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밥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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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3
최근연재일 :
2021.08.04 15:21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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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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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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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8. 증명(11)

DUMMY

모든 습격이 그러하겠지만, 이번 습격은 특히나 예고 없이 시작됐다.


「밀하흐 클랜」의 범죄자들을 호송하고 있던 가드와 「미르 클랜」의 혼합 호송대. 호송대는 민간의 시선을 의식, 뒷골목을 통해 호송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골목길에 들어서고 한 삼십분이 지났을 쯤이었을까. 습격자들은 정면 상가의 옥상에서 마치 귀신처럼 등장했다.


후드 망토를 푹 눌러쓰고 있는 이인조. 호송대가 그 이인조를 발견하고 잠시 멈춰 섰을 때 일은 시작됐다.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마법이 캐스팅됐고, 습격자 중 한명이 새하얀 불의 비를 매섭게 골목에 쏟아냈다.


불의 비... 아니, 화염탄이라고 표현하겠다. 수십발의 화염탄은 그렇게 골목을 폭격.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밀하흐 클랜」원들을 피해 호송대를 정확히 타격했다.


정말 무서울정도로 강력하고, 또 경외를 품게 만들정도로 치밀한 마법 운용이었다.


좁은 골목에 수십발의 화염탄을 쏟아내면서 목표물만을 정확히 타격하는 세밀한 컨트롤. 이런 컨트롤이 가능한 모험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호송대는 이 마법 앞에서 무력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화염탄에 착탄. 어마어마한 충격과 열기를 동시에 느끼며 나가떨어지는 것 말고는 그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었다.


호송대의 대원들은 대부분이 3랭크에 해당되는 아이언 등급. 그리고 간혹 4랭크에 해당되는 실버 등급이 섞여 있을 만큼 정예 중의 정예들이었다.


헌데 이러한 정예들이 고작 마법 한방에 모두가 나가떨어져 버렸다.


제대로 된 사태 파악도 못한 채 일어난 초유의 사태였다.


누가 감히 예상이나 했겠는가. 이런 백주대낮에 이렇게 과감한 습격이 있을 것이라곤.


벽에 쳐박힌 채 가까스로 고개를 움직인 남자는 주변 동료들의 안위부터 확인했다.


「미르 클랜」의 실버 등급 모험자이자, 이번 호송대의 책임자였던 남자. 남자는 주변을 확인한 뒤 우선 떨리는 손으로 검을 뽑아들었다.


스무명에 달하던 호송대는 거의 전멸. 남자를 따라 비척비척 몸을 일으키는 대원은 불과 여섯명뿐이었다.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고 전방의 옥상 위를 노려봤다.


그런데..


"!?"


연기 사이로 보여야 할 습격자들의 모습이 그새 보이지 않았다.


손을 움직여 아직 건재한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흩어져 있지 말고 한데 뭉치라는 신호였다.


이윽고 지시를 받은 대원들은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서로 등을 맞대고 사주경계를 시작했다.


남자도 물론 부하들과 등을 맞댄채 긴장 속에서 눈동자를 움직였다.


"젠장할.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아까의 그 마법. 막강한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설마 이런 부과효과까지 있었을 줄이야.


화염탄이 착탄된 자리에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라 시야 확보가 영 곤란했다. 사방이 온통 안개가 낀 것처럼 눈 앞이 뿌옜다.


습격자들은 도대체 어디에!?


대원들과 함께 화상으로 인한 고통을 삭히며 연기 속을 노려봤다.


"........."


그 순간 공기가 일렁였다.


물 속을 유유히 유영하는 뱀과 같은 은밀한 인기척이었다. 뒤이어 꽉 막힌 듯 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분명 동료의 목소리였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 인기척이 느껴진 방향은 바로 등 뒤. 얼른 몸을 돌려 상황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아...!?"


아니, 보다 정확히는 등을 맞대고 있었던 동료 모두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습격자의 모습은 역시 보이지 않았다.


무섭도록 은밀한 움직임이다.


뭉쳐 있는 실버 등급 모험자를 이렇게 한순간에 처리한다고? 그것도 별다른 인기척도 없이?


등골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습격자와의 엄청난 실력 격차를.


그것을 깨닫고 슬금슬금 벽쪽을 향해 뒷걸음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왼손을 움직여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뒤적였다.


꾹.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쥔 채 오른쪽 왼쪽 적의 인기척을 살폈다. 적은 이 연기 어딘가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을터. 아마 이 손을 움직이는 순간 적도 매서운 이빨을 들이댈테지.


기회는 오직 한 번 뿐이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리고 짧은 순간, 남자는 잽싸게 손을 움직여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 비상연락망 버튼을 지체 없이 꾹 눌렀다.


그와 동시에 눈 앞이 새하얘졌다.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고. 그것이 남자가 느낀 마지막 감각이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앙---!!


강렬한 폭발음. 남자는 멀어져 가는 의식속에서 새파란 하늘을 보았다.






"마지막을 너무 요란하게 처리한 거 아니야?"


"별로. 시선을 끌려면 오히려 이정도가 딱 좋아."


연기 속에 숨어 남자를 노리고 있던 습격자 중 한명. 클로버 문양의 가면인이 뒤를 돌아보며 투덜거렸다. 도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타박이었다. 허나 다른 습격자는 태연했다.


마지막 남자에게 마법을 쏘아냈던 또 다른 습격자. 하트 문양의 가면인은, 연기를 헤치고 나와 불기둥이 솟구치고 있는 전방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저기 봐봐. 리바이어던님의 명령대로 죽이지도 않았어. 그러면 된 거 아니야?"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네 마법. 정말 너무 요란한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잖아. 애초에 이렇게 생겨먹은 마법인 걸 나더러 뭘 어쩌라고."


클로버와 하트는 이렇게 한동안 서로 투닥거리며 쓰러져 있는 모험자들을 하나하나씩 힐끔 확인했다.


혹시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나, 재확인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힘 조절을 확실히 한 만큼 사망자는 한명도 없었다.


"그런데, 저 남자.. 지원을 부른 건 확실하지?"


하트가 불에 타버린 남자의 휴대폰을 흘깃 내려봤다.


클로버는 바로 끄덕였다.


"맞아, 확실해. 손이 움직일 때 내가 똑똑히 확인했어. 그리고 너도 확신이 있었으니까, 마법을 쐈던거 아니야?"


"오랜만에 하는 일이잖아. 두 번 세 번 다시 확인해 봐서 나쁠건 없지."


"어련하시겠어."


둘은 쓰러진 가드들과 「미르 클랜」을 뒤로 하고, 당초의 목표였던 「밀하흐 클랜」에게 다가갔다.


포승줄에 묶여 넋나간 사람 마냥 무릎을 꿇고 있는 「밀하흐 클랜」. 숫자는 전달받은 대로 딱 열두명. 바로 코 앞에서 이 난리가 벌어졌는데도 미동도 하고 있지 않은 「밀하흐 클랜」이다.


둘은 잠시 시선을 맞췄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벌레들을 위해 내가 직접 움직이는 날이 올 줄이야."


"벌레들을 위한게 아니야. 오직 리바이어던님을 위해, 그렇게만 생각해.."


클로버가 이마를 집으며 탄식했다. 하트는 그런 클로버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어쨌든, 후딱후딱 끝내고 빨리 자리를 뜨자고. 네 마법 덕분에 금방 사람들이 몰릴 것 같으니 말이야. 게다가 길드에서의 지원도 그렇고."


"일부러 그렇게 한 거야. 그래야 이놈들이 그 혼란은 틈타 여기를 빠져나가기가 더 쉬워지거든."


하트는 그렇게 대답하고 품 속을 뒤적여 주사기 하나와 조그만 약병을 꺼내들었다.


약병 안에서 붉은 액체가 찰랑였다. 액체의 정체는 리바이어던의 희석 용혈. 하트는 마개를 열고 그것을 「밀하흐 클랜」원들의 콧가에 차례로 가져다댔다.


지금부터가 진짜 본격적인 임무였다.


"이 냄새를 잘 기억해둬. 너네 같은 버러지들한테는 과분한 분의 용혈이니까.."


""........""


「밀하흐 클랜」은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몽롱한 눈동자는 분명히 약병을 쫒고있었다.


하트는 그 모습이 정 떨어진다는 듯 짧게 혀를 찬 뒤. 바늘 뚜겅을 제거, 주사기 바늘로 조심히 용혈을 빨아들었다.


"그런데, 주사기 하나로 돌려써도 괜찮은 거야?"


"....아마도?"


그렇게 바늘로 용혈을 빨아들이고 있는데, 클로버가 옆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하트는 잠시 머뭇거린 후 아무렴 어떻냐는 듯 태연히 일을 속행했다.


클로버도 어쩐지 찜찜하다며 잠깐 중얼거리기는 했으나, 더 이상 딴지를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들은 소모품들이다. 이들의 안전 따위는 딱히 중요한게 아니었다.


첫번째 클랜원의 목덜미에 되는대로 주사바늘을 꽂았다.


"아, 맞다. 토비 밀하흐.. 라고 했었나? 아무튼 그놈한테는 특히 많이 주사하라고 하셨어. 그냥 참고하라고."


"나도 알고 있어."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하트는 한명 한명 차례로 주사바늘을 옮겼다.


용혈을 투여받은 「밀하흐 클랜」원들이 부들부들 몸을 떨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포승줄을 끊고 대로를 내달리려는 듯 몸을 격하게 들썩이고 있다.


잠자코 있던 클로버가 이때 나섰다. 클로버는 「밀하흐 클랜」원들 앞에서 낮은 목소리로 차분히 경고했다.


"조금만 있으면 우리가 알아서 풀어줄거야. 그때까지는 얌전히 있어, 뒈지고 싶지 않으면. 이건 충고가 아니라 경고야."


이미 반쯤 이성이 나가 있던 「밀하흐 클랜」원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경고를 듣자마자 화들짝 놀란 듯 움찔 몸을 떨더니 곧 순한 양처럼 잠잠해졌다.


하트는 그런 와중에도 제 역할에 충실했다. 마지막 한명을 눈 앞에 두고 하트는 잠시 쪼그려 앉아 그와 눈높이를 맞췄다.


"너, 토비 말하흐 맞지?"


대답이 있을리 만무한데, 괜히 한 번 물어본다.


"네 역할이 아주 막중해. 자, 너는 특별히 한 번 더 냄새를 맡아봐."


"........"


"헤헤. 이제 충분하지?"


푸욱.


토비 밀하흐와 눈이 마주친 순간 하트는 다시 손을 움직였다.


무방비한 목덜미 아래에 주사바늘이 꽂혔고, 붉은 용혈이 쭉쭉 투여됐다.


"으으윽...!"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몸을 떨기 시작한다. 나머지 열한명이 나눠 투여 받은 양과 동일한 양을 혼자서 투여 받고 있는 토비 밀하흐였다.


당연히 몸이 멀쩡할리가 없지.


눈은 흰자위가 보이기 시작했고. 입에는 거품이. 그리고 온몸의 혈관이 보기 흉하게 부풀었다.


"저건 이제 끝이네."


등 뒤에서 보고 있던 클로버가 쯧쯧 혀를 찼다.


하트는 대꾸하지 않았다.


증거품이 될 수 있는 주사기를 다시 품 속에 갈무리하고, 하트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몸을 떨고 있는 토비 밀하흐 외 그의 클랜원들에게 장난스럽게 명령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의 구속을 풀어줄거야. 그러면 너희는 벽을 타고 옥상을 달려서 냄새를 쫒기만 하면 돼. 어때 간단하지?"


이것도 못하면 내가 너희를 죽여버릴거야. 하트는 가면 속에서 히죽 입꼬리를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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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부. 에필로그 - 시작의 그날 21.06.02 81 1 9쪽
41 40. 차려진 무대(10) 21.06.01 77 1 10쪽
40 39. 차려진 무대(9) 21.05.31 80 1 9쪽
39 38. 차려진 무대(8) 21.05.30 83 1 8쪽
38 37. 차려진 무대(7) 21.05.29 87 2 8쪽
37 36. 차려진 무대(6) 21.05.29 86 2 10쪽
36 35. 차려진 무대(5) 21.05.28 90 2 9쪽
35 34. 차려진 무대(4) 21.05.27 95 2 11쪽
34 33. 차려진 무대(3) 21.05.26 95 2 10쪽
33 32. 차려진 무대(2) 21.05.26 96 3 10쪽
32 31. 차려진 무대. 21.05.25 102 3 11쪽
31 30. 증명(13) 21.05.25 99 3 7쪽
30 29. 증명(12) 21.05.24 103 3 9쪽
» 28. 증명(11) 21.05.24 116 3 11쪽
28 27. 증명(10) 21.05.23 120 2 10쪽
27 26. 증명(9) 21.05.23 138 4 10쪽
26 25. 증명(8) 21.05.22 148 4 13쪽
25 24. 증명(7) 21.05.22 151 4 11쪽
24 23. 증명(6) 21.05.21 161 5 12쪽
23 22. 증명(5) 21.05.21 169 5 12쪽
22 21. 증명(4) 21.05.20 179 5 11쪽
21 20. 증명(3) 21.05.20 177 5 12쪽
20 19. 증명(2) 21.05.19 188 4 9쪽
19 18. 증명. 21.05.19 197 4 10쪽
18 17. 혼자 가지마(5) 21.05.18 201 4 10쪽
17 16. 혼자 가지마(4) 21.05.18 210 5 10쪽
16 15. 혼자 가지마(3) 21.05.17 221 4 10쪽
15 14. 혼자 가지마(2) 21.05.17 230 8 9쪽
14 13. 혼자 가지마. 21.05.16 241 10 9쪽
13 12. 갈망(2) 21.05.16 258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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