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빨 헌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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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몹
작품등록일 :
2020.09.11 20:51
최근연재일 :
2020.09.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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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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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냐 (1)

DUMMY

상태창이 그대로였다.

기술이나 특성은 물론 스탯까지, 늘어난 게 하나도 없다.


“말이 안 되는데.”


대형 던전에 히든 던전까지 한 번에 겪었다.

기술은 그렇다쳐도 스탯은 늘어나야 한다는 소리다.


게다가 청룡비기인지, 뭔지 하는 것까지 얻어냈는데 이렇게 아무 변화가 없다고?

그럼 던전 안에서 느꼈던 기운과 몸놀림은 다 착각이었나.


나무들 틈에 멈춰 선 나는 검을 꺼내 들었다.


히든 던전을 빠져나온 후부터 유독 민감하게 느껴지는 듯한 기운이 거짓이 아니길 바라며, 천천히 검을 휘둘러 보았다.


“이럴 수가···”


달빛 아래에서도 천천히 쓰러지는 나무들의 모습은 확연히 보였다

내 검날이 스치는 곳에 공명이 일었고, 그에 따른 공기에 흐름이 그것들을 베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내 움직임은 너무나도 가벼웠다.


분명하다.

이건 그 비기빨이다.


닥치는 대로 검을 휘두르자 근처의 나무와 바위, 땅과 공기가 부숴져나갔다.


이 힘의 원인을 알아내고 싶어졌다.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


박경수가 말한 본부란 곳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반나절이 지난 새벽이었다.


경기도 과천시.

본부는 내가 살던 청계산 근처에 위치해있었다.


연합 측 헌터들도 ‘섣불리 토벌할 엄두를 못 낸다’고 했던, 몬스터 서식지역이 된 바로 그 지역 말이다.

처음엔 지도가 잘못 조작된 줄 알았다.


‘확실히 여기 맞습니까?’

‘맞습니다.’


중간에 박경수를 꺼내 확인해보았지만 그의 눈빛은 담담했다.

안전하다니 별 수 있나.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집에 다녀올 기회도 생기는 것이다.


쉬었다 달리기를 동틀 무렵까지 반복하자 스승님께 극한으로 수련을 받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춥고, 피곤했다.


멀리 건물이 보였을 때였다.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몇몇 인원이 달려나오더니 다짜고짜 내게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눈빛에 날이 서려있는 걸로 보아 나를 침입자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급소를 노리지도, 기술을 쓰지도 않는 걸로 보아 포박만 할 모양이었다.


던전이나 산속에서처럼 그들을 한 번에 베어내면 안 된다. 나 역시 일일이 날아들어오는 예기를 받아내며 그 자들을 튕겨냈다.

불필요한 대치를 하기엔 체력이 바닥나 있었다.


“잠깐! 잠깐만.”


잠깐이고 뭐고 그들의 몸놀림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아주 잘 훈련된 움직임이었다.


“박경수와 같이 왔습니다!”


그제야 헌터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박경수라면.”

“헌터 연합 지역 경계 3팀 팀장 말입니다. 박경수 팀장이요.”

“그 분은 어디 계십니까.”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혹시라도 좋지 못한 답이 나올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잠시만요.”


열댓 명 되는 이들 틈에서 가방을 연 나는 그 안에 머리를 쳐박았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안에 머리를 넣을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오세요!”


만약을 대비해 헌터들은 나를 향해 제각기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무기들이 거둬진 건 박경수와 채혜진, 류세훈이 아공간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뒤였다.

서로의 모습을 확인한 일행과 헌터들의 얼굴은 결코 밝지가 않았다.


“3팀이 전멸한 줄 알고 있었습니다.”


소식을 들었단 건 누군가 전언을 했다는 것.

미리 2팀 측에 첩자를 심어놓았거나 살아남은 이가 있다는 뜻이다.


“전멸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놈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움직였어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3팀이 공격 받았단 소식을 전한 게 누굽니까.”

“최장원 씨입니다.”

“그렇군요.”


박경수는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그제야 3팀의 마법사 일부가 먼저 던전을 빠져나갔다는 점이 기억났다.


“최장원 씨는 아직 오는 중입니다.”


같은 헌터 연합 내에 파벌이 있었던 거야 대충 눈치챘지만, 같은 사람 간의 전투라니.


“우선 본부로 들어가시죠.”


헌터들이 안내하는 곳은 내게 너무나도 익숙한 동네였다.

정체모를 본부란 곳은 백여 채가 넘는 주택 건물들을 사용하며 마을을 그대로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게이트가 열린 지 겨우 2년인데 모여있는 사람들의 수는 꽤 많았다.


특이한 점은 또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한복 비스무리한 무예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한동안 박경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던 헌터들은 우리를 카페로 안내하더니 잠시 후 돌아오겠노라 일렀다.


“몬스터 서식 지역이라고 알려진 곳에 본부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여기 터를 잡았습니다. 생각보다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기도 했고요.”


박경수의 말에 류세훈이 덧붙였다.


“연합 소속 지원팀 말고요.”

“지원군이라면?”

“이청준 씨.”


박경수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으십니까?”


갑자기 당연한 걸 왜 물어보는 건가.


“지금까지 싸워 온 몬스터들이 다 다른 차원에서 온 것 아닌가요?”

“다른 차원에서 사람이 왔다는 사실도 들어보셨습니까?”

“설마요.”

“좋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말씀드리죠.”

“잠깐.”


점점 이 사람들에게 깊이 개입되는 것 같았다. 더 얽히기 전에 빠지는 게 나을 수 있다.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가 뭐죠?”

“돌려 말하진 않겠습니다. 우린 이제 한 배를 탔으니까요.”

“한 배라뇨. 전 애초에 연합쪽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서울이든 어디든 이영현, 아니, 김원춘 쪽 사람들이 쫙 깔렸습니다. 보아하니 김원춘과 악연이 있으신 것 같더군요. 과연 평소처럼 살아갈 수 있을지.”

“···”

“던전 기사도 그들과 한패입니다.”


마지막까지 긴가민가하던 내 생각이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 역시 여기 몸 담고 있어야 한단 얘기다.

말단도 아닌 정부 인사까지 적인 이상, 마음 편한 생활은 끝났다.


“헌터 연합은 조직 초기부터 분열 조짐을 보였습니다. 운영진 일부가 정부와 토벌에 협조적이지 않았습니다.”

“토벌이나 정부에 꼭 협조적이어야 하는 겁니까?”

“그 이유가 문제였습니다.”


그들의 설명은 이러했다.

정부 노선에서 벗어나게 되면, 헌터 연합은 당연하게도 운영하는 사업과 정책을 변경해야 하는 구조였다. 시작부터 정부와 함께 했으니 말이다.


“최근 정부와의 협력 구조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하는 세력에게 스폰서가 있다는 걸 파악했습니다.”

“그게 뭡니까.”

“신흥 종교로 추측됩니다.”

“심지어 그쪽 헌터들은 그 종교에 진심이에요, 형. 2팀도 마찬가지고요.”


류세훈이 거들었다.


“정인규를 데려간 이유도 종교와 관련 있는 건가요?”

“세뇌랑 관련 있습니다. 헌터들이 종교에 진심이라는 건 그쪽 교리가 뭐 완벽해서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세뇌되어서 그런 겁니다.”


박경수가 아주 잠시 어두운 얼굴을 했다.


“세뇌라고요?”

“사실 최근까지도, 오늘 아침까지도 우린 긴가민가했습니다. 세뇌란 증거가 없으니까.”


내가 그 여자 이상하다니까, 중얼거린 채혜진이 한숨을 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사실 여자도 아니었어. 본부 측에 김원춘 이야길 하면 분위기가 더 환상적으로 바뀔 거 같네.”


세뇌.

나는 그제야 아까 만난 찬희의 눈빛이 그랬던 걸 이해했다.

분명 그들은 채예진의 기술을 응용하고 있는 거다.


“그럼 이쪽은 그들과 대적할 만한 상황입니까? 왜 그런 상황을 민간에 발표하지 않는 거죠?”

“그쪽에서 벌써 고위 간부들을 공략해두었고 잘못하면 민간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요. 아직 대적할 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아직이라면 계획은 있단 말씀이시군요.”

“다른 차원의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이 우리 편이니까요.”


잠시 말을 흐린 박경수가 나를 보며 눈을 빛냈다.


“왜 그렇게 쳐다보시죠.”

“이청준 씨, 전에 저희한테 기술이 하나도 없다고 하셨었죠.”

“그런데요.”

“혹시 상태창에 변화도 별로 없으십니까?”


이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지?


“그건 왜 물으십니까?”

“떠오르는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때였다.


“최 헌터님!”


류세훈이 카페 입구로 달려가 최장원을 맞았다.

최장원은 평소와 달리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법사인 영향으로 체력이 꽤 약한 편인 대전에서 이곳까지 빨리 오기 위해 무리를 한 듯했다.


“다 죽었습니다. 잡혔거나요.”


침울하게 말하는 그를 위로하는 건 박경수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후우··· 그나저나 이 분은.”

“오랜만입니다.”


반 농담에도 그는 웃지 않았다.

그저 이제 다시 사무직으로 돌아가겠다느니, 하는 말들을 하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나는 다시 박경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상태창에 변화가 없습니다.”

“제 눈이 틀리지 않았군요.”


그때, 우릴 여기까지 데려 온 헌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제 또 어디로 가게 되는 겁니까.”


박경수를 따라나서며 묻자, 돌아오는 내용은 뜻밖이었다.


“간단한 검사를 좀 받아보시죠.”


*****


그 시각, 박승헌은 자신이 몸 담은 조직을 향해 부푼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 안전 지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장소는 근처의 도시와도 가까워, 대형 게이트를 만들어내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사상자가 많이 나오면 승진을 위한 점수를 더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강남역 근처의 건물들, 사람들은 물론 비둘기마저도 아름답게만 보였다.


사무실에 도착한 그가 자신의 상사를 향해 달려간 순간.


“대리 님!”


잔뜩 굳은 얼굴로 서 있던 상사가 자신을 향해 미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제야 박승헌은 상사 앞에 서 있는 여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헌터 복장을 한 자였다.


“저 사람은···”


연합 쪽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영현이 분명했다.

소노비아 내에서도 팀장을 맡은 그녀는 사무실과 현장을 모두 누리는 몇 안 되는 존재였다.

박승헌을 향해 돌아본 이영현은 활짝 웃음을 보였다.


“어머, 이 분은?”

“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박승헌이라고 합니다. 가장 최근에 동쪽 마을을 발견해서 보고한 친구입니다.”


웬일인지 마귀할멈 같은 상사는 이영현 앞에서 순한 양이 되어 있었다.

눈 앞의 여자가 그만큼 강한 위치에 있다는 말이다.


“아아, 인재로군요. 박승헌 씨,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물론 이 세상의 모든 걸 태초의 상태로 돌려놓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예요.”


‘저 사람은 천사다.’


박승헌은 이영현이 뿜어내는 정체 모를 매력에 입을 헤 벌리고 말았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음, 좋아요. 그럼.”


간단한 눈인사와 함께 이영현이 모습을 감추자, 박승헌의 상사가 초조한 듯 입을 우물거렸다.

이영현은 좀처럼 저런 ‘지켜보겠다’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금 그녀가 뱉은 말은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었다.


그런 상사의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박승헌은 눈치도 없이 이곳에 온 목적부터 말했다.


“대리 님, 제가 오늘 신의 뜻을 펼칠 만한 좋은 곳을 발견했습니다. 대형 게이트도 가능합니다!”

“승헌 씨, 요즘 밥은 잘 먹고 다녀? 저녁 식사나 할까?”

“네?”


박승헌은 대뜸 들어오는 상사의 제안을 의심하기는커녕 반겼다.

드디어 내 노력을 인정 받는구나!


싱글벙글 웃음을 띤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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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4) +1 20.09.26 45 2 14쪽
15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3) +1 20.09.25 70 3 12쪽
14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2) 20.09.24 36 1 11쪽
13 히든 던전의 히든 던전 (1) +2 20.09.23 33 1 11쪽
12 어딜 가나 파벌 싸움 (3) +2 20.09.23 45 2 11쪽
11 어딜 가나 파벌 싸움 (2) 20.09.22 49 1 11쪽
10 어딜 가나 파벌 싸움 (1) +2 20.09.21 46 2 13쪽
9 헌터로 살아가는 법 (5) +2 20.09.20 53 3 14쪽
8 헌터로 살아가는 법 (4) +4 20.09.19 58 3 12쪽
7 헌터로 살아가는 법 (3) +2 20.09.18 63 3 12쪽
6 헌터로 살아가는 법 (2) +4 20.09.17 93 4 11쪽
5 헌터로 살아가는 법 (1) +4 20.09.16 115 4 13쪽
4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4) +1 20.09.15 126 3 12쪽
3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3) 20.09.14 142 2 13쪽
2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2) +2 20.09.12 176 4 13쪽
1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1) +4 20.09.11 2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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