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반인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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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호랑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2
최근연재일 :
2020.06.0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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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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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압하다 -2

DUMMY

17화.


"내 수하가 되어라. 그렇다면 모두 살려주마."


잠시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몬스터였다면 어제 보여준 무력으로 바로 충성을 했겠지만 이들은 인간이다. 잠시 시간을 주기로 하고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내 뒤에서 묵묵히 서 있던 마르크헌이 내게 작게 얘기했다.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허락했다.

마르크헌이 앞으로 나서자 2명의 기사가 당황했다.

"스..스승님?"


아마도 마르크헌이 심심풀이 소일거리로 가르침을 주던 기사들인가 보다.


"내가 묻겠다. 너희들은 이 산성에 처박혀서 일생을 보낼 것이냐?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에 나가 큰 일을 해보겠느냐?"


2명의 기사가 시젤라를 힐끔 보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


"따르겠습니다."

"좋다! 너희 둘은 내가 각별히 신경쓰겠다."


곧이어 한명의 기사가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부복했다.


"저...저도 거둬주십시오."

"좋~다!"


세명의 기사의 대답을 들은 마르크헌은 만족한 미소로 좌중을 훑어보고 말을 이어나갔다.


"옆에 있는 크리티는 주군의 비서다. 다들 누구인지는 알겠지?"


마르크헌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일으키고는 뒤로 빠지고 크리티에게 앞으로 나가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더욱 수근거렸다.


"저 여자가 크리티 할멈이라고?"

"신녀님이라니까? 너 드래곤한테 브레스 맞아 뒤지고 싶냐?"

"뭐?! 동굴 살던 그 노파?"

"막 약초 캐러 다니고 기침 자주 하던 그 할머니라고?!"

"내 이상형이다..."

"미친놈아, 너 엄마뻘이야."


모두가 믿을 수 없다며 공황상태에 빠져있을 때 꼬마아이 하나가 크리티를 향해 달려갔다.

"크리티 할머니! 엄청 예뻐졌다!"

"오냐~ 욘석."


꼬마가 젊은 미녀에게 안기자, 시젤라와 기사들은 예상치 못한 듯 깜짝 놀랄 뿐이었다.


"자이드로!"

"도련님!"


크리티는 자이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려가 있으라고 했다.


"네, 모두 달라진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죠? 판단은 여러분들이 하세요."


크리티는 긴 말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확인만을 시켜줬을 뿐이다.

이어서 오우거 크론키가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는 핫오우거 일족으로 일반 오우거들과 달리 지능이 높을뿐더러 말주변도 있었다.


"모시겠습니다. 우리 가문이 악마에게 영혼을 판 가문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감내하겠습니다."


시젤라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 뒤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단상 앞에 도착한 크론키가 타이밍을 놓쳐서 머쓱함에 머리를 긁으며 나를 봤다.

나는 크론키를 향해 기다리라고 손바닥을 펼쳤다.


"잘 생각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지. 시젤라는 내일 오후에 측근들과 내 방으로 와라. 아, 그리고 몬스터들도 함께할 것이다. 몬스터 대표로 크론키가 한마디 해라."


몬스터 대표라는 말에 크론키가 긴장되었는지 콧김을 뿜으며 단상 앞에 섰다.

키가 2미터 30센치 정도 되는 오우거가 콧김을 내뿜으며 앞에 서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위축되었다.


"반갑다. 인간들, 나는 혈통있는 핫 오우거 일족 크론키라고 한다. 다들 알지? 핫 오우거가 오우거 중에서 가장 똑똑하고 세다는 것을? 그래, 너희 인간들로 치면 저 여자처럼 귀족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나는 벨리프님의 최측근이었던 이 산성의 자랑스러운 수문장 크르칸의 아들이다. 그렇기에 내가 대를 이어 수문장이 될 것이지. 이것은 벌써 벨리프님께서 내정하셨다. 모두 걱정말거라. 성문은 내가 굳건하게 지켜주겠다. 또한 이 옆의 트굴은 부수문장으로써..."


뭔 놈의 오우거가 말이 저렇게 많냐.


"크론키."

"네?"

"그만."

"네, 알겠습니다. 이만 말을 마치겠다. 벨리프님을 따르게 된 것을 축하한다."


저게 뭔가 하고 사람들이 그저 멍하니 있자 크론키가 손으로 박수를 치는 제스쳐를 보여줬다.


짝.

짝짝.

짝짝짝짝짝.


* * *


다음날, 시젤라는 기사단장 랄프와 함께 내 방으로 왔다.

그렇게 나와 마르크헌, 크리티, 시젤라, 랄프가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일단 병력을 모아올 것이다."

"병력을 모으려면 자금이 많이 필요해요. 혹시 산성에 저희가 모르는 보물창고라도 있나요?"

내 말에 시젤라가 제일 먼저 대답했다.


"그냥 데려오면 된다. 일단 35년 전만큼 모아올 것이다."

"병사들을 그냥 데려와 봤자 곧 탈주할겁니다. 더구나 여기는 깊은 산 속이지 않습니까"

데이비드 기사단장이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혹시 35년 전에는 병사들의 규모가 어느정도였나요? 마르크헌님?"

시젤라가 객관적인 평가를 원하는 듯 내게 물어보지 않고 마르크헌에게 물어봤다.

"음... 도시를 차례차례 함락시키면서 가면 왕국의 수도까지 도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와아... 그 정도 병력 만드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질문은 내 이야기가 끝난 후 해라."

"네..."


시젤라는 어제 나를 원망했던 것을 그새 잊었는지 잘도 내게 말을 걸었다.

누가 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일단 마르크헌은 크론키와 트굴을 데리고 성에 남아라.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수련하면서 성을 관리해라. 나는 하프드래곤과 크리티를 데리고 나갔다 오겠다."


그때였다.


멀리서 강대한 기운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놈이다.


120년 전 내 오른쪽 몸을 태웠던 놈...

라디스칸!


"레드드래곤이 오고 있다. 모두 건물 안에 숨게 해라!"

"네?"

갑작스러운 나의 외침에 모두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못했다.

"밖에 돌아다니는 인간들 몰살시키고 싶지 않으면 다 불러서 여기 처박혀있으란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괜히 그 성질 더러운 놈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다. 빨리 움직여라."


기사, 병사, 하인 할 것 없이 정신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곧이어 건물을 흔들리는 광풍과 함께 거대한 레드드래곤이 나타났다.

반뇽이도 이미 라디스칸의 기운을 느꼈는지 성문 앞 공터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저택에 있는 몬스터 두마리와 인간들이 괜히 불똥 튈까봐 잠시 이 안에 있었다.

다행히도 라디스칸은 내 저택에 있는 인간들에게는 관심이 없나보다.

잠깐 안심하는 사이 레드드래곤 라디스칸의 온 산을 울리는 외침이 들렸다.


- 이 드래곤의 수치! 네 놈의 하찮은 목숨을 유지하려고 반쪽을 언데드화 했단 말이냐?!


"라디스칸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대체 왜 죽으란 말이에요?"


- 네가 반쪽짜리 해츨링일 때, 다른 놈들이 너를 안락사 시키자고 해도 나는 반대했었다. 왜인줄 아느냐? 얼마 못 갈 생명에 측은지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데 네가 감히 순리를 거슬러?


"저라고 이렇게 태어나고 싶었겠어요? 어떤 정신 나간 드래곤이 와이번이랑 해서 저를 낳았을까요?"


- 드래곤 기본 예절도 못 배운 놈. 함부로 네 놈의 애비를 욕하지 마라.


"맞아요. 저 못 배웠어요. 근데 제 아빠가 누군지 아시나요?"


- ... 더 이상 구차하게 살지 말고 생을 마감하라.


화산의 용암을 머금은 듯한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집채만한 오른발을 들었다.

그 앞에는 앞발을 쭉 뻗고 목을 빳빳히 세워 바락바락 대드는 화이트앤본 드래곤 반뇽이가 있었다.

두 드래곤이 마주 서있는 모습은 흡사 어른과 아이의 크기와도 같았다.


저택에 있는 내 수하들 때문에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왼발을 힘껏 디디고 화살을 쏘듯이 달려나왔다.


"잠깐!!!"


내가 반뇽이 앞에 선 다음에야 라디스칸은 내 존재를 인지했다.


"누가 내 100년지기 친구 건들래?"


어느 생명체가 감히 마주 본 두 드래곤의 사이를 가로막는다는 말인가?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이 드래곤싸움에 터져죽고싶은건가?


나를 보자 반뇽이의 두 눈망울에 물기가 차오르며 울상을 하고 말했다.


"벨하프... 왜 왔어... 도망 가. 난 괜찮아!"

"됐어, 넌 가만히 있어."


나는 나보다 수배는 큰 반뇽이를 토닥토닥 두들겨 주었다.


- 푸하하하, 가소로운 반쪽짜리 마족놈. 내 브레스에 또 반토막만 남고 싶은 것이냐?


"아니, 이 아저씨는 우리 반뇽이가 뭘 잘못 했길래 잊을만 했더니 또 온거야?"


- 반뇽이? 이름도 저급하구나. 그 녀석은 태어난 것 자체가 잘못이다. 저 놈은 드래곤이 아니다!


"하? 참 나, 얘가 뭐 영혼이 없는 완전한 본 드래곤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격 나쁜 악룡도 아니고. 이렇게 착한 애가 어딨다고."

장난꾸러기처럼 주절 거리던 그가 목소리를 바꿨다.


"그러는 네 놈은 선한 드래곤이더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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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자세히 보다. 20.06.05 57 2 9쪽
20 하산하다. +3 20.05.31 44 6 9쪽
19 제압하다 -3 +2 20.05.29 40 3 9쪽
» 제압하다 -2 +5 20.05.28 43 7 9쪽
17 제압하다 +3 20.05.26 47 5 9쪽
16 그녀의 선택 20.05.25 71 2 9쪽
15 재회를 하다 20.05.23 55 4 10쪽
14 귀환하고 멘붕이 왔다 +1 20.05.21 53 4 10쪽
13 두 명의 귀인 20.05.20 55 3 11쪽
12 뭐 좀 배우고 와야겠다 20.05.19 43 1 11쪽
11 처음으로 인간 수하가 생겼다 20.05.18 43 4 9쪽
10 니가 왜 여기서 나와? 20.05.16 53 4 9쪽
9 남자의 일대일 대결 20.05.15 60 6 9쪽
8 드디어 마나를 느끼다 20.05.14 60 5 9쪽
7 소드마스터고 뭐고 미치겠다 20.05.14 62 5 9쪽
6 또 다른 나와의 만남 +1 20.05.13 85 6 9쪽
5 니들이 용사냐-2 +2 20.05.12 83 8 9쪽
4 니들이 용사냐 20.05.12 85 6 9쪽
3 뭐? 벌써 용사가 왔다고? +1 20.05.11 113 8 9쪽
2 눈 떠보니 최강의 몸 +3 20.05.11 171 11 10쪽
1 프롤로그 +5 20.05.11 234 2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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