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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몹
작품등록일 :
2020.09.11 20:51
최근연재일 :
2020.09.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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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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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로 살아가는 법 (2)

DUMMY

처음 한 달 동안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게이트가 열렸다고 한다. 개중엔 간헐적 게이트와 영구적 게이트가 있었고, 영구적 게이트는 처음 한 달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간헐적 게이트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게이트가 열렸다?

백이면 백 간헐적 게이트일 것이다.


내가 가게 문을 나서자마자 휴대폰에선 긴급재난문자가 도착했다. 이 또한 얼마 전 복구된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남구청]

강남역 10번 출구 게이트 발생.

긴급히 근처의 대피소로 이동하세요.


일반인이라면 숨는 게 급선무겠지만, 나 같은 헌터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특히 아이템이 떨어질 확률이 높은 데다 이런 도심에 생겨난 게이트는 크기가 매우 작기로 유명했다.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강남역은 헌터들의 정보 공유 허브였으니 훌륭한 동료로 이름을 날릴 기회도 된다.


나는 으레 그랬듯 강남역 10번 출구로 향했다.


멀리 하얗게 소용돌이 치는 사람 키 높이의 간헐적 게이트. 헌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과 곧 나타날 몬스터들에 대한 은근한 긴장이 익숙했다. 개중엔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도 있는 듯 인사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어, 청준아!”

“음?”

“청준아, 나야 대성이!”

“어? 대성이형!”


처음이었다.

게이트가 열린 후 아는 사람을 만난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대성이형. 형을 만나자 스승님과 살았던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형!”

“이야, 너 잘 지냈냐! 어떻게 살아 남았구나! 진짜 잘 했다, 청준아!”

“형··· 형도 살아서 다행이야, 진짜.”

“이야···.”

“근데 형···”


격한 포옹 후 대성이형에게서 떨어진 나는 물끄러미 형을 바라보았다.


“피씨방은.”

“청준아, 그게 말이야.”

“자퇴부터 하라고 호언장담하더니.”

“형이···”

“군대 다녀오니까 없더라?”

“아, 잠깐만. 잠깐만!”


내 외침에 당황한 형은 갑자기 허공에 손을 뻗었다. 상태창을 연 모양이었다.


그때, 헌터들의 외침이 들렸다.


“몬스터다!”

“오크다! 각오해야 돼!”


그틈에 정체모를 자루를 꺼내 든 대성이형이 내게 건넸다.


“청준아, 얼른 이거 받아!”

“이게 뭔데?”

“돈!! 진짜 미안했다. 자세한 얘기는 이따 하자!”


내 천하제일검과 비슷하지만 매끈한 검은색 손잡이를 지닌 검을 든 대성이형이 게이트로 달려나갔다.


형이 준 금액은 천만원이었다.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마찬가지로 여유 부릴 새가 없었다. 몬스터들의 아이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얼른 돈을 저장한 나는 형이 달려간 방향으로 뛰어갔다.


규모가 작은 게이트 치고 나타난 몬스터들은 그 수가 상당했다. 내 눈에 띄는 건 백 마리는 족히 넘는 고블린 무리였다. 꽤 높은 급에 속하는 몬스터들.


고블린은 여러 마리가 뭉쳐 다니는 습성이 있어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협공이라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는 몬스터였다.


“꾸루룩 꾸룩”

“꾸룩!”


검을 뽑아 든 나는 이미 헌터 몇이 대치하고 있던 고블린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 저러면 위험한데!”

“조심해요!”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게 내 스타일이었다. 누구보다 빠른 민첩함, 그리고···


‘오른쪽 팔’


“꾸얽!”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정확히는 그로부터 일어나는 바람을 보는 능력 덕분이었다.


고블린 한 마리를 처리하고 나자, 이번에는 조악한 나무몽둥이를 든 고블린이 내게 달려왔다. 왼쪽 옆구리를 노리는 놈의 기세에 나는 더욱 왼쪽으로 빠졌다.


휘익-

푹.


놈이 내가 있던 자리에 몽둥이를 휘두르며 중심을 옮겼을 때 뒤를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휙-


이번엔 뒷편의 헌터들을 경계하느라 방심하던 고블린의 어깨힘줄을 잘랐다. 빠른 동작에 뒤늦게 알아차리는 그것을 한 번에 보내주기 위해 등 한가운데를 강하게 찔렀다.


-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일말의 비명도 없이 최후를 맞은 한 마리. 동료가 죽은 걸 보고도 멍청한 다른 고블린은 이어 휘두른 나의 검날에 부드럽게 썰릴 뿐이었다.


휘익-

꿁!

콰콰쾅!


곧 근방의 고블린이 대강 정리됐다. 그것들이 남긴 아이템 중 그나마 쓸만한 건 ‘낡기 시작한 가죽벨트’와 ‘녹슨 창’ 정도였다.


“어디보자··· 흐음.”


[이청준]

힘:2(+1) 민첩:10 운: 3 내구:3(+3) 마력 :7


[특성]

-바람을 즐기다


한 개뿐인 특성은 더 이상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 맞다. 태하.”


새삼 검풍을 쓰지 않고 사냥했다는 게 기억났다.


하나뿐인 스킬이지만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바람을 즐기다’였기에 더더욱 써야했던 것이다. 헌터 일 쉰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그걸 벌써 잊다니.


“윽.”


방심한 사이에 등 뒤가 따가운 느낌이 들었다. 손바닥 만한 크기로 심하게 화끈거리는 게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청준아, 왜 게이트 앞에서 멍 때리고 있냐!”

“헉.”


뒤를 돌아보니 스콜피언 한 마리가 나를 향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있었다. 검을 꼬나쥐던 찰나, 그 뒤에서 대성이형이 스콜피언의 대가리를 베어버렸다.


“얼마 안 남았어도 정신 똑바로 차려! 여기서 죽으면 네 인생 끝이야!”

“나도 알아.”

“이 정도 크기에.”


서걱.


“이 정도 양이면 적어도 십 분 안엔 닫히니까 끝나면 그냥 가지 말고!”

“어.”


헌터의 숫자도 상당했기에 처리할 몬스터는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 오랜만에 바람 좀 써 볼까. 누군가에겐 오글거릴 수 있는 이 말이 나에겐 일상이었다. 어쩌다보니 바람으로 사냥을 하게 됐으니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남은 몬스터는 들개나 빨간 눈 토끼 정도였다. 한참을 검풍으로 사냥하던 나는 순간 동작을 멈췄다.


“가만있어 봐. 그냥 검을 쓰지 말아볼까.”


검을 집어넣은 나는 손에 기운을 보내보았다.


혹시라도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나는 들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크르릉···


“핫!”


손바닥을 힘껏 펼친 결과는···


“왈! 왈!”


머리에 작은 생채기가 난 들개는 침을 질질 흘리며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말그대로 미친개.


대체 어디서 이렇게들 넘어오는 건지, 문득 그쪽 세계가 궁금해질 정도였다.


하는 수 없이 검을 꺼내 든 나는 기운을 불어넣어 곧바로 개를 처리했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나였지만 이계의 미친개라면 이야기가 달랐으니까.


“문제는 태하네 고깃집이 이걸 취급해야 하느냐인데··· 모르겠다.”


태하로부터 받은 특수처리된 비닐에 개고기를 집어넣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불렀다.


“청준아, 끝났어.”


대성이형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형이 약식 플레이트를 입고 있는 모습과 거기에 몬스터의 체액이 잔뜩 묻어있는 걸 보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너 기가 막히게 잘 싸우더라?”

“형도 장난 아니던데 뭘.”

“우리 둘 다 도사님 제자니까.”


말을 마친 형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나는 화제전환을 했다.


“당분간 이 근처에 게이트가 열리는 일은 없겠지?”

“아마도. 야,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집으로 가서 와인이라도 한 잔 하자.”

“이 시국에 그 비싼 와인을 어디서 구해? 형 그렇게 돈 많이 벌었어?”


하늘과 바다의 몬스터들로 인해 무역은 철로를 통해서만 가능한 세상이었다. 그마저도 얼마 전에 재개된 방식이었고. 그만큼 유럽의 물품들은 좀처럼 들여오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너 진짜 뭘 모르는구나. 헌터 연합에 가입도 안 했냐?”

“어. 귀찮아서. 좀 께름칙하기도 하고. 일이 있었거든.”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야, 따라 와. 집에 가서 얘기 좀 하자.”


*****


“와, 진짜 와인이네···”


대성이형은 소파에 걸터 앉아 나를 알 수 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형의 말에 의하면 정부에서는 일정 횟수 이상 토벌봉사에 참여한 헌터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있었다.


“정보가 더 중요한 세상이야, 임마. 집도 공짜라고.”

“그래서 돈을 그렇게 번 거구만?”

“뭐, 그런 것도 있고. 아무튼 너 꼭 헌터 연합 가입해? 커뮤니티도 가입하고.”

“아, 알았어.”


대성이형의 말에 의하면, 내가 군대를 간 이후 형의 스승인 무파도사는 자꾸만 사업을 접고 도사님의 본가에 머무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기 싫으면 어디 무인도에라도 다녀오라고.


당최 이해할 수 없었던 형은 마지막까지 반항했지만 강제로 격리되었다고 한다. 형이 탈출했다는 시기를 따져보니 딱 내가 군대를 제대한 후 절망에 빠져있을 때였다.


“천만원이면 요즘 같은 세상에서 기반 마련하기 부족함 없으니까. 받아 줘.”

“그래도 그렇지 너무 큰 돈인데···”

“내가 어떻게든 연락 했어야 하는데 당연한 거지. 다시 한 번 내가 미안하다. 스승님이 말이 안 통하더라고.”

“아, 그만 사과해. 근데 형.”

“어?”

“형도 그럼 도사님 행방을 아예 모르는 거지?”


다시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대성이형.


“너 내일 당장 계획 있어?”

“내일은 딱히? 왜?”

“별 거 없는거네? 그럼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자.”

“어디.”

“우리나라에도 헌터 등급제가 들어왔대서. 딱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지금까지 출현한 몬스터랑 관련해서 생긴 등급제가 있거든. F급부터 S급까지.”

“그거 있으면 뭐가 좋아? 돈을 더 많이 버나?”


영 귀찮아하는 내 기분을 알아챈 형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라이센스가 생기지. 자격증 말이야. 등급제 유예 기간 끝나면 라이센스 없는 헌터는 던전에 못 들어가게 하고··· 여러 가지 제약이 생겨.”

“그렇구나.”

“지금은 등급 측정하는 데 5만원인데, 다음 주부턴 30만원이고.”

“내일 당장 가자.”


번개 같이 빠른 대답에 대성이형은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너 돈을 밝히는 거야, 안 밝히는 거야?”

“그거야 당연히 있으면 좋은 거고, 없으면 아쉬운 거고.”

“틀린 말은 아닌데··· 아, 청준아. ”


형이 자세를 고쳐앉았다.


“그러고 보니까 너 어렸을 땐 진짜 성질 더러웠는데, 사람 다 됐다.”

“내 성질이 더러웠다고?”

“어. 청계도사님이 진짜 고생하셨어.”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무슨 소리야.”

“별 것도 아닌 거에 사람 노려보고 엄청 났다고.”


가만 보니 스승님도 그런 말을 더러 하셨었다. 갑자기 청계산을 떠나자마자 만났던 찬희가 떠올랐다.


“걔는 잘 있으려나.”

“걔? 누구?”

“찬희라는 애. 김원춘이랑 마찬가지로 인성 문제있는 사람들이랑 있을 건데···.”

“아, 그 쓰레기 같은 놈들? 야, 청준아.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친동생도 아닌데 신경쓰지 마라. 그러다 또 일 당하게?”

“그냥 생각나서.”

“내일 일찍 나갈 거니까 이만 정리하고 자자. 소파에서 자라.”


잔뜩 겁에 질렸던 찬희의 마지막 표정이 떠올랐다. 2년이 흘렀다.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모르는 노릇이다. 괜시리 찝찝한 밤이었다.


작가의말

대성이형도 용케 살아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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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헌터로 살아가는 법 (3) +2 20.09.18 63 3 12쪽
» 헌터로 살아가는 법 (2) +4 20.09.17 9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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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3) 20.09.14 142 2 13쪽
2 게이트 오픈 기념 악연 만들기 (2) +2 20.09.12 17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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