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801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7.28 09:00
조회
59
추천
1
글자
11쪽

신입(4)

DUMMY

선두에 서는 사람들은 이미 돔의 중앙부분까지 나아가 있었다.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하더라도 상황을 눈치 챈 황금박쥐가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입구까지 가기는 쉽지 않았다.


“대표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서우 ... 씨. 서우씨! 능력이 뭔가요!”

“저. 검이라니까요?”


로운의 질문에 그간의 전투로 지저분해진 검을 들어 보이며 웃는 서우였다.


“장난치지 마시고요!”

“... 제가 그걸 알려줘서 얻는 이득이 뭔데요.”

“뭐라고요?”


로운은 할 말을 잃었다. 역시 모르는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탑에 오르는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위험한 순간이 많다보니 탑을 오르는 능력자들은 자신들이 믿는 동료를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드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인맥이나 특별한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탑을 오르고 싶어도 오르지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는 하는데...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특별한 기회가 되었으면 했다. 포기했던 사람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게 자신의 오만함이었던 걸까.


‘지혁씨가 있었다면... 이런 건 쉽게 알았을 텐데...’


“그렇잖아요. 능력에 대한 정보는 능력자에 대한 가치와 관련이 있어요. 제 카드를 보여줘서 남을 게 없다는 거예요.”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박쥐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여유마저 느껴졌다. 이정도의 능력과 피지컬이 있는 사람이 왜 여태 탑에 함께 오를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까. 그건 아마도...


“그래서 서우씨가 함께 탑에 오를 동료가 없었나 봐요.”


로운은 자신이 한 말에 놀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아버지가 언제나 조심하라고 했던 부분이었다. 종종 자신의 진심이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던 아버지. 항상 조심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라고요?”


방금 자신이 그에게 했던 질문과 같은 질문을 돌려받은 로운이었다. 상대는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도 아니었다.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질문이었다. 상대에게 자신의 의도를 들키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로운은 서우의 질문을 무시하고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통로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왜 대답을 하다 말아요! 물어보잖아요!”


뒤에서 서우의 물음이 들려왔다. 어차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다면 무시만이 답이라고 생각한 로운의 시선은 황금박쥐만을 향했다. 황금박쥐는 아직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의식하지도 않는 걸로 봐서는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뭐냐고요!”


하지만 옆에서 계속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사람이 있다면 머지않아 들키고 말겠지.


“조용히 해주세요.”

“대답해주시면 조용히 할게요.”


작게 대답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좁아지는 벽에 부딪쳐 메아리쳤다. 후방에 있던 일행들도 소리를 들었는지 두 사람을 바라봤다.


“대표님 왜...”


로운의 시선이 황금박쥐를 향하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려 조용히 하라 일렀다. 하지만 이에 통하지 않은 이가 있었으니.


“아니 사람이 물으면 답을!!”


서우의 우렁찬 목소리에 숨죽이고 있던 황금박쥐의 날개가 펼쳐졌다.


“아니... 저게 왜...”


검을 휘두를 준비를 하는 서우. 황금박쥐의 움직임을 보고 후방에서 빠져나온 승우. 그리고 서우를 향해 날아와 있는 힘껏 목덜미를 문 황금박쥐. 모든 일들이 한 순간에 일어났다.


“아악!”


서우가 단말마와 함께 목을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놓친 검이 바닥을 뒹굴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서우 씨!”

“승우야! 피해!”


서우의 비명소리에 뛰어오려던 승우를 향해 로운이 외쳤다. 서우의 목덜미를 물고 날아간 황금박쥐가 다음 목표로 삼은 것은 승우였지만 정작 당사자는 모르는 것 같았다.


“승우야!!”


승주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와 함께 로운은 황금박쥐를 향해 뛰었다. 몬스터들이 어디까지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황금박쥐는 상황을 관찰하고 판단하며. 상대에게서 가장 약하지만 중요한 부분을 공격했다.


‘곤란해.’


로운은 승우를 대신해서 물린 승주에게서 입을 떼고 있는 황금박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거리가 조금 부족했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펼쳐진 손바닥 주변으로 냉기가 흐르더니 그대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얼어버린 황금박쥐가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면서 빛이 되어 사라졌다. 변수란 항상 이랬다. 알고 나면 금방 처리하지만 알기 전까지는 어떤 피해가 생길지 예상할 수 없다.


로운의 시선이 바닥에 누워 목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서우를 향했다.


“로운씨! 무슨 일이에요!”


전방을 보조하고 있던 나래가 뒤늦게 놀라며 뛰어왔다.


“나래 씨는 석 씨와 미혜 씨를 도와 다른 몬스터들을 마무리 해주십시오.”

“네... ”


뛰어와 상황을 본 나래가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서우와 창백해져 가는 승주의 모습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더라도 위급하게 느껴졌다.


“누나... 누나...”

“승우 씨.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지금 두 사람의 목숨은 승우 씨한테 달려 있어요.”


어린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회복 능력이 있는 승우뿐이다.


“네... 네 알고 있어요. 흡...”


눈물이 고인 상태로 두 사람의 상태를 번갈아 살펴본 승우의 안색이 나빠졌다.


“출혈이에요... 출혈 지속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흡... 피가 빠져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두 사람을 동시에 ... 하는 건... 흡...”


거의 반쯤 우는 소리가 절반이었지만 승우는 열심히 계산을 하고 있었다. 마력과 체력을 1:1로 교환을 한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분의 체력을. 그것도 출혈 상태의 체력을 자신 혼자서 할 수 있을까.


출혈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셋 다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대표님... 흡. 저... 마력 좀 빌려주실래요?”

“네?”

“그냥... 그냥 옆에만 계셔주세요.”


승우는 우는 소리로 대답하면서도 승주와 서우를 나란히 눕히고는 두 사람의 머리맡 가운데 앉아서 눈을 감았다.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천천히 열렸다. 방금 전보다는 안정되었지만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손만... 잡아주세요.”

“아...네.”


거친 손길로 눈물을 닦고 입술을 깨물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두 사람의 몸 주변으로 은은한 빛이 스며들었다. 승우는 자신의 몸에서 마력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감을 느꼈다. 만약에 자신이 혼자 있었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로운은 아이를 잡고 있는 손끝으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평소와 조금 달랐지만 이건 마력의 흐름이었다. 마력이 인위적으로 자신을 떠나 아이를 향해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지혁 씨가 알려준 능력이...’


[마나 전이]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스킬 레벨이 너무 낮은 탓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쉽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스킬의 레벨이 오른다면 무척 유용할 거야.’


로운은 머릿속에서 승우의 능력을 활용할 방법들이 떠올랐지만 생각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빠져나가는 마력의 양이 적지 않았다. 몸이 피로해져갔다.


‘내 마력은 그저 승우를 스쳐지나갈 뿐. 두 사람을 동시에 치유한다는 건 꽤 피곤한 일이구나.’


피로감이 밀려와 눈이 감겼다.


“조금 피곤하실 거예요. 조금 쉬고 계세요.”

“그럴 순...없어요.”


승우는 승주와 서우에게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항상 승주의 그림자 뒤에 서있던 승우였기에 로운이 그를 이렇게 자세히 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얼굴은 그의 누이와 꼭 닮아 있었지만 어딘가 주눅 들어 있고 약한 이미지는 그만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식은땀이 흐르는 지도 모른 채 치유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이전의 이미지를 덮을 만큼 진지했다.


“대표님. 마력이 높을 만한 분이 또 누가 있을까요.”


조금씩 목소리가 갈라졌다. 로운은 그가 얼마나 무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래 씨가 아마 다른 분들보다는 마력이 높을 거예요.”


오늘 탑에 들어온 일행 중에서 여기 쓰러져 있는 일행들을 제외한다면 나래밖에 없었다. 석도 미혜도 마력보다는 다른 스탯이 더 중요한 포지션이니까.


“네... 조금이라도 힘들면 말씀해 주세요. 조금은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럴 순 없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로운은 눈이 감기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육체적 활동을 해도 쉽게 지치지 않는 그였는데. 마력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쉽게 마력, 마력 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일부 중 하나다.


만약에 인간에게 근육이 없어진다면 어떤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힘들고 금방 지치고 말 것이다.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야... 하지만 지금 이 방법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네. 이럴 줄 알았다면...’


지혁을 만나고 자신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준비성이 철저한 그였다. 자만을 멀리하였고, 겸손을 가까이 하였다. 그런 그에게 지혁은 새로운 자극이었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연한 사람이었다.


그런 지혁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네.’


예전 같은 준비성도 없었고, 이정도 층은 쉽게 오를 수 있다고 자만했다. 3개월 안에 20층까지 오르겠다고? 그게 무슨 자만인가. 그렇다고 휘몰아치는 상황에 반응하는 지혁같은 유연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더니...’


헛웃음이 흘러나오는 로운이었다.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했지만 완벽한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할수록 점점 부족한 인간이 되었다.


‘아버지의 말이 맞았네.’


로운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뭐야. 대표님 왜 쓰러져 계세요. 여기는 상황이 대체 왜 이래요.”


미혜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멀어져갔다. 몬스터를 소탕한 세 사람이 돌아왔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7 검은 옷의 사람들(2) 23.09.27 35 0 11쪽
96 검은 옷의 사람들(1) 23.09.25 38 0 12쪽
95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5) 23.09.22 42 0 12쪽
94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4) 23.09.20 45 0 11쪽
93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3) 23.09.18 41 0 12쪽
92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2) 23.09.15 48 0 11쪽
91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1) 23.09.13 46 0 11쪽
90 초련(5) 23.09.11 48 0 14쪽
89 초련(4) 23.09.08 53 0 11쪽
88 초련(3) 23.09.06 55 0 10쪽
87 초련(2) 23.09.04 61 0 11쪽
86 초련(1) 23.09.01 54 0 12쪽
85 무임승차 프리 티켓(7) 23.08.31 53 0 12쪽
84 무임승차 프리 티켓(6) 23.08.30 51 0 11쪽
83 무임승차 프리 티켓(5) 23.08.28 53 0 13쪽
82 무임승차 프리 티켓(4) 23.08.25 52 0 14쪽
81 무임승차 프리 티켓(3) 23.08.23 56 0 12쪽
80 무임승차 프리 티켓(2) 23.08.21 57 0 14쪽
79 무임승차 프리 티켓(1) 23.08.18 54 0 13쪽
78 주문하시겠습니까(6) 23.08.16 59 0 13쪽
77 주문하시겠습니까(5) 23.08.14 62 0 12쪽
76 주문하시겠습니까(4) 23.08.11 61 1 14쪽
75 주문하시겠습니까(3) 23.08.09 58 1 12쪽
74 주문하시겠습니까(2) 23.08.07 59 1 12쪽
73 주문하시겠습니까(1) 23.08.04 65 1 12쪽
72 신입(6) 23.08.02 58 1 13쪽
71 신입(5) 23.07.31 57 1 14쪽
» 신입(4) +1 23.07.28 60 1 11쪽
69 신입(3) 23.07.26 62 0 11쪽
68 신입(2) 23.07.24 68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