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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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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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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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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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2

DUMMY

그게 군대를 둔하게 만든다. 실제로 적에게 밀리면 그 모든 잡다한 것들 죄다 버리고 토껴야 한다. 전시에 버릴 건 평시에 사용을 자제하고, 본부는 최소한 부피로 줄여야 한다. 그게 진짜 전쟁준비다. 앞서 말한 단기 총력전을 생각하라. 우린 평시 군대의 편의가 비대해졌고 이젠 좀 줄일 생각을 해야 한다. 실 전투병을 늘여야,


우리나라 병력 몇 십 만이란 허울 좋은 숫자에서 벗어나 진짜 싸울 수 있는 병력의 %가 높아지고, 그래야 전쟁에서 이긴다. 아무리 사단이 한 2만 명이라도 진짜 전투제대 병력 몇 %라고 생각하는가? 빼고 빼면 몇이나 남나. 널널한 나라에선 후생이 중요하니 이상할 거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쟁 나면 총력전이다. 이기려면 총력이다.


자기 목숨을 지킬지 의문이 드는 걸 방지하는 길은, 적어도 부사관 급은 헌병이든 정비든 의무든 화학이든 무조건 전투사단 분대장 보직을 최소 6개월 경험한 뒤에 원래 주특기로 보내야 한다. 일선 전투부대 돌아가는 걸 같은 사단 연대 부사관이면 당연히 실감으로 알아야 한다. 모든 병사를 그렇게 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부사관은 그래야 전시와 대비정규전 상황에서 자체방어라도 일정 수준이 된다.


모 사단 사건에서, 전입부터 사무실에나 앉아 있는 의무 하사가 그런 비인간적인 폭력이나 방치하고. 하사 초봉부터 꿀이나 빨며 병사를 사망에 이르게 해서 같은 부사관으로 정말 더럽게 쪽팔리다. 부사관 모든 주특기는 최소 분기별 당락으로 채점하는 합격통과 사격/행군 해야 한다. 그게 FM 아녀? 고삐리 체력장 하고 진급하는 게 안 이상해? 군인이 주특기인가? 결국은 총 쏘는 군인이다. 군인이면 북한 놈들이 총질해도 자기 자신과 자기 부대는 지키기 위해 맞다이 깔 줄 알아야한다. 평시니 그게 눈에 안 보이는 거다. 임관하고 '방치'하면 전시에 국방부가 그 군인들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


도망칠 곳 없는 우리 땅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전쟁이고,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하는 피투성이 전쟁은 2차대전 이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내전치고 잔인하지 않은 전쟁 없다. 우리가 참고할 표본도 희소하다. 미국 일본은 침공 당해 본 적이 없다. 미국 일본도 자기 국토 침공당하면 펑펑 뚫리고 오줌 좀 지릴 거다. 남자가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오입을 찾는다는 말처럼, 방아쇠 당길 힘이 있는 대한민국 남자는 개전 시 동사무소에 남는 총을 잡아야 전쟁에 이긴다. 북한 특수전부대를 실제 쏴 죽이는 건 예비군이다. 전시에 북한 비정규전 소탕에 현역사단 동원하는 건 미친 짓이야. 전시에는 산으로 찾으러 올라가지 않아도 알아서 다 주요시설로 친절히 와준다. 지키다 정확히 쏘기만 하면 된다. 강릉은 강릉일 뿐이며 언론-전쟁이었다.


바로 그러한, 전쟁은 현역과 예비군이 하는 거란 생각 때문에 이 전쟁은 길어졌다. 아군이 안 올라온다. 올라오는 속도 지지부진하다. 아군이 후방까지 책임지다 힘 뺀다. 그러다 북한의 전문 필살기인 회담으로 걸고 넘어져 시간 끌기에 당할까 불안하다. 왜 아군은 아직 개성 밖에 올라오지 못했을까. 가장 빨리 백두산 근처까지 밀고 들어가야 전후 피해도 줄이고 중국도 막고 또 다른 휴전선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 지역대 작전 때면 평양은 점령될 거라 생각하고 이 고립무원의 컴컴한 북한 땅에 뛰어내렸다.


이제 남쪽에선 현역 예비군 민방위 아닌 사람들은 SNS로 전황 확인하고 노는 건가? 이기려는 총력전 맞나? 진정한 보수 우익이라면, 민방위 끝난 사람이라도 군복 갈아입고 자진해서 동사무소로 와 남은 총 잡고 싸워야지. 그 유명한 북한 경보병여단을 상대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전설?의 니들은 배때지에는 총알 안 들어가냐 실험할 기회가 도래했다. 언론의 구라와 겁주기가 진짜인지 확인할 기회가 왔다.


드디어 총알로 적의 살과 내장을 찢고 칼로 찌를 기회가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왔다. 말만 떠들지 말고 명예롭게 증명해보라. 피터 한트케가 누군지 모를 사람들에게 말한다. 여러분들은 단지 희곡 작법상의 실패일 뿐입니다. 여러분들의 출현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연극을 즐기는 건 여러분들의 기질입니다. 이 외면세계로나 추방당할 인간들아. 그들은 그들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이 모든 건 여러분들의 행동을 생략함으로써 이뤄진 것입니다...


산 저 밑은 민간인이 드물다. 모두 군인 같다. 현역. 노농적위군, 학생근위군. 뭣도 아닌 애들까지 나와서 군복 입고 까분다. 거기에 경무대와 내무부 병력. 넘치고 넘쳐. 누가 현역인지 얼핏 봐서는 판단이 안 가. 이런 적을 상대하는데 우린 현역 예비군에게만 매달린다니. 남조선은 예비군과 민방위 이상 자원자들이 게릴라 잡고, 우리가 북조선에서 게릴라로 현역사단 끌어들이면 반 먹고 들어가는 거다.


서로에게 말은 않았지만, 우리 몸은 매일매일 기하급수적으로 하강한다. 훈련도 첫날부터 종료점까지 체중 계속 빠지고, 그래도 균형이 있는 식당 밥 먹고 운동했던 근육과 살이 계속 축소되고 볼이 푹 들어간다. 여기도 같다. 완전군장으로 계속 고바위를 이동하다보니 피로는 누적되고, 그 피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며, 매일 주야로 이동하고 작전하며 수면부족과 피로에 시달린다.


전투팀은 그래도 밤에 작전하고 낮에는 쉰다. 우린 정찰감시 팀이라 주야 없고 낮에도 안면 위장한다. 이러한 피로는 하루에 전투식량 여섯 개를 먹는다고 단번에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게 먹을 양도 없다. 보급이란 게 훈련 때는 적당하지만, 전시에는 전투부대가 정말 넘치고 넘친다... 생각이 들 정도로 밀어 넣어도 순간 떨어질 수 있다. 거꾸로, 전달하는 것보다 배분이 힘든 게 보급이다. 훈련과 전쟁 모두 피로 그 자체. 훈련은 훈련 끝나야 피로가 풀리고 전쟁은 이겨야 피로가 진짜로 풀린다.


산에서 내륙전술훈련하다 보면 온갖 것을 먹기 시작한다. 1주차에는 아직 문명인이라 안 먹는다. 2주차가 되면 자연히 칡 야생열매 보이면 먹는다. 여기선 곧 뱀도 개구리도 먹게 될 것 같다. 요즘 배부르게 자란 성분들은 배고파도 그런 거 안 먹는다. 그 부족분 채우려 먹는 것은 체력을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한 게 아니라, 더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거다. 일단은 배고파서 먹는 거지만. 그러다 천리행군 직전 돼지고기 나와서 밤에 구어 먹고 일어나면, 정말 주먹으로 소나무를 치면 넘어갈 것 같은 육식의 파워를 경험한다.


몸도 보급작전과 똑같다. 산속에서 아무리 먹어도 식당의 균형 못 따라간다. 결국 몸은 다른 방향으로 적응한다. 힘들어서 살이 빠지는 게 아니다. 먹는 게 줄어드니 몸이 알아서 최소한의 칼로리로 버틸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그 시기는 보통 2주. 자대에서 체력단련만 하다가 무거운 군장으로 산속에 들어가면, 처음 1주가 가장 힘들고 그 다음 주가 되면 적응의 시간이 오지만 여전히 힘들다. 2주가 되면 몸이 산에 적응하고 행군속도 빨라지며, 여기에 보조를 맞춰 침투군장 무게가 적당히 줄어든다. 몸에 길이 든다.


군장이 내 몸과 별개가 아닌 하나가 되고, 군장 벗으면 오히려 걷기 어색?하다. 단독군장 작전행군은 정말 빨리 걷는다. 1주차는 완전군장 30분이면 흠뻑 젖지만, 체중이 빠지는 시점에 맞춰 점차 땀이 덜 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부대 최고의 훈련은 역시 한 달짜리 야종 내륙전술숙달훈련이다. 2주가 지나면 아무리 배터지게 먹어도, 아무리 긁어모아 먹고 충분히 자도 체중이 오르지 않는다.


그 가벼워진 몸 상태가 전시에 쓰이는 적응점이다. 주둔지의 균형 잡힌 체중과 갑바는 사실 전시에 쓸 것으로 비교하면 ‘비만’이다. 전투는 태반이 빠른 이동. 고참이란 원래 몸과 체력이 좋은 게 아니라, 이런 과정에서 자기 몸 상태를 잘 알고 유지하는 사람이다. 그게 습관이 든 상사나 원사는 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신삥들이 무리하거나 몸을 대충 생각하다 퍼지는 일을 경험한다. 고참은 몸에 힘 뺄 때와 줄 때를 구분하고 그렇게 하는 사람이다.


소금. 필요하다. 없으면 아쉽고 자칫하면 몸 퍼진다. 이 전쟁이 6.25와 다른 점이 딱 하나. 한국전쟁 당시 북으로 넘어왔던 유엔군 소속 유격대와 다른 점. 우린 군장에 기초 영양제와 식염포도당을 한두 통 씩 가지고 있다. 이유 간단하다. 북한 민간과 접촉해 음식물 취득하는 걸 포기했기 때문이다. 사람 몸은 버텨야 하고, 시중에서 두 통 해야 2만 원짜리 값싼 걸 구입해 넣고 왔다. 서양 유명 특수전부대도 작전이 일주일 이상 넘어가면 군장에 기초 영양제 가지고 다닌다.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함이다.


그게 얼마나 귀중한지 우린 몰랐다. 며칠을 헐떡이고 나서 문득 그걸 나누어 먹었을 때, 자고 일어나서 느낀 기분은 남달랐다. 주둔지에서 좋은 거 먹는 것과 체감이 다르다. 몸이 정말 순수하고 진지하게 영양제를 받아들인다. 영양제와 식염정제 아이디어를 내고 공구로 사온 건 지역대 행보관 황원사였다. 그런 값싼 종류는 남한에서 공짜로 줘도 거들떠보지 않을 그런 거였다.


지난 5일, 우리 본부팀은 사령부와 교신 유지하면서 항폭유도로 하루 3시간도 못 자고 계속 산타며 돌아다녔다. 전시에 7시간을 잔다면 승리 포기한 거다. 안 잔만큼 한 치 땅이라도 뺏는다. 잠시 군장을 진 채로 앉아 머리 기대면 곧바로 코 곤다. 그래도 나아진다고 생각한다. 먹으면 먹을수록 군장이 가벼워진다. 우리가 훈련 때 느끼는 묘미 중 하나. 먹어서 군장 다이어트 시키기. 군장에서 먹는 거 부피 작지 않다. 우린 최소 3일치를 지고 다니니까. 일주일 치 군장에 넣으면 반 뒤진다. 하루 세 번 먹을 량으로 일주일 치 챙겨왔지만 하루 두 번 먹으면 많이 먹었다.


이 무거운 군장으로 점프하고 산타기 시작했을 때 곧바로 징후가 왔다. 무릎 허벅지 허리가 뭉치기 시작한다. 뭉친 거 푸는 법은 간단하다. 똑같이 계속해서 2-3일 후에 풀리는 게 하는 방법 외에 없다. 주둔지에서 해지고 밤새 행군하고 돌아오는 건 훈련 아니다. 행군 뒤에 편한 곳에 눕고 식당 밥 먹으면 그건 일과다. 우린 누누이 강조한다. 행군 끝나 존나 피곤하고 힘이 없을 때... 바로 그 때가 전투시점이라고. 그때부터 총 쏘고 뛰고 시작하는 거다. 지난 이틀간 온 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식고를 반복하다 보니, 나 역시 점차 몸이 가벼워진다. 힘든 종류가 달라졌다. 세포들이 내 욕을 안 하기 시작했다. 군장의 악마는 쇳덩어리들.


지역대 전투팀들은 저 밑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작계를 모두 알고 있는 지역대장이 어느 시점, 팀 이동을 정지시키고 시계를 본다. 그리고 저 멀리서 폭음이 울리면, 지역대장은 만면의 미소를 머금고 씨익 웃는다. 그러면 황원사가 어디죠? 묻고, 지역대장은 손가락으로 팀을 보여준다. 작계활동 들어가고 나서 같은 지역대 안에서도 서로의 목표에 관해 말하는 걸 삼갔다. 포로로 잡힐 경우 동료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 작계를 처음 보면 품평은 어렵지 않았다.


‘살아서 여기 도달은 하는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뭣도 못하고 뒤지면 훈련한 게 너무 아깝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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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복수불반 2 +4 20.11.12 379 23 11쪽
135 복수불반 1 20.11.11 449 25 12쪽
134 용미리에서 만납시다 2 20.11.10 451 21 12쪽
133 용미리에서 만납시다 1 20.11.09 450 18 13쪽
132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5 20.11.08 407 25 15쪽
131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4 20.11.07 422 18 12쪽
130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3 20.11.06 448 18 12쪽
»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2 +1 20.11.05 447 18 12쪽
128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1 20.11.04 548 21 11쪽
127 나의 투쟁 2 20.11.03 393 18 15쪽
126 나의 투쟁 1 20.11.02 479 17 16쪽
125 불신의 벌판 6 20.11.01 373 19 12쪽
124 불신의 벌판 5 20.10.31 373 19 12쪽
123 불신의 벌판 4 20.10.30 378 20 12쪽
122 불신의 벌판 3 20.10.29 390 21 12쪽
121 불신의 벌판 2 20.10.28 400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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