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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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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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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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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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5

DUMMY

목이 꺾이고 입다문 고요한 하늘... 우리가 원래 비를 좋아하지만, 그건 밑에 내려가는 팀이나 좋지, 우린 계속 산타고 이동하기에 범벅 된 흙이 싫다. 땅이 떡이 되면 서너 배는 힘들다. 그냥 부슬비만 적당히 내리고 멈췄으면 좋겠다.


“지역댐, 뭐가 신호 잡힙니다.”

박중위 들뜬 소리가 들린다.

“뭐라고?”

“신호 말입니다. 신호. 항공기.”

“우리한테 오는 거야? 공용망이아.”

“목소리가 끊깁니다. 이건 전투기죠. 조종사 하나짜리.”

“호출 계속 해봐. 우리 신호가 훨씬 약하겠지?”

“우리에게 오는 거면 감도 점점 좋아집니다.”

“해봐.”


[Eagle, eagle, This is phoenix 124. over.]

칙칙 거리는데 소리가 완전치 않다. 그때부터 박중위는 중간에 상대가 대답할 틈만 주면서 계속해서 호출했다.

[Eagle, eagle, This is Phoenix 124. charlie-alpha-spectrum call, Eagle, do you hear me? Do you copy? This is C.A.S. all, Phoenix 124, waiting eagle, over.]


그러다 중간에 박중위가 잠깐 쉬었다. 그리고 나도 이해할 정도로 놀랍게 목소리가 들렸다.


[Phoenix 124. this is thunderbolt.]


정작장교가 갑자기 일어났다. 그 안테나 기다란 워키토키가 울린 거다.

“허, 어. 미군이야. 미군. 기종 확인.”

“썬더볼트면 뭐야?”

“썬더볼트. 사마귀.”

“오, 씨.”


[Thunderbolt. I'm phoenix 124. You right on time. over.]

[Tell me again. target. target.]

[... Long range gun group. artillery, over.]

[long barrelled guns?]

[yeah... 뭐지? 아, self-propelled artillery. 댓!]

[self-propelled guns!]

[Got a grid? coordinates?]

[yeah. Phoenix 124.]

[self-propelled artillery are mountain back side, and camouflage.]

[I'll fuck that up.]


모두 고개를 꺾어 하늘을 본다. 이리저리 둘러본다. 진짜 온 거야? 헐, 놀랍네.


그렇게 목이 꺾여라 둘러보길 1분?

저 위에서 기괴한 놈이 구름을 뚫고 밑으로 하강한다. 당랑권이다. 허리가 날렵하고 길다라며 상륙돌격형 머리가 공격적으로 두드러진 그 놈이 45도 각도로 내려오더니 몸을 꺾으면서 거의 뒤집듯이 장사정을 향해 날아들었다. 목표 보고도 남을 것 같다. 저게 날아오다니. 우린 얼이 빠졌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그거. 회색 몸뚱아리에 주둥이에는 시뻘건 상어 이빨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누가 그르륵 트림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대가리 앞에서 퐁퐁퐁 하얀 연기가 난다. 연기가 나자마자 다시 녀석은 몸을 비틀며 멀리 벗어난다.

“어...... 쏜다.”

“엄마. 진짜 사마귀네.”

“저게 여기까지 날아올 수 있는 거야?!”


[Can't you see that? Target!]

[Positive! targets are lock on. I see'em.]


사마귀가 다시 상공으로 비틀며 오르더니 서쪽에서 비스듬한 다이빙으로 진입하면서 목표를 본다. 그리고 그 퐁퐁퐁퐁퐁이 장사정을 향해 떨어진다. 터진다. 펑 펑 펑 펑 펑!


‘저 기관포에 포열이 뚫릴까?’


작고 무수한 것이 장사정 근처에서 푹푹푹푹 일어나면서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흑회색이 수 없이 퍼버버버벅 터지고 이어 지상 먼지가 하도 올라 일대를 완전히 덮는다.


[썬더볼트! Give them more. hit'm hit'm. more, more.]

[Low gas. I'll give them ALL~ I GOT. Fucker.]


그 먼지 정경 속으로 계속 푹푹푹푹 떨어지고, 공중에서 펑~~! 쉬~익! 소리가 들리더니 폭탄인지 미슬인지 꽈릉! 화염이 일어나고 커다란 검은 구름이 올라온다. 다시 제트기 소리가 아래위로 교차하더니 다시 또 하나가 떨어져 꽈릉! 터졌다... 그리고 사마귀는 기수를 남으로 돌렸다.


[Bye, K.S.F...]


박중위는 여전히 서서 움직임 없이 목표를 보고 있다.


“좀 숙여. 이게 정신이...”


지역대장 말에도 박중위는 숙이지 않았다. 우린 먼지가 가시길 기다렸다. 먼지는 꽤 오래 풍경을 가렸고, 얼마 뒤 서서히 나타난 풍경은 우리가 그러길 바랐던 그대로의 모습... 그리고 우리가 까먹었던 것. 포탄의 유폭! 많진 않았지만 지구 산소 좀 잡아먹는다.


그랬었다. 잘 모를 때는 포구에 수류탄 넣는다고 포열이 뚫리나? 휘나? 그렇게 의문했다. 포열은 어디 콘크리트 후려치려고 만든 게 아니다. 그저 포압만 견디면서 포탄을 배출할 강도만 생각하고 만든 거다. 생각보다 얇다. 궤도차량도 장갑 두꺼운 탱크가 아니다. 탱크조차도 공중에서 공격하면 무척 취약한 깡통이 된다.


우린 눈으로 봤다. 캐논포와 미슬에 그 긴 포열이 휘어진 것까지. 난 그 정도는 아니고 궤도차만 망가질 거라고 상상했다. 바람이 없어서인지 A-10이 귀항하고 2분은 지나서야 포연과 연기가 모두 걷히고 모든 것이 보였다. 그리고...... 우린 거기서 꼭 보지 않아도 될 것도 보았다. 차라리 안 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붙어 있다고 했던가...


수풀 속 일곱 명 모두 보았다. 보고 깨닫는 순간 누구는 이를 악물었고, 누구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잔해 속에서, 그 군관은 비무장 상태의 어떤 사람, 머리를 쏘았다. 확증할 순 없지만 쓰러진 사람은 아마도 군인 같다. 이 동네에 적당한 정도의 장발도 없고, 머리에 총을 맞은 사람은 두발이 짧은 편이었지만, 왜 저기 민간인이 있고 민간인을 왜 쏘겠나. 그것도 머리를. 무슨 이유든 설마 북한군은 저렇게 즉결처형을 하나?


군관이 머리 쪽으로 손을 들었고, 무릎 꿇은 사람은 군관의 든 손 반대 방향으로 훅 밀리면서 푹석 땅에 1자로 쓰러졌다. 우리 중 일부는 쏠 때 봤고 일부는 쓰러진 직후에 봤다. 너무 멀어서 그게 누군지 우린 모른다. 군복도 정확히 식별이 가능하지 않았다. 군관은 쏘고 나서 권총을 공중에 흔들며 뭐라고 떠들었다.


뭐야 이 자식이. 마음 저편 어두운 비구름처럼 몰려오는 지극히 단일목적의 분노. 우린 쓰러진 사람이 누굴까 서로 묻지 않았다. 증거는 없지만, 상상의 답이 공통이었다. 저들이 우리 시민들을 향해 포격한 건 그들의 도덕성 기준... 우리 팀 모두 씁쓸하게?... 침묵했다. 씁쓸한 것도 허망한 것도 아닌, 하여간 개 같은 뭔가 응어리가 남았다. 지구가 고요해졌다. 침묵 속에 적의만 있는 게 아니라 공포도 분명 있었다. 우린 죽는다. 니미... 그러나 그 몇 초 사이 분노가 공포를 밀어낸다. 그리고 난, 머리에 총알을 맞는 사람이 아니라 머리를 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반드시 내가 먼저 뽑아 쏘리라. 난 가축이 되지 않는다.


거꾸로, 답답했던 내 속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


‘괜히 고민했네. 내가 꼴갑을 떤 거야. 내가 정상이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런 걸 고민할 - 고민해야 하는 지적인 영장류라고. 정상? 그런 건 없어. 날 쏜 놈은 고통스러워해? 갑자기 쪽팔려질라 그러네. 오늘부로 난 천국 지옥 안 믿어. 죽은 뒤는 일단 미뤄두겠다. 먼저 가는 놈이 병신이다. 먼저 죽여! 단순하게 생각하자고. 저 자식 말야, 응? 저 적같은 놈이 말야 응? 닌 무사할 줄 아냐!!! 이 자식을 정말.’


지역대장은 표적지시기를 정리하며 퇴출을 선언했다. 군장은 거의 다 꾸려져 있었고, 우린 또 숨을 정리하며 한동안의 속도를 준비했다. 퇴출의 시작은 항상 일정 거리 뺀다. 육체적 고난이 시작되는 말. '정상까지 빼!' '휴식 없이 두 시간 뺀다!'


지역대장 표정이 무거웠다. 아니 무서웠다. 힘든 걸음으로 내가 다가섰다.


“지역댐, 저건 처리하고 가죠.”

그러자 씁쓸한 표정의 지역대장이 목을 우두둑 꺾는다.

“그러다 우리가 근접으로 추격당해.”

“쟤들이 바로 그럴 수 있습니까? 아직 우릴 모릅니다.”


지역대장은 저 멀리 군관을 보고 긴 숨을 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피식 웃음. 170도 안 되는 체구에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최하사, 잡아! 나머진 퇴출 준비.”

난 지역대장에게 더 가깝게 다가섰다.

“한 방 쏘면 뛰어야 합니다. 혹시 모르니 동시에 쏘면 안 될까요?”

“저 총이면 최하사가 맞춰.”

“그냥 쏘고 싶습니다.”


지역대장 눈은 그저 무심하게 날 바라본다. 인상은 북한군이지만, 보통은 많이 웃고 유머도 상당한 분이다. 그러다 지금처럼 무표정이 되면 긴장된다.


“맞출 자신 있어? 그 총으로? 두 방으로 완전히 보내면 좋지 뭐.”

“해보겠습니다.”

“해. 나머지는 군장 메고 행군서열로 대기.”


최하사가 내 옆으로 왔다.

“별 적 같은 놈 다 보겠네.”

그 말에 참고 참던 지역대장이 담배를 꼬나물었다.

“내가 지역대장으로 욕은 안할려고 했는데, 정말 아새끼들이 지랄 블루스 추고 자빠졌네. 장군님 밑에서 대가리 빠가 났나 저 새끼들이 진짜... 절대로 가만 안 놔두겠어. 절대로. 정작장교! 저 사건과 위치 시간 정확히 기록해 놔.”


최하사가 엎드려 사이트를 열었다.

“제가 준비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언하면 다섯 카운트 안에 갑니다.”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조준경에 군관을 잡았다. 군관 얼굴에 투명 설계도를 깐다. 호흡 정리. 맞을까? 모른다. 그냥 할 뿐이다. 그냥 쏘고 싶다. 내 사이트 안의 군관은 너무 작다. 맞을까?


주특기인 최하사에게 내가 먼저 묻는다.

"거리."

"쎄륙."

“조준점 얼마나 높여?”

"어디로 놓고 말입니까?"

"맹장에서 심장 폐. 놈아."

“저는 상하 단자로 조종하면 되는데, 이 거리면... 머리 끝 조준하십쇼.”

"옆에 단자는? 좌우로 바람?... 음. 있나?”

“좌우 없다고 봅니다. 중앙으로 하십쇼. 바람 여기도 없고, 저기 오른쪽 자주포 엔진 뒤에 작은 보이시죠? 안 흔들려요. 저기 탄착점에도 바람 거의 없음.”


“구름 때문에 바람 확 부는 거 아냐?”

“운이죠 뭐. 그럴 경우 2탄까지 해보고 철수.”

“알았어.”

“1탄 실패하면, 탄착 관측하고 제가 조정 구령할게요.”

“넌 자신 있지?”

“이 거리에서 뭐... 형님 총이나 그렇죠.”

“할 건 다 한 건가?”

“여기 고도가 좀 높아서 공기밀도는 낮을 겁니다...”

“이대로 가면 되지?”

“하이...”


다섯 명이 침묵하며 바라보는 가운데 기다린다. 지역대장은 담배를 물고 쪼그려 앉았다.


최하사가 구령한다.


“목표. 적 군관. 사수 준비됐음요......이...... 카운트, 하나!”


난 말하지 않고 목표에 집중했다.


5초는 상당히 길었다. 부동의 몸으로 호흡을 가느다랗게 늘이고, 최하사 사격을 듣고 쏘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총을 쏜다고 생각했다. 사이트 안 세상은 현장음 없이 무성영화처럼 고요하다. 그 안에 집중하면 외부 소음이 귀에서 잠깐 멀어진다. 그래서 상대를 더욱 감성적으로 관찰하기 쉽다. 오감 중에서 한두 개만 빼면 다른 게 강해진다. 사람이 보인다. 군관이라는 사람. 지금 뭐가 갈 건지 모르고 흥분한 저 사람. 그때 보였다. 군관 바지 색이 다르다. 어쩐지, 이것 봐라... 며칠 전 대공포에서 죽인 그 사람 얼굴 때문에 힘겨웠지만, 이젠 정확히 군관의 얼굴과 표정을 보고 싶다. 더 자세한 표정을 읽고 싶다. 맞고 한동안 고통을 보여주다 가길 바란다.


나만의 시간. 지금 나 외에 아무도 없다.

나와 저 정치군관. 우리 서로의 시간은 흐른다.

얼음. 침묵. 정지......

나만을 위한 무성영화는 흐르고, 내 몸은 알아서 진행한다...


덜컥! 흑색화약 푸욱...


최하사 총소리와 거의 동시에, 어떤 충격을 느끼면서 차분히 나도 당겼다. 훈련한 대로 쏘고 나서 전혀 흔들림 없이 사이트를 계속 본다. 쏜 것보다, 탄착이 흘렀을 때 2탄 걱정이 더 중요하다.


대상은 머리가 뒤로 출렁하더니 다시 앞으로 넘어가면서 무릎을 꿇었고, 최하사 탄이었다. 그 자세로 주춤 하다 내 탄이 몸통을 때려 옆으로 엎어졌다. 역시 최하사 탄이 세고 빨랐다. 조준경에서 얼굴을 떼는데, 갑자기 내 얼굴이 느껴진다. 뭐지? 내가 한동안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음을 알았다. 잔뜩 힘이 들어갔던 미간에서 힘이 고무줄 풀리듯 썰물이 물러나듯 푸르르 풀렸다. 잡념이 많았구나... 내 총을 봤다.


‘어이 맞네. 수고했다 총.’


지역대장의 만족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역대장이 만족할 때는 말 대신, 입 속에서 혀를 입천장에 붙였다 떼면서 딱딱딱딱 소리를 낸다. 딱 딱 딱 딱... 지역대장이 냉정을 되찾았다.


그제야 며칠 동안 무겁게 묶였던

내 초라한 마음이 풀렸다.

내 마음이 풀린 이유는 모르겠다.

내 마음은 이제 다시 백지가 되었다.


이제 또 뛰어야 한다. 지겹도록.

군장 메고 일어나 숨을 고른다.


딱 딱 딱 딱.


모두 지역대장을 본다.

지도를 보던 지역대장이 저 멀리 능선을 지시.

우린 일어서 군장을 위로 훅 치고 호흡을 고른다.


딱 딱 딱 딱...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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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마지막 개구리뜀 20.11.16 419 17 17쪽
138 복수불반 4 20.11.14 384 24 14쪽
137 복수불반 3 20.11.13 358 25 12쪽
136 복수불반 2 +4 20.11.12 379 23 11쪽
135 복수불반 1 20.11.11 449 25 12쪽
134 용미리에서 만납시다 2 20.11.10 451 21 12쪽
133 용미리에서 만납시다 1 20.11.09 450 18 13쪽
»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5 20.11.08 407 25 15쪽
131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4 20.11.07 421 18 12쪽
130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3 20.11.06 448 18 12쪽
129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2 +1 20.11.05 445 18 12쪽
128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1 20.11.04 546 21 11쪽
127 나의 투쟁 2 20.11.03 392 18 15쪽
126 나의 투쟁 1 20.11.02 479 17 16쪽
125 불신의 벌판 6 20.11.01 372 19 12쪽
124 불신의 벌판 5 20.10.31 372 19 12쪽
123 불신의 벌판 4 20.10.30 377 20 12쪽
122 불신의 벌판 3 20.10.29 390 21 12쪽
121 불신의 벌판 2 20.10.28 400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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