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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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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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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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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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50화. 인맥과 인운(人運)의 차이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중에서도 여기에 모인 사람들이 쥬맥 때문에 수혜(受惠)를 받은 무사들의 핵심이었다. 그러면서 팔다리의 역할을 해 주는 최측근들.


그러는 사이에 술과 요리가 나오고 술잔이 채워지면서, 쥬맥에게 축하의 권주가 쏟아졌다.


“대족장님! 제가 축하주 한 잔 드리겠습니다.”


“대족장님! 앞으로도 우리 백호대 잘 부탁드립니다.”


수르도 대놓고 장난을 친다.


“아이고, 이제는 대족장님이 되셔서 사람들 있는 데서는 말도 못 놓겠네. 친구님! 감축드립니다. 이놈 수르의 술도 한 잔 받으시지요.”


그 말을 들으니 기가 막히는 쥬맥.


“하, 이놈 보게. 설사 나중에 내가 한울이 된다고 해도 남들 앞에서 막말을 할 사람은 너밖에 없다. 그런 사람마저 없으면 답답해서 세상을 어떻게 사냐?”


이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서로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옆에서 불쑥 나섰다.


“대족장님! 제 술도 한 잔 받으시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가 넙죽 허리를 숙여 절을 하면서 쥬맥의 잔에 술을 따른다. 쥬맥이 얼결에 누군지도 모르고 술을 얼른 받으면서 얼굴을 살피니 잘 아는 얼굴이었다.


“아~ 예, 아니 탕타로 부족장님 아니세요?”


“예, 오늘 친구들과 한잔 하러 왔는데 우연히 같은 술집이네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제 술도 한 잔 받으시지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가 정성껏 잘 모시겠습니다.”


그러면서 쥬맥이 따라 준 술잔을 들어서 고개를 돌리고 잔을 비운다.


“그럼 즐겁게 드시고 가십시오.”


“예~ 좋은 시간 되십시오.”


탕타로 부족장이 깍듯이 인사를 하고 뒤쪽의 구석진 자리로 돌아가자, 수르가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 양반이 술까지 따르고 웬일이래? 전에 밑에서 소족장을 할 때는 쳐다보지도 않고, 네가 힘들게 쌓은 공적은 모두 자기가 챙기더니 말이야.


이제는 완전히 거꾸로 되어 버렸네. 오늘 같은 반전의 날이 올지는 몰랐던 모양이지? 에라~이, 쌤통이다.”


“야! 들린다. 조심해라.”


“이제 네가 저 양반의 상전인데 뭐가 무서워? 쫄다구처럼 부리면 되지.”


“사람이 산다는 것이 어디 상하 관계로만 된다더냐? 서로 존중을 해야지.”


“너는 성인군자처럼 사니까 맨날 당하는 거야. 때로는 본때를 보여 줘야 다시는 그러지 못하는 거지.”


“모든 일에는 다 인고의 세월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면서 쥬맥은 전에 돈문 천사장이 들려주었던 대나무 이야기와, 그 열매가 맺기를 기다리는 봉황의 마음을 생각했다.



어느덧 한 달이 금방 흐르고, 마침내 쥬맥이 대족장에 취임하는 날.


취임식은 1차로 쥬맥이 맡게 될 대부족의 주거지에서, 전임 대족장 한망의 주재로 부족장, 소족장들과 백호대가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쥬맥과 아내 미루가 단상에 앉아서 전임 대족장의 이임사를 듣고 앞으로 나서서 취임사를 했으며, 이어서 휘하의 부족장과 소족장 그리고 백호대 부대장들의 예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천인족 대회의에서 한울 주재로 2차 임명식이 치러졌다.


대족장급 이상의 고위 신료들이 모인 가운데 서두(序頭)를 꺼내는 한울.


“오늘은 이번에 대족장으로 승차한 쥬맥 대족장의 임명식을 거행하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종족에게 위기가 닥칠 때마다, 목숨을 걸고 나서서 종족을 위해 헌신(獻身)해 온 우리 쥬맥 대족장에게 박수를 한번 쳐 줍시다.”


짝짝짝짝!


“축하합니다.”


“대족장 승차를 감축드립니다.”


모두 박수와 함께 이구동성으로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쥬맥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앞으로 나아가 한울 앞에 서서 예를 표했다.


한울이 웃으며 인사를 받은 뒤, 천사장이 건네는 천령수 가지로 만든 관을 쥬맥의 머리에 씌워 주었다.


다음은 대족장의 지휘도 수여.


전신이 금빛으로 빛나고 굵은 보석들이 박힌 보도를 건네자, 쥬맥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서 왼손에 쥐었다.


“여기에 있는 쥬맥을 천신의 뜻을 헤아려 우리 천인족의 대족장으로 삼고자 하오니, 천신께서는 굽어살피시고 부디 올바른 길로 인도하여 주소서.”


한울이 두 손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엄숙하게 말한 뒤, 쥬맥에게 다가와서 악수를 청하며 당부했다.


“대족장 승차를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종족을 위해서 힘써 주시오.”


“부족한 힘이나마 최선을 다하겠사옵니다.”


한울의 당부에 쥬맥이 지휘도를 잡은 두 손을 맞잡고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


그러나 머리에 쓴 관에는 한울의 대관식 때처럼, 천령수의 열매는 달려 있지 않았다. 하사한 보도는 대족장의 권위를 나타내는데, 담당 대부족에 모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지휘도(指揮刀)였다.


“자~ 그러면 신임 대족장으로서 여기 모인 분들께 한마디 하시오.”


공적인 자리인지라 한울도 쥬맥에게 하대를 안 하고 정중하게 말한다. 그러자 쥬맥이 참석한 사람들을 향해 예를 올린 뒤 간단히 인사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 부족한 제가 대족장의 위를 명받았습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 여러 선배님들께서 많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우리 천인족을 위해서 부족하나마 저의 신명을 다 바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종족이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은데, 힘들고 어려운 일은 여러 선배님들을 대신하여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제가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불러 주시면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그리고 잘못한 부분이 있을 때는 따끔한 훈계도 해 주시고,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함께 열심히 해 봅시다.”


“축하합니다.”



임명식이 끝나고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가 남아서 쥬맥과 차를 한잔 마시게 되었다. 한울이 쥬맥을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어리던 자네가 성장하여 어느새 대족장이 되었구먼. 정말 축하하네.”


“모두 한울님께서 잘 돌보아 주신 덕분이옵니다.”


쥬맥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천사장도 마음이 흐뭇한 모양이다. 얼굴 가득히 웃음을 머금고 찻잔을 들었다.


“자네가 내 스승님(태을 선인)을 찾아서 천령수 아래로 왔을 때는 열여덟 살의 풋풋한 청년이었는데, 벌써 대족장이 되고 중년티가 나는군. 그동안 정말 종족을 위해 큰일들을 많이 했네. 앞으로 대족장도 잘할 거야.”


“감사합니다. 태을 선인님은 저에게 친할아버지 같은 분이시지요. 찾아뵙고 싶은데 지금은 어디에 계신지요?”


“이제 큰일은 모두 마무리하셨으니 수행에 힘쓰신다고, 천령수 아래에 있는 신전에서 머무신다네.”


“알겠습니다. 조만간에 찾아뵈어야겠습니다.”


그때 대신녀가 옛날을 회상하듯 물었다.


“자네가 천둔산 정상에서 울먹거리던 때를 기억하는가?”


“기억하고 말고요. 그때 전임 한울님께서 저에게, 쥬맥은 용감한 아이라는 뜻이니 울지 말고 용감하게 살라고 그리 말씀하셨지요.”


“기억하고 있네. 그때는 눈물을 참던 코흘리개 어린애였는데, 벌써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대족장까지 되다니 참으로 대단해. 앞으로도 잘하시게.”


“감사합니다. 제가 어릴 때 오갈 데가 없어서 대신녀님과 신녀님들이 보살펴 주셨지요. 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어디 자네뿐이겠는가? 그때는 고아들이 많아서 상황이 그랬던 것이지. 전임 한울께서 자넬 위해 많이 애쓰셨으니 한번 찾아뵈시게.”


“알겠습니다. 당연히 찾아뵈어야지요.”


세 사람은 쥬맥이 어릴 때부터 돌보아 주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편하게 말하니, 쥬맥도 격식을 차리는 것보다 더 좋았다.


한울과 천사장에게는 자식뻘이고, 대신녀에게는 손자뻘이니 그럴 만하다.



쥬맥의 임명식이 끝나고 내성의 대족장 저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내성에는 대족장용 저택이 이십여 채가 지어져 있는데, 이제 쥬맥까지 겨우 다섯 채가 입주하였다. 대족장 저택에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들이 다섯이나 있었다.


집안 청소부터 요리, 빨래, 정원 정리 등 모든 일을 맡아서 해 주니, 아내 미루는 그야말로 마님 소리를 들으며 편하게 살게 되어 누구보다 좋아했다.


큰 대문 안에 집이 네 채나 되는데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수련실이 있었다.


안채는 가족들이 주거하고, 사랑채는 서재와 손님들이 오면 응대하는 용도로, 행랑채는 집안을 돌보아 주는 사람들과 대족장의 호위 무사가 머무르는 곳이었다.


뜰도 넓어서 많은 기화요초를 심어 놓았고, 마당 한가운데는 인공 연못이 있어서 물고기와 연꽃이 자랐다. 그리고 연못 가운데에는 아름다운 한 채의 정자가 있어서 운치를 더해 주었고.


안채만 목조 건물이고 나머지는 모두 석조 건물이었다. 환시성과 같은 붉은 화강암으로 외곽을 짓고, 그 안에는 목재를 덧대어 마감해서 삭막한 감이 없었다.


전임 한울도 내성에 살고 있어서 조그만 선물을 준비하여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니, 무척 반갑게 맞으며 쥬맥이 대족장에 오른 것을 축하해 주었다.


비록 큰 손자 안명을 거인족과의 전쟁에서 잃고 말았지만, 그 아들 수한이가 벌써 장성하여 학자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 이를 위안 삼아 살아가고 있었다.


유리는 신의가 운영하는 의원에 나가서 의술을 배우고 일을 하느라 집에 없었고······.


다음 날은 오전에 대부족의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환시성(桓市城)을 나서서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랐다.


이제는 전보다 내공과 경지가 더 올라서 한 시진 반 만에 천령수가 자라고 있는 천둔산 중턱에 이르렀다.


이제 이곳에 상주하는 선인들과 신녀들도 모두 쥬맥을 알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진을 통과하여 들어가니, 한 선인이 알아보고 얼른 다가오면서 아는 체를 한다.


“아이구, 쥬맥 대족장님이 아니십니까? 감축드립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태을 선인님은 여기에 계시지요?”


“예, 지금 신전에 계시니 가시면 뵐 수 있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전으로 가면서 천령수를 바라보니 그 사이에 더 자랐다. 이제는 밑동 직경이 오십 장(150m)을 넘어섰고, 높이는 이백삼십 장(690m)이 넘는다고 한다.


그 우람한 모습과 인간의 인식 한계를 넘어선 듯한 모습에, 다시금 경외심(敬畏心)이 느껴졌다.


거대한 백옥의 신전은 아직도 짓고 있었다. 백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시간이 제법 걸리는 모양이다.


전부터 사용하는 임시 신전으로 들어서니, 태을 선인이 제단 앞에서 향불을 피워 놓고 좌정하여 수행을 하고 있었다.


쥬맥은 말없이 다가가서 향로에 향을 추가하고, 제단 아래에 준비되어 있는 축성주(祝聖酒)를 잔에 따라서 천신의 제단에 올린 뒤 큰절을 세 번 하였다.


신전 안에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만 감돌고 있는데······.


태을 선인의 몸에서는 은은한 금광이 피어올라 엄숙함을 자아낸다. 쥬맥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서 태을 선인의 뒤에 좌정하고 앉아 함께 수행을 하였다.


태을 선인은 이미 기운을 감지하고 쥬맥이 왔음을 알았으나, 하던 수행을 멈출 수 없는지라 마저 끝내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으로 나가서 쥬맥이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니, 쥬맥이 금방 따라서 나오며 인사를 건넨다.


“저 왔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뭐가 그리 바쁜지 그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래, 이리 보니 좋구나. 지난번에는 거인들과 또 한판을 했다며?”


“쳐들어오니 종족을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또 싸웠습니다.”


“너도 살생을 많이 해서 큰일이구나. 지은 업보를 줄이려면 나중에 빨리 은거해서 수행으로라도 씻어 내려무나.”


“아무래도 그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눈앞에서 동료와 동족들이 죽어 나가니 싸움을 안 할 수도 없고···, 마음이 무척 무겁습니다.”


“네가 도를 닦는 선인도 아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 지금이야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 빨리 후계자를 키우고 뒤로 물러나야지.”


“저도 빨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전보다 더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이제 큰 짐을 내려놓고 수행에만 힘을 쓰니, 마음이 한결 편하고 좋구나.”


“지구로 이주하고 나서 오십 년을 넘게 바삐 사셨으니, 이제 편히 쉬셔도 누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정말로 신선이 되셔야 합니다.”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겠느냐? 그런데 이번에 네가 대족장이 되었다고? 하여튼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모두 잘 이끌어 주신 덕분입니다.”


“네 나이가 벌써 예순이라니 참으로 세월이 빠르구나. 대족장이 되어도 처음의 마음가짐을 잃지 말아라.


사람에게는 천운, 지운, 시운, 인운이라는 것이 있는데 천, 지, 시운은 천신께서 점지해 주신 운명이라 어찌할 수가 없단다.


마음대로 태어날 부모를 바꿀 수 있겠느냐? 태어날 별을 바꿀 수 있겠느냐? 아니면 자신이 태어날 시대를 바꿀 수 있겠느냐?


그것은 불평불만을 하지 말고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하단다.


하지만 인간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하나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인운(人運)이니라. 누구는 인맥이 중요하다고 한다마는 인맥과 인운이란 전혀 다른 것이니라.


네 출세를 위해서 좋은 줄을 고르려고 하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사람을 보고 진심으로 대하며,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과 사귀면 네 옆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법! 그래야 인운이 트이는 법이다.


인맥 운운하고 무언가를 탓하는 순간부터 네게 찾아온 인운마저 놓치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네가 비록 대족장이 되었다고는 하나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처리해야 하느니라. 무언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억지로 거기에 꿰어 맞추려고 하지 말라는 소리다.


조금 출세를 못 하더라도 네 영혼의 빛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네 영혼의 빛을 지키고자 하는 굳은 의지로 살아간다면, 어떤 험난한 일이 닥쳐도 그 시련을 이기고 네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는 하나 그렇게 바르게 살다 보면 운명도 점점 좋은 쪽으로 바뀌는 법이다. 그리고 그 덕이 후손까지 미치는 법이고.


너는 강한 아이이니 그리할 수 있을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제는 아이가 아닙니다. 벌써 나이가 예순입니다 선인님.”


쥬맥이 숙연한 분위기의 전환을 위해서 일부러 농을 했다. 그러자···,


“이놈아! 네가 예순이래도 이 할애비에게는 아직도 애야.”


그러면서 정색을 하는 태을 선인. 쥬맥은 괜히 농을 했다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번데기 앞에서 억지로 우기며 주름을 잡을 수는 없는 법 아닌가?


“예~ 예~ 저는 아직 애가 맞습니다. 맞고 말고요.”


이렇게 서로 투닥거리는 모습이 꼭 조손(祖孫)처럼 정겹기만 했다.


짧은 일생에 이처럼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도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그 소중(所重)함을 모르고 등한시하는 날, 이런 소중한 인연들도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소중한 것일수록 가까이 두고 돌보지 않으면 잃기가 쉬운 법이니까. 한 번 잃어버린 소중한 인연을 다시 되찾기란,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더 어려운 법! 그러니 평소에 잘 챙겨야 한다.



주변에 대족장(大族長)이 된 승차 인사를 모두 마친 쥬맥은 본격적으로 대족장의 업무에 들어갔다.


백호대는 형식상 대장이 쥬맥으로 되어 있지만, 내부 살림과 일 처리는 거의 수르가 맡아서 했다.


대족장 밑에는 네 명의 부족장이 있고 그 부족장 밑에 또 각각 네 명의 소족장이 있었다. 대족장의 휘하에 있는 부족민만 해도 사십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날마다 크고 작은 일이 발생하고, 때로는 서로의 이익이 얽힌 송사가 벌어졌다. 물론 자잘한 일들은 부족장들이 알아서 처리하지만, 큰일은 대족장인 자신이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비록 한때는 쥬맥의 상사였으나 이제는 반전되어 수하가 된 탕타로 부족장은, 그래도 처세술이 좋아서 금방 쥬맥에게 아부를 하며 나름대로 재치 있게 처신했다.


그리고 대족장의 업무도 바쁘지만 이제 자식들이 장성하여 혼기(婚期)가 다가오니, 쥬맥은 자식들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벌써 스물일곱 살이 된 큰아들 쥬온.


어깨가 떡 벌어지고 훤칠한 청년이 되었다. 그런데 머리 색이 틀리다?


쥬맥은 주작 신수가 준 화정의 영향으로 머리털이 불타는 듯이 붉지만, 쥬온과 그 동생들은 모두 검은 색이나 진한 갈색이었다.


쥬온 밑의 큰딸 쥬미는 스물네 살.


이제 제법 어엿한 숙녀티가 났다.


쥬온과 쥬미는 셀렝게만년화리의 내단을 먹고, 여러 영물의 고기를 많이 먹는 바람에 내공이 높았다. 쥬온이 벌써 이 갑자 반, 쥬미도 이 갑자가 넘는다.


쥬미의 동생 쥬상도 벌써 스물한 살.


자식들 일곱 중에서 셋이 벌써 스무 살을 넘었다.


쥬상은 머리는 좋았지만 만년화리의 내단을 먹이지 않아서, 내공이 겨우 일 갑자 수준이다. 그러니 형이나 누나와 차이가 많이 나서 가끔씩 불만(不滿)을 토로했다.


“왜 형과 누나는 만년화리의 내단을 먹이고 저는 안 주는 겁니까? 같은 자식인데 저도 좀 주세요.”


이렇게 투정을 부리면 아내 미루가 나서서 혼쭐을 냈다.


“이놈아! 너는 형과 누나처럼 열심히 무공도 수련하지 않으면서 웬 말이 그렇게도 많아? 남은 것은 우리 쥬씨 후손들을 위한 것이니까 네 것은 없다. 행여라도 헛물켜지 마라.”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무정하리만큼 딱 잘라서 얘기했다. 행여라도 이상한 짓을 벌이지 못하도록 말이다.


-- 5권 끝, 6권으로 이어집니다 --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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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3화. 살모야차(殺母夜叉) 21.09.09 1,285 9 19쪽
142 142화. 대이주와 축제(祝祭) 21.09.08 1,282 10 19쪽
141 141화. 환시성의 완공(完工) 21.09.07 1,297 11 18쪽
140 140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1.09.06 1,267 11 17쪽
139 139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1.09.05 1,273 11 18쪽
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74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80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301 11 19쪽
135 135화. 요계(妖界) 수행 21.09.01 1,297 11 18쪽
134 134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1.08.31 1,316 10 18쪽
133 133화. 새로운 한울 21.08.30 1,299 10 19쪽
132 132화.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 21.08.29 1,306 11 19쪽
131 131화. 인수(人獸) 합격(合擊) 21.08.28 1,305 11 18쪽
130 130화. 요수 소탕작전 21.08.27 1,305 11 18쪽
129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21.08.26 1,315 11 19쪽
128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86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92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90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19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37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308 12 18쪽
122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314 13 19쪽
121 121화. 유계(幽界) 수행 21.08.18 1,354 13 18쪽
120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21.08.17 1,314 15 18쪽
119 119화. 혼원은하무량신공 대성 21.08.16 1,322 15 18쪽
118 118화. 피바다 거원해(巨怨解) 21.08.15 1,324 13 19쪽
117 117화. 야차족과 거인족의 혈투 21.08.14 1,332 1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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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21.08.12 1,317 13 18쪽
114 114화. 어수족과 천망의 싸움 21.08.11 1,334 1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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