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 신령의 눈을 뜨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안달래
작품등록일 :
2020.05.14 08:54
최근연재일 :
2020.06.24 08:5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878
추천수 :
88
글자수 :
135,994

작성
20.05.15 10:01
조회
118
추천
7
글자
11쪽

2화 소리없는 눈물

DUMMY

2화 소리 없는 눈물


“ 전화번호 각자 교환 하시고 이제 한 달에 한 번은 저희 집에서 모여요”


집 대문까지 배웅 나온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율 선배는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보채는 어린 아이 같았다.


“ 우리가 상율 씨 집에서 한 달에 한 번 출석해서 늦게까지 게임하고 술 먹고 집에 가는 건 어머니도 계신데 에바인 것 같고 총무를 정해서 정기적으로 두 달에 한 번 정도 가까운 교외 펜션이나 예약해서 술 한잔 하고 하루 밤 게임 하면서 노는 건 어때? ”


역시 명호 형은 사회 경험이 몇 년 있어서 그런지 총명하고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 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저도 찬성이요”


명호 형 의견에 모두 찬성하자 상율 선배 표정이 내심 아쉬워 보였다.


“ 네 그럼 그렇게 하죠. 총무는 우리 후배가 하는 게 어떻습니까?”


총무 얘기가 나왔을 때 내가 먼저 요한이를 추천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상율 선배가 내 어깨에 팔을 올리며 선수를 쳤다.


“ 네?”


“ 그래. 나는 좋은데 정규는 어때? 아무래도 대학생이니까 시간 여유도 직장 다니는 사람들 보다 있을 거고 총무는 1년에 한 번 정도 다시 선출하기로 하고 ”


대식이 형이 상황 정리를 하고 나자 사람들의 간절해 보이는 시선이 한 순간 나를 향했다.


“ 그러죠 뭐”


생각만 해도 귀찮지만 해야 되면 최대한 쿨하게


“ 그리고 명호 형은 언제까지 동생들한테 상율씨 정규씨 요한씨 하면서 존대할 거 에요? 다음에 만나면 호칭도 바꾸고 편하게 막 대해 주세요.”


“ 그래 그럴게”



그렇게 화기애매한 분위기 속에 헤어진 뒤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우리 다섯 명의 노땅 오타쿠들은 평창에 있는 펜션에 다시 모였다.


총무라고 완장을 찬 이상 첫 모임의 주최자인 만큼 나름대로 신경도 쓰고 걱정도 하면서 시간과 장소와 회비를 나름대로 공정한 기준으로 결정하여 긴 단체 문자로 공지하고 났더니 모두 오케이 이모티콘을 보내고 끝. 이 세상 어느 총무보다 편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 늙은 오타쿠 모임의 컬러이자 모토는 귀차니즘이니 내가 아무데나 아무 날짜로 얼마를 정하던 무조건 오케이 아닐까 싶다.


아마 30만원씩 걷어서 크리스마스에 여인숙에서 모이자고 해도 불평 불만 없이 모두 모여서 온종일 게임에 빠져 있다가 회비 얼마 남았는지 신경도 안 쓰고 돌아갈 인간들이다.


준비물도 가방에 게임기랑 여벌 옷 넣어오면 끝.


첫 모임의 첫 번째 미션 ‘ 우리 모임 이름 정하기’


펜션 거실에 모두 둥글게 둘러앉게 한 다음 총무로써 활기차게 미션을 부여했더니 모두 아무 생각 없이 눈만 껌뻑이고 있다.


그냥 때려치우고 각자 게임이나 하자고 할까?


가장 골똘히 생각을 하는 것 같던 상율 선배가 먼저 입을 열려고 하는 것 같아 순간 기대했다.


“ 출출하지 않아요? 컵라면 사왔는데”


“ 그래. 배가 조금 차야 머리도 돌아가서 생각도 나는 거지.”


대식이 형, 그건 무슨 근거지?


상율 선배가 대식이 형 대답에 옳다구나 하고 주방으로 가서 주전자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는데 자리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서 있다.


그냥 침묵을 증오하는 사람이라 정의 내렸다.


“ 다섯 명이니까 손가락 어때요?”


요한이가 막내로써 무언가 의견 한 마디 말해야 하는 숨 막히는 중압감이 있었으리라.


“ 옛날에 다섯 손가락이라는 그룹 있었었어.”


그냥 아니라고 하면 되지. 아는 척은..


주방에서 물 끓기 기다리고 있는 상율 선배가 주워 먹으려고 또 한마디 던진다.


“ 들국화는 어때요? 거기도 다섯 명인데”


“ 그래 들국화 좋다. 꽃말 한 번 찾아봐라.”


“ 순수한 사랑인데요?”


“ 사랑? 게임에 빠졌으니 순수는 맞는데 사랑은 좀 안 맞고 간지럽네.”


아무거나 정하고 얼른 끝내려는 대식이 형의 밀어붙이기 작전이 실패했다.


“ 차라리 송골매는 어때요? 들국화보다 남자답고”


명호 형 의견에 모두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자 그럼 찬성하시는 분”


주방에서 폰으로 무언가 찾고 있는 상율 선배를 제외하고 모두 거수했다.


“ 상율 선배? 송골매로 해요?”


“ 송골매는 여섯 명인데?”


그거 찾고 있었던 거야?


“ 그게 뭐가 중요하냐. 송골매 멋진 이름 만들었으면 됐지.”


“ 물 다 끓었네.”


대식이 형이 약간 짜증난다는 얼굴로 얘기하니 바로 해결됐다.


송골매라는 모임 이름도 만들고 컵라면도 다들 맛있게 먹고 나서는 송골매의 본성으로 돌아가 모두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그 후 2년 동안 송골매는 전원 개근하며 두 달에 한 번 꼴로 주로 팬션에서 모임을 가져왔고 지금은 여기 갇혀서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니 어제인지 그제인지 모르는 주말에도 우리는 가평 팬션에 모여 있었다.

 



포터블 게임기 X-PORTABLE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나왔는데 당시에는 게임계의 혁신이었고 구매할 수 있는 게임 타이틀 종류도 많아 게임기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타이틀을 교환해 가며 게임 얘기가 주를 이뤘다.


그 당시 어린 마음에 친구와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혼자 찌그러져 모바일 게임이나 하는 내 자신이 비참하다고까지 생각했다.


너무도 그 게임기가 갖고 싶었지만 실업자가 된 아버지와 방에 갇혀 정신병을 앓는 엄마 때문에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감히 사달라고는 입도 뻥끗 못 했었다.


빈부격차라는 단어가 반드시 가지고 싶은 것을 반드시 가지지 못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몸소 체험하고 좌절했던 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아픈 엄마에게 인사를 드리러 방에 들어가 보니 엄마가 방에 없었다.


걱정이 되고 불안한 마음에 급히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 아빠, 엄마가 집에 없어요.”


“ 응. 집에 왔어? 엄마 아빠랑 밖에 나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저녁 먹고 있어”


“ 네”


다행이다.


어렸을 때, 엄마는 용한 무당이라고 소문이 나 손님들도 집으로 많이 찾아오고 했지만 해가 지날수록 환각과 환청이 들려 다른 세상과 소통을 하는지 점점 횡설수설하기 시작해서 사람들과 대화가 안됐고 마치 저주를 퍼붓듯 동네 사람들에게 그 집 사람이 죽는다고 소리치면 그 집에서는 어김없이 장례를 치루었다.


동네 사람들은 엄마를 욕하며 기피하고 수군대기 시작하였고 병원에서는 조현증이라는 정신 분열 증세 판정을 선고했다.


집에서도 가끔 무서운 목소리로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였는데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외동아들을 한 없이 사랑해주는 예전의 엄마가 되었다.


부모님을 기다리며 저녁을 혼자 차려서 먹고도 한참을 TV에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그제서야 아버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엄마는 아버지 곁에 없었다.


그런데 손에 들고 계신 저것은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었던 게임기?


“ 엄마는?”


“ 응. 너 이거 갖고 싶었지? 아빠가 오는 길에 샀다.”


“ 아빠 고마워요.”


아버지와 소원해진 지금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것이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안아 본 순간이었을 것이다.


“ 그렇게도 좋냐. 이 놈아”


오랜만에 술을 드시고 오셨는지 술 냄새가 났지만 아버지도 내가 안아 드리는 게 싫지 않은 눈치였다.


“ 엄마는요?”


“ 응 정규야. 여기 잠깐 앉아봐”


TV 앞 테이블에 앉았다.


무슨 말을 하실지 왠지 알 것 같았다.


“ 실은 너도 알다시피 엄마 증세가 점점 심각해져서 병원에 입원시키고 오는 길이야.”


“ 네. 어느 병원이요?”


“ 세령 병원이라고 집에서 버스 타고 열 정거장 쯤 가면 돼. 우리는 엄마 만나러 일주일에 한 번씩 가자. 아들! 엄마 없이 당분간 아빠랑 둘이서 학교 다니고 잘 할 수 있지?”


“ 네.”


그 당시에는 정신 병원에 입원하면 심한 경우에 침대에 손 발이 묶이기도 하고 진정제에 취해 병든 닭처럼 지내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지만 어렸을 적 따뜻했던 엄마 기억에 소리 없는 눈물이 흘렀다.


방에 들어가 아버지가 사 오신 게임기와 두 개의 타이틀로 늦게까지 게임을 하면서 내일 친구들에게 자랑을 할 생각을 하니 기대와 기쁨이라는 감정이 엄마와 헤어진 슬픈 감정을 이겼었는지 슬픈 감정을 숨기려 게임을 즐겼었던 건지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 그렇게 내 보물 1호가 생겼죠.”


그 날 가평 팬션 숙소 현관 앞에 잠시 바람을 쐬겠다 하며 나온 나를 따라 나왔던 상율 선배에게 그렇게 나의 게임기에 관한 기쁘고도 슬펐던 추억을 모두 넋두리 했다.


송골매끼리 교외로 놀러오면 술을 마시고 밤에 혼자서 마당에 나와 밤하늘의 별을 잠깐 넋 놓고 바라보는 서울에서는 누릴 수 없는 순간이 나는 너무 좋았다.


하늘이라는 바다를 아무 근심 없이 헤엄치는 기분.


“ 나도 그 게임기 처음 가지게 된 날이 꼭 그런 날이었어. 기쁘고도 슬픈 날”


“ 형은 그냥 부모님이 사 주신 거 아니었어요?”


“ 응. 나도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란 인간이 사 주시긴 했지.”



상율이 기억하는 그 날의 엄마는 하루 종일 초조하게 아버지를 기다리며 거실과 주방을 왔다 갔다 하셨다.


밤 10시경, 술에 취한 아버지가 한 손에 게임기를 사들고 오셨다.


평소에 아버지의 양복 윗도리를 손수 벗겨 옷걸이에 걸어 주시던 엄마는 식탁 의자에 불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집에 들어와 나를 먼저 찾았다.


“ 아들! 이거 갖고 싶었지? 직원들이 그러는데 요즘 애들 사이에 유행이라더라”


“ 어? 게임기네? 고맙습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어린 마음에도 과하게 비싸다고 생각되는 것도 가지고 싶다고 하면 뭐든지 다 사줬고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도 가끔씩 사주시는 능력 있고 인심 좋고 성격 좋은 존경하는 아버지였다.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아 소유하신 토지와 선박이 여러 개이셨고 아버지는 할아버지 도움을 받아 유람선과 여객선 사업을 하셔서 물려받은 재산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더욱 크게 부풀려 놓으셨다고 들었다.


하지만 사업이 바쁘셨는지 가족과 같이 지내는 시간은 많이 부족했다.


“ 상율! 잠깐 방에 들어가 있을래?”


오늘따라 이상한 엄마가 평소의 아버지와 나에게 대했던 순종적이던 목소리가 아닌 냉랭한 목소리로 나에게 부탁을 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송골매 신령의 눈을 뜨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입니다. 20.06.24 32 0 -
30 30화 망각의 여행 (완결) +2 20.06.24 56 2 9쪽
29 29화 미래의 유토피아 +2 20.06.23 32 2 10쪽
28 28화 악마의 눈빛 +3 20.06.22 30 3 10쪽
27 27화 말고문 +2 20.06.19 30 2 9쪽
26 26화 무도인의 따귀 +2 20.06.18 27 2 10쪽
25 25화 어제 만난 인연 +2 20.06.17 31 2 10쪽
24 24화 빈집털이 +1 20.06.16 32 1 10쪽
23 23화 사탄의 인형 +3 20.06.15 33 3 10쪽
22 22화 보디가드 +2 20.06.12 53 3 10쪽
21 21화 병맛 커밍아웃 +2 20.06.11 39 2 10쪽
20 20화 물아일체의 경지 +3 20.06.10 63 4 10쪽
19 19화 원초아와 초자아 +1 20.06.09 37 1 10쪽
18 18화 높은 차원의 절대 권력자 +2 20.06.08 47 2 10쪽
17 17화 이름 없는 포비아 +1 20.06.05 51 1 10쪽
16 16화 처량한 영혼들 +2 20.06.04 44 1 10쪽
15 15화 천진난만했던 그 때 20.06.03 40 0 10쪽
14 14화 나비효과 +2 20.06.02 44 1 10쪽
13 13화 미지의 영혼 20.06.01 51 4 10쪽
12 12화 개똥같은 프로포즈 +2 20.05.29 57 2 10쪽
11 11화 날벼락 20.05.28 45 1 10쪽
10 10화 의미없는 기도 20.05.27 134 1 10쪽
9 9화 악몽의 순간 20.05.26 60 1 10쪽
8 8화 수호자의 운명 20.05.25 58 3 11쪽
7 7화 사랑의 파수꾼 20.05.22 81 1 10쪽
6 6화 계절은 없다 20.05.21 78 0 11쪽
5 5화 룰도 모른다 20.05.20 76 3 11쪽
4 4화 수평선을 바라보며 20.05.19 87 5 11쪽
3 3화 꿈을 향한 노력 20.05.18 93 4 11쪽
» 2화 소리없는 눈물 20.05.15 119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