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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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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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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3화. 그 남자2

DUMMY

13화. 그 남자2


내가 왜 여기 있을까.

이곳은 왜 어두울까.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아니, 그전에-

나는 ‘누구’일까?


“들어라.”

무엇을? 남자는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으로도 주변 사물을 분별하기 힘들정도로, 주위는 어두웠다.

하지만, 그 목소리만은, 곧고 뚜렷해서 그게 여자의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언가가 휙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향해 휘둘러진다. 상단을 노리는 그 공격에 남자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숙여 공격을 피한다. 하지만 그 틈을 놓지지 않겠다는 듯, 무엇가 둔탁한 흉기는 남자를 향해 끊임없이 휘둘러진다.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남자는 쉴새없이 피하다가, 비로소 그의 손에 들린 무엇인가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온 몸의 감각이란 감각은 모두 마비가 된 듯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가 ‘인지’한 순간, 그의 손에서 감각이 되살아났다. 단단한 막대기 같은 것이 손아귀에 든든하게 잡힌다.

남자는 그것이 검이라고 판단했다. 왜 그런지 그것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막연하게 ‘익숙하다.’라고 느끼기에, 그것이 검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길이는 대충, 팔 정도 쯤 될까.

남자는 그 검을 어림잡아 휘둘러, 그 흉기를 막았다. 쇳소리라고 해야 할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연신 남자의 귀를 괴롭혔다.

막지 못하면 안 된다. 왜? 그냥 그럴 것 같아서. 남자의 손에서 검은 낭창낭창 휘둘러졌다. 하지만, 곧 남자는 부족함을 느꼈다. 뭔가가 모자라다. 이렇게 해서는 그저, 챗바퀴 돌리듯 반복만 될 뿐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남자는 곰곰이 생각했다. 역시 막연하지만, 본능적으로 남자는 느꼈다. 이 검에는 날이 없다. 날이 없는 검으로는 저것을 받아낼 수 없다.

그렇다면, 날을 만들면 된다. 방법? 글쎄. 그건 아마도, 염원하는 것일 것이다. 칼날이 생기도록. 모든 것을 잘라낼 수 있는 칼날을.

-Vacuum slicer_operate

검이 떨리며 칼날을 만들어 낸다. 이 검의 날은, 모든 것을 벤다. 그 공간마저 베어낸다.

그렇다면- 저 저급한 흉기 따위는, 단 한 번에 베어낼 수 있을 터. 남자의 허리가 돌라가며 팔이 휘둘러진다. 빛이 있었다면 누군가는 남자의 움직임이 한폭의 그림 같다고 말했을 것이다.

단 한 번의 휘두름. 하지만, 그것을 여태까지의 것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검이었다. 빠르고 강하다. 그리고 흔들림이 없다. 켜켜이 망각에 묵혀진 남자의 본능이, 밖으로 뛰쳐나가기를 원하며 울부 짖었다.

베었다. 남자는 그렇게 느꼈다. 이제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남자는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받아라.”

무엇을? 이라고 생각한 순간, 그의 몸을 향해 어떠한 물체가 회전을 하며 쏘아졌다. 처음에는 어찌할 줄 몰랐지만, 남자는 점차 침착해졌다. 검을 비스듬히 쥐고, 그 무엇을 쳐낸다.

화살... 하지만, 검을 통해 느껴지는 감촉은 그가 알고 있던 화살이 아니었다. 오히려 실체가 없는 듯한, 꼭 허공을 베는 듯한 공허감 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자신이 그 무엇인가를 베었음을 확신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검이, 남자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무형의 화살은, 남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공성병기라도 되는 것일까. 도저히 사람이 날리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많이, 그리고 빠르게 화살은 날아왔다. 남자가, 그 화살을 다 받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상책이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웅크리고 검을 휘저었다. 어께에 하나, 쇄골에 하나, 옆구리에 하나, 허벅지에 하나. 남자는 자신의 몸에 무엇인가가 스쳤음을 느꼈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 공격에 뒤따라야 하는 그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화살들을 굳이 받아 쳐내야할 이유가 있을까?

남자는 화살을 쳐내며 그렇게 생각했다. 남자는 곧,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몸이 느려졌다. 반응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몸에 맞는 화살이 많아진다. 몸이 위험신호를 보냈다. 이대로라면, 남자는 이 심연에 먹히고 말 것이다.

남자의 머리가 침착을 부르짖었다. 굳은 몸을 풀고, 남자는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화살이 멈춘다. 그러나, 그 멈춤이 그리 오래지 않으리라는 것을 남자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누군가가 주는 기회. 그렇다면 남자는 그것에 부응을 해야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누군가에게 있어 남자의 존재가치는 무의미해지는 것일 테니까.

화살의 속도는 검을 휘두르는 속도보다 빠르다. 그리고 많이 쏟아진다. 아무리 검을 휘두른다 한들, 그것을 다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결론을 비집고, 남자의 머릿속에는 ‘왜?’라는 의문이 던져진다. 나의 검은 느리니까. 다시 한 번 그렇게 생각했음에도, ‘왜’라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검은 화살보다 느릴까? 남자는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느리다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법인데. 검이 화살보다 빠를 수도 있는 것일텐데.

남자를 향해 다시금 화살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남자의 움직임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인다. 춤을 추듯이,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남자의 몸은 움직였다.

최단곡선. 그 단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듯, 남자의 검은 거침이 없었다. 폭풍을 마주하듯이, 그와 빠름을 논하듯이, 남자의 검은 점점 빨라지고, 멈추지 않을 듯이 맹렬하게 움직였다.

스윽.

남자는 손을 내렸다.

화살이 멎었다. 남자는 묵묵히 검을 쥔 손에 힘을 풀었다. 그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다음은 난가.”

하지만,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심연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색적인 목소리에, 남자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무엇인가가 빛났다.

“잘 부탁해. 친구.”

남자의 몸을 향해 수 많은 검이 쏟아져 내렸다. 남자의 손이 긴장으로 굳어지며, 그 휘두름에 최선을 더했다.

그 긴박하지만, 지루한 싸움은, 끝이 나지 않는 왈츠처럼, 끝없이 반복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휘두름이, 마주함이, 시간이, 지나간 걸까. 남자는 지치지 않는 기계처럼, 싸움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제는 그 결판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 동안, ‘위험하다’라고 느낀 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온 몸이 정지되어 버린 듯, 손끝하나 움직이기 힘든 순간도 있었고, 수많은 검에 온몸이 난자되듯이, 두들겨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남자의 검도 그 상대를 향해 치명적인 공격들을 날렸다. 남자가 기억하고 있는 기술은 폭발적인 바람의 창이 되어, 상대방을 꿰뚫었고, 남자의 끝없이 빠른 검은, 그 수 많은 검을 받아 쳐내고도 남은 여력으로, 상대를 난자했다.

이제는 느낄 수 있었다. 서서히 끝의 시간이 다가온다고. 남자는 검을 움켜쥐었다. 이 승부의 끝은 어떤 것일까. 이 긴 시간의 싸움의 승자는 누구일까.

남자는 모든 여력을 검에 끌어 담았다. 수백, 수천만번은 썼을 듯한, 그 기술. 남자는 머릿속으로 그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Skill1. Gale Buster.

그 바람의 송곳니는 오랜 적수를 향해 이빨을 드리대며 으르렁거렸다. 수만의 검을 헤치며 송곳니는 날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바람의 야수가 원하고도 원하던, 적의 목덜미를 발견했다. 야수는 흉포하게 울부짖으며 그 흉측한 송곳니는 적의 목덜미에 틀어 박는다. 아니, 틀어 박으려 했다.

“...”

남자의 전신을 헤집는, 검의 폭풍은, 야수를 산산히 갈라 놓았고, 남자의 검을 사정없이 휘갈겨 남자의 손을 잘라 버린다.

“멀었다.”

그 작지만, 충격적으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남자는 이를 갈았다. 뛰어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쩨서!

“돌아가라.”

일말의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남자의 몸은 무엇인가에 빨려나가듯이 움직였다.

“헉.”

숨을 내쉰다. 남자는 눈을 떴다. 눈이 부셨다. 이곳은 어디일까. 하늘을 바라보자, 붉은 하늘이 보인다. 이상하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남자에게 중요한 것은 강해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남자의 손에 핏줄이 섰다. 치렁치렁하게 길러서, 걸레처럼 보이는 하얀 머리카락 사이에서, 검은 눈동자가 야수의 것처럼 섬뜩하게 빛난다.

이런 치욕을 안겨준 상대를 살려둘 수는 없다. 더욱 강해져서, 죽인다. 그것이 남자의 머릿속을 자리잡은 유일무이한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후, 늦었군요. 신학기란, 이래저래 힘들어요.^^;;
지난 화의 힌트가 너무 막연했더군요. 이래서야, 작가 밖에 모르겠죠;; 때문에, 이번 화에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힌트를 드렸답니다. 아니 힌트라기 보다는, 그냥 공개겠죠(웃음)

연참대전 신청을 했더랍니다. 얼마나 갈련지는 의문이지만 ㅜ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완결을 향해서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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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3 550 9 10쪽
78 15화. '나'라는 사람은 참... +2 12.03.22 491 19 8쪽
77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21 666 6 8쪽
76 14화. 그 안개가 걷힐때... +1 12.03.20 515 7 8쪽
75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1 12.03.19 572 12 8쪽
74 외전. 그 창조 +2 12.03.17 527 10 14쪽
73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3 12.03.16 417 10 13쪽
72 14화. 그 안개가 걷힐 때... +2 12.03.15 817 8 8쪽
71 13화. 그 남자2 +3 12.03.14 526 6 7쪽
70 13화. 그 남자2 +2 12.03.13 1,155 6 8쪽
69 13화. 그 남자2 +2 12.03.12 460 8 9쪽
68 13화. 그 남자2 +2 12.03.10 564 11 14쪽
» 13화. 그 남자2 +1 12.03.09 641 9 9쪽
66 12화. 그 여자2 +1 12.03.02 576 9 8쪽
65 12화. 그 여자2 +1 12.02.29 529 8 6쪽
64 12화. 그 여자2 12.02.04 586 16 10쪽
63 12화. 그 여자2 12.02.03 630 9 12쪽
62 12화 예고& 2부 +1 12.02.02 545 7 2쪽
61 11화. 그 격변은... 12.02.02 558 11 16쪽
60 11화. 그 격변은... 12.02.02 629 7 12쪽
59 11화. 그 격변은... 12.01.25 634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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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1화. 그 격변은... 12.01.11 550 6 7쪽
56 11화. 그 격변은... 12.01.10 684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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