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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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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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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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이 거대한 물고기는 셀렝게강과 바이칸대호수에 서식하는, 셀렝게만년화리로 불리는 물고기다.


성체(成體)가 되기 전에는 자주색 몸을 가졌다가, 수명이 일만 년에 이르면 그동안 몸에 받아들인 음이나 양의 기운 또는 오행의 기운 등, 기의 종류에 따라서 몸의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다.


겁 없이 쥬맥을 잡아먹으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만 년을 넘게 살고도 스스로 자살을 한 꼴이 되었으니······.


이때.


쥬맥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가슴 부위에 넣어 둔 신수 주작의 깃털을 적시기 시작했다. 쥬맥의 피에는 화정의 기운이 실려 있어 유독 붉었다.


마침내 깃털이 모두 쥬맥의 피로 붉게 물들자 화정의 기운을 감지한 깃털에서 서서히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아침해가 만장심연의 어둠을 뚫고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것처럼!


그런데 태양이 타오르는 횃불처럼 불길을 점점 내뿜더니···, 나중에는 쥬맥의 전신을 휘감고 불길이 일며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불길에 쥬맥을 감쌌던 천이며 옷이나 밧줄 할 것 없이 모두 불타서 사라져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마침내 쥬맥의 나신이 드러나는데···, 몸에도 불이 붙어 털이란 털은 모두 타 버리고 살갗까지 태웠다.


그러자 한 꺼풀 타 버린 살갗이 부서지며 흘러내리고 백옥 같은 속살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불길이 점점 몸속으로 스며들더니 파손된 신체 부위로 몰려들면서 훼손된 신체와 장기들을 원상태로 복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막혀 있던 혈맥들이 힘찬 진기의 파동에 뚫렸고······.


쥬맥의 몸에 피와 진기가 정상적으로 다시 흐르자 가슴이 크게 부풀어올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허억!”


거친 숨을 토하는 소리와 함께 쥬맥의 가슴이 들썩거리며 다시 숨을 쉬었다. 아마 죽을 고비는 넘겼나 보다.


‘으음~ 여기가 어디지?’


그 순간, 쥬맥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의 영혼이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는 것처럼 생계를 벗어나 팔천계(八天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저승이라고 생각되는 황색 빛에 둘러싸인 곳으로 끌려갔는데······.


점점 그 세계가 크게 확장되어 다가오더니, 어느 순간 사방이 끝없이 넓은 문을 통하여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를 데리고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거대한 호수로 안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는 어디일까?


계속되는 의문에 주변을 살피며 눈을 두리번거리는데······.


물이 눈부신 광채로 빛나며 넘실대는 이곳은 바로 영천(靈泉)이고, 몸을 담궈서 오염된 것을 모두 씻으라는 말이 머릿속으로 아련하게 들려왔다.


그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족들이 들어가 있는데, 그래도 자신을 닮은 인간들이 모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쥬맥이 막 물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디서 낯익은 사람이 불쑥 튀어나왔다. 오래된 기억 속의 얼굴이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


“아니, 너는 쥬맥이 아니냐? 네가 벌써 이곳에 오다니!”


쥬맥을 보고 물속에서 뛰쳐나온 사람이 애통(哀痛)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자세히 그 모습을 살피니 어릴 때 보았던 사람이다. 그 이름 아버지!


쥬맥도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 세상에나······.


“어어? 아버지! 정말 보고 싶었어요. 왜 여기에 계세요? 어머니랑 형은 어디에 있고요?”


“이놈아! 아직 젊은 놈이 할 일도 많은데 왜 여기를 왔어? 당장 돌아가!”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저절로 이곳으로 끌려왔어요.”


“네 엄마랑 형은 벌써 몸을 정갈히 해서 영계로 넘어갔다. 나만 아직 여기 남아 있구나. 그런데 너는 아직 와서는 안 될 곳이다. 이리 따라오너라.”


그러면서 쥬맥의 손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으니 검은 연무(煙霧)에 휩싸여 안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 큰 굴 같은 곳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주변은 천장(天將)과 같은 존재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은빛 갑주(甲胄)를 입고 거대한 창을 움켜쥔 채.


쥬맥과 아버지가 다가가자 그들이 앞을 막아서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곳은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어서 물러서라!”


동시에 번쩍이는 거대한 창을 겨누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사정을 얘기했다.


“여기는 내 아들인데 아무래도 잘못 왔으니 다시 왔던 곳으로 보내 주세요.”


“안 된다. 여기에 한 번 온 영혼은 그 누구도 다시는 나갈 수 없다.”


그러자 아버지가 지키는 자들이 듣지 못하게 쥬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저들을 막을 동안에 너는 저 굴로 힘껏 뛰어들어라. 알았지?”


“예, 아버지. 그런데 그냥 여기서 아버지랑 함께 있으면 안 돼요?”


“절대 안 된다. 너는 때가 되면 올 것이니 군말 말고 어서 돌아가거라.”


쥬맥은 혼자서 돌아가기는 싫었지만 아버지의 호통에 어쩔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눈짓을 하고 돌아서서 장수들의 시야(視野)를 가리며 큰 소리로 다투기 시작했다.


“아니, 잘못 왔으면 돌아도 가는 거지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왜 안 돼요?”


그 틈에 쥬맥은 잽싸게 검은 연무가 넘실대는 동굴을 향해서 뛰었다.


천장 같은 장수들이 알아채고 붙잡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드는데, 아버지가 몸을 던져서 뒷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그러자 그들이 거대한 창을 휘둘러서 붙잡는 아버지의 팔목을 잘라 버리고 다시 붙잡으려고 달려오는데······, 쥬맥이 동굴 앞에 거의 다다랐다.


손으로는 붙잡지 못할 것 같으니 장수는 단칼에 두 쪽을 내겠다는 듯이 거대한 청룡도 같은 창을 휘둘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아버지가 몸을 날려서 그 사이로 뛰어들며 쥬맥을 동굴 속으로 밀쳐 넣고, 자신의 몸으로 큰 창을 대신 받았다.


자신이 다치는 것은 도외시한 채!


쥬맥은 뛰어내리는 순간 아버지가 위험하자 다급히 외쳤다.


“아버지! 안 돼요!”


목청껏 고함을 지르는데 몸이 마치 무저갱(無底坑)과 같은 심연의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져 내렸다.


위급한 아버지를 부르며 아무리 발버둥쳐도 다시는 올라갈 수가 없었고······.


그때 멀리에 한 점 빛이 보이더니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 거친 바닥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내팽개쳐졌다. 그러자,


“허억!”


하면서 거칠게 숨을 토하고 몇 번 숨을 고른 뒤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의식이 현실로 돌아와서 지난 일이 생각나자 벌떡 일어났다. 분명히 아버지가 위험했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되셨지?”


긴 꿈을 꾼 것 같은데 꿈같지 않고 현실에서 겪은 듯이 생생했다. 아버지가 몸을 던져서 자신을 구하던 생각이 나자 머리를 흔들고 상념을 지웠다.


두 사람이 양옆에서 팔짱을 끼고 천궁에 맞은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여기는 어디일까?


주변을 둘러보니 희한한 세상에 와 있었다. 깊은 물속인 듯한데 자신은 거대한 거품 속에 들어 있고 말이다.


그 밖을 거대한 물고기들이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며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대여섯 마리나 되는 거대한 물고기들이 죽어 있었고······.


다가가서 만져 보니 금방 죽은 듯이 싱싱했다. 단검으로 잘라 보려고 찾는데···, 맨살이 만져져서 놀라 내려다보니 자신은 완전히 알몸이 아닌가?


“아니, 이게 뭐야?”


이상하여 머리를 만지니 머리도 털이 없고, 전신의 털이 다 타버린 듯 눈썹까지도 없었다. 아니 어떻게······.


그래서 누워 있던 주변을 살피니 백호제마검과 단검이 떨어져 있었다.


며칠을 굶은 것처럼 배가 고파서 죽어 있는 물고기의 살을 날것으로 좀 먹으려고 단검으로 가르는데, 비늘이 어찌나 강한지 칼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백호제마검(白虎制魔劍)에 검강을 발현하여 가장 부드러운 뱃살을 찌르자 비로소 칼이 들어가고, 길게 배를 가르자 내장이 통째로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 안에서 어른 주먹만 하면서 오색으로 반짝이는 보석(寶石) 같은 구슬이 딸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만져 보니 매우 강한데도 매끄럽고 부드럽다. 그리고 전해지는 진한 영기!


‘이게 무엇일까? 혹시 내단?’


꼭 말로만 전해 듣던 내단 같아서 죽어 있는 물고기 일곱 마리의 내단을 다 찾아내고, 가죽도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모두 깔끔히 벗겼다.


그리고 살을 얇게 저며 고기 맛을 보니 부드러운 속살이 기가 막히게 살살 녹는다. 그 맛으로 허겁지겁 먹으면서 허기진 배를 불룩하게 채웠는데······.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라고 배를 두드려 보니 든든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제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몸에 이상이 있나 한번 확인해 봐야지.’


바위 위에 좌정을 하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그런데 외부에 난 상처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처럼 몸 안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혈맥이 힘차게 흐르니 기분이 무척 상쾌했다.


아니, 오히려 다치기 전보다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내공도 더 늘어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주작(朱雀)이 준 깃털은 어디로 갔지? 혹시 그 깃털 때문일까?’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알몸이라서 이대로 나가기는 좀 난감하네. 어떻게 하지?’


여기는 훔쳐보는 게 물고기밖에 없지만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다 볼 것 아닌가?


그래서 주변을 살펴 길고 넓게 자란 수초를 잘라서 대충 아랫도리를 가렸다. 남자가 윗몸을 내놓는 것쯤은 큰 흉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


내단과 물고기의 가죽을 챙겨 들고 나오려고 하니 맛있는 물고기가 너무 아까웠다. 얼마 먹지도 못했는데···, 그렇다고 다 가져갈 수도 없고······.


그래서 그중에 가장 큰 한 마리를 어깨에 짊어지고 허공답보를 펼쳤다.


몸이 점점 물 위로 떠오르는데 백호제마검이 있어서 기포가 같이 올라가니 힘도 안 들고 수영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한편, 수르와 백호대 일행은 나흘 동안이나 눈에 불을 켜고 샅샅이 찾아봐도 쥬맥의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떠나기로 했다.


아마도 깊은 호수 속으로 가라앉은 모양이다. 떠나기 전에 아침을 먹는데 수르는 오늘도 한두 숟갈 뜨더니 입맛이 없다며 먹지 않았다.


“이러다가 산 사람을 잡겠습니다. 집에서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더 드시죠? 이런다고 대장님이 살아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일행들이 수르가 걱정되어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 한다고 억지로 권해도 넘어가지 않는다며 극구 사양했다.


어쩔 수 없이 모두 마음을 비우고 정리를 한 뒤, 이제는 정말로 떠나야 할 시간인데도 수르는 하염없이 호수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억지로 팔을 끌어서 시원마에 태우고 돌아오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는지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지금이라도 부르면 친구가 달려올 것만 같아서······.


그렇게 미련 때문에 차마 눈을 돌리지 못하는 수르의 눈에 호수 위로 무언가 조그만 점이 나타났다!


‘내가 헛것을 본 것인가?’


처음에는 콩처럼 작더니 점점 커진다.


‘이제는 제대로 먹지 못하니 헛것까지 보이는구나. 맥아! 내 친구야! 제발 너였으면······.’


혹시 몰라서 손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보는데···, 그래도 무언가가 보였다.


“모두 잠깐만! 잠깐만! 저기 호수 위에 무언가 보이지 않나?”


그 소리에 동료들은 모두 쓴웃음을 지었다. 수르의 심정을 알기 때문이다.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수르를 살피며 호수를 보았다.


“이제는 헛것까지 보시나 봐요. 보이긴 뭐가 보여요? 아니, 가만? 뭐가 있긴 한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돌아가서 한 번 확인해 볼까요?”


그 소리에 모두 뒤돌아보니 분명히 호수에서 무언가 걸어 나오는 것 같았다.


“우리 저것만이라도 확인해 보고 가자! 아니면 이제 정말 갈게.”


수르가 대답도 듣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가 버리니, 나머지도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라서 호숫가로 다시 돌아왔다. 그 상태로 혼자 두고 갈 수도 없으니···.


멀리서 사람 같기도 하고 짐승 같기도 한 것이 걸어오고 있는데, 혹시 같이 물에 빠졌다는 천마수가 아닌가 하여 모두 긴장하고 도검을 뽑아 들었다.


그것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데, 커다란 뭔가를 잔뜩 짊어진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


마침내 물가에 다다라서 바위 위에 들고 있는 짐들을 털썩 내려놓더니, 짐이 무거웠는지 허리를 쭈욱 편다.


그러더니 수르를 발견하고 말을 했다.


“어이, 수르야! 네가 여기는 어쩐 일이냐? 너는 우리 조(組)가 아니잖아?”


그러자 마치 벼락을 맞은 듯이 놀라는 수르!


“맥이냐? 응? 맥이 맞아? 으어엉 어엉! 이 나쁜 자식아! 으허엉!”


틀림없이 쥬맥이라고 생각한 수르가 기쁨에 울음보가 터졌는지 울면서 달려가 살피는데···, 옷은 다 어디다 버렸는지 허연 알몸에 아랫도리만 수초를 둘렀다.


어디 그뿐인가?


털이란 털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민둥산 같은 사람이 서 있는데, 얼굴을 보니 그래도 친구인 쥬맥이 분명하다.


그제야 와락 달려들어 쥬맥을 껴안고 또 대성통곡을 했다.


“엉엉엉! 이 나쁜 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왔어. 엉엉엉!”


“너 왜 울고 그래? 무슨 일 있었어?”


그러자 백호대 일행이 다가와서 같이 울먹이며 대신 대답을 했다.


“대장님! 살아계셨군요. 우리들은 모두 죽은 줄 알았습니다.”


“야 참모장은 닷새나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습니다.”


그제야 수르를 자세히 보니 그새 정말 비쩍 말랐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어? 물에 빠진 게 꼭 어제 같은데······.”


“악몽 같은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살아오셔서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수르가 정신을 좀 차리고 살아서 돌아온 친구의 손을 잡으며 묻는데, 아직도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맥이 너는 왜 바보같이 호수에 빠진 거야? 왜 못된 놈들을 구한다고 네가 호수에 빠져 엉? 흑흑흑!”


쥬맥은 보 대족장의 수하들이 자신에게 천궁을 쏘고 호수에 던졌다는 말을 하려고 하다가 일단 꾹 참았다.


말이란 한 번 입 밖에 나오는 순간 새어 나가기 마련이니 걷잡을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마음속에서는 분노가 들끓어서 사실대로 말하고 보 대족장과 그 수하들을 깡그리 쳐죽이고 싶었지만······.


서두르면 항상 실수가 많은 법이니 일단 참고, 시간을 가지고 냉정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제 살아났으니 칼자루는 자신이 쥔 것 아니겠는가?


며칠 사이에 비쩍 야위어 버린 수르의 모습을 보자 너무 미안한 생각과 함께 집에서 기다릴 처자식(妻子息)도 걱정이 되었다. 모두 힘들어 할 텐데.


“수르 너는 바보같이 몸이 그게 뭐냐? 처자식 걱정도 안 되냐?”


겨우 마음을 추스른 수르가 그래도 쥬맥이 살아온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서 드디어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이놈아! 네 걱정에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아이구~ 배고파 죽겠다. 빨리 뭐라도 좀 먹자.”


“그래? 배고프면 우선 가져온 물고기라도 좀 먹자. 날것으로 먹어도 입에 살살 녹더라. 어이! 모두 이리 와서 여기 이 봇짐 좀 함께 들어 봐.”


우르르 달려들어서 봇짐을 넓적한 바위 위로 올린 뒤, 물에 씻은 단도로 물고기의 살을 얇게 베어 냈다.


수르부터 한 조각씩 돌렸는데 모두 한 입씩 받아먹더니 깜짝 놀랐다.


“와! 정말 입에서 살살 녹네. 도대체 무슨 물고기가 이렇게 크고 맛도 좋지? 우리 배고픈데 더 먹자.”


수르가 먼저 달려드니 대원들도 우르르 달려들어 살을 베어서 포식을 했다. 그런데 쥬맥까지 일곱이 실컷 먹어도 십분의 일도 먹지 못했다.


“그런데 수르야, 내가 옷을 다 버렸는데 너 혹시 남은 옷 한 벌 없냐?”


“이놈아, 너는 내 속을 썩힌 죄로 그대로 주거지까지 끌고 갈 거야.”


그러자 대원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하하하하! 우리 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온 동네 구경거리가 되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수르가 시원마 있는 곳으로 가더니 봇짐을 뒤져서 옷을 한 벌 가지고 왔다.


“야! 몸에 안 맞더라도 우선 이거라도 입어라.”


“그래, 고맙다.”


“그런데 몸에 털이란 털은 다 어디로 갔냐? 완전 벌거숭이네.”


“나도 모르겠다. 정신을 잃었다가 일어나니 맨몸뚱이뿐이라서.”


“그런데 저 물고기는 너무 맛있어서 버리고 가기 아깝다. 포를 떠서 가지고 가면서 말리자. 그게 좋지 않겠어?”


“그래, 귀한 물고기 같은데 그냥 버리면 벌받지.”


결국 물고기의 살은 모두 길쭉하게 잘라서 소금을 뿌리고 나뭇가지에 걸어서 말에 실었다.


쓸 만한 것은 모두 챙겨야 하는 법. 길고 날카로운 이빨까지 버리지 않고 챙긴 일행은 주거지를 향해서 길을 나섰다.


가다 보니 물고기는 반쯤 말라서 딱 먹기 좋은 정도가 되었고 말이다.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살아서 돌아오니 모두 기분이 좋아서,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길을 재촉했다.



한편, 여기는 쥬맥네.


미루는 벌써 닷새째 곡기를 끊었다.


애들만 먹이고 자신은 겨우 물밖에 마시지 않았다. 먹으려고 해도 몸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니 목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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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45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44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30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50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50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11 20 19쪽
»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22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30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37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52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35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23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23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35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24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38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28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51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42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43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49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4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67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43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45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55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44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57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29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50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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