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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몹
작품등록일 :
2020.09.1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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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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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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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2)

DUMMY

대학진학률이 70%에 육박하는 나라.

아무리 청계산 도사님 아래 자랐어도 중, 고등학교는 준수한 성적으로 마친 내가 대학을 자퇴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스승님 친구의 아들 때문이었다.


희한하게도 청계도사님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도사들은 이런저런 모임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강남에 사는 무파도사는 그중에서도 우리 도사님과 가장 친한 분이었고 가장 부유한 도사였다.


그분의 아들인 김대성이란 형은 청계산 옆의 과천에서 피씨방을 운영했고, 나는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부터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왠걸, 대학교 2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나? 대성이형이 사업을 확장한다면서 내게 해당 지점 매니저 자리를 넘겨주겠다고 했다.


심지어 수입 분배가 5대 5.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심지어 같은 스포츠학과 선배들이 진로나 취업으로 고민하던 모습을 본 내게 그 제안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고, 결국 수락한 나는 형의 제안으로 군대부터 가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백수가 됐다.


사업확장은커녕, 빚만 지게 되자 대성이형은 어디론가 튀어버린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전역한 바로 다음 날이었고.


무파도사까지 사라진 마당에 스승님은 나를 도울 생각도 없으신 듯했다. 늦잠도 늦잠이지만 큰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평화로우며 착잡한 날들을 보내던 내게 들려온 굉음은 그래서 신선했다.


산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뛰는 심장이 설레는 것 같기도 했다. 뭔지 모를 그 기분은 곧 당황과 두려움으로 바뀌어버렸지만.


*****


귀를 찢을 듯 커다란 충격음.

이어지는 희미한 사이렌 소리와 작은 파열음들에 나는 집을 나섰다. 익숙하게 나무 사이를 내달려 큰길가에 다다르자마자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너무 조용하잖아?”


마치 음소거를 해놓은 듯, 거리가 너무나도 조용했던 것이다.

게다가 나라에서 출입금지령이라도 내린 건지, 길가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불이 났었던 것처럼 그을린 건물의 벽.

깨진 유리창.

곳곳에 보이는 자동차들은 누군가 강한 힘으로 내리친 듯 움푹 패여 있어 멀쩡한 게 거의 없었다. 분명 아까와 같은 굉음이라면 어디선가 연기가 나거나 누군가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미는 게 예삿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갑자기 겨울이라도 된 것처럼 뒷목이 서늘했다.

휴대폰을 챙겨 나온 게 다행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지만, 통신 불가능하다는 만 화면 한 편에 자리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스승님을 포함한 지인들에게 전화나 문자를 시도해보아도 연결음이 들리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분명 일주일 전만 해도, 아니 엊그제만 해도 멀쩡히 돌아가던 세상이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신 게 불과 이틀 전이었으니 말이다.


“진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근처의 4호선 과천역에 가보아도, 아파트촌에 들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계속 이동하면서 주변을 살피던 나는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이게 뭐··· 으악!!!”


처음 봤을 땐 커다란 검은색 봉투인 줄로만 알았던 ‘그것’. 옅은 바람에도 움직이지 않는 게 이상해 들여다 본다는 게, 의도치 않게 그것의 정체를 깨닫고 말았다.


동그란 모양의 검은 덩어리, 기다란 막대 형태의 무언가가 까맣게 타버린 모습은 분명 불에 탄 사람의 시체였다.


정말 놀라면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겨우 숨을 몰아쉰 나는 뒷걸음을 치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방금 발견한 것과 비슷한 흔적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던 것이다.


“설마 도시 전체가 조용했던 게··· 아냐, 재수없는 생각하지 말자.”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죽었을 리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진 알 수 없지만 다들 대피소나 비슷한 곳에 머무르고 있겠지.


우선 집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마음 먹은 나는 산에 다다른 순간, 주변이 어두워졌다 다시 밝아졌다. 왠 날개 달린 짐승 하나가, 절대 나와 같은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되는 비늘 덮인 괴물이 방향을 꺾어 나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그건 게임 속에도 간간이 등장하는 와이번이었다. 집 근처 동네에서 와이번을 만날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잘난 거라곤 스승님만큼은 아니지만 날쌘 두 다리와 순발력뿐인 난 숨도 쉬지 않고 달려 집에 도착했고, 그러는 동안에도 여러 구의 시체를 목격했다.


세상이 망해버린 게 분명하다.

외계인의 침공인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저히 알 방법은 없지만.

스승님은? 친구들은?··· 동네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건가?


겨우 이틀만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걱정을 할수록 답답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오늘, 내가 검을 챙긴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씨, 배고파···”


더 이상은 허기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냉장고는 텅 비어있었고, 야채만 먹는 것도 질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집에 머무른다고 해결될 일이 없다는 사실은 더더욱 분명했다.


딱 편의점만 갔다 오면 된다. 괜찮다. 난 세상에서 제일 빠르니까.


혹시라도 돌아오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 스승님으로부터 하사받은 물건들, 단검이나 부적 같은 걸 포함해 손전등 같은 것들도 가방에 챙기며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챙긴 검은 스승님께서 내게 하사하신, ‘천하제일검’이라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이름의 검이었다. 손잡이가 푸르딩딩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줄곧 내 손을 탄 ‘천하제일검’. 이 녀석까지 챙긴다는 건 상황이 정말 심각하단 뜻이었다.


“이걸 들고 산을 내려갈 일이 있을 줄이야···”


정말이지 이전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과 반대로, 산길을 내려가는 동안 바라본 하늘은 여느 날처럼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한여름의 무성한 초록도 세상이 망했단 사실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내가 본 것들이 전부 허상이길 바라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어?”


그러던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정확히 산자락을 벗어났을 때, 방금까지와 전혀 다른 공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조금 전만해도 습하고 따뜻했던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건조하고 싸늘한 공기가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이거, 뭔가 있다.

그대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간 후에야 나는 내 감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산과 길가의 경계를 기준으로 양쪽의 공기가 전혀 달랐다. 그제야 집을 나섰던 며칠 전 그 날의 온도가 유달리 서늘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젠장,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괜히 초조해져서 옆구리에 맨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던 나는 걸음을 옮겼다. 생각보다 괴물들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뭐라도 튀어나올 낌새라도 보이면 놀라길 여러 차례였지만, 나는 아무런 괴물도 마주치지 않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SG편의점에 도착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편의점 유리창은 산산이 부서져 출입구보다 넓게 개방되어 있었다.


“어디보자··· 어라.”


생각외로 남아있는 음식이나 물건들이 꽤 많다. 인스턴트밥은 물론 2분 함박 스테이크 같은 간단 조리 식품들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내려왔지. 기분 좋게 음식들을 쓸어담은 나는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마주친 괴물이야 산이나 건물 속으로 피하면 되고··· 그래도 역 근처까지 가볼까. 곧장 집으로 돌아가기보다 근처를 돌아다녀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검도 다룰 줄 아는 내가 집에만 박혀있는 것도 답답하기 그지없었으니까.


겨우 괴물 하나 마주쳤을 뿐인데 집에만 박혀있었던 게, 스승님한테 고통받았던 날들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근거없는 자신감과 함께 역으로 향했다. 뭐라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게 있을 것이다.


정부과천청사역을 포함해 아파트촌의 역 근처라 함은 흔히 번화가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지금 같은 상황이라도, 그곳에선 사람을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했다.


가방에 음식도 꽉 찼겠다, 검도 지녔겠다, 저번과 달리 그래도 든든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주변을 경계하며 역을 둘러싼 상가들을 지나칠수록 실망감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때때로 부서진 건물의 잔해만이 나의 눈길을 끌 뿐, 별다른 인기척이 들리거나 하진 않았던 것이다. 역시나 무사하지 못한 감자탕 집과 육회집, 카페들을 보며 힘이 빠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때였다.


“···”


분명 귓가에 들려온 소리가 있었다. 귀에 온 신경을 집중한 나는 방금전 들려온 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제발 사람이길 바란다. 이 상황을 설명해 줄 사람이 절실하다.


나는 결국 소리의 정체를 분간할 수 있는 곳까지 다가갔고··· 역으로 온 내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뀨엑, 뀨엑.”


온몸이 금속의 가시로 덮인 왠 커다란 짐승이 잘 들어가지도 않는 대가리를 음식점에 쑤셔박고 있었던 것이다. 새삼 ‘조심성 좀 챙기라’는 스승님의 가르침에 감사하며 나는 그대로 건너편 건물의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대로 뒷걸음질을 치던 나는 ‘그 짓’을 하고 말았다. 왜, 영화 속엔 늘 괴물로부터 조용히 도망치려던 조연급 등장인물이 나뭇가지를 밟는 트롤짓을 하며 관객으로부터 분노의 한숨을 유발하지 않던가?


하필 쇠막대기가 왜 내 발 뒤에 놓여져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난 그걸 건드리고 만 것이다. 스스로의 멍청함을 깨닫게 된 좋은 계기였다.


깡!


“아···”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난 소음 덕분에 난 그 괴물의 정체를 좀 더 알아챌 수 있었다.


“뀌익!”


육중한 고개를 돌린 그것은 분명 거대한 멧돼지와 닮아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갈색 털이 아니라 금속 가시를 두르고 있는 건진 알 수 없지만, 두 눈엔 왜 진짜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특유의 긴 주둥이와 짧게 솟은 두 귀가 분명 TV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멧돼지를 떠오르게 하고 있었다.


몸집이 컨테이너보다 더 커다란 그 괴물은 이제 오롯이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을 겨누며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 괴물은 이쪽으로 뛰어들 것이다.


“꾸에에에엑!”


그 생각을 하자마자 달려드는 괴물.

건물 안으로 피해봤자 소용이 없을 거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저 덩치로는 웬만한 건물은 힘으로 부술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쿵!


예상은 적중했다. 놈에게 박치기 당한 건물의 잔해가 볼품없이 무너져내렸다.

거대 멧돼지가 수차례 건물로 돌격하는 걸 가까스로 피한 나는 놈이 웬만해선 나를 포기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놈도 나처럼 배고픔에 앞뒤 가리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난 죽어도 건물 잔해에 깔려 죽고 싶지는 않았다.

놈에게 검을 겨누며 뒤가 빠지게 도망치기 위해 몸의 중심을 뒤로 옮기던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잠시 고개를 돌렸던 순간 나와 같은 사람 몇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어 내 시력이 좋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할 크기의 인영들이었다.


“거기 그대로 계세요!”

“에?”


겨우 알아들을 만한 여성의 목소리는 내게 천상의 구원처럼 느껴졌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을 따를 수는 없었다.


“뀌에에에엑!”


거대한 몸집이 나에게로 또다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엔 콧구멍에서 불까지 뿜어대고 있었다. 제대로 괴물이었다.


“으아아악!”


이렇게 죽는 건가··· 나는 본능적으로 검을 쳐들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안전해 보이는 놈의 다리께로 달려갔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한 번에 처리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그게 뭔데요?’

‘방심을 노린 급소지.’


“악!”


놈의 몸통이 끝나는 순간 돌출해있는 ‘그것’. 유일하게 가시로 뒤덮이지 않은 수컷만의 급소를 향해 나는 검을 휘둘렀다.


“미안하다! 제발 죽어라!”


뀌에에에엑!


수 년간 연습한 동작이 제대로 먹혀든 것인지, 놈은 깊은 분노를 느낀 것 같았다.


동시에 눈앞에 떠오르는 푸른 창.


-대한민국 : 이청준 님의 정보가 활성화됩니다

-‘지옥의 멧돼지’가 스턴 상태에 빠졌습니다

-급소를 가격당한 ’지옥의 멧돼지’가 이청준 님에게 극한의 분노를 느낍니다


“뭐야 저게···”


있어서는 안 되는 전혀 상상도 해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홀린 듯 중얼거리는 내게 이번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뒤로 빠지세요!”


작가의말

급소를 맞으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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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2) 20.09.24 36 1 11쪽
13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1) +2 20.09.23 33 1 11쪽
12 어딜 가나 파벌 싸움 (3) +2 20.09.23 45 2 11쪽
11 어딜 가나 파벌 싸움 (2) 20.09.22 49 1 11쪽
10 어딜 가나 파벌 싸움 (1) +2 20.09.21 46 2 13쪽
9 헌터로 살아가는 법 (5) +2 20.09.20 53 3 14쪽
8 헌터로 살아가는 법 (4) +4 20.09.19 58 3 12쪽
7 헌터로 살아가는 법 (3) +2 20.09.18 63 3 12쪽
6 헌터로 살아가는 법 (2) +4 20.09.17 93 4 11쪽
5 헌터로 살아가는 법 (1) +4 20.09.16 115 4 13쪽
4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4) +1 20.09.15 126 3 12쪽
3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3) 20.09.14 142 2 13쪽
»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2) +2 20.09.12 176 4 13쪽
1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1) +4 20.09.11 2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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