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반인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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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호랑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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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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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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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를 하다

DUMMY

14화.


나는 반뇽이의 동굴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른 세계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뇽이는 흡사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는 소년처럼 귀를 세우고 내 이야기를 들었다.

인상을 쓰고 진중하게 듣다가도 어느 부분에서는 폭소를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었다.


신선 된 사부를 만났다고 할 때는 눈이 동그래지도록 놀랐다. 내가 인간을 사부로 모셨다는 말이 거짓말인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름을 벨리프로 바꿨다는 말에 더 크게 놀랐다.

200년 동안 인간영혼을 이렇게까지 받아들인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벨리프, 근데 신선이 뭐야?"

"음... 뭐라고 해야 되나... 성직자? 수도승? 몽크...? 아무튼 인간이 수없이 단련하고 번뇌하고 깨달음을 얻어 하늘로 올라가는 거야."

"하늘로 올라간다고? 그럼 천족이 되는거야?"

"어... 음... 뭐 그런 개념은 아니지만 비슷하다고 봐야겠지?"

"와~ 그쪽 세계는 정말 신기하네. 인간이 수련하면 천사가 될 수 있다니."


그리고 마교의 교주 천마를 만나서 배움을 얻은 것과 어쩌다 보니 나를 모신다고 하는 종교가 생긴 것도 말해줬다.


"우하하하. 진짜 웃기다. 벨리프, 나도 거기 가보고 싶다!"

"그래, 우리 브리안 찾으면 나중에 같이 놀러가보자."


반뇽이랑 같이 가서 반뇽이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쪽 세계 사람들은 기겁하며 나를 진짜 신으로 볼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웃기네. 백룡은 옥황상제를 모신다는 전설도 있으니까.

어라? 그러다 진짜 옥황상제가 괜히 오해라도 하면 괜히 공격 당하는 거 아니야?

인간들한테 난 옥황상제님은 아니라는 말부터 해야겠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근데 탈마한 것은 또 뭐야?"

"음... 인간이 끝없이 수련하고 강해져서 진화했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마기도 엄청 강해지고 그렇게 돼."

"마기가 엄청 강해져? 그럼 막 마족처럼 되는 거야?

"어... 음... 그러고 보니, 약간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와~ 그쪽 세계는 진짜 신기하네. 인간이 수련하면 마족이 될 수 있다니."


그러네? 그 쪽 세계 인간의 수련법은 이곳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서 내가 책 몇장 갖고왔지. 하하.


"근데, 그럼 그 사부랑 천마랑 싸우면 누가 이기나?"

"..."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막상막하일걸?"

"그럼 벨리프랑 싸우면?"

"둘이 같이 덤벼도 내가 이기지!"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낸 남자들이 이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쯤, 동굴에서 누군가가 들어오는 인기척이 들렸다.


조그맣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 하나와 쿵쿵대는 발자국 소리 둘.

이 동굴에 나 말고 찾아올 손님이 있나?

입구를 보고 있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털썩. 쨍그랑.


주저앉으며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놓치는 한 늙은 여자 인간이 있었다.

"벨하프님..."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내 기억 속에서 아는 인간 할머니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무의식적으로 내 입에서 한 여자의 이름이 나왔다.

"크리티...?"


"흐흑, 흑, 흑."

머리가 햐얗게 된 그녀는 주름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리 내어 울었다.

고작 한달 같이 지낸 나 때문에 저렇게 늙을 때까지 여기서 지냈다니?

게다가 저렇게 슬피 울다니... 이때만 해도 나는 벙 쪄 있었다.


그 뒤에 있던 오우거와 트롤이 그녀의 양팔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었다.


"벨하프님을 뵙습니다."

"벨하프님을 뵙습니다."


오우거와 트롤은 아는 얼굴이다. 5년 전 내가 애송이일 때 함께 첫 전투를 치렀던 수문장 오우거 크르칸과 트롤의 얼굴은 평생 못 잊을 것이다.


"크르칸?"

"아닙니다. 수문장 크르칸의 아들 핫 오우거 일족의 크론키입니다."

"그런가? 크르칸은 어떻게 되었지?"

"아버지는 인간들이 침략했을 때 성문을 지키다가 죽었습니다."

"크르칸은 믿음직하고 든든한 수문장이었다. 크르칸이었다면 인간에게서 도망치느니, 명예로운 죽음을 택했겠지. 내 최고의 수하였다."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인간들이 쳐들어오기 몇년 전부터 수명이 얼마 남지 않으셨다며 벨하프님을 위해 싸우고 싶다고 그리워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게 벨하프님을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고맙다. 크론키. 너에게 크르칸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마."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그 옆의 트롤에게 눈이 갔다.

"너는 부수문장이군. 이름이 뭐였지?

"트,트굴임다. 벨하프님."

"그래, 너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겠다."

"아,아닙니다. 다다당 당치도 않슴다."


몬스터 둘과의 대화가 끝나자, 크리티가 내게 달려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제 평생 중에 벨하프님과 함께한 한달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귀족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제대로 된 스승도 있고 말이죠. 벨하프님이 5년 만에 돌아오시기만 한다면... 그 한달이 평생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벨하프님을 기다리며 평생 궁술을 수련했습니다. 제 마법궁술 실력 보실래요? 아, 이제는 못하지만... 그래도 늙고 병들어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뵙고 가게 돼서 다행입니다..."

"그래...고맙다."


그녀가 도망가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백작의 하녀가 어머니인 그녀는 성에 돌아가봤자, 눈칫밥만 먹고 목숨을 위협받았을 것이다. 여기서는 마음이 편했을 터, 나만 되돌아 온다면 이 곳 생활도 계속 편하게 할 거라는 기대를 했을 거다.

그런 기대가 5년이 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집착으로 변했을 거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가 20년이 지나고 나이가 많아지자 어디 다른 곳에 갈 수도 없었을 거다.

그렇게 독기만 남았겠지.


기대는 집착이 되었고 집착은 독기로 변질되어, 상식 밖의 마음의 병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게다가 좋았던 기억의 과거는 더욱 미화되어 행복한 추억이 되었겠지.


"감히 내게 안긴 인간여자는 네가 처음이다."

"콜록콜록."


그녀는 갑작스러운 기침에 내 품을 벗어났다. 그런데 그녀의 소매를 보니 피가 묻어 나왔다.


"어떻게 된거지?

"몸 안에 죽음의 병이 자리잡았습니다. 점점 커지고 있죠. 괜찮습니다. 벨하프님을 봤으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젠장. 나에게는 의술이나 치료술이 없었다. 반인반마가 사람을 어떻게 살린단 말인가.

그렇지만,


"그렇게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겠다."

"네..."


다시 만나서 반가운 인사는 이쯤 하면 되었다.

가장 먼저 이들에게 앞으로 나를 벨리프라고 부르도록 명했다.

그리고 크리티에게 성이 함락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브리안님께서 하프드래곤님의 오른쪽 몸에 강력한 흑마법을 시전하셨어요."

"응, 내 오른쪽 몸이었던 와이번이 생기를 잃고 죽어버렸거든."

반뇽이가 머리를 긁으며 살짝 끼어들었다.


"그리고 브리안님은 한동안 마법을 못 쓰고 휴식을 취해야 된다고 하셨어요. 본 드래곤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시면서요."

"응, 브리안이 고생했지. 마력을 다 써서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다니까."

반뇽이가 배를 긁으며 살짝 끼어들었다.


"그런데 그때 하프드래곤님께서 바로 동면에 들어갔어요."

"응, 왜냐면 본 드래곤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가 지나가던 드래곤한테 걸리면 바로 없애거든. 네크로맨서랑 같이. 그래서 드래곤 중 누군가가 내 기운을 읽고 나랑 브리안 죽일까봐 바로 잠들었어. 동면 중인 드래곤을 공격하면 안 되는 것은 드래곤들의 철칙 중 하나거든."


나는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인간들 주제에 어떻게 내 산성을 무너뜨렸는가를.

가장 큰 전력인 반뇽이와 브리안이 힘을 못 쓸 때 연합하여 왔구나. 데시아 역시 서큐버스 치고는 전투력이 높지만, 하프 드래곤과 네크로맨서 리치에 비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저는 잠든 하프드래곤님 모시면서 여기 지냈어요. 아, 그리고 10년 전쯤 몰락귀족가문이 산성을 보수하고 쓰고 있어요. 처음에 크론키랑 트굴이 공격 당할 뻔 했는데, 제가 뒤에 화이트드래곤님이 동면중이라고 하니까 드래곤의 가디언 인줄 알고 바로 도망갔어요. 그리고 제가 찾아가서 드래곤님이 깨어나시면 너희들은 몰살당하고 주변 도시들 중 몇 개는 지도에서 없어질 거라고 했더니 어떤 기사가 신녀님이라고 부르면서 죄송하다고, 조용히 지내겠다고, 지내게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후로 저희와 마찰은 따로 없었어요."


"그래, 고생 많았다. 크리티. 내가 너한테 두 가지 제안을 할거다. 잘 듣고 선택해라."

"네."

크리티의 주름진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첫번째는 너가 가장 강하고 예뻤던 그때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살 수 있는 기간이 5년이지. 정확히 5년째가 되는 날 죽게 된다. 나와 함께 하는 5년 동안 마법궁수로써 내 곁을 지켜라. 그 동안 힘들었던 너의 시간을 보상 받을 수 있도록 5년 동안 짧고 굵게...아니 짧지만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게 해주겠다."

첫번째 제안을 듣자마자 크리티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었다.


"두번째는 너를 어둠의 궁수로 만드는 것이다. 브리안은 소멸하지 않았다. 브리안이 어디 있는지는 정확히 느껴지지 않지만 나와 끊어지지는 않았다. 브리안을 최대한 빨리 찾아서 너를 언데드로 만들 것이다. 하위 언데드가 아닌 자아가 있고, 영혼이 있는 채로 영생을 살아가게 해주겠다. 그리고 원거리 부대의 대장 직급을 줄 것이다."

두번째 제안을 듣자마자 크리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네가 고를 수 있게 해주겠다. 크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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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자세히 보다. 20.06.05 57 2 9쪽
20 하산하다. +3 20.05.31 44 6 9쪽
19 제압하다 -3 +2 20.05.29 40 3 9쪽
18 제압하다 -2 +5 20.05.28 43 7 9쪽
17 제압하다 +3 20.05.26 48 5 9쪽
16 그녀의 선택 20.05.25 71 2 9쪽
» 재회를 하다 20.05.23 56 4 10쪽
14 귀환하고 멘붕이 왔다 +1 20.05.21 53 4 10쪽
13 두 명의 귀인 20.05.20 56 3 11쪽
12 뭐 좀 배우고 와야겠다 20.05.19 43 1 11쪽
11 처음으로 인간 수하가 생겼다 20.05.18 43 4 9쪽
10 니가 왜 여기서 나와? 20.05.16 53 4 9쪽
9 남자의 일대일 대결 20.05.15 60 6 9쪽
8 드디어 마나를 느끼다 20.05.14 60 5 9쪽
7 소드마스터고 뭐고 미치겠다 20.05.14 62 5 9쪽
6 또 다른 나와의 만남 +1 20.05.13 85 6 9쪽
5 니들이 용사냐-2 +2 20.05.12 83 8 9쪽
4 니들이 용사냐 20.05.12 86 6 9쪽
3 뭐? 벌써 용사가 왔다고? +1 20.05.11 113 8 9쪽
2 눈 떠보니 최강의 몸 +3 20.05.11 172 11 10쪽
1 프롤로그 +5 20.05.11 234 2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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