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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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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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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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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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7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어디 가니?”

“잠깐...”

“양말도 안 신고.”

“엄마... 이게 멋이야.”


물은 후회하고 있다. 평소 멋 부린다고 양말도 신고 다니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한다. 양말을 신었다면 먼지 쌓인 집안이라고 해도 구두를 벗고 집안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것이 그의 생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


물은 새미정장바지에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털실로 짠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고 온 목적은 그의 집에 침입하기 위해서다. 차를 멀리 대고 온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대신 얼탱이 알려준 공원을 통한 루트로 집으로 침입하려고 했다.


-왈왈왈왈왈왈왈!!


“허! 씨발.”


집돌이만 없었다면 쉽게 이뤄질 일이었다. 차로 돌아온 그는 급히 맹견 죽이는 법을 검색했다. 초콜릿, 우유, 과일의 씨, 견과류 수없이 많은 식품들이 개에게 해롭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나왔다. 쉽게 구할 수 있고 효과가 빠른 것이 뭘까 고민하던 물은 급히 글로브박스를 열었다. 그곳에는 그가 며칠 전 사둔 소염진통제가 들어 있었다. 치통이 있지만 치과에는 가기 싫어 버티려고 사둔 것이다. 사람의 약이 개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글을 발견했기에 물은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는 차를 몰고 마트로 향했다. 굳이 비싼 것을 먹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과 입이 고급이라 먹지 않으면 어쩌나 고민하다 그는 가장 비싼 한우를 선택했다.


-오만 팔천원입니다.


작은 조각하나면 되지 않았을까, 후회하며 나온 그는 옆에 있는 약국에 들어갔다.


“가루로 된 진통제 있나...?”


건방진 그의 말투에 젊은 약사가 표정을 굳히며 없다고 말하자 그는 두말없이 돌아서 나왔다.


콩콩콩콩...


차 옆에 쭈그리고 앉아 그는 돌로 약을 으깼다. 주변인의 눈을 피해 한적한 공원 앞에 자리 잡았지만 불안한지 자꾸 주변을 보았다. 그러다 결국 제 손을 찧어버렸다.


“아 씨발! 개새끼... 퉤! 아, 피나잖아!”


그는 으깨지 않은 알약을 급히 입에 넣었다. 바닥을 구르던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는 참고 삼켰다.


“우엑!”


비위 약한 그는 헛구역질을 하며 손에 잡은 생고기를 바닥에 문질렀다. 으깬 약을 흙과 돌조각과 함께 바른 후 그는 두 손가락으로 고기를 잡고 포장용기위에 올렸다.


“개새끼 때문에! 내가! 이 내가!”


물티슈로 손을 닦으며 소리를 지른 후 그는 차를 몰고 가 처음 주차한 곳에 차를 세웠다. 천천히 비탈을 올라간 그는 개의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리자 급히 들고 간 포장용기와 함께 고기를 던졌다.


-왈왈왈왈!


개 짖는 소리에 다시 차로 돌아온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개새끼... 뒤져버려라.”


그는 삼십분을 기다렸다. 사람들이 지나가자 진한 차광막을 믿지 못하고 시트를 젖혀 눕기도 했다. 기다리다 지루해 잠이 들 무렵, 그는 급히 고개를 흔들고 일어났다. 사이드미러로 주변에 오는 이가 없는지 먼저 살핀 후 그는 차에서 내려 다시 소공원으로 들어갔다. 비탈을 오르다 넘어져 입고 있던 옷에 흙이 묻자 그의 짜증은 극에 달했다. 화가 나선지 담을 넘는 동작도 과감했다. 먼저 개를 살펴야 한다는 것은 뒤늦게 깨달았다.


“...큭!”


쓰러져 있는 개를 보고 그는 웃었다. 다가가자 뒷발을 흔들던 집돌이가 경고음을 냈지만 이내 신음을 냈다. 물은 가만히 죽어가는 집돌이를 보며 활짝 웃고만 있었다.


“개는 개답게 살아야지. 사람을 공격하려고 하면 안 되잖아.... 너처럼 주제도 모르는 놈들이 설치다가 뒤늦게 후회하지만.... 그땐 늦는 법이지. 알겠냐? 이게 이 사회의 정의다. 정의 저스티스....괜찮은데?”


자신의 말에 심취해 몇 번 읊조리던 그는 집안으로 들어갈 곳을 찾지 못해 다시 뒷마당으로 돌아왔다.


‘음?’


그런 그의 눈에 사각형의 윤곽이 보였다. 벽과 일체화되어 칠해져 있고, 문고리도 없어 문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그였다. 혹시나 하며 용도를 알 수 없는 끈을 당겨보자 쉽게 열렸다.


집안으로 들어간 물은 그곳이 방임을 이내 깨달았다. 핸드폰을 꺼내 불빛을 비춰본 그는 가구하나 없는 실내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얼탱이 말이 옳다 여겼다. 쉽게 열리는 방문을 열고 마루에 들어선 물은 이내 건너편 안방을 살폈다. 도배지와 장판도 없는 방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그는 이어 부엌 옆 미닫이문을 열었다. 그곳엔 여러 물건들이 어지러이 쌓여 있었다.


“창고인가.”


냉장고도 열어보았지만 반쯤 남은 물병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냉기도 없었다.


“다락?”


다락을 올라가려던 그는 열쇠로 잠겨 있음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섰다.


“여긴 화장실 같고... 그 옆방만 확인하면... 음? 여기도 문이 있네?”


계단 아래 문을 슬쩍 밀어서 밖을 본 그의 눈에 헐떡이고 있는 집돌이가 들어왔다.


‘뒷마당이군.’


문을 열어둔 채 물은 마지막 남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예상 못한 물품들이 있었다. 그의 옷과 이불, 시트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이다. 연결된 선이 하나도 없지만 물은 CCTV에 찍힌 영상이 들어있을 것 같아 급히 다가섰다. 노트북은 잠겨 있지 않았다. 반기며 그는 내부에 있는 폴더 중에 CCTV라 적힌 것을 찾아냈다.


“졸라 멍청하네.”


장갑도 끼지 않고 노트북을 만지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물은 기뻐하며 영상을 확인했다.


“응?”


예상된 장면이 아니었다. 어딘지 이상했지만 주변풍경을 찍은 것은 분명했기에 물은 열심히 시청했다. 긴 영상들이라 빠르게 돌려보던 물의 눈이 반짝이며 손이 멈췄다.


“이 새끼 찍혔네.”


얼탱이 그의 집 내부를 살피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즐거워하며 물은 그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 얼탱에게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찍힌 영상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없나...”


영상목록을 쭉 살피던 도중 그는 따로 보관된 영상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해당 폴더를 열어본 그는 기막혀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물...이라고.”


물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열고 물은 급히 자신의 팔을 쓸었다. 영상은 인나의 집에 설치된 카메라에 잡힌 물의 모습이었다. 그가 따로 편집해 보관한 것이다. 물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영상을 보며 깨닫고 있었다. CCTV의 위치가 그가 아는 대문 앞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차렸다.


“씨씨티비가 또 있어.”


알려야한다. 물은 급히 얼탱에게 연락하려 했다. 그러나 얼탱은 그가 먼저 보낸 사진도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차단했나 싶어 물은 전화를 걸려고 번호를 찾았다.


-집돌아!


“허 씨발!”


그의 목소리에 놀란 물이 다급히 일어났다. 주변을 살피며 숨을 곳을 찾던 그는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였다.


-집돌아!


그의 목소리가 더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물은 열린 뒷문을 보았지만, 그곳에 그가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 달려갔다.


“젠장.”


그러나 앞쪽 마루문은 밖에서 잠겨 있는 상태다. 물은 돌아서서 달렸다. 그가 들어오기 전 숨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보이는 곳은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의 창으로 도망간다는 생각을 그 순간 떠올렸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물은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디뎠다.


“어어!”


쭉 미끄러진 그의 손이 문고리에서 떨어질 때, 머리가 문지방에 닿았다.


-양말 신고 다녀!

-네가 미국인이냐? 집에서 신발을 왜 신어!


‘엄마...’


사지경련을 일으키던 물은 안으로 들어온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웃지 마....개새끼야...’


*


그는 물의 발을 묶어 창에 걸쳤다. 그렇게 피가 빠지게 둔 채 그는 밖으로 나와 공구함을 열었다. 참았던 눈물이 그제야 쏟아진다. 집돌이를 꺼내 안고 그는 울었다.


“집돌아아....”


집돌이는 그에게 첫 가족이다. 집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존재였다. 집과 가족. 오래전 잊었던 그 관념들을 일깨워준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크게 울어도 될 텐데, 그는 습관이 되어 크게 울지 못했다. 안심하게 온기를 주는 인나도 마나도 없기에 그는 소리를 참아냈다. 숨이 멈춘 집돌이의 코를 잡고 뒤늦게 숨도 불어넣어보지만, 멈춘 심장은 미동이 없었고 집돌이의 사지는 점점 뻣뻣해져갔다.


“아아....”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그는 집돌이를 다시 공구함에 넣었다.


‘죽였어야 했어.’


그는 후회했다. 직접 위해를 가할지 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집에 준서나 인나, 마나가 있었다면. 아이들만 있었다면. 끔찍한 광경을 떠올리고 그는 이를 깨물었다. 화가 치솟아 그는 화장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멍하니 자신이 해놓은 광경을 보았다.


“또...”


왜 피를 뺄 생각을 했던 것일까. 멍청한 짓을 또 할 뻔 했다며 그는 전화기를 꺼냈다. 112를 누르고 그는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 잘못은 없어.”


무단침입한 사람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죽었다. 무단 침입한 이는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개도 죽게 했다.


“증거...!”


급히 밖으로 나간 그는 주변을 살피다 굴러다니던 포장용기를 잡아들었다. 마트의 상호가 찍힌 그 표정용기를 그는 공구함에 넣었다. 씹다 남긴 고기에 묻은 이물질에 집돌이를 죽게 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며, 고기를 사며 얼굴이 알려졌으니 피할 수 없는 증거로 적용될 것이라 그는 안도했다. 이제 전화를 걸어 경찰을 부르고, 무단침입 했다가 죽은 물이 공개적으로 비난 받게 될 일을 떠올린 그는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그렇게 될까...’


물의 배경을 떠올린 그는 회의감이 들었다.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국회의원직에 머무르고 있는 이가 이런 사건에서 자신의 아들이 무단침입으로 죽었음을 쉽게 인정할까. 아닐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은 들지 않는다. 전과 달리 그에게도 배경이 존재한다. 법을 잘 아는 이들을 곁에 둔 인나의 부모님이 있다.


또 다른 걱정이 떠오른다. 물이 왜 집에 침입했는지 연관성을 경찰은 찾으려 들 것이다. 그와 접점이 없는 물이 집까지 침입하고, 개까지 죽이는 이유에 대해 무엇이라 말해야할까.


“내가 설명해야 하는 건가...”


그래도 이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느라 그는 집 인근에 서는 차 소리를 듣지 못했다. 뒤늦게 소공원 쪽 벽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그는 몸을 숨겼다. 왜 숨어야하는지 그는 깨닫지 못한 채, 뒷문으로 담장을 넘어오려는 이를 보았다.


‘얼탱...!’


복면을 쓰고 있지만 큰 키와 체격, 무엇보다 어제 본 점퍼를 입고 있음에 다른 이라 여길 수 없었다. 물이 죽기 전 얼탱을 부른 것일까. 그때, 그의 눈에 사복차림이던 얼탱의 허리가 보였다. 그곳에는 권총집이 분명해 보이는 물체가 있었다.


‘설마...’


경사로에 내려선 얼탱은 그의 생각을 부정하듯 총을 빼들었다.


‘미친 새끼.’


그는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숨어야한다는 생각을 하던 그의 눈이 다락으로 향했다. 다락을 올라가 열쇠로 문을 열고 그는 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걸었다. 그리고 칠판 뒤에 몸을 숨겼다. 위기가 사라진 후에 침입자가 둘이며, 한명은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가 도망갔다는 증언을 할 생각을 하며 그는 기다렸다.


*


물의 번호를 차단했지만 메신저는 그냥 둔 상태였기에 얼탱은 물이 보낸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장난인가 싶으며 보았지만, 눈에 익은 풍경에 그는 사진을 확대해 봐야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심각한 그의 표정을 봤는지 동거녀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응...아아... 차 산 사람이 문제가 보인다고...”

“정말? 어디가?”


다가오려 하자 얼탱은 급히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나도 보여줘.”

“큰 문제는 아니야. 차에 내 물건이 있나봐.”

“물건을?”

“응, 경찰업무 관련된 것이라서 찾아와야겠어.”

“지금?”

“내일 놀러가야지.”

“아아... 알았어. 금방 올 거지?”


얼탱은 웃으며 먼저 자라고 말했다. 밖으로 나오기 전 그는 장롱에 숨긴 총집을 챙겼다. 진짜 총은 지구대에 보관 중이었고, 그가 가지고 나온 것은 장난감 총이다. 장난감이지만 진짜처럼 만들어진 것이라 일반인은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다. 오래전 불법 무기류 자진신고기간에 순찰차 안에 누군가 던져두고 간 것으로, 파트너와 그가 잠깐 차에서 내려 쉬는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파트너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 진짜 총기라면 그걸 찾아낸 공을 독식하기 위해서였다. 모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혹시 물이나 카삥이 자신을 협박해올 때를 대비해 쓰려고 찾아둔 것이었다.


‘CCTV가 진짜 있었다니...’


더미인 가짜가 아닌 진짜 CCTV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얼탱은 물이 보낸 사진을 통해 추측해냈다.


‘반대쪽 집에 있는 영상을 녀석이 어떻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물은 받지 않았다. 신호음이 세 번 가다 끊어지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는 계속 전화를 걸며 차를 몰았다. 관계를 끝내자는 말에 물이 화가 나 차단했던 것을 그는 모르지만, 물도 잊고 있었다. 이젠 말해줄 수도 없게 되었다.


물이 타고 온 차를 골목 앞 삼거리에서 발견한 얼탱은 차를 끌고 올라가 그의 집 담장 끝에 세웠다. 그곳은 CCTV가 잡지 못하는 사각지대다. 사진을 통해 고정식 CCTV의 시야각을 확인하고 차를 세우는 치밀함을 보인 얼탱은 차에서 내려 인나의 집을 바라보았다.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CCTV를 찾아낸 그는 3층 벽면에 설치된 CCTV를 보았다. 물이 보낸 사진의 근원지임을 확인한 그는 차 옆 담장의 모퉁이를 통해 안으로 침입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낀 그는 급히 모형총을 뽑아들고 경사면을 내려갔다. 그는 곧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철제 상자 옆에 놓인 개밥그릇이 원인이었다. 차에서 내렸을 때 그는 개 짖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부유한 집이라 개도 호텔 같은 곳에 맡겼나 생각하지만 그러기엔 개밥그릇을 채운 사료가 의심스러웠다.


‘개를 여기에 두고 간 것일까.’


그렇다면 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는 몸을 낮추고 집 주변을 돌았다. 어디에도 개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그는 혹시 집안에 있는 것일까 생각하며 마루문을 통해 안을 살폈다. 있다면 개가 짖을 텐데, 내부는 조용했다. 고개를 돌리려던 그 순간 그의 고개가 다시 돌아갔다.


‘켜져 있어...’


화장실에 켜진 불빛이 문틈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뒤쪽으로 통하는 문이 보였다. 저런 곳에 문이 있었나 싶으며 뒷마당으로 향한 그는 활짝 열린 문을 보았다. 들어오면서 보지 못한 것이라 그는 긴장했다. 사람이 있는 것일까. 그때 그의 뇌리에 물이 떠올랐다.


“물인가...”


안도하지만 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가 어두웠기에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 플래쉬 기능을 켜지 않고 핸드폰 화면의 밝기만 조정해 옅은 빛으로 마루를 살핀 그는 그곳에 찍혀 있는 발자국들을 발견했다.


‘멍청한 놈.’


물이 신발을 신고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생각한 그는 화장실로 향했다.


“여기 있냐?”


주춤한 자세로 문을 열며 부른 그는 급히 문을 닫았다. 확 달아오른 얼굴이 붉어지며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생각하며 다시 천천히 문을 열었다.


‘...왜 그러고 있냐.’


발이 창턱에 닿은 채 물은 축 늘어져 있었다. 흘러나온 피가 수채 구멍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부릅뜬 눈과 기이한 자세에 그는 구토가 올라오는 기분이 되었다. 급히 입을 막고 문을 닫은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씨발... 뭐야. 이게... 저 새끼가 왜... 죽었나? 장난치는 건가?’


믿기지 않는 현실에 그는 다시 문을 열어보았다. 주저앉은 자세로 문을 툭 밀어 열고, 그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용기 내 겨우 눈을 돌렸지만 오래 보지 못했다. 확인해야한다는 생각만 할 뿐 그는 움직이지 못했다. 공포에 짓눌려있던 그는 손에 쥔 감각에 깨어났다. 가짜지만 그 총이 가진 위력에 그는 힘을 냈다. 자리에서 일어난 얼탱은 물에게 다가갔다. 슬며시 코 아래에 손가락을 대보았지만 그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손은 떨리고 있었고, 감각이 느껴진다는 착각이 자꾸 들었다. 이를 깨물며 얼탱은 손을 뻗어 물의 심장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자꾸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물이 죽었음을 깨달았다.


“....병신새끼.”


결국 벌을 받는구나. 얼탱은 카삥을 죽인 물이 천벌을 받았다 여겼다. 미끄러운 바닥을 들어오며 확인했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결론내리고 일어나려던 그의 눈에 묶여 있는 물의 발이 보이지 않았다면 돌아갔을 것이다.


‘살인...!’


급히 돌아보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허나 어둡고 음습한 마루의 광경은 결코 안심할 요소는 되지 못했다. 무언가 있다는 느낌도 자꾸 들었다. 적어도 물의 발을 묶어 창턱에 맨 사람은 있을 것이라고.


물은 가짜총을 총집에 넣고, 삼단봉을 꺼내 들었다. 봉을 편 후에 얻은 약간의 자신감을 토대로 그는 화장실 밖을 살폈다. 문 뒤에서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올 것 같아 긴장하며 좌우를 살피고, 급히 나선 그는 천천히 방들을 살폈다. 문을 열 때도 가까이 가지 않고 떨어진 채 진행했다. 그렇게 방을 하나둘 확인한 후 그는 부엌 옆방으로 다가갔다.


‘노트북이 켜 있었다. 거기서 물이 찾아낸 것일까.’


불안해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이 경찰임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미닫이 문 건너편에 뭐가 있을지 모르기에 심장은 터질 듯 뛰고 있었다.


드...


문을 힘주어 열자 큰 소음이 울린다. 그는 급히 주변을 살폈다. 눈에 띌까 켜지 않던 플래시 기능도 켰다.


‘씨발...씨발...’


후회하면서도 그는 호기심을 충족시키려 문을 다시 잡았다.


드르륵...


얼굴을 들이밀 정도로 문을 열고 그는 심호흡을 했다. 머리를 안으로 넣고 불빛을 비춰볼 생각을 했던 그였다. 그러나 시도하기 전 안에서 내리친 둔기에 머리가 부서지는 상상이 들자 시행할 수 없었다. 그는 발끝으로 문을 더 밀어 열었다. 결국 문을 다 열기 전까지 그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연 후에도 떨어진 채 불빛을 비춰보고 내부를 살폈다.


‘여긴 뭐야...!’


종교와 관련된 물품들이 눈에 띄었다. 의식에 쓰이는 커다란 촛대도 보이고, 커다란 십자가상도 보였다. 벽에는 달마상이 걸려있고, 오래되어 보이는 테이블 위에도 생소한 장신구들이 올라가 있었다.


‘사이비...’


사람을 해하는 종교단체에 발을 디딘 것일까. 집주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순간이다. 미친놈이라 죽은 물을 거꾸로 매달았다고 그는 확신했다.


“미친 사이코새끼...”


화가 나자 공포심이 가라앉는다. 분노가 일시적으로 그에게 큰 용기를 심어주었다. 그는 겁이나 확인하지 못한 다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살인마 새끼를 살인마 새끼가 사는 집에 넣은 건가... 그래서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다가 갑자기 강에서...!’


-그러는 거 아닙니다. 그게 어디 자살입니까?

-그럼 니가 증거 찾아오던가.


수사과를 찾아갔을 때 만난 조사관의 말을 떠올린 얼탱의 입 꼬리가 떨렸다. 내부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음을 그는 알고 있다. 조씨 사건이 빨리 종결되기를 바라고 있었기에 자살로 끝났을 때 안심하고 더는 관심주지 않았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조씨는 떨어졌다. 얼탱은 떨어지며 죽은 것이 아닐까 고민했다. 시신은 넉 달 후 강에서 발견되었고, 자살로 종결되었다.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 여겼다. 그런 모든 전제의 뒤에는 집주인이 정상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하지 않을 사람...’


뒤가 구려 신고할 수 없는 사람.


‘시신을 오랫동안 방치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는 놈.’


인적 없는 곳에 집을 소유한 사람.


-냉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뭔가 해서 보니까 전기선이 연결되어 있던데?


물의 말을 떠올린 순간 얼탱은 냉혹한 살인마들이 집안 냉장고에 시신을 숨겼던 사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미친...”


냉동차. 시동이 꺼져 냉각기가 돌아가지 않는 차량에 전기를 공급할 이유가 무엇일까. 온몸의 털이 곤두서 얼탱은 다락위로 오르지 못했다. 때마침 마당에 볕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는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여기만 확인하자. 여기에 없다면...’


있다면 만약을 위해 처리하자. 악인이 분명하니 거리낌도 없다. 점점 떠오르며 빛이 마당을 지나 마루로 닿을 때, 키가 큰 얼탱은 한발을 움직여 다락문에 손을 댔다. 판자문을 위로 올린 후에 어떤 행동을 할지 고민하던 그는 삼단봉을 입에 물고 총을 꺼내 들었다. 상대가 기다리고 있으면 총으로 위협하거나, 발사해 플라스틱 탄이라도 쏘아 상대를 겁먹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 후 입에 물고 있는 삼단봉을 휘둘러 제압하자는 계산을 하고 그는 천천히 문을 밀어 올렸다. 한손에 든 핸드폰의 빛을 비추며 열고 있기에 다락의 전경이 빠르게 눈에 들어왔다. 어둠을 밀어내는 빛의 힘이 넓고 강하지 못했기에 그는 다시 겁을 먹었다.


퉁!


급히 손을 쳐 다락문을 올리며 그는 총을 앞으로 내밀며 몸을 위로 올렸다. 계단에 발을 디딘 채 상체일부만 다락 안으로 올린 상태로 그는 좌우를 급히 살폈다. 다락문이 완전히 젖혀졌다면 그는 뒤도 보았을 것이다.


-그르르르르.


기이한 소리에 또 털이 곤두선 그가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직각으로 선 다락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자 그는 한발 더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구석에 빛나고 있는 눈을 발견했다.


“누! 으아아아!!”


기겁한 그가 방아쇠를 당겼다.


딱!


-크아아오!

-캬야!


“크아아! 저리가! 살려줘! 으아아아!”


사방에서 달려드는 것들을 쫓느라 그는 급히 손을 휘저었다. 그럴수록 눈먼 고양이들의 발광은 심해졌다.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고양이들은 크게 뛰며 그를 할퀴고 물어댔다. 통증이 심하지 않았지만 공포에 더 크게 느껴진 그는 서둘러 벗어나야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자신이 서 있는 곳에 대한 생각도 못했다.


쿵!

“컥!”

쿵쿵쿵!


소동이 잠잠해지고 십 분이 지났을 때, 그가 칠판 뒤에서 나왔다.


-그오오오!

-하악!


그는 잔뜩 성이 난 고양이들을 피해 다락 아래를 보았다.


“저런...쯧!”


팔을 쭉 뻗고 누운 얼탱이 신음하고 있었다.


“...고맙다.”


그는 고양이들의 사료를 챙겨주고 아래로 내려오며 계단에 올려있던 얼탱의 발을 툭 쳤다.


“크으으...”


신음을 터트리던 얼탱은 이내 의식을 잃었는지 조용해졌다.


“또 죽었나?”


그는 다가가 살펴보았다.


“죽지는 않았군...”


테이프를 찾아와 얼탱의 사지를 묶은 후, 그는 얼탱의 부상을 살폈다.


“튼튼하네. 후우... 또 시체를 치워야하나 싶었는데.”


머리에 혹이 난 것을 제외하곤 큰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얼탱을 보는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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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짖는 소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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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오래전 시작된 거짓된 이야기 2 +4 20.06.16 41 4 16쪽
90 오래전 시작된 거짓된 이야기 1 20.06.16 20 3 19쪽
89 두 친구 2 +1 20.06.16 24 2 19쪽
88 두 친구 1 20.06.15 23 4 18쪽
87 악인과 악인 4 20.06.14 21 4 22쪽
86 악인과 악인 3 20.06.14 22 2 17쪽
85 악인과 악인 2 20.06.14 18 2 24쪽
84 악인과 악인 20.06.14 19 2 20쪽
»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7 20.06.13 20 3 23쪽
82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6 20.06.13 17 2 21쪽
81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5 20.06.13 18 2 18쪽
80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4 20.06.13 18 2 21쪽
79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3 20.06.13 17 2 17쪽
78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2 +4 20.06.13 21 2 23쪽
77 악인은 선해지지 않는다 1 20.06.13 17 3 20쪽
76 잃어버린 것 2 20.06.12 20 2 19쪽
75 잃어버린 것 1 20.06.12 20 2 19쪽
74 인과응보 20.06.12 18 2 26쪽
73 떠넘기기 2 20.06.12 19 2 25쪽
72 떠넘기기 1 20.06.12 19 2 24쪽
71 세 친구 4 20.06.12 15 2 19쪽
70 세 친구 3 20.06.12 19 3 18쪽
69 세 친구 2 20.06.12 20 3 15쪽
68 세 친구 1 20.06.12 30 3 21쪽
67 조씨의 정체 20.06.11 22 3 18쪽
66 세번째 차 +2 20.06.11 22 2 20쪽
65 가족의 의미 2 20.06.10 20 2 18쪽
64 가족의 의미 1 20.06.10 27 3 27쪽
63 퀵보드를 타고 온 단서 2 20.06.10 19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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