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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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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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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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해파리의 유령 2

DUMMY

자세 불량 - 공중동작 미숙 - 규정 아래 저고도 개방 - 3천 6백 피트 한참 위 고고도 급작개방 - 자기 포장 낙하산 기능고장... 다시 점프해서 사고 날 위험이 다분하면 곧바로 결산회의에서 퇴교를 결정한다. 아무리 산에서 물에서 뛰어나도, 공수교육을 수료했어도, 고공은 겪어봐야 안다.


기겁과 고소공포증은 교육생도 교관 조교도 입에 올리지 조차 않는다. 먹통이 될 사람은 생명줄 헬기강하부터 퇴교가 다가온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AFF가 아닌 생명줄이라니...) 공포는 입에 올릴 퇴교 종류가 아니다. 그런 높이에서 사람 뛰어내리는 걸 누가 연습하고 입교하나. 그저 깡 하나 믿고 입교하는 거다.


돼지머리에 과일 놓고 초 켜고 - 기수 고사 지내면 되돌릴 수 없다. 자대로 원복해서 입도 열 수 없는 것, 헬기에서 생명줄도 못 떼고 free fall 성공도 못하고 짤렸을 때. 특수전학교에서 꼭 이야기가 귀에 들어온다.


'미쳤어? 왜 그런 애를 보내. 여단에서도 뭐라잖아. 이 TO가 흔해? 흔하냐고! 걔 어차피 정찰대에서 방출될 애 아냐? 보낼 거면 빨리 보내. 결원 생겨서 공고하면 올 사람 대대에서 많아. 야외훈련 안 나간다고 잽싸게 지원 때릴 애들 넘친다. 이만해서 적당히 포기해. 아니면 해상중대 누구 보내. 할로 스쿠버 다 수료한 애들 어때. 정찰대 안에서 서로 여차하면 지원도 되고. 고공팀 스쿠버팀 실전에 쓰려면 보강도 반드시 생겨.'


특전사에서 고공과 스쿠버(나 유디티) 둘 다 수료한 사람을, 과거에는 '저거 또라이 아냐?' 했었다.


난 조은솔이 그럴 케이스라고 봤다. 체구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고, 정찰대에서 낙점한 애도 아니고, 여단에서 왜 내려 보냈는지 이해도 안 되고, 무술이 뛰어난 것도 운동경력도 아니고, 체력이 따라는 오지만 정찰대란 기분이 안 든다. 내성적인 성격에 말 없고 우울증 비슷한 놈.


내가 노땅이라 그런지 은솔이 같은 애가 특부 합격해서 훈련받고 하사 달고 온 것부터 이상했다. 요즘 운동경력 넘치고 수영도 배우고 들어온다. 어디가나 불발탄은 끼지만, 턱걸이 20개는 다 넘어서 온다. 내 고정관념. 정찰대는 여단 전입자 중에서 최고를 뽑아야 한다. 그거지 사실.


걱정하다 까먹을 정도... (특수교육이건 뭐건 입교하면 없는 사람처럼 곧 잊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흘러 은솔이가 돌아왔다. 교육단에 전화 때려서 특교과 후배에게 물었다. 엉? 뭐라고? 은솔이 패어는 생명줄부터 free fall, 수송기까지 항상 5페어 안에 들어서 수료했다고 한다. 이제 난 노땅?


“걔, 싸이코야.”

“뭐?”

“겁대가리가 없어. 좋게 말하면 독종이고. 생명줄부터 알아봤어. 가는 말야, 겁이 없어요. 그런 애들 요즘 많아져. 다 독자들 아닙니까. 우리랑 다릅니다. 말로 하면 관심병사 분위기인데, 요즘 애들 우울증 같은 건 병도 아냐. 그냥 그래요. 잘 끌어 봐요. 군말 없이 해요 가가.”


저 멀리 어둡고 높은 곳의 녀석을 본다.


총알은 뒷덜미 쪽 목을 관통했다. 목은, 총알이 기도만 뚫어놓고 혈관 신경을 안 건드리면 효과 허당 될 수 있다. 기도는 그냥 비어 있는 것이고 앞 뒤 빵꾸만 난다. 물론 그래도 죽을 수 있지만, 구멍에 피가 응고되면서 닫히고 폐로 다량의 피만 안 들어가면 살 수도 있다. 헌데 죽은 거 같다. 아마도 목 척추를 건드린 것 같다. 운이 좋은 거다. 놈이 내 위에 엎어져 냄새를 풍긴다. 내가 기억하는 외양간 비슷한 시골 냄새가 난다. 그런 것만 먹었나.


총소리는 철사가 북한군 몸을 찌르고 2초는 넘어서 들렸다. 이 어린놈의 녀석이... 그럼 거의 700인데, 자칫 날 맞출 수도 있었다. 아니, 날 쏜 건가? 으하하하. 미친놈. 담당관을 가지고 놀아? 몸을 조준했는데 거기 맞은 거야?


저 멀리서 은솔이는 총으로 말한다.

‘담당관님답게 어떻게 해보시구랴.“


‘어이, 진짜 조은솔이 싫은 이유를 말해봐. 왜 싫은 거야. 뭐야 최상사! 뭐냐고. 정치인도 교수도 담당관도 그냥 싫은 게 있어. 난 보수지만 저 사람 싫어, 난 진보지만 저 사람 싫어. 하지만 그냥 싫은 게 아냐. 니 입을 대신해서 똑똑히 말해주지. 편모이기 때문이야. 넌 그게 어떤 건지 알지. 성장하고 몸이 커지면서 모친은 어쩌지 못해. 자칫하면 제 멋 대로에 더러운 옹고집과 집착. 반 고아 성격이고 곧 드러날 거라고 상상한 거야. 하지만 저 얘가 너 같진 않아. 아직 잘 알지도 못해. 뭐가 문제야? 그건 니 문제야. 당신은 편모에 험난한 인생이었어. 미워하려면 너 자신을 미워해야지. 아직 세상물정도 모르는 애를 붙잡고 난리야. 넌 쟤를 보살피는 놈이야. 알간?’


웬지 은솔이가 조준경으로 날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웃고 있냐? 그래 웃어라. 이런다고 내가 미안하다 그럴 거 같냐? 이 녀석이 공수부대 알로 보네. 넌 아직 멀었어. 하지만 이제 너 공수부대 맞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지 이번만 어떻게 넘겼을 뿐.

느그들 말로 제2차 조국해방전쟁 2일차.


병사는 쓰러졌지만 또 다른 놈이 다가올 거다.

일어설 수 없어??? 다시 힘을 내서 달려들어!

짐이 승하하는 것 밖에 더 무엇이 있다고.


어? 갑자기 놈들이 뛴다. 왜 그러지? 저 멀리서 연달아 총소리가 이어진다. 주변이 조용해진다. 무슨 일이야.


때는 이때다. 내 총. 내 총 어딨어. 이 놈을 밀어내.

이 AK라도 잡아. 힘을 내서 잡아... 총 밖에 방법이 없어!

아가리에 물고 당기더라도 써야 해. AK를 잡아...



‘나머지를 살리자. 우린 최상사님과 성룡이를 버렸어.’


“영배야, 군장 벗어 실탄 수급.”


진영배는 수류탄 소리 난 곳과, 총을 쏘는 아래쪽과, 그리고 저 멀리 높은 산을 본다. 저 아래도 있고 저 위에도 있다. 위는 지휘조 아래는 누구?


다시 시선을 내렸을 때, 여전히 자신을 보고 있는 사수를 본다.

‘난 지금 너의 고참이 아니다. 동등하다. 니가 아니라면 안 한다.’


둘은 길다 싶을 정도로 그저 바라만 본다. 수기 없다. 표정 없다. 시선을 내려 군장을 바라본다. ‘무전기.’ 우리 무전기...

동시에 간격을 벌려 엎드려쏴로 전환하고 탄창을 모두 뽑아 앞에 놓는다.


“화점 쏘지 마. 올라오는 거시기만 조준 격발.”


서서히 사격이 줄어든다. 아마도 올라올 것 같다.

자기들 사격이 뭘 맞췄는지 보거나 추격 징후를 잡으려거나.


전형추가 영배에게 고개를 돌린다.

이제 조용히 말할 필요가 없어졌다.

“조수, 지원조 목표는 뭐지?”

“타격조 지휘조 퇴출.”

“그리고?”

“하나라도 더 적중하는 거.”


“조준경으로 쏘다가, 붙으면 야투경 레이저 포인트 조합.”

“하이... 근데... 언제까지?”


“... 교전 15분. 혹은...”

“혹은.”

“최소 30. and run."

"하이.“


미래는 꿈이지만, 그 미래가 시간에 쫓겨 눈앞에 나타날 때, 그것이 상상과 많이 다를 때 우린 겁을 먹는다. 다 자기 우주에서 살아간다. 그 우주가 파괴된다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그걸 알고 하는 것도 동일한 자기 우주에 해당된다. 오직 간단한 말. GO!... 하지만 빠진 것이 있다. 방송 카메라에는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 욕. 더러운 욕이 우리의 사기다. 그냥 GO! 하면 재미가 없다. 그렇지... 니미 씨벌 GO!


모두 알고 있었다. 자기들 작계의 끝을. 다른 사람들은 멋진 걸 그릴 것이다. 영화에 많이 나오니까. 전쟁이 터질 미래를 자주 생각하지 않았다. 결론이 똑같기 때문이다. 미군 war game 훈련에서도 상상 비슷하게 결과가 나온다. 충격적으로 개작살이 나고 KIA MIA가 죽죽 늘어난다.


‘어떻게 될까?“

‘다 죽지 뭐...’

‘그렇지, 넘어가면 끝이지...’


포장 아니다. 영화의 비극적 주인공을 상상하는 것도 아니다. 있는 ‘척’ 그런 거 결코 아니다. 작계를 보면서 느낀 현실적인 결론. 팀들 목표와 적 군부대와 지형과 실탄과 폭약과 도망갈 곳의 부재. 여기에는 아군 항공 자산도 포함된 것이고, 미군 항공 자산은 결코 팀 지역대 재보급과 퇴출에 선뜻 나서지 않을 걸 안다. 지구상 비교할 곳이 없는 구형 대공포의 천국. 게다가 뿌려진 특수작전 규모가 너무 크다. 확실한 생존의 미래는 특수작전이 아니라 비정규전이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서 어쩌든 지속해야 할...


확실한 생존의 방법은 딱 하나, 도망가고 숨어서 비겁하게 버티는 것.



화려한 도시를.. 꿈꾸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영배야, 좌 우 갈러 책임구역.”

“입감.”

“알아서 사격 시작.”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조온나 잘 들어온다, 응? 영배야.”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네.

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빌딩 속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야투 내리고 레이저로 간다. 먼 건 사수가 쏴!”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새끼들이 안 올라오네!”


“야~ 이~~ , 놀다 말구로~!”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쪼수!”

“네 사수!”

“함 내리가까?”


“탄창 교환!”

“탄창 교환!”


“수류탄 각 1!”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군장 속의 무전기가 말한다.


CQ CQ ASAR.

CQ CQ AS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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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불신의 벌판 1 20.10.27 584 19 12쪽
» 해파리의 유령 2 20.10.26 414 21 11쪽
118 해파리의 유령 1 20.10.25 426 23 11쪽
117 해파리 three (2) 20.10.24 407 18 11쪽
116 해파리 three (1) 20.10.23 441 21 12쪽
115 해파리 넘버 Two (2) 20.10.22 450 21 13쪽
114 해파리 넘버 Two (1) 20.10.21 494 21 11쪽
113 내추럴 본 : 종결 2 +2 20.10.20 496 26 13쪽
112 내추럴 본 : 종결 1 20.10.19 492 25 12쪽
111 내추럴 본 : 인민군복으로 2 20.10.18 472 23 12쪽
110 내추럴 본 : 인민군복으로 1 20.10.17 555 26 12쪽
109 마천령 산맥 2 20.10.16 462 23 11쪽
108 마천령 산맥 1 20.10.15 565 21 11쪽
107 블랙홀 속으로 : Baseball sign 20.10.14 506 22 15쪽
106 블랙홀 속으로 10 +4 20.10.13 496 25 13쪽
105 블랙홀 속으로 9 20.10.12 502 23 15쪽
104 블랙홀 속으로 8 20.10.09 564 23 13쪽
103 내추럴 본 : 서바이벌 나이프 20.10.08 530 24 16쪽
102 내추럴 본 : 이성규 중령 20.10.07 555 22 12쪽
101 내추럴 본 : 갈대숲에서 하늘을 본다 2 20.10.06 546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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