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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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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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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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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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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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49화. 대족장 쥬맥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거인족과의 전쟁과 그 뒷마무리까지 끝나자 며칠 뒤에 해가 바뀌었고, 쥬맥도 쉰여덟 살이 되었다.


전쟁 때문에 신단(1월1일)은 천제만 지내고 조용히 지나갔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어찌 즐거울 수 있겠는가?


이번 전쟁으로 백호대의 희생이 컸지만, 천인족 모두가 그 희생을 알아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 전쟁의 결과가 곧 대륙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비록 희생은 컸으나 천인족 무사들의 강대함을 알리는 계기(契機)도 되어서, 당분간은 큰 전쟁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유리도 남편을 잃고 큰 슬픔에 잠겼고, 자식을 잃은 부모들과 지인들 모두가 비탄(悲嘆)에 잠겼다.


쥬맥도 백호대의 전사자 가족을 일일이 찾아가서 위로(慰勞)와 함께 책임자로서의 죄송함을 전하니, 서로 손을 마주 잡고 그저 울 뿐이다.


세상이 그러한 것을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래도 종족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던진 것을 위안으로 삼을 뿐이다.


전사자 칠만 명은 모두 천인족의 처음 주거지 근처로 운구되어, 공동묘지에 합장(合葬)하였다.


초겨울에 접어든 우르강 변에서는 괜찮았지만, 너무 거리가 멀어서 운구 중에 아열대(亞熱帶)로 접어들면서 시신들이 많이 부패하였다.


또 머리나 사지가 잘린 시신이 많아서 한 사람씩 모두 구분하기가 어려우니, 합장하여 공동 장례식을 치른 것.


장례식 날.


하늘도 슬픈지 하루 종일 눈물 같은 부슬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쥬맥과 수르는 가족들을 위로하고 유리도 찾아서 위로를 하였지만, 얼굴을 가린 채 그저 흐느끼기만 할 뿐이다.


벌써 큰아들인 수한이가 서른 살이 넘어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벽이 되어 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칠만에 가까운 무사들이 전사하자 한울은 한 달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였고, 모든 천인족에게 이 기간 동안은 금주령을 내렸다.


전투가 끝난 전장에는 적막 속에 피비린내만 감돌고, 거인들의 시신이 수억 년을 그 자리에 있었던 바위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통한 원혼들의 울부짖음인지 바람 소리만 거세게 들판을 울리는데······.


거인족 삼만칠천 명이 목숨을 잃고 대부분 우르강 물속에 수장된 이곳을 거뫼강(巨墓江)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생긴 것도 마치 묘처럼 둥글게 굽이쳐 흐르니, 그래서 거인들의 묘가 된 곳이라 하여 붙인 이름이다.



거인들은 전쟁에서 죽은 자들의 시신(屍身)을 거두지 않고 그대로 돌아갔다. 그러니 강물에 빠진 시신과 강둑과 들판에 널린 시신들이 대부분 물고기나 들짐승, 날짐승의 먹이가 되었다.


그래도 다 먹지 못하고 남아 있던 시신들이 부패하면서, 이곳은 한동안 악취로 코를 쥐지 않으면 다니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그러나 자연은 위대하여라!


이런 인간들의 상처를 딛고 일어섰으니!


대지가 피와 시신을 자양분 삼아서, 십여 년 뒤에는 이 일대에 울창한 나무들을 키워 냈으니 말이다.


이 또한 신의 섭리련가!



천인족에 여러 세가가 생기고 상단과 표국들이 늘었다. 거기에다가 이종족과의 상거래까지 점점 늘면서 상업이 성행하자, 천인족에도 사사로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가 하나둘 생겨났다.


그들에게 종족의 생존은 뒷전이었다.


그들이 사파를 형성하면서, 종족의 생존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익 집단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인데······.


그런 것까지 일일이 관여할 수는 없는지라 방심하는 사이에 사파(邪派)가 강성하니, 반대로 그런 무리를 견제하는 무관 중심의 자칭 정파(正派)의 무리가 나타나 둘이 서로 대립하였다.


두 무리 간에 서로 다툼이 가끔 일어나는데, 그 내막을 파헤쳐 보면 누가 조금 더 나쁘고 덜한 차이일 뿐. 결국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경우가 많아서,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리(峩理)별에 살 때도 이런 정파와 사파를 자칭하는 집단이 무수히 많았고,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아마 또 그 병이 도지는 모양이다.



거인족과의 전쟁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나자 생활이 다시 평상으로 돌아왔다. 지금 주점에서 부족민 몇몇이 술을 마시며 계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아니, 현창이. 어제도 사파입네 정파입네 하는 놈들이 대낮에 길거리 한복판에서 패싸움을 했다면서?”


“그려. 종족이 사느냐 죽느냐 하면서 전장에서 수만 명씩이나 죽어 나가는 판에 그놈들은 자기네들 이익만 챙기기에 바쁘구먼.”


“무관이 벌써 수십 개가 넘는데 그들이 연합해서 연맹이니 뭐니 하는 것을 만들었다면서? 그놈들도 다 잇속이나 챙기려는 거지.”


“아리별에 있을 때도 사파입네 정파입네 하고 떠들었는데, 어디 그뿐인가? 세가는 또 오죽 많았어. 그런데 그놈들이 종족을 생각하는 것 봤어?”


“그래도 아직까지 홍밀룬이 나타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일세.”


“홍밀룬까지 나타나면 정말 또 망조가 드는 거지. 아리별에 있을 때 너무 타락하여 너도 나도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이익 집단화가 됐지.


날마다 서로 죽이기 바빠서 천신이 노하여 천벌을 내리니 별이 파괴된 것 아닌감?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하이.”


“그런데 요즘 홍밀룬 잔당들이 몇 명 몰려다닌다고 하던데···, 영철이 자네 뭐 들은 것 없는감? 괜찮을지 몰러.”


“설마 여기서는 요파나 마파는 안 생기것제? 생각만 해도 두렵네. 그것들은 요수나 마수까지 부린께 사람도 아니여.”


“마수와 요수가 여기까정 따라와서 저~기 우르대협곡 너머에 살고 있는데 신수들이 지키고 있댜. 그런데 모르지. 나쁜 놈들이 짜고 옛날처럼 그것들과 계약 맺고 끌어들이면 또 그 모양 그 꼴이 되는 거지 뭐.”


“하여간 인간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 스스로가 파멸로 걸어가니께.”


이제 살 만하다고 이익을 쫓는 사람이 늘어나니, 힘없는 일반 부족민들의 한숨도 따라서 늘어난다.


아리별에서는 방금 이들이 거론한 ‘홍밀룬’이라는 종교 집단 비슷한 무리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이비(似而非) 종교가 그렇듯 이 홍밀룬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순수한 목적으로 선도를 추구하는 선인들 집단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변질되어 나중에는 여자들을 인신매매하고, 도를 깨우치기 위한 수행의 일환이라고 빙자하여 성의 노리개로 삼았다.


어디 그뿐인가? 주술을 이용한 부적을 판매하거나 주술로 저주를 걸어 주고 돈을 받는 등 심하게 부패하기 시작했다.


자정 운동이 일어나 내부에서 붕괴가 되기는 했지만, 그때 몸담았던 사람들이 아직도 일부 남아 있으니 언제 부활할지 모르는 일이고.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에는 이런 일이 다반사라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으니, 모든 집단은 반드시 신고를 하고 단체를 이루도록 하였다.


무예를 중시하고 그 발전을 꾀하는 천인족의 기본 방침하에, 일반 부족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이익 단체 간의 대립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대신에 지금 지구에서는 천인족의 생존이 가장 우선시(優先視)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도를 조금 달리했다.


세가나 정파, 사파, 표국, 상단 등 어떤 단체든 이종족과의 대규모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그 단체에 소속된 무사들을 고수순으로 절반까지 강제 징집할 수 있도록 했다.


물자도 기부 형식으로 받아서 전쟁에 들어가는 군비로 충당하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무사들의 경우 목숨을 잃기 쉬운 전장에 서기를 꺼릴 것이다.


돈을 벌기에 좋은 세가나 표국, 상단 등 이익이 큰 곳으로 몰리기 때문에, 천령대나 부족 무사대에 지원하는 무사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에도 인구는 점점 늘어나 새로운 전진 기지를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그 기지를 기반으로 다른 대도시를 건설하면서, 천인족의 영역을 넓히고 안정을 시켜야 한다는 것.


그중에서도 소인족과는 평화 협정으로 비교적 경계가 명확하고 안정되어 있으니, 이를 활용해 그 근처에 우선 지방 도시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 도시로는 셀렝게강 근처에 있으면서 물고기가 풍부한 바이칸대호수에 근접해 있는 회홀이 그 첫 번째 대상으로 거론되었다.


더구나 여기에는 소인족과의 물물 교역소가 위치해 있으니 안성맞춤이고, 마수나 요수가 서식지를 이탈하면 대응하기에 딱 좋은 위치였다.


마수나 요수가 탈출하여 사파나 마파, 사사로이 이익을 쫓는 무리와 결탁하면, 마기나 요기로 수련하여 온갖 괴상한 속성 무공들이 활개치기 때문이다.


이 무공들은 인간의 마음을 검게 물들여서, 점점 탐욕스럽게 이익과 힘만 숭상하게 만드니 이를 막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회홀에 지방 도시를 건설하기에 앞서 물물 교역소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홀에 천령대 일만을 파견하여 상주시키기로 결정하였다.


몇 달 뒤에 천령대가 출발하니 그곳에서 사용할 물품을 조달하는 일로 표국과 상단이 많이 이용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또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천령대는 회홀을 지키면서 회홀성을 쌓는 일까지 업무를 부여받았다.


환시성만큼 거대한 성은 아니지만 도시의 중심에 성을 쌓아서, 비상시에는 주변의 부족민들이 성안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 조치의 일환이다.


이렇게 태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함처럼, 거인족과의 전쟁 뒤에 큰 전란 없이 이년의 세월이 평화롭게 흘렀다.


어느덧 쥬맥의 나이 예순 살.


천인족은 계속 인구가 폭증하여 이백만에 가깝게 증가하였다. 거인족과의 전쟁에서 많은 무사가 죽으니,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불안하여 자식을 더 낳았다.


일부는 죽은 자식의 자리를 억지로라도 잊기 위해서, 새로운 자식을 낳아 거기에 정을 쏟은 결과였다.


그래서 대족장의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이번 새로운 대족장에는, 그동안 천인족을 위하여 많은 봉사와 희생을 해 온 쥬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여러 부족들의 중론이었다.


지금 환시의 내성에서는, 한울 주재로 천인족 대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천사장 천수 선인, 대신녀 천지율, 대족장 야율린, 한망, 비원견, 맥루이 그리고 총대장 구자룬과 수신호위장 안율이 참석하여 한창 차기 대족장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 중략 ······


한울 나서서 협의 결과를 종합했다.


“결론은 부족민들의 민심이나 여기 계신 분들의 의견도 과반수가 쥬맥을 대족장으로 삼고자 하니, 한울의 입장에서 적극 지지하는 바입니다. 그러면 부족의 재편을 어찌하면 좋겠소?”


한울이 참석자들을 둘러보며 묻자 천사장이 나서서 의견을 제시했다.


“지금 쥬맥 부족장이 백호대장을 겸임하고 있는데, 백호대는 사실 쥬맥 대장 때문에 최강의 무력 부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각 대족장 휘하의 부족을 네 개에서 다섯 개 부족으로 나누고, 각 한 개 부족을 떼어 내서 대부족을 새로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새로 만든 대부족의 대족장은 그동안 경험을 쌓은 한망 대족장이 맡고, 지금의 한망 대족장 자리를 쥬맥 대장이 맡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래야 백호대가 그대로 유지되어 다른 전쟁에서도 큰 역할(役割)을 할 것이 아닙니까? 아직은 우리에게 종족의 생존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러자 천사장의 의견에 한망 대족장이 흔쾌(欣快)하게 찬성을 했다.


“저는 그리해도 좋사오니 백호대의 유지를 위하여 그리하옵소서.”


사실 한망 대족장과 쥬맥은 한울의 양팔과 같은 사람들이라, 한울을 위하여 서로 충돌하려 하지 않았다. 윗사람의 마음을 편안케 하려는 생각일 것이다.


“좋소이다. 그럼 쥬맥 부족장을 대족장으로 승차시키고, 백호대를 그대로 유지하여 이 환시성의 자치 보호 대족장으로 삼고자 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이 환시성은 태을 선인과 쥬맥 부족장이 오랜 세월을 공들여서 쌓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환시성의 장단점과 곳곳을 자신의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고 있으니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천령대는 이종족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가능한 성의 외곽에 거주하면서, 대륙의 다른 곳에 전진 기지를 건설하는 데에 중점을 두게 하려고 합니다.”


한울이 이렇게 선언하자 아무도 나서서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대족장 이취임식은 한 달 뒤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그리 아시고 그 안에 각 부족의 개편을 마쳐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천인족 대회의가 끝나고 쥬맥의 대족장 승차(陞差)가 결정되어 소문이 퍼져 나갔다.


이렇게 하여 쥬맥은 나이 예순 살에, 천인족 역사상 최연소(最年少)의 나이로 대족장에 오르게 되었다.



“맥아 맥아! 어디 있어?”


수르가 저녁에 집에서 쉬고 있는 쥬맥의 부족장 거처로 숨이 차게 뛰어와서 쥬맥을 찾았다.


“수르구나. 아니 웬 호들갑이냐?”


“어머~ 수르 씨! 어서 오세요. 오랜만에 우리집에 오셨네요.”


“예, 잘 지내셨죠? 지금 큰일 났습니다. 온 부족이 떠들썩합니다.”


그 말에 쥬맥이 무슨 사고라도 발생한 줄 알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뭐야? 또 무슨 전쟁이라도 났어?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이야?”


수르는 쥬맥이 허둥대며 연달아 묻는 질문에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이미 소문이 퍼져서 많은 사람이 아는데 정작 당사자만 모르다니!


“어유~ 남들은 다 아는데 너만 모르는구나. 임마! 네가 대족장이 됐대!”


이번에는 아내 미루가 그 말을 듣고 놀라서 남편과 수르를 번갈아 쳐다보며 반문했다.


“아니, 뭐예요? 수르 씨! 정말 우리 이이가 대족장이 되었어요?”


“정말이라니까요. 이미 소문이 다 났어요. 정작 본인만 모르네요.”


그러자 쥬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에이~ 난 또 전쟁이 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그게 큰일이야?”


“하! 이 녀석은 놀라지도 않네. 나이 육십에 대족장이 되었는데 큰일이지!”


“근데 정말 내가 대족장으로 결정되긴 한 거야?”


“그럼요 대족장님. 이 야수르가 대족장님께 인사드립니다.”


장난기 많은 수르가 또 무슨 끼가 발동했는지 쥬맥을 향해서 정중하고 엄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장난인 줄 알면서도 미루는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어머~ 그럼 이제 우리도 내성에서 살게 되는 거예요? 호호호호!”


“어험, 어쨌든 기분은 좋네. 야, 수르야! 이제 백호대장은 네가 맡아라. 대족장에게 백호대장까지 맡기겠냐?”


“웃긴 소리 하시네. 네가 백호대를 계속 맡으면서 이 환시성의 자치까지 책임지도록 한 거래. 그리고 나는 책임지는 대장 같은 것은 싫다. 그냥 참모장이나 하면서 너랑 같이 있는 것으로 충분해. 책임질 일은 네가 해라.”


“무슨 소리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도 나이가 있는데 부족장과 대족장도 해 봐야 할 것 아니냐?”


“인생이라는 게 뭐 별거 있냐? 재미있게 살고 행복하게 사는 게 최고지.”


“하하! 이 친구 참······.”


이렇게 수르랑 떠들고 있는데, 또 백호대 부대장 열 명이 우르르 몰려들어 오면서 호들갑을 떤다.


“대장님! 대족장님이 되신 것을 감축드립니다.”


“대족장님! 축하드립니다.”


“오늘 같은 날 한잔 쏘셔야죠?”


우르르 몇몇이 달려들어서 쥬맥의 팔을 붙잡아 끌고 나간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일이라 아내 미루는 웃으면서 말리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결국 쥬맥은 부대장들에게 이끌려 수르랑 같이 태평루에 올랐다. 점원이 들어서는 사람들 뒤쪽에 쥬맥이 보이자 얼른 다가와서 아는 체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쥬맥 대족장님! 승차를 감축드립니다!”


그러자 아직 취임식도 하지 않아서 쑥스러운 쥬맥이 손사래를 쳤다.


“에이, 이 사람! 아직 취임도 안 했어. 아직은 부족장이라네.”


“이미 결정되었으니 취임식이야 때가 되면 하겠지요.”


그러면서 부지런히 이층의 창가에 있는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하고 묻는다.


“술과 요리는 무엇으로 하실 건지요?”


그러자 부대장들 중에서 술꾼으로 이름난 대머리 총각이 나서서 하는 말.


“대장님! 오늘은 좋은 날인데 적령주를 마시고 싶네요. 그 술이 당겨요.”


그런데 이 사람은 총각이 아니었다. 이미 나이도 사십 대 후반이고 자식이 넷이나 되는데, 술을 먹고 총각 행세를 자주 해서 이철환이라는 이름 대신에 모두 대머리 총각이라고 불렀다.


“그래? 그럼 우선 적령주 다섯 병에 술안주로 좋은 요리를 네다섯 가지 내오게. 부족하면 또 시키지 뭐.”


“알겠습니다. 금방 올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점원이 그러면서 그동안 심심하실 테니 드시라고, 몇 가지 과일 말린 건과를 내놓고 주방으로 달려간다.


“대장님, 대족장을 하시면서 백호대도 계속 맡으신다면서요?”


“이제 백호대도 새 대장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여러분 부대장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기지.”


그러자 모두 싫다고 손사래를 치는데···, 그때 또 대머리 총각이 나섰다.


“아~ 저희는 대장님 바꾸기 싫습니다. 정말 싫습니다. 대장님이 떠나시면 저희도 다 떠날 겁니다. 행여라도 그런 말씀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내가 맨날 괴롭히는데 이제 지긋지긋 하지도 않나?”


“무사들에게 무공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습니까? 대장님 덕분에 이런 경지까지 올라왔지 그렇지 않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보통의 무인들은 육십 년을 수련해야 일 갑자의 내공을 쌓는다. 그것도 제대로 된 심법을 가지고 수련을 하면서 사부의 지도를 받았을 때나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오늘 여기에 모인 사람들 중에 삼 갑자를 넘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이는 쥬맥과 인연을 맺으면서 시작된 여러 가지 영물 때문이다.


자오음양지, 뱀장어 같은 물고기, 셀렝게만년화리, 아트로노래기, 베엘개구리, 공룡 등등. 수천 년에서 일만 년을 넘게 살아온 영초와 영물들을 수시로 먹으면서, 급속하게 내공이 증가한 것 아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틈이 날 때마다 쥬맥이 추궁과혈을 해 주고 혈맥을 바로잡아 주었다. 또한 깨달음도 나누어 주면서 무술 지도까지 해 주니 일취월장한 것이다.


그 덕에 백호대에 고수가 가장 많았고 말이다.

149화 거뫼강 위치 지도.png

149화. 거뫼강 위치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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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2화. 대이주와 축제(祝祭) 21.09.08 1,281 10 19쪽
141 141화. 환시성의 완공(完工) 21.09.07 1,297 11 18쪽
140 140화. 인과응보(因果應報) 21.09.06 1,267 11 17쪽
139 139화. 사필귀정(事必歸正) 21.09.05 1,273 11 18쪽
138 138화. 추풍낙엽 같은 생명들 21.09.04 1,274 11 19쪽
137 137화.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는다 21.09.03 1,280 11 18쪽
136 136화. 요계왕과의 결투 21.09.02 1,301 11 19쪽
135 135화. 요계(妖界) 수행 21.09.01 1,297 11 18쪽
134 134화. 소원림의 복수전(復讐戰) 21.08.31 1,316 10 18쪽
133 133화. 새로운 한울 21.08.30 1,299 10 19쪽
132 132화. 헤어지기 싫은 친구들 21.08.29 1,306 11 19쪽
131 131화. 인수(人獸) 합격(合擊) 21.08.28 1,305 11 18쪽
130 130화. 요수 소탕작전 21.08.27 1,305 11 18쪽
129 129화. 환시성 내성 완공 21.08.26 1,315 11 19쪽
128 128화. 적의 생명도 중시한다 21.08.25 1,286 10 17쪽
127 127화. 우르강의 혈투(血鬪) 21.08.24 1,292 11 19쪽
126 126화. 반인족의 침략(侵略) 21.08.23 1,289 12 18쪽
125 125화. 아구산의 화산 폭발 21.08.22 1,318 13 18쪽
124 124화. 새로운 물결 21.08.21 1,337 12 18쪽
123 123화. 지옥의 심판(審判) 21.08.20 1,308 12 18쪽
122 122화. 유계의 파천대(破天隊) 21.08.19 1,314 13 19쪽
121 121화. 유계(幽界) 수행 21.08.18 1,353 13 18쪽
120 120화. 비승야차(飛昇夜叉) 출생 21.08.17 1,314 15 18쪽
119 119화. 혼원은하무량신공 대성 21.08.16 1,321 15 18쪽
118 118화. 피바다 거원해(巨怨解) 21.08.15 1,324 13 19쪽
117 117화. 야차족과 거인족의 혈투 21.08.14 1,332 13 18쪽
116 116화. 반인족 첩자(諜者) 사건 21.08.13 1,311 14 19쪽
115 115화. 어수족의 시조신(始祖神) 21.08.12 1,317 13 18쪽
114 114화. 어수족과 천망의 싸움 21.08.11 1,334 1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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