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사냥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서울오렌지
작품등록일 :
2012.09.09 23:13
최근연재일 :
2012.09.09 23:1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5,107
추천수 :
258
글자수 :
235,604

작성
12.08.03 02:28
조회
489
추천
7
글자
9쪽

초능력 사냥꾼들 (22)

DUMMY

12월 19일. 저녁 7시. 방탄 유리를 사이에 둔 두 개의 방 안에 각 진영의 인원들이 들어가 있다. 1번 방에는 의자에 앉은 마리아가 혼자 있었고, 2번 방에는 얼음 마녀가 앉아 있었다. 대질이었다. 허가가 떨어지는 데 무려 2주일이 걸린 것이다. 얼음 마녀의 손목 발목에는 도합 여덟 개의 초능력 억제 팔찌가 달려 있었고, 거기에 구속복까지 씌워 놓았다.


"우리가 그때 아주 실적이 좋았어. 가짜 엘리스 두 녀석까지 합쳐서 총 네 놈이나 잡아 두었으니 말야."


그리고, 그 모습을 다른 방에서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는 초능력 처리과 인원들이 있었다. 김상식 역시 뒷 켠에서 유심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대질 시키는 건 허락했는데 왜 저렇게 분리시켜 놓은 거야? 구속복까지 씌웠는데 설마 해코지 할 수 있겠어?"


마이클이 주머니에 양손을 낀 채 심드렁하니 물었다. 김상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리아를 지키려는 게 아니고, 저 얼음 마녀를 지키려는 겁니다."


"뭐? 무슨 소리요?"


"둘 사이에 원한이 있거든요."


"그나저나 저 얼음 마녀 본명이 뭐라고?"


"제인..이라고 하더군요."


마리아와 얼음 마녀 제인은 방탄 유리를 마주보고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응시한다기 보다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고 봐야 했다. 특히 마리아의 눈은 싸늘했다.


"앤 아주머니를 죽인 이유가 뭐죠?"


"목격자는 제거해야지. 당연한 거 아냐?"


"목격자? 아주머니가 뭘 안다고 목격자가 된다는 거야!"


마리아가 순간 자리에서 울컥 일어났다. 그러자 모니터하고 있던 요원들도 화들짝 일어났다. 그레이스가 손을 들어 요원들을 제지했다. 하지만 제인은 그 방자한 입을 계속 놀려댔다.


"배신자도 제거해야지!"


그러자 마리아가 방탄 유리를 두 손으로 부딪치며 분노를 토했다.


"나만 노렸어야지 왜 앤 아주머니를 죽였냐구!"


마리아의 눈에서 분노와 함께 눈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마리아가 그렇게 화를 내자 모니터를 보고 있던 요원들도 다시 벌떡 일어났다. 뭔가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다시 한 번 그런 요원들을 제지했다.


"왜 죽였느냔 말야..."


마리아는 눈물을 흘리면서 두 손을 방탄 유리에 기댄 채 스르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레이스는 그렇게 가만히 있더니 조용히 김상식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김상식은 조용히 움직여 이내 마리아가 있는 방에 들어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만 갑시다 마리아. 오늘 심문은 여기까지요."


마리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김상식을 의지한 채 천천히 방에서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레이스는 문득 스미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생각해요, 스미스?"


"...둘 사이의 분위기를 알아보려고 한 건데, 좀 힘들게 된 것 같습니다. 마리아가 우릴 속이려고 위장 공작을 한다고 보긴 힘듭니다."


"그렇다면, 스미스 씨도 지금 저 장면만큼은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단정 지은 것은 아닙니다."


스미스는 짤막하게 답했다. 그레이스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 제인과 처음 싸웠던 날에도, 마리아는 앤의 죽음을 접한 뒤 극도의 슬픔에 빠졌다. 마리아의 저 모습은 과연 그 날 감정의 연장선인가, 아니면 철저하게 위장된 모습인가.


"그나저나 스컬 씨는 어디있죠?"


그레이스는 이렇게 생각에 잠긴 중 또다시 스미스에게 물었다.


"3일날 잡은 나머지 세 명을 취조한다고 했습니다."


"그건 듣지 못한 사안인데."


"그레이스 씨가 이 심문 준비하느라고 자리를 비워서, 아무래도 과장님에게 바로 보고한 모양입니다."


"그래요? 앞으론 제가 자리를 비워도 꼭 절 직접 만나 보고하라고 주의를 주세요."


"알겠습니다."












콧수염을 짧게 기른 남자가 이번에는 어느 대학교에서 명부를 뒤지고 있었다.


"여기에도 사진이 있고, 저기에도 사진이 있고... 근데, 정작 당시 당사자들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네."


남자는 선글라스를 벗고 다시 한 번 그 깨알같은 글씨의 명부들과 여러 사진들을 대조해 보았다.


"이 명부에 적힌 이 사람이 이 사진들에 나와 있는 이 사람과 일치한다면 이렇게 기억에 안 남을리가 없단 말이야."


그는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식 선배? 접니다, 맥스. 지난 번에 살펴보라고 하신 것 말인데요, 확실히 좀 이상합니다. 대학 명부나 축제 사진, 졸업 사진, 기타 행사 사진에는 분명 나와 있는데 당시 재학생들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합니다."


맥스는 그 뒤에 돌아오는 대답을 듣더니 다시 답했다.


"학교를 성실히 다니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부자연스럽습니다."


"전에 조사할 때와 같은 케이스일지도 모르잖아?"


상식의 말을 알아들은 모양인지, 맥스는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


"물론 그 경우에는 등록금 문제가 좀 있다고 봅니다만... 예, 아..예. 알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다음 번에는 서면으로 정식 보고 드리겠습니다. 예, 수고 하십시오."


맥스라는 남자는 통화를 끝낸 뒤, 볼멘 소리를 했다.


"젠장... 엄연히 경우가 다른데 뭘 더 조사하라는 거야, 귀찮게. 내가 대학생일 때도 7시 넘어서까지 학교에 남은 적이 없거늘."


한편, 역시 통화를 마친 김상식은 임시대기실에서 아직도 손수건을 적시고 있는 마리아에게 물었다.


"진정이 좀 됐수?"


위니는 마리아와 팔짱을 낀 채 그런 마리아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울지마, 언니."


마리아가 우는 것을 보니 마치 위니 역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김상식이 눈살을 찌푸렸다.


"위니 넌 그만 네 방으로 돌아가라."


"뭐? 아직 여덟 시도 안 됐는데?"


"돌아가라고."


김상식이 가라 앉은 소리로 툭 내뱉었다. 위니는 전에 없이 차가운 김상식의 모습에 갑자기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가고 싶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언니가 우는 걸.."


그러자 김상식은 다그치는 것으로 대응하지 않고 고개를 꼬면서 굉장히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깁을 후..하고 내뱉었다. 마리아는 가만히 팔짱을 풀고 위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위니는 언제나 그렇듯 시무룩해지더니 가만히 일어났다. 그렇게 나가려는데 위니가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 듯했다. 마리아가 슬프게 그 모습을 바라보았지만, 위니는 이미 나간 뒤였다. 하지만 김상식은 그 모습마저도 고깝지 않은 듯 중얼거렸다.


"한 번 말해서 들어먹는 법이 없어, 꼬맹이가."


"상식 씨 요즘 무슨 일 있는 건가요?"


그런 모습에 마리아도 약간 가라앉은 소리로 물었다. 김상식은 고개를 돌려서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오늘 당신과 그 여자를 대질시킨 이유는 혹시나 우리가 모를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당신은 무난히 넘긴 것 같아."


"마치, 내가 연기라도 한단 듯한 뉘앙스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고 했잖소. 난 당신을 한시라도 의심하지 않은 적이 없어. 당신도 알 거 아뇨. 사람은 말이야. 양파와 같은 거요. 아무리 한 꺼풀 한 꺼풀 드러내도 알 수가 없는 게 사람 속이다... 이런 거지."


"상식 씨도 예외는 아닐 걸요."


"예전에,"


김상식은 마리아의 말을 무시하듯 자기 할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안드레아라고 전 정권에서 경찰청장을 맡은 놈이 있었지. 아, 마리아도 알 텐데? 그 개자식."


"...알아요."


"난 놈이 너무 낯짝이 두꺼워서, 정권이 바뀌어도 눈 하나 깜짝 안할 줄 알았더니만 웬 걸. 자치구 병력이 예리히에 진입하자마자 집을 홀라당 불태우고 자살을 해 버렸지, 일가족 모두와 함께. 거기서 마누라, 아들 딸할 것 없이 모두 죽었어. 가차 없이 고문을 지시하던 그 악독한 놈도, 알고 보면 나약한 겁쟁이에 지나지 않았던 거야."


김상식은 비웃음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개자식, 법과 국민의 손으로 처단을 했어야 하는 건데. 비겁하게 도망쳐 버렸어."


"......"


"하지만 그 반대로, 외적으로는 상당히 나약해 보이는 당신도, 실제로는 저 얼음마녀를 한 방에 제압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만약 한 꺼풀을 더 드러내면?"


마리아는 쓴 웃음을 지었다.











12월 31일.


"그게 정보원에서 본 네 마지막 웃음이었던 것 같아."


여전히 권총을 겨누고 있는 김상식. 마리아는 눈을 감았다.


"당신은 끊임없이 날 의심했죠. 내가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할 때에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예요. 당신이 할 일이 의심하는 것이었으니까."


"그 의심의 범위를 좀 더 확대했어야 했어. 널 정보원으로 잡아왔던 놈... 그리고 널 감시하는 역을 맡은 놈... 그러나 정작 너에게는 말 한마디도 안 걸던 놈. 스미스도 과묵하긴 하지만, 놈은 유독 네 앞에서는 스미스보다도 더욱 과묵하더군. 그래, 넌 그저 위장 전술의 일종이었던 거야."






[계속]


작가의말

김상식 : 이 위장녀.

마리아 : 랄랄

김상식 : 이 사기녀.

마리아 : 랄랄

김상식 : 교활한 교활녀!

마리아 : 억지로 갖다 붙이지 마요.

김상식 : 지하철 대..

마리아 : 그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능력 사냥꾼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초능력 사냥꾼들 : 에필로그. 그리고 후기. +12 12.09.09 966 6 8쪽
30 초능력 사냥꾼들 (30) :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4 12.09.09 698 7 26쪽
29 초능력 사냥꾼들 (29) +2 12.09.04 821 10 26쪽
28 초능력 사냥꾼들 (28) 12.09.03 667 6 32쪽
27 초능력 사냥꾼들 (27) +4 12.08.29 672 7 18쪽
26 초능력 사냥꾼들 (26) 12.08.29 447 6 19쪽
25 초능력 사냥꾼들 (25) +2 12.08.23 532 7 14쪽
24 초능력 사냥꾼들 (24) +2 12.08.16 688 7 15쪽
23 초능력 사냥꾼들 (23) +4 12.08.03 705 7 13쪽
» 초능력 사냥꾼들 (22) 12.08.03 490 7 9쪽
21 초능력 사냥꾼들 (21) 12.07.26 612 7 14쪽
20 초능력 사냥꾼들 (20) +2 12.07.17 784 7 15쪽
19 초능력 사냥꾼들 (19) +2 12.07.07 823 11 13쪽
18 초능력 사냥꾼들 (18) 12.06.28 522 8 12쪽
17 초능력 사냥꾼들 (17) 12.06.23 594 7 20쪽
16 초능력 사냥꾼들 (16) 12.06.16 837 7 22쪽
15 초능력 사냥꾼들 (15) 12.06.08 631 11 14쪽
14 초능력 사냥꾼들 (14) 12.05.28 640 6 13쪽
13 초능력 사냥꾼들 (13) 12.05.20 649 6 16쪽
12 초능력 사냥꾼들 (12) 12.05.18 679 6 11쪽
11 초능력 사냥꾼들 (11) +1 12.05.15 645 9 22쪽
10 초능력 사냥꾼들 (10) +3 12.05.12 629 10 12쪽
9 초능력 사냥꾼들 (9) 12.05.10 680 9 8쪽
8 초능력 사냥꾼들 (8) 12.05.06 740 10 12쪽
7 초능력 사냥꾼들 (7) 12.05.04 760 8 17쪽
6 초능력 사냥꾼들 (6) +4 12.05.03 882 9 26쪽
5 초능력 사냥꾼들 (5) 12.05.01 776 8 16쪽
4 초능력 사냥꾼들 (4) 12.05.01 1,067 9 24쪽
3 초능력 사냥꾼들 (3) +2 12.05.01 1,157 12 16쪽
2 초능력 사냥꾼들 (2) 12.04.30 1,412 1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