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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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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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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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지도 地圖 1)

DUMMY

진여송의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산기슭의 한적한 공간에서 적을 만났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기습을 할까 궁리하는 진여송이다. 그런데 갑자기 안절부절 하던 상대가 싸움을 포기한다. 두 손은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었다.

“파남대협(破男大俠)!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군요. 졌습니다.”

한마디 던지고 줄행랑을 친다. 파남대협 이라는 별호가 문제였다.

또 다른 그림을 그려본다. 이번에는 꽤 번화한 도성이 무대가 되었다. 그가 저잣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뒤에서 아낙네들이 소곤거린다.

“저 사람이 요도탈마(尿道奪魔)래, 싸웠다 하면 상대의 거시기를 터뜨려 남자 구실을 못하게 만든다는 거야”

“혹시 그거 아닐까? 자기가 그러니까 남들도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것 일거야...”

“그거? 그게 뭔데?”

“쯪쯪, 이런 눈치하고는... 그거 있잖아, 그거. 밤일 못하는 거”

허둥지둥 피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에는 요도탈마라는 별호였다. 파남대협과 요도탈마. 진여송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누군가 본 사람은 없는지 괜히 확인해 보는 것이다.


언가 삼형제와 떨거지들을 상대로 싸우면서, 날아갈 것만 같았던 기분은 벌써 사라졌다. 그냥 이대로 끝난다면, 자신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은거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자신이 가는 곳마다 주위에서 수군거릴 것 같았다. 그렇게 살아갈 자신이 없는 진여송 이었다.

다행히도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널브러진 채 끙끙대는 놈들 외에는 눈에 띄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정신을 잃은 소녀도 처음의 모습 그대로였고, 죽어버린 노인은 벌써 퍼렇게 변해 버렸다. 그의 눈길이 바닥에 여기저기 널브러진 채 신음하는 놈들에게로 향했다.

눈빛이 악독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놈들을 모두 죽이고 증거인멸을 해 버릴까? 그렇게 되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되지? 언가가 발칵 뒤집어 질 것이야. 그러다가 결국 찾아내겠지. 흠... 그건 안 되겠다.’

‘그럼, 이놈들 혓바닥을 모두 뽑아 버리는 건 어떨까? 손발이 남아있으니까 결국 나라는 걸 알게 되겠지. 손발을 없애면... 후... 이것도 안 되겠네’

진여송이 그렇게 머리를 써가며 해결방법을 찾고 있을 때 연휘가 들어섰다. 진여송은 연휘가 들어온 것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주변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연휘가 그런 그를 멀끔히 쳐다보는데 진여송이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갸웃 거렸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대며 인상을 쓴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진여송의 부상정도도 살펴야 하기에 조용히 그를 불렀다.

“진총관”

진여송의 대답이 있을 리가 없다. 파남대협과 요도탈마에 너무 깊이 빠져 있는 것이다.

“진총관”

다시 부르는 연휘의 목소리에 약간의 짜증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진여송은 들을 수가 없었다.

“진총관!”

화들짝 놀라며 두리번거리는 진여송이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을 부른 것이다. 누군지 몰라도 기분이 몹시 상했다. 해답을 찾지 못해 끙끙거리고 있는데 그만 방해를 받은 까닭인 것이다. 눈을 부릅뜨며 상대를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고개를 돌리자 연휘가 보인 것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욕이라도 튀어나왔다면, 지부에서의 끔찍함을 다시 경험해야만 했을 것이다.

“헉! 단주님!”

진여송이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가 놀람으로 인해 연휘의 심기가 조금 풀렸다.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나? 몇 번을 불렀는데 듣지도 못하고”

“아, 저 그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막막해지는 진여송이다. 연휘의 눈길을 피하는 그의 시선이 객잔 바닥으로 향했다. 그를 주시하고 있던 연휘가 언가의 세쌍둥이와 떨거지들을 발견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저놈들 왜 하나같이 저모양이야?”

“저... 단주님.”

“왜?”

“저놈들... 그래도 소피는... 볼 수 있겠지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진여송이 말하고 있었다. 연휘의 눈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그때서야 좀 전에 진여송이 보였던 행동들에 대해서 이해가 되었다.

“그럼 좀 전에 고민하고 있던 것이... 저놈들 소피 때문이었나?”

“아, 그건...”

“글세, 내가 보기엔 힘들 것 같은데.”

“그렇...겠죠”


연휘의 앞에는 언가 삼형제와 여섯 떨거지들이 일렬로 웅크리고 있었다. 아직도 고통이 심한 듯 간간이 신음을 흘리고 있다. 그런 그들 뒤에는 진여송이 연휘의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 고민 해결을 하지 못해 아직도 개운치 않은 표정이다.

“지금부터 한 놈씩 해야 할 말을 한다. 말이 없으면 뒤에 있는 진총관 으로부터 제법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왼쪽부터 시작한다. 언철 인가? 쌍둥이중 막내”

언철은 죽을 맛이었다. 터진 것만 해도 서러운데 뭔 말을 하라는 것인지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할 말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버텼다.

“뻑! 퍼벅! 딱!”

“끄으!”

진여송의 몽둥이는 사정이 없었다. 첫 타격은 어깨였다. 그것으로 어깨뼈가 깨졌다. 두 번째는 옆구리로, 장이 파열이라도 됐는지 언철이 신음도 뱉지 못하고 넘어진다. 세 번째는 넘어지는 언철의 머리였다. 두개골에 금이 간 것으로 보였다.

“다음 이름부터 밝히고 할 말을 한다. 말이 없으면 언철이 꼴이 될 것이다. 시작”

연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떨거지다. 언철이 어떻게 되었는지 바로 옆에서 보았기 때문에 그만큼 빨리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에 할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는 사이에 몽둥이가 날아들었다. 그도 언철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세 번째 있던 자는 그래도 앞선 둘 보다 좀 나았다. 경험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 그래서 그 역시 몽둥이로 인해 어깨와 허리, 그리고 머리를 맞고 혼절해버렸다. 그렇게 아홉이 모두 혼절했다. 그런 그들의 혈(穴)을 짚어 다시 깨운 연휘다. 그리고 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반대쪽에서 시작했다. 처음에 깨진 반대편이 똑같이 깨졌다.

세 번째 다시 시작됐을 때는 그들의 두 다리가 모두 흐물흐물 거렸다. 앞으로 그들은 걸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잔인하게도 연휘는 그들을 또 깨우고 마지막이라는 말을 했다. 다음은 어딜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들은 죽음을 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죽기는 싫었다. 그래서 정보가 될 만하다 싶은 것들을 모두 뱉어냈다.

그들로부터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연휘는 쓸모없는 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응징을 가했다. 결국 언철의 입에서 이들의 목적이 나오게 되었다.


그들이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연휘가 진여송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들의 품을 뒤져서 구리문 한 푼이라도 남김없이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진여송이 혼자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었다. 밖에는 삼백이나 되는 떨거지들이 있는 까닭인 것이다. 그런 그의 눈에 객잔 밖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무릎 꿇고 있는 떨거지들이 보였다. 진여송 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연휘는 객잔 일층에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 수북이 쌓여있는 것들은 모두 패배자들의 품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세 가지로 분류되어 있었다. 금전이 한가지였다. 꽤 많은 양이다. 두 번째에는 무기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서류와 책자 같은 것들이었다. 책자는 주로 무공비급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 중 한 권에 무맹의 조직도와 인물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남궁파벌의 세력을 표시한 것이다. 참고가 될 듯싶었다. 그것을 따로 분류해 놓고 남아있던 서류들을 훑어보는 연휘다.


연휘의 손에는 한 장의 서류가 들려 있었다. 이 곳 음봉 주변의 지도였다. 언철이 말했던 그들의 최종 목적지가 표시된 지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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