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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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ark
작품등록일 :
2020.10.09 17:39
최근연재일 :
2024.09.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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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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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불사조 기사단 - 제11장 병동의 단골고객

DUMMY

“어서 와라, 포터.”

“호그와트에 포트키를 설치했나?”


해리가 몸을 최대한 움직이며 말했다. 해리가 맞은 주문은 동작 그만 주문인지 사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지만 말을 하거나 눈을 뜨고 주변을 보는 것은 가능했다. 눈앞에 깔린 새까만 석재 바닥과 멀리 보이는 횃불에 아래로 일렁이는 불빛을 따라 흔들리는 두 명의 그림자가 보였다. 더 보고 싶어 목에 힘을 줘 보았지만, 딱딱하게 굳은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맞다. 잘 지낸 것 같아 보이는 군, 포터.”

“일찍 자려고 눕기 직전까진 그랬는데, 뭐 지금도 썩 나쁘진 않네.”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다니 정말 강심장이군.”


퍼시의 목소리도 들렸다.


“둘은 아예 단짝이 되었나봐?”

“농담은 이제 그만 하지.”


스네이프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지팡이를 휘두르는 소리가 나더니 해리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한번 크게 회전하더니 거칠게 의자에 앉혀졌다. 해리는 엉덩이가 시큰거렸지만 속으로 투덜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제야 얼굴이 보이는군.”

“이번엔 또 무슨 일이지?”

“별일 아니다. 그냥 가만히 협조해 주면 된다.”


스네이프가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휘둘러 무언가를 꺼내오는 사이 해리는 주변을 최대한 파악하려고 애썼다. 해리가 도착한 곳은 검은색의 석재 타일이 깔린 커다란 홀 이였는데, 중간 중간에 석재 기둥이 박혀 있었다. 검은색의 돌로 매끈하게 장식된 석재 기둥에 걸린 새빨간 횃불이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스네이프와 퍼시는 완전히 새까만 망토를 입은 채로 해리에게 다가왔다. 스네이프는 뭔가 최근에 고생을 많이 한 건지 몹시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퍼시는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좋아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표정만큼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잔뜩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그 뒤를 따라왔다. 스네이프는 새까맣고 기름이 껴서 번들거리는 머리를 거의 흔들지도 못한 채 해리의 앞에 의자를 꺼내 앉았다.


의자에 앉아서 가까이서 본 스네이프의 얼굴은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원래도 누렇게 뜬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는 얼굴색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더 심해져서 이제는 거의 갈색으로 변해 있었고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건지 다크서클이 눈 밑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입술은 푸석푸석하게 텄는데, 그마저도 자주 물어뜯었는지 입술 중간 중간 상처가 난 것이 보였다.


“딱히 너와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은 없다. 너도 마찬가지 일 테지.”

스네이프는 해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지팡이를 살짝 튕겨서 해리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한 뒤 품에서 크리스탈 약병 세 개를 꺼냈다. 그리고는 해리의 오른팔 망토 소매를 걷어 올리고 해리의 팔뚝에 지팡이를 가져다 댔다. 스네이프의 지팡이는 해리의 팔뚝에 날카로운 상처를 천천히 내더니 몇 센티미터의 기다란 상처가 될 때까지 살을 찢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스네이프는 지팡이를 살짝 휘둘러서 흘러나오는 해리의 피를 크리스탈 약병에 담았다. 세 병이 모두 가득차자 다시 상처에 지팡이를 가져다 대어 상처를 아물게 하였다.


해리는 왜 상처를 내고 피를 뽑아낸 뒤 상처를 아물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런 해리의 궁금증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네이프는 일을 진행했다. 해리의 피를 모두 뽑고 나자 이번에는 퍼시가 건넨 가위로 해리의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잘라서 통에 담았다. 꽤 많은 머리카락이 잘려나가고 나자 스네이프는 해리의 피가 든 크리스탈 약병과 머리카락이 담긴 통을 품에 집어넣었다.


“그럼, 좋은 밤 되기를.”


퍼시가 빙글빙글 웃더니 먼저 뿅 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곧이어 스네이프도 순간이동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두운 홀 안에 홀로 남겨진 해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막막한 상황에 몸까지 움직이지 않으니 어이가 없어서 해리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피식하고 웃음이 튀어나오는 것으로 보아 말이 다시 나온다는걸 확인한 해리가 혹시나 동작 그만 주문도 풀린게 아닌가 하고 온몸을 움직여 보았지만,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시간이 삼십분쯤 더 흐르자 그제야 손끝부터 몸이 조금씩 움직여지는 걸 느낀 해리는 안도감을 느꼈다. 해리는 천천히 몇 분에 걸쳐 몸이 완전히 회복된 걸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루모스!”


해리의 주문에 저 멀리서 뒹굴고 있는 해리의 지팡이가 보였다. 해리는 아직 완전히 잘 움직이지는 않는 다리를 움직여서 지팡이를 주워들었다.


“분명히... 베개를 집고 왔으니...”


해리가 지팡이를 휘둘러 소환마법으로 베개를 소환했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기둥 옆에서 베개가 휙 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날아오는 베개를 잡으니 다시 배꼽부근이 휙 하며 당겨지는 느낌과 함께 다시 날아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해리는 호그와트로 돌아간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며 베개에 몸을 맡겼다.


마치 초고속의 열차를 탄 것처럼 주변의 배경이 알아보지도 못하도록 휙휙 날아가는 시간이 흐르고 저 멀리 호그와트가 보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몸이 유체처럼 뒤틀려서 호그와트로 돌진했다. 잠시 뒤 해리는 분명 빠져나올 때는 뚱뚱한 여인의 초상화를 통해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그리핀도르의 탑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직감한 해리가 눈을 꼭 감았지만 눈을 채 감기도전에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콰장창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눈을 마저 감지도 못하고 그리핀도르의 탑의 창문을 완전히 부숴버리고 침실로 돌아온 해리는 그대로 해리의 침대로 떨어져 내렸다. 쾅 소리를 내며 침대에 부딪친 해리가 침대에서 튕겨나가 침실의 단단한 돌바닥에 떨어졌다. 몇 번을 데굴데굴 구르고 나서 해리가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돌바닥에 여기저기 부딪쳤기 때문인지 해리는 온몸이 멍이 든 것처럼 욱신거렸으며 창문을 뚫고 들어오며 박힌 유리 때문에 온몸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거기에 스네이프에게 잘렸던 팔에 봉합된 상처가 터져서 팔에서부터 흘러나온 피는 그대로 팔꿈치를 타고 돌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해리! 어디에 갔었- 세상에!”


우당탕 하는 소리에 기숙사 침실로 그리핀도르 학샐들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앞에 들어온 것은 론으로, 잔뜩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곧 시무스와 딘, 그리고 네빌이 들어왔다. 곧 아이들이 몰려든 틈을 누군가가 뚫고 침실로 들어왔다. 해리를 발견한 아이들은 끔찍할 정도로 다친 해리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새파랗게 질려서 당황한 채 어찌할 줄 모르고 해리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포터! 무슨-”

“맥고나걸 교수님.”


해리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러나 일어서던 해리가 휘청이자 맥고나걸 교수도 잔뜩 당황한 채로 해리를 부축했다.


“힘들면 앉아서 이야기해라. 무슨 일이니?”

“포트키였어요. 제 베개가요..”

“포트키라고? 대체 어디로 갔었던게냐?”


해리는 잠시 고민하고 고개를 저었다.


“말씀 드릴 수 없어요. 먼저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건 안 되겠다. 넌 병동에 먼저 가 봐야 해.”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의 오른손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며 말했다.


“네. 알겠어요. 다만 병동에 들른 다음에는 덤블도어 교수님은 봬야 겠어요.”

“알겠다. 우선 병동으로 가야겠다. 길을 좀 비켜주거라!”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를 부축하며 말했다. 해리는 맥고나걸 교수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다. 아이들은 해리와 맥고나걸 교수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었다. 아이들은 제각기 수군대며 피를 흘리고 머리가 엉망으로 잘린 해리를 보고 걱정과 여러 가지 의심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침실 계단을 내려가 기숙사 휴게실로 내려간 해리는 지금만큼은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다.


헤르미온느는 기숙사 휴게실의 초상화를 통해서 기숙사로 돌아오다가 해리와 마주쳤다. 피투성이에 휘청 이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해리를 보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대로 우뚝 서서 기숙사 휴게실 기숙사 입구를 막은 채로 굳어 버렸다.


“해...리? 너.. 괜찮니...?”

“그레인저! 비키거라!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제가... 제가 병동으로 데려갈게요... 교수님, 제발요..”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 맥고나걸 교수가 당황한 모습으로 잠시 망설이더니 지팡이를 들어서 해리를 공중으로 띄웠다. 그리고 곧바로 지팡이를 휘둘러서 기숙사 휴게실에 놓여있던 깃펜과 양피지조각을 불러왔다. 맥고나걸 교수가 날아오는 양피지조각과 깃펜을 잡아들더니 무언가를 급히 휘갈겨 쓰고 헤르미온느에게 쥐어주었다.


“이대로 병동으로 가거라. 나는 교장선생님을 좀 만나야겠다. 그리고 필치씨가 널 붙잡으면 그걸 보여주렴.”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지팡이를 빼 들더니 둥둥 뜬 해리를 운반하기 시작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이내 못미더웠는지 뒤를 돌아보았지만 조심스럽게 해리를 운반하는 헤르미온느를 보고 쿵쿵거리며 교장실로 향했다. 해리는 훌쩍이는 헤르미온느가 운반하는 대로 몸을 축 늘어뜨린 채 그대로 병동으로 향했다. 다행히 병동으로 가는 길에는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오히려 훌쩍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헤르미온느 때문에 미안함과 어색함과 무어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복잡하게 뒤섞인 기분을 느끼며 병동에 들어섰다. 사실 해리는 자신이 어떻게 병동으로 왔는지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는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정신이 희미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간 중간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레인저? 학기 첫날부터 무슨...”


헤르미온느가 들어서자 폼프리 부인이 읽고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처음에는 헤르미온느가 문제가 있어서 온 줄 알았는지 헤르미온느에게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지만, 곧 뒤따라 들어온 해리가 심각한 상태임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달려왔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라니 대체? 이쪽 침대로 눕히거라.”


헤르미온느가 지팡이를 흔들어서 해리를 침대에 눕히자 폼프리 부인이 헤르미온느를 병동의 의자에서 기다리게 한 뒤 침대의 커튼을 높이 쳤다. 커튼이 모두 쳐지고 나자 그녀가 지팡이로 해리의 망토를 모두 잘라내 버렸다. 속옷만 남은 해리의 몸을 확인한 폼프리 부인이 낮은 탄성을 내뱉었다.


폼프리 부인이 진단한 해리의 몸은 곳곳이 유리조각이 박히고 찢어져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왼팔은 부러졌고 어깨는 피멍이 들었으며 오른쪽 옆구리의 갈비뼈는 몇 개인가 부러져 있었다. 양쪽 발목은 돌아갔고, 오른쪽 무릎은 인대가 늘어났으며 허리의 척추는 몇 개가 뒤틀려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눈을 잔뜩 찡그리며 해리의 몸을 부축해주며 찬장에서 가져온 이상한 냄새가나는 약을 한 컵 가득 마시게 했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로 너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구나. 도대체 매년, 매년! 무슨 일이냐 포터...”


폼프리 부인이 건넨 약을 모두 마신 해리는 몸의 감각이 점점 사라지며 몽롱해 지는 것이 마신 약이 마취약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폼프리 부인은 뾰족한 막대로 해리를 몇 번 찔러보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지 확인한 후 속옷까지 모두 벗기고 상처 난 몸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지팡이로 유리조각을 빨아들여 접시에 담았다. 모든 상처의 유리조각을 빨아들인 폼프리 부인은 땀을 뻘뻘 흘리며 시큼한 냄새가 나는 주황색 약을 거즈에 묻혀서 발라주었다. 그러자 고약한 냄새와 함께 해리의 상처들이 스멀스멀 아물기 시작했다.


모든 상처에 주황색 약을 발라준 폼프리 부인이 가장 큰 상처인 팔에 난 상처에 주황색 약을 두 차례 바르고 찬장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보라색 약을 가져다 다시 한 번 발랐다. 그러자 그제야 해리의 상처 안쪽에서 천천히 살이 차오르더니 상처가 막히고 피가 멎었다. 폼프리 부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찬장에서 다시 몇 가지 약을 가져다가 해리의 멍든 상처와 부서진 뼈를 치료했다. 뼈가 부러진 부위를 찢어 뼛조각을 빼내고 뼈를 붙이고 멍든 부위에서 피를 빼내고 약을 바르고를 반복한 폼프리 부인이 마침내 모든 치료를 마치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 끝났다. 잠깐만 누워 있거라.”


폼프리 부인이 잠시 자리에 앉아서 한숨 돌리고 해리에게 환자복을 입혀주었다. 환자복을 완전히 다 입힌 폼프리 부인은 찬장에서 커다란 컵에 약을 한잔 만들고 그것을 해리에게 모두 먹였다. 서툴게 약을 다 받아먹은 해리가 곧 쌕쌕 소리를 내며 깊이 잠들었다. 해리가 편안히 잠을 자는 것을 확인한 폼프리 부인이 약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 해리는 괜찮을까요?”

“아, 아마도 그럴 것 같구나.”


빈 약병들을 잔뜩 들고 나오는 폼프리 부인을 보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우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단다. 생명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게다. 다만 학기첫날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새벽에 상태를 봐야 할게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 폼프리 부인이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를 진정시켜 주었다.


“괜찮아. 진정하렴, 그레인저.”

“하지만.. 저는 계속걱정이 되어서...”

“차라도 한잔 마시는 게 어떻겠니.”


폼프리 부인이 향긋한 향이 나는 따듯한 차를 한잔 따라주었다. 헤르미온느는 차를 받아 마시면서도 기운이 없었다. 훌쩍이는 헤르미온느 옆에 자신도 차를 한잔 따라서 손에 쥔 폼프리 부인이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다독이며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렴. 무척이나 강한 사람이잖니.”

“네.. 하지만 매년... 매번.. 이렇게 심하게 다쳐서 오고....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만 하고.... 제가 어린애나 다름없이 보여서 그러는 것만 같고... 이러다가.... 이러다가 정말로 어느 날 저도 모르는 새에 죽... 어서 돌아올 것 같아요... 심지어 그 사람도 사라졌는데...”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단다. 네가 말한 것처럼 저 애가 특별하더라도, 너도 그 애를 믿고 있잖니.”


폼프리 부인이 다정하게 말했다.


“설사 저 애가 너보다 나이가 많다거나, 혹은 네가 말했던 것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그렇게 일방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아직 이야기를 자세히 나눠본 것도 아니잖니. 정말로 걱정이 된다면 한번 네가 직접 물어보는 게 어떻겠니?”

“네... 그렇게 해 볼게요.”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



밤이 깊은 새벽 해리는 몸 구석구석이 간질간질한 느낌에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해리는 자신의 몸이 거의 다 회복된 게 느껴졌다. 피부는 여기저기 상처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모두 아물어 있었다. 특히 스네이프에게 베인 팔의 상처는 더욱 신경을 쓴 건지 말끔해 져 있었다.


몸 이곳저곳을 꾹꾹 눌러보고 움직여본 해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불을 걷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해리의 발밑으로 양피지 조각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몸을 굽혀 주워보니 익숙한 글씨체의 짤막한 편지가 적혀 있었다.



- 네가 크게 다쳤다고 해서 병동에 와 보았단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폼프리 부인이 말씀 하시는구나. 내일 시간표가 나올 테지만, 나와 네 수업은 나흘 뒤 화요일에 있을 예정이란다. - 알버스 덤블도어



해리는 혹시나 다른 내용이 있을까 해서 양피지를 뒤집어 보았지만 다른 내용은 쓰여 있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화가 뻗친 해리는 양피지를 구겨서 벽에 냅다 던져버렸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구겨진 양피지가 떨어져 내리는 동안 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해리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해리는 지금까지 덤블도어 교수를 믿고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제공했고, 거기에 가능하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냈다. 그리고 그 결과 볼드모트는 원작보다 3년 빨리 파멸했고 심지어 죽어야 할 사람도 다 살아남았다. 해리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시리우스, 프레드, 루핀, 통스, 라벤더 브라운, 무디 같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집요정 친구인 도비도 살렸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사실은 덤블도어 교수도 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덤블도어 교수에게 누가 죽고 누가 사는지 까지 세세하게는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양상은 알려 주었기 때문에 전쟁이 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다 전해진 상태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해리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고, 또 정말 많은 문제를 미리 방지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 온 그에게 나온 덤블도어 교수의 답변은 ‘말할 수 없다’ 와 ‘기다려라’ 뿐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예상에 스네이프가 그들을 돕는 조건이 해리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어떤 마법적 계약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태평한 태도가 해리의 화를 부추겼다. 까놓고 말하면 덤블도어는 현재 무적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누가 감히 덤블도어에게 맞서겠는가. 유일한 맞수인 그린델왈드도 없고 덤블도어에게 맞섰던 볼드모트도 디멘터에 영혼이 빨려나갔다. 능력적으로 덤블도어에게 맞설 수 있는 마법사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도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해리에게 진실을 알려줄 수 없는지 궁금했다.


심지어 해리가 생각하기에 해리는 거의 진실에 근접해 있었다. 진상은 덤블도어 교수가 스네이프에게 협조를 요청했거나, 반대로 스네이프가 협조를 빌미로 조건을 들이밀었건 간에 볼드모트의 마지막 호크룩스였던 내기니를 스네이프가 죽이는 것으로 덤블도어 교수가 무언가를 협조하는 형태로 조건이 걸렸을 것이었다.


스네이프가 결전 이후 두 번 습격할 때의 말과 행동으로 미루어 보아 진짜 해리를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죽음에서 다시 불러와서 지금의 해리의 몸에 다시 집어넣어 해리를 되돌려 놓으려는 생각인 게 뻔했다. 물론 해리가 생각했을 때 그것은 불가능했다. 가능성이 있었다면 원래의 해리는 절대 그 가능성을 포기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쪽의 해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포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억지로 포기하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죽은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도 이승으로 살려낼 수는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네이프가 해리의 머리카락과 피를 가져간 것은 모종의 방식을 통해서 어떤 실마리에 가까운 걸 찾았다고 생각하는 게 옳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딱 한곳 책에 묘사된 곳이 있었다. 사랑, 시간, 뇌, 기억, 그리고 죽음을 연구하는 곳. 미스터리 부서.


그 생각이 떠오르자 조금 전에 납치당했던 곳이 미스터리 부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미스터리부서라면 단순히 포트키로 진입하는 게 이상했다. 해리가 골머리를 앓는 사이 또각또각하며 병동으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 포터 깨어 있었구나.”


폼프리 부인이 작은 램프를 들고 해리의 커튼을 걷었다. 그녀는 흰색 파자마에 분홍색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는데, 해리는 저녁때 보았던 엄브릿지가 떠올라서 웃음이 새어나올 뻔 했다. 폼프리 부인은 대단한 미녀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저녁때의 엄브릿지에 비하면 거의 모델이나 다름이 없어보였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폼프리 부인은 램프를 내려놓고 해리의 몸에 난 상처들을 살펴보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치료는 거의 끝났지만 피를 너무 흘려서 아침까지는 쉬어야 한다고 두 가지 약을 먹여 주었다.


“한숨 자고 나서 아침에 다시 한 번 검사를 받은 뒤에 아침 식사를 하러 갈 수 있을 것 같구나.”

“매번 감사합니다. 폼프리 부인.”

“정말, 감사하긴 한 거니? 매년 몇 번씩은 중상을 입고 오니-”


폼프리 부인이 톡 쏘아 붙이다가 말을 멈추었다.


“아니, 미안하구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엔 네 부주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것 같은데... 나도 네가 항상 너무 심각하게 다쳐서 오니 속상해서 그렇단다. 네가 이해 해주렴.”

“네, 정말 죄송하고, 늘 감사해요. 폼프리 부인이 학교에 없었으면 전 벌써 죽었을 테니까요.”

해리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알면 됐다.”


폼프리 부인이 살짝 얼굴이 붉어지며 커튼을 치고 병동에서 나갔다. 해리는 약기운이 몰려오는 걸 느끼고 다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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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불의 잔 - 제32장 결전 23.05.21 157 2 31쪽
88 불의 잔 - 제31장 관리자 +1 23.05.21 159 3 31쪽
87 불의 잔 - 제30장 볼드모트의 부활 +1 23.05.21 157 3 33쪽
86 불의 잔 - 제29장 세 번째 시험 +1 23.05.21 150 3 46쪽
85 불의 잔 - 제28장 다섯 번째 호크룩스 +1 23.05.21 140 3 28쪽
84 불의 잔 - 제27장 불꽃과 소나기 +1 23.05.21 147 4 39쪽
83 불의 잔 - 제26장 두 번째 시험 23.05.21 149 3 27쪽
82 불의 잔 - 제25장 에메랄드 빛 비늘 +2 23.05.21 162 4 47쪽
81 불의 잔 - 제24장 애니마구스 +1 23.05.21 167 3 33쪽
80 불의 잔 - 제23장 크리스마스 무도회 +1 23.05.21 167 3 46쪽
79 불의 잔 - 제22장 전해버린 말 +2 23.05.21 161 3 31쪽
78 불의 잔 - 제21장 네 번째 호크룩스 +1 23.05.21 144 3 28쪽
77 불의 잔 - 제20장 첫 번째 시험 +1 23.05.21 148 3 40쪽
76 불의 잔 - 제19장 지팡이와 용 23.05.21 150 3 46쪽
75 불의 잔 - 제18장 지팡이 검사 +1 23.05.21 144 4 29쪽
74 불의 잔 - 제17장 덤블도어 교수의 새로운 작전 23.05.21 145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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