 포착되었지만, 중요자료를 분실한 책임소재를 물을까봐 경찰은 이 사실은 숨겼다.


-이 영상은 지난 2월 장씨가 일가족살해용의자 조씨의 아파트를 방문한 것으로, 장씨는 다른 층에서 내리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아파트 현관에 설치된 CCTV영상에서 장씨와 유사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이가 오가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지만 걸음걸이가 평소 장씨와 같았고 다른 여러 특징들도 장씨라 판단되었다. 재조사가 시작되었고, 조씨 집에 대한 정밀수색이 이뤄진 후에는 장씨가 지우지 못한 그의 지문도 발견되었다.


세 사람은 조씨가 가족을 살해한 사실도 알았지만 이를 숨겼다. 이는 조수원의 시신 옆에서 함께 발견된 조씨의 핸드폰 음성과 메모일부가 공개되며 알려진 사실이다. 그곳에는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조씨를 처리하려 했는지 자세히 나와 있었다. 사고로 위장하려 했던 상황도 녹음되어 있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아직 생존 중이던 조씨를 폐촌에 버리고 오기로 계획했습니다. 또한 장씨는 조씨가 지니고 있던 흉기를 경찰에 제보하는 경악스러운 일도 벌였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못하자 세 사람은 조씨를 갖은 수단으로 보관하다 지난 6월 강에 몰래 버리며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는 경찰의 발표를 아나운서는 알렸다. (추가: 이전 사체를 발견했을 때 부검결과는 석회와 소금 등이 사용된 흔적과 저온에서 오랜 기간 보관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밝혀졌지만, 경찰은 그를 숨기고 자살로 종결했기에 이번에도 그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이후 세 사람은 자주 다퉜고, 주변인들에게 그런 다툼이 여러 차례 목격되었다. 그러다 9월 박씨가 돌연 실족해 뇌사상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목격자였던 조수원과 장봉진은 차량을 정비하다 기름을 밟아 미끄러져 쓰러진 것을 발견해 구급차를 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박씨가 쓰러진 곳은 사무실 안이었다. 경찰은 박씨의 직원들을 통해 사고가 일어나기 전 조수원이 차량을 정비하려고 찾아왔음을 확인했다. 그의 진술과 달리 사고 전에 이미 카센터에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재조사중이라는 말만 경찰에선 짧게 언급했지만, 특보를 내보낸 방송국에서는 조수원의 부친인 국회의원이 연루된 의혹에 대해 길게 다뤘다.


-다음 보실 영상은 다소 충격적이실 겁니다. 박씨의 장례식장 내부에 있는 CCTV영상입니다. 조수원은 박씨의 장례식 내내 영정사진 곁을 지켰는데요, 그런 모습에 주변에서는 우애가 깊다며 칭찬이 자자했다고 합니다. 취재도중 저희는 조수원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을 찾아냈습니다. 함께 보시죠.


박씨가 죽은 뒤 조수원이 계속 장례식장을 지키는 모습이 방송되었는데, 잠시 동안이지만 조수원이 영정사진을 보고 비웃는 모습이 잡혀 있었다.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영정사진에게 내미는 모습이었다. SNS에 올린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글과 사진등과 교차되며 편집되어 방송되었기에 파장은 크게 일었다. 이어진 영상에서도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조수원이 방만한 자세로 눕거나 어디엔가 전화하며 화내는 모습 등이 잡혀 있었다. 이런 행동을 본 방송의 패널들은 대놓고 조수원을 소시오패스라 말했다.


박씨가 죽은 뒤 조수원과 장봉진의 메시지 기록도 상당부분 삭제되어 있음을 경찰은 밝혔다. 남은 기록 중에서 조씨 사건에 대한 은폐와 서로 의심하는 문장들이 여럿 발견되었다는 것도 경찰은 밝혔다.


방송에선 경찰의 말을 인용해 조씨 사건을 1차, 박테리 사망사건을 2차, 그리고 조수원과 장봉진사건을 3차로 분류했다. 1차, 2차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이들이 주변에 퍼트리며 TV앞으로 모이는 이들이 급작스럽게 늘어났을 때, 3차 사건에 대한 경찰의 발표와 취재영상이 방송되었다.


-조수원이 먼저 집에서 나왔고, 몇 시간 뒤 장봉진이 중고차를 거래한 사람과 만난다는 말을 동거녀에게 남기고 나갔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그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장봉진은 대리기사가 모는 조수원의 차를 타고가다 돌연 뛰어내렸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습니다. 조수원은 집근처에 세워진 장봉진의 차 트렁크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장봉진이 조수원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후 이를 숨기기 위해 근무도 나오지 않고 거리를 배회하다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세 사람이 모의한 증거는 장봉진의 차 트렁크에서 조수원의 시신과 나왔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경찰은 이들 세 사람이 조씨의 살인에 대해 알게 된 후 자살로 꾸미기 위해 모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조씨도 이들 세 명이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 후 세 사람은 서로를 의심하다 조수원이 박씨를 살해하고, 이를 장씨와 함께 숨기다 장씨가 조씨를 살해하고, 결국 장씨는 자살을 선택한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조수원의 죽음은 부검결과 우발적 범행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왔으며.....


특보는 비리 정치인인 조수원의 부친에 대한 것으로 이어갔다. 그는 TV를 끄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차가 바뀐 것은 실수였다. 그 실수 덕에 경찰은 얼탱의 차가 아님을 확인하고 이상을 느꼈고, 명의자인 물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얼탱의 집 부근에서 얼탱의 차를 발견한 것이다. 동거녀는 전날 얼탱이 집에 오지 않아 근무지로 전화를 했었고, 얼탱의 차를 발견한 이들도 그의 동료들이었다. 얼탱의 차에는 죽은 조씨의 흔적도 남아 있다. 그가 일부러 넣어둔 유품이 아니다. 얼탱이 조씨를 트렁크에 넣고 다닐 때 남은 흔적들이다.


[물 카삥 얼탄이 나를 죽였다.]


이는 조씨가 만약을 위해 새겨둔 다잉 메시지였다. 트렁크 안쪽 위에 이런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손톱으로 긁어 만든 글이었다. 이 글이 발견된 후 차량에 대한 정밀조사가 시작되었고, 트렁크 바닥에서 물의 것이 아닌 피가 발견되었다. 경찰은 곧 차에 따로 놓여 있던 유품의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이런 사실은 공표되지 않았기에 그는 모른다. 알게 모르게 조씨는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가 덮어 쓸 모든 죄를 세 사람이 다 짊어졌다. 반향이 크고 부실수사에 대한 질책이 커지자 경찰은 사건을 급히 종결시켰다.


조수원의 부친은 계속 수사압박을 받자, 의원직을 사퇴하고 해외로 떠나버렸다. 아들의 죽음에 못 견딘 것이지, 결코 진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떠났다. 힘을 지녔을 때의 자신과 권력을 내던진 후의 자신의 차이에 대해 몰랐던 것인지 그는 한 달이 지나기 전 송환되어 조사를 받고 그동안 발뺌하던 많은 의혹들의 죄 값을 매기는 긴 재판과정에 들어갔다.


*


그가 또 다시 사건에 얽혀 든 것을 알게 되자 인나는 돌아오려 했다.


“오빠에게 들었어요?”

-네... 괜찮아요? 지금 갈게요.

“그러지 마세요.”

-왜요!

“....집돌이가 죽었어요.”

-...왜요!

“미안해요. 제가 못 지켰어요. 약을 먹었나 봐요.”


진실을 숨겨야한다는 것이 괴로워 그는 가슴을 쥐었다.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되는데... 사람이 먹는 약을... 쓰레기 속에 있었나 봐요. 크으... 그러니까 오지 마세요. 오면 애들이 제가 슬퍼하는 걸 보게 되니까.... 부탁할게요. 인나씨... 제발...”


-....알았으니까 울지 마요. 나중에... 제 품에서 우세요.


“고마워요... 인나씨... 고마워요.”


*


그는 직접 수의를 사서 입혔다. 직접 염을 하고 관을 만들었다. 만든 관을 들고 그는 달동네와 경계가 되는 서쪽 공터로 올라갔다. 상수리나무들이 가득한 곳 중앙을 파 그는 묘를 만들고, 그곳에 집돌이를 넣었다. 봉분을 만들 수 없어 그는 그 위에 밤나무 묘목을 심었다.


“너 까칠하니까...”


웃으려 했지만 그는 울컥해버려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 좋지? 여기 집도 가까워... 마당은 위험해. 곧... 집 허물거야. 토대 높이려고... 낮은 집 뭐가 좋겠어. 사람들이 얕잡아 보잖아. 그래도 많이는 안 높여. 적당히... 약간 내려간 집이야. 대신 높이... 위로 높이 올릴게. 여기서도 잘 보이게.”


주저앉아 말을 걸다 그가 땅에 얼굴을 기댔다.


“고마웠어...”


그는 생애 처음으로 가족을 잃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 텅 빈 공허함에 그는 감사했다. 그렇게 남은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 준 집돌이가 그리워 그는 땅을 파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파헤친 흙을 덮으며 그는 또 울었다. 소금기가 식물에 좋지 않다며 눈물은 열심히 닦았다. 밤이 와도 그는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달동네에 귀신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퍼지는 계기가 되었다.


조씨 사건으로 폐촌을 찾는 발길은 더 줄어들었다. 두려움에 이사를 가는 이들도 있었다. 범인 세 사람이 조씨를 폐촌에 버렸다는 발표는 없었지만, 그들이 범죄의 장소로 사용할 계획이었다는 것이 알려진 탓이다.


*


돌아가고 싶었지만 즐거워하는 그의 동생들을 보며 인나는 인내했다. 그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함께 간 가족이나 친구 마나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예정된 기일을 꽉 채운 후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 그녀는 아이들이 잠들었을 때, 그에게 사건에 대한 정황을 듣고자 했다. 허나 그는 집돌이에 대한 것만 말할 뿐, 사건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았다. 그가 말하기 싫어함을 알게 된 인나는 직접 마나와 사건에 대해 살펴보았다.


악인삼총사 사건이라 알려지며 예전 그들이 벌인 못된 장난들, 학우를 괴롭힌 일등도 공개되어 있었다. 악의적인 댓글들이 가득한 기사들을 살피며 인나와 마나는 두려워했다. 자신들 주변에 이렇게 무서운 이들이 존재했다는 것에 드는 두려움이었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악인삼총사가 조씨를 버리려 했던 폐촌을 악의 소굴로 단정 짓기도 했다. 크게 논란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댓글을 본 인나의 마음은 편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마나가 그를 위로하러 건너가자고 했을 때, 인나는 먼저 가라 말했다. 다른 걱정도 가득했지만 분노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 설치된 CCTV들이 어딜 비추는지 알고 있다. 그녀가 직접 의뢰했기에 잘 아는 것이다.


“이게 왜...?”


그녀가 알던 것과 달리 카메라들의 방향이 바뀌어 있었다. 그의 집을 찍어야 하는 카메라는 완전히 돌아가 있었다. 인나는 그가 손을 댔나 싶으며 기록을 열어보았다.


“날씨.....”


왜 지웠을까. 그가 아니면 지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혹시 인성이 찾아와 CCTV를 지웠나 생각했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다. 인나는 카메라에 찍힌 범인을 찾으려 한 것이다. 집돌이를 죽게 한 쓰레기 무단투기범을 잡아 단죄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증거도 없고, 카메라도 돌아가 있었다. 기시감이 느껴진 그녀는 혹시 자동으로 저장된 영상이 삭제되는지 업체에 직접 전화해 물었다.


-일 년은 보관됩니다. 그 후부터는 뒤로부터 하나씩 지워지게 설정했습니다. 따로 보관하시려거든 압축되어 보관된 영상을 따로 다른 매체에 저장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한 일이라 생각하며 인나는 그가 머무는 집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니 그가 마나의 손을 잡고 있었다. 마나는 그를 보고 있었지만 그는 마나를 보지 못했다. 인나는 또 위화감을 느꼈다.


“날씨.”

“...아, 인나씨.”


겨우 눈을 돌리는가 싶더니 그가 다시 벽을 바라본다.


“숨기는 거 있죠.”


다가가 손을 잡기 전까지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온기가 전해지자 그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놀란 두 사람이 그를 감싸 안자 그는 두 사람의 온기 속에서 고해했다.


“내가 죽게 했어요...”


그는 집돌이가 죽은 뒤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묻으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그냥 화장할 수 없었다고. 사유지니 괜찮지 않을까란 물음도 던졌다.


‘바보같이...’


그가 왜 카메라를 돌렸는지 인나는 이해했다.


“오해했잖아요! 왜 겨우 그런 일로... 카메라까지 돌렸는데요! 우리 사이에 왜... 믿어 봐요! 나를! 마나도....”


화내며 울던 그녀는 돌연 그의 목을 감쌌다.


“마나야. 이 사람 묶어두자.”

“...엉?”


울먹이던 마나가 멍하니 볼 때, 인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도망갈 것 같아. 잡아야 해.”

“....응.”


마나도 내심 불안해하고 있었다. 어딘지 공허해 날아가 버릴 듯한 그가 걱정되었다. 두 사람은 그를 꽉 잡고 자신들의 온기 속에 가뒀다. 그 온기가 그리웠던 그는 오랜만에 긴 잠에 빠질 수 있었다.


*

*

*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우체부를 보고 힘찬 걸음으로 이씨가 다가섰다.


“뭘 찾으시는가?”

“아, 어르신. 여기... 이 주소가 어딘가요?”

“으음...”


눈이 흐려진 이씨는 안경을 꺼내 쓰고 편지를 가만히 보았다.


“반송인가?”

“예, 주소지를 적지 않아서 반송되었네요. 사용하지 않는 지연우체통에 넣어서 이제야 온 것인데... 제가 알기론 저쪽에 집이 있었는데...”

“어어, 있었지. 잘 찾아왔어.”

“담 높이 서 있던 집인데...”

“담? 허물었어.”

“아... 그럼 저기에 살던 사람은...”

“옆집에 있지.”


푹 꺼진 공터 옆 비탈 위에는 작은 숲이 있었다. 반대쪽 아래에도 공원이 있을 뿐이다. 우체부가 달동네를 향해 시선을 돌릴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어어, 마나님인가?”


마나가 몰고 온 차를 본 우체부는 이씨처럼 한쪽으로 비켜섰다. 차를 주차하고 나올 때까지 그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이유는 마나의 미모 때문이고, 비싼 차 때문이며, 어울리지 않게 부유해 보이는 집 때문이다. 그 집 아래쪽 나란히 있는 공사장에도 비슷한 고급주택이 들어서고 있을 것이라 그는 예상했다. 방음, 방진을 위해 설치한 천 사이로 보이는 건물의 구조나 크기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 그는 한눈에 파악했었다.


“무슨 일 있어요?”


주차를 끝내고 나온 마나의 말에 이씨가 들고 있던 편지를 내밀었다.


“정남이에게 온 편지인가 봐.”

“편지요?”


편지를 받은 마나와 이씨를 보다가 우체부가 물었다.


“이 주소지의 집주인과 아시는 사이입니까?”

“네, 제 남편인데요.”

“허...그렇습니까. 혹시 집주인분과 연락 되시...겠지요.”

“물론이죠.”

“그럼 죄송하지만 이 편지를 전해주시겠습니까. 그리고 확인 차 성함을 여기에 적어주시면...”


전자체크기에 마나는 또박또박 이름을 적었다.


“마나님도 정씨였어?”

“저 일본인이잖아요. 결혼하면 남편 성 따라요.”

“으잉? 농담 아녔어? 나가 알기론 거... 인나양이 정남이 부인된다고 들었는데?”

“풋!”


마나는 웃고 그 말을 넘겼다.


“됐죠?”

“예...”


일본인이라는 마나의 사인도 효력이 있을까. 신분증을 확인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잠시 고민하던 우체부는 마나의 뒤에 선 차량과 집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부자가 편지 한 장 가로채려고 거짓말 할 이유가 없을 것이고, 잘 아는 이씨도 은연중 보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온 마나는 괜히 일찍 왔다며 텅빈 집을 서성거렸다. 그러다 문득 든 호기심에 그가 반송 받은 편지를 집어 들고 커피잔을 챙겨 테라스로 나갔다.


-깡!


“집돌이 쉿.”


테라스에 있던 개집에서 나온 작고 흰 강아지가 달라붙자 마나는 방금 느낌 외로움을 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짖으면 날씨가 너 미워해. 집돌이는 잘 짖지 않아야 해. 알겠어?”

-깡깡!

“....이구 귀여워. 안 추워? 목욕하고 안에 들어가자. 또 인나 실내화 물어뜯으면 쫓겨나니까, 그러면 안 돼. 알았지?”


자꾸 달라붙은 강아지를 안아들고 인나는 편지를 보았다.


“소인이 최근인데... 봉투도 낡았고. 음... 날씨 글씨 같은데.”


보내는 이에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더 선호하는 그가 가끔 써주는 메모지의 글씨와 유사해 보였다.


“중요한 내용일 수도 있으니까.”


마나는 그에게 알려줄 생각에 편지를 열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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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오래전 시작된 거짓된 이야기 1 20.06.16 20 3 19쪽
89 두 친구 2 +1 20.06.16 24 2 19쪽
88 두 친구 1 20.06.15 23 4 18쪽
» 악인과 악인 4 20.06.14 21 4 22쪽
86 악인과 악인 3 20.06.14 22 2 17쪽
85 악인과 악인 2 20.06.14 17 2 24쪽
84 악인과 악인 20.06.14 19 2 20쪽
83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7 20.06.13 18 3 23쪽
82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6 20.06.13 16 2 21쪽
81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20.06.13 17 2 18쪽
80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7 2 21쪽
79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3 20.06.13 17 2 17쪽
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77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1 20.06.13 17 3 20쪽
76 잃어버린 것 2 20.06.12 20 2 19쪽
75 잃어버린 것 1 20.06.12 20 2 19쪽
74 인과응보 20.06.12 18 2 26쪽
73 떠넘기기 2 20.06.12 18 2 25쪽
72 떠넘기기 1 20.06.12 19 2 24쪽
71 세 친구 4 20.06.12 15 2 19쪽
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68 세 친구 1 20.06.12 29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2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2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19 2 18쪽
64 가족의 의미 1 20.06.10 27 3 27쪽
63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2 20.06.10 19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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