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사냥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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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서울오렌지
작품등록일 :
2012.09.09 23:13
최근연재일 :
2012.09.0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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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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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초능력 사냥꾼들 (8)

DUMMY

그렇게 가볍게 농담을 주고 받은 뒤 김상식은 필요 이상으로 표정을 굳혔다. 다시 마음 굳게 먹고 취조를 해야 한다. 더 이상 농담 따먹기는 없다. 마리아와 제법 친해진 것은 친해진 거고, 취조는 취조다.


"마리아, 당신은 인정 못할 지도 모르겠지만 난 당신하고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어제처럼 서로 언성 높이는 일 생기지 않게 좋게 좋게 갑시다."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안될 말이었다. 김상식은 마리아의 혐의를 밝혀야하는 입장이었고, 마리아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좋게 좋게 갈 수가 없는 문제였다.


"난 언제나 진실만을 말할 뿐이에요."


"글쎄. 나한테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정 뭣하면 위니라도 불러올까요?"


김상식의 말에 마리아의 눈썹이 약간 꿈틀댔다.


"무슨 말이죠?"


"나한테는 거짓말만 하는 거 같으니까, 어디 위니한테도 거짓말을 할 수 있나 한 번 보자 이겁니다. 위니한테는 항상 진심이라면서요?"


"농담이라도 그런 말 말아요! 아이를 이런 일에 끌어들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마리아의 표정은 짐짓 험악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김상식은 순간 담이 뜨끔했다. 대번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아... 말했던 농담입니다, 농담. 진정하시고... 그렇다면 역시 원론적으로 접근하겠습니다. 마리아 당신은 당신에 대한 취조를 나 혼자서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거 알죠?"


"만약 당신 혼자서 날 조사한다면, 그건 택도 없는 일이겠죠."


마리아는 약간 비아냥거림 섞어서 대답했다. 이번만큼은 김상식도 눈썹이 꿈틀거렸다.


"말에...뼈가 있구만. 뭐, 그것도 맞다고 칩시다."


애써 침착하게 대답을 했지만 씨근덕대는 숨소리와 입술 떨림은 감추지 못했다. 이번엔 마리아가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좀 심했나 싶어서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도... 농담조로 한 소리예요."


장군멍군 식으로 한 번 씩 주고 받은 뒤 잠시 침묵이 흘렀고, 한 1분 쯤 서로 딴 곳만 응시하다가 이내 김상식이 침묵을 깨뜨리고 다시 취조를 시작했다.


"어쨌거나.. 다른 조사원들이 조사를 했어요, 열심히. 네? 듣고 있죠? 근데, 당신 옛 주소가,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옛 자치구에 있었다 이겁니다. 지금은 여기 수도 예르히에서 살고 있는데, 굳이 외국에서 갔다왔다 하더라도 원래 살던 곳이 아니라 이런 타향까지 이사오는 건 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전에 살던 집은 시설이 별로 안 좋았거든요."


"하긴 그렇더만. 조사갔던 요원들이 보고했는데 지금은 철거 예정 건물이라고 하더라구요."


김상식의 말을 듣자 마리아는 약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살았던 고향의 옛 집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그런 향수의 감정은 김상식의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다. 애초에 자신의 고향도 아니었으므로.


"근데 이상한 점이, 그 옛 집이 당신 혼자 살기에는 상당히 넓었어요. 누구랑 같이 살았던 것 아닙니까?"


"아니에요! 혼자! 혼자 살았어요!"


"아우...깜짝이야. 소리 좀 작작 질러요. 왜 화를 내고 그래. 내가 뭐 심한 말 했습니까?"


마리아도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의심받을만한 행동을 한 것 같았다. 한 것 같았다가 아니라 의심받을 만한 짓을 했다. 김상식의 눈이 바로 날카롭게 변한 것이다.


"혼자 살았다 이겁니까? 같이 사는 분이 없었다? 동거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었을 거 아닙니까?"


"전 동거같은 거 안 했어요."


"아니 뭐 굳이 남자하고 동거했다 이렇게 물어본 게 아니라, 룸메이트라도 있었지 않았나 하고 물어본 겁니다."


"그런 적... 없어요."


"그래요? 흠... 괜히 고인 분들을 언급해서 미안하긴 한데.. 마리아 씨 부모님은 마리아 씨가 열 네 살일 때 교통사고로 두 분 다 돌아가셨죠? 그리고 결혼도 안했으니 같이 산 사람도 없고... 하지만 집은 넓고. 혹시 재산이 좀 넉넉했나 싶어서 그것도 조사를 해봤는데, 그것도 아니더라구요?"


"부모님이 살아생전에 넓은 집에서 살길 원했어요. 제 신상 조사를 해봤으니 알 거 아녜요? 제가 이사하기 전에 단칸방에서 살았다는 거."


김상식은 마리아의 말에 다시 한 번 그녀의 프로필을 뒤적였다. 사실이었다. 마리아는 부모님이 살아있을 적만 해도 좁디 좁은 단칸방에서 지냈다. 김상식은 고개를 외로 꼰 채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 눈에 드러났다.


"아우 목이야..."


김상식은 손바닥으로 뒷목을 쓸었다. 사실 체력이 말이 아니었다. 어제만 해도 강도 높은 6시간 이상의 취조를 해야 했고, 곧바로 출동을 해야 했으며, 거기에 강제로 마취제까지 맞아서 쓰러졌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다시 일을 시작했다.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마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상식은 대꾸하지 않고 연신 목을 좌우로 돌리고, 어깨도 위아래로 돌리며 몸을 풀었다.


"좀 쉬는 게 어떠세요?"


"흥, 쉬면, 누구 좋으라고요? 당신만 편해지는 거 아뇨?"


"왜 걱정을 해도 그런 식으로 답해요?"


"그러니 제발 이제 자백 좀 하세요. 내가 이러다가 제 명에 못삽니다. 아이고..."


그런데, 김상식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김상식은 이번엔 누구 전화인가 갸웃했다. 또 아내인가? 아니면 감찰 과장? 서둘러 꺼내서 받아봤다.


"아! 처리과장님? 아, 예 지금 취조 중입니다. 어제 일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예, 그럼 고생하십시오!"


김상식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마리아를 보더니 계속해서 한숨을 연방 내쉬는 것이었다. 마리아가 보기에는, 저게 무슨 태도인가 싶다가도, 마치, 김상식이 무언가 말을 하려는데 머뭇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리아, 지금 상황이 매우 안좋게 돌아가고 있어요. 당신에겐 말이지."


"무슨 소리죠?"


"오늘까지 합해서, 우리 정보원이 당신을 취조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3일 밖에 없어요. 어차피, 3일 동안 조사한다는 것이 급히 법을 개정해서 만든 긴급 체포권과 취조권이라서... 3일 후에는 검찰이 당신을 조사할 거요."


마리아는 약간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참 힘들게 될 거예요. 왜냐면 검찰 조사는 분명 언론에 노출될 테니까. 방금 처리 과장님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언론에서 어제 엘리스 체포 작전 때문에 난리가 아니랍니다. 그런 와중에서 당신이 세상에 노출이 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언론은 물론이고 인터넷에서도 난리 나겠지 뭐."


"그럼...."


"후..모르겠수다. 정말 당신이 무혐의면 좋겠지만, 그래도 세상에 노출되면 마음 고생이 장난이 아닐 거요. 내가 아까 위니 얘기도 꺼냈던 게 다 내 다급한 심정을 대변한 거라고 생각해 줘요. 나도 당신이 그런 꼴 당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마리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김상식은 고개를 저었다.


"어찌 생각해보면, 모든 것을 다 공개하고 국민들이 알게 하는 게 옳은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정말로 당신이 특수인류수호단이라면, 당신에게 테러를 감행할지도 모를 일이지."


"절 협박하는 건가요?"


"협박이 아니라 충분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거요. 특수인류수호단 놈들은, 특히 엘리스는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던 이감 작전 중에서도 탈출해서 정보원까지 손을 뻗쳤던 여자요. 뭘 못하겠소?"


김상식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당신 말대로, 잠시 쉬어야겠소. 그런데 마리아?"


"네?"


"그거 알아요? 언제부턴가 내가 당신의 이름을 불러도 당신이 아무런 거부 반응도 안한다는 거."


"그건..."


"나도 당신과 악연으로 끝나고 싶진 않아요. 잘 생각해보시오. 당신에게 가장 좋은 길이 뭔지."


"상식 씨.."


김상식은 마리아를 뒤로 한 채 취조실을 나가 잠시 휴게실에 들렀다. 여전히 몸이 찌뿌둥해서, 쇼파에 거의 드러눕듯이 등을 기대 온 몸을 쭈욱 폈다.


"아이고...아이고 나 죽는다...


김상식은 슬몃 졸음이 와서 그만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일과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걱정이 겹쳐서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척이나 피곤했던 것이다.


"해냈다! 전 정권이 항복했다!"


"전 정권 밑에서 시민들을 압살하던 놈들 모두 잡아 족쳐야 한다!"


"잠깐만! 그건 옳지 않아요! 사법 처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적인 감정으로 보복을 하면 그건 전 정권 놈들에게 어떤 꼬투리를 잡힐 일이 될지도 몰라요! 더구나 그것은 민주주의 정신에도 어긋납니다!"


"하지만! 놈들을 도망치게 놔둘 순 없어!"


"맞소! 이대로 가다간 놈들은 백 퍼센트 외국으로 뜰 거요!"


"그럼 일단 놈들의 집으로 몰려가 포위합시다!"


"숨 돌릴 틈도 줘선 안돼!"


"그 정도는...저도 반대할 수가 없겠군요.. 일단 경찰이나 군과 협조하면서... 응?"


"저기 불났다!"


"저기는 안드레아 놈 저택인데?"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야!"


김상식은 헛! 하는 다급한 숨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꿈이었나...."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김상식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일단 정장 겉옷을 벗었다. 뭔가 끔직했던 기억이라도 다시 떠올렸던 듯 연거푸 숨을 몰아 내쉬었다.


"갑자기 왜 그 때 일이..."


그때였다. 휴게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김상식은 누군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바로 알아보았다. 지난 날 제임스를 설득하러 갔을 때 동행했던 남자 후배였다.


"아, 오랜만이다, 너?"


"어디 계신 줄 몰랐는데 여기에 있었군요 선배님."


"설마 나한테 볼 일 있어서?"


"그렇습니다. 사실 아닌 게 아니라 저희 감찰과에서 지난 날 스텝 사건과 관련해서 스텝과 연관된 단체나 조직을 조사하고 있었지 않습니까?"


"음, 근데?"


"스텝 녀석, 자기 명의의 집은 위장이었고 실질적인 활동은 여러 아지트를 나눠서 활동해서 집 보다는 주로 아지트들 위주로 조새하봤는데.."


"그런데?"


"과장님이 집도 다시 한 번 조사해보라고 해서 구석구석 디벼 볼 수 있는 곳은 전부 찾아봤더니 이런 게 나왔습니다."


후배는 품 속에서 작은 종이 쪽지 하나를 꺼내 김상식에게 건냈다. 컴퓨터 용지 재질 종이였는데, 누군가의 독사진이었다. 아무래도 원본을 컬러 복사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김상식은 그 사진의 주인공이 누군지 대번에 알아보았다.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봐도 분명했다.


"이게 정말 스텝의 집에서 나왔다고."


"제가 직접 가져와서 감찰과장님에게도 확인시켜 드렸습니다. 확실합니다. 원본은 지금 과장님이 갖고 있습니다."


"오...알았어. 고마워! 나중에 한 턱 쏘지!"


김상식은 급히 휴게실 문을 나가서 쏜살같이 취조실로 달려갔다. 중간 중간 사람들과 부딪쳐가며 최대한 빨리 달려갔다. 그리고 취조실에 도착해 숨을 헐떡이며 문을 열었다.


"다시 오셨습니까?"


취조실에는 어느새 와 있었던지 임시 대기실에서 보았던 감시원이 마리아 옆에 서 있었다. 김상식은 숨이 차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시 취조하시는 겁니까?"


"하아...그렇소."


그러자 감시원은 고개만 조금 꾸벅이고 취조실 밖으로 나갔다. 마리아는 숨을 헐떡이는 김상식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뛰어 온 거에요? 무슨 급한 일이라도..."


김상식은 마리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손바닥으로 책상을 따앙 치며 아까 받았던 사진을 올려놨다. 마리아는 그 기세에 잠시 놀란 듯 몸을 약간 움츠렸다.


"이게...뭐죠?"


"당신 모습도 못 알아보는 건가? 이 사진... 당신 맞지?"


"이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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