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님의 놀이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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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작품등록일 :
2021.12.1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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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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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화.

DUMMY

모바일 게임 「나만의 놀이동산」에서의 카드들은 1성부터 4성까지 존재했다.


어트랙션으로 예를 들자면,


1성 어트랙션은 미끄럼틀, 그네, 시소 등이 있고,

2성 어트랙션에는 회전목마, 미니 바이킹, 미니 관람차 등.

3성 어트랙션에는 롤러코스터, 범퍼카, 바이킹, 관람차 등이 있으며,

4성 어트랙션에는 자이로 스윙과 드롭, 360도 롤러코스터와 360도 바이킹 등이 있다.


‘어라? 원래 이것보다 더... 음? 이게 다 있는 건 아니네?’


그런데 여기 세상으로 바뀌면서 달라졌는지 전부 다 있지가 않았다. 이름이 바뀐 것도 몇 개 있는 것 같고. 어쨌든 확인 차원에서 무심코 각 성급별로 건설 가능한 어트랙션의 이름을 읽어 내리던 나의 새로 장착한 푸른 눈이 마지막에 가서 확 꽂혔다.


‘어? 왜 별이 하나 더 있지?’


일단 지구에서는 존재치 않았던 별이 다섯 개의 등장이다.


‘어? 뭐, 뭐지? 저거 왜 별이 다섯 개냐?’


분명 모바일 게임 「나만의 놀이동산」에서의 카드들은 1성부터 4성까지.


‘...맞아. 그걸 착각할 수가 없지. 그런데 5성이 있다고? 장수돌침대도 아니고 별이 다섯 개라고? 미친... 갑자기 없던 업데이트가 있던 것도 아닐 테니까, 여기 와서 생긴 오리지널 설정인가? 뭐야? 참 나. 도대체 5성은 뭐야? 딱 한 개인데? 보자. 이름이... 차, 차, 뭐?!’


또 다시 거친 주먹이 눈을 비벼도 그대로인 그것은 지구의 모바일 게임에서는 처음 보는 이름의 어트랙션. 지구에서도 어트랙션의 숫자는 마흔 개 남짓에 불과했기에 내가 착각을 할 리도 없는 일이었다.


“헐?!”


그러니까 초면의 이름은...


[어트랙션] [차원 이동 열차] [☆☆☆☆☆]


아직은 카드가 없어서 회색빛으로 이름밖에 확인할 수 없는 화면이었지만, 그 이름만으로 대충 무엇인지 짐작하기에는 충분했다.


‘...차원 이동이라고?’


순간 나는 벼락에라도 맞은 듯 흠칫 굳었다가 비행직전의 비둘기처럼 푸드득 떨며 눈알을 또르르 굴리기 시작했다.


“차, 차원 이동 열차라면...?!”


이거 설마? 혹여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여기서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건 정말 심하게 선을 넘는 일일 테니까...


“...이거구나.”


이거다. 씨발, 이거였어.

집에 돌아갈 수 있다.

나는 두 손을 꼭 쥔 채로 진동의자에 몸을 맡긴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이거였다고! 씨발! 으하하학!”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구의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올리고, 이 세상에서의 생존을 위해서 힘차게 다짐을 했었건만...


“정말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야지! 무조건 돌아가야지! 돌아가서 야동도 지워... 아... 흐흐. 아무튼 나는 돌아갈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누군지는 몰라도 진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진짜 진심을 담아 동서남북으로 엎드려 절을 했다. 부모님께 고별인사를 올릴 때는 두 번(?)도 힘겨웠는데, 이번에는 각자 두 번 세 번씩 넙죽넙죽 사방팔방으로 절을 날렸다.


“흐흐흐흐.”


사실 이럴 거면 왜 고별인사를 올리고 여기서 잘 살 고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집으로 돌아갈 수단이 있단 걸 알게 된 이상 나는 다시 굳게 마음을 먹을 수가 있었다.


‘야-쓰! 간다. 무조건 돌아가야지. 씨바! 지구 딱 대. 어? 남작? 남작 옆구리 터지는 소리하고 있네. 백작 아니면 줘도 안 해. 아니, 백작도 안 해! 안 한다고! 씨이... 이 형아가 갈 거니까. 대한민국 너 딱 기다리고 있어!’


일단 마음은 고쳐먹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그러면... 젠장, 후우. 그래. 진정하고 일단 확률이나 알아보자. 씨발. 가챠 딱 대. 다 뒤졌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에 앞서서 5성이라는 특별한 카드는 어떻게 뽑을 수 있을 지부터 알아봐야 할 일이었다.


‘상점, 상점.’


다시 상점으로 화면을 넘겼다.


일단 레벨부터 뚫는 것이 우선. 아니, 그 전에 어떻게 레벨을 올리는 지 알아보는 것부터가 가장 먼저 알아봐야 할 일이었다.


‘확률표 보기.’


게임 경력만 10년이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데, 게임 10년이면 딱 각이 서지 않을까? 나는 황급히 [놀이 뽑기]의 확률표를 열었다.


[놀이 뽑기 확률표]


[1성 놀이시설 카드: 50%]

[2성 놀이시설 카드: 30%]

[3성 놀이시설 카드: 7%]

[4성 놀이시설 카드: 2.9%]

[5성 놀이시설 카드: 0.1%]

[건설 시간 단축 티켓: 9%]

[건설 즉시 완성 티켓: 1%]


확률, 어디 확률을 보자.


‘5성, 5성 확률이... 뭐?! 0.1%?!’


0.1%라면 1,000번 중에 한 번이 나올 확률.


“와... 씨발 미쳤네 진짜. 아니, 2.5%도 안 뽑혀서 접은 게임들이 수두룩한데... 0.1%?!”


게다가 5성 놀이시설은 [차원 이동 열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놀이시설에 해당하는 [체험시설]과 [공연시설]도 서둘러 확인했다. 역시 각각 5성의 카드가 하나씩 존재했다.


‘헐. 이건 또 뭐야? VR 영웅 체험관? 여신강림? 뭐냐 진짜... 영웅 체험관이면 뭐 영웅이 나와서 기술 가르쳐주고 그런 건가? 여신강림은... 여신이 강림한다고? 여기 세상에 여신이 마신과 공멸하여 다른 차원에 잠들어 계시다는 것이 교국 측 입장이니까... 와... 씨발, 그러면 성녀가 아니고 내가 무슨 교황... 아니, 성녀는 성녀고 성녀가 남자면 뭐라고 해야 하지? 성남인가? 경기도 성남시... 음... 그건 좀... 아! 성자! 그래. 성자가 있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하냐. 후우, 그러면 또 저기서 3분의 1로 나눠야 하는 거지?’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3,000분의 1 확률이다.


‘10회 연속 뽑기는 3성 이상 확정이긴 한데...’


3성과 4성과 5성만 놓고 보면 도합 10%. 지구에서도 티켓은 10연챠 확정에서 제외였으니까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계산을 하면 각자가 원래 나올 확률에 10배로 생각하면 된다.


3성은 70%.

4성은 29%.

5성은 01%.


1%라면 그래도 할 만하게 느껴지지만...


‘저기서 다시 3분의 1로 하면 0.33333... 퍼센트니까... 젠장, 저 정도면 할 만한가? 도대체 마나석이 얼마나 들까?’


결국 그래봤자 990 다이아의 10연챠를 300번 돌리면 한 번 나올 확률이다.


“씨발.”


하급 마나석이야 보통 7~8 실버니까 그나마 저렴하긴 했지만, 중급 마나석만 해도 꽤나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중급 마나석은 2~5골드를 사이를 오가고, 상급은 일단 시작가가 50골드부터다.


‘젠장... 왜 하필 마나석이야. 그걸 여기서... 아! 맞다! 백작이 챙겨준 게 있었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제이크가 가문에서 받아온 것에 더해 백작이 몰래 챙겨준 마나석과 골드가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돈은 100골드에 마나석은 하급이 100개 남짓에 중급은 12개 정도 있었다. 그리고 상급 마나석도 한 개가 있었고.


‘...어디 있지?’


방을 여기 저기 뒤져보니 침대 옆 서랍 안의 주머니에 잘 보관되어져 있었다.


‘하아... 그나마 다행이다.’


묵직한 주머니를 보니 마음이 좀 든든해졌다. 그러면 이걸로 어느 정도의 다이아를 만들 수 있을까?


하급 마나석은 10 다이아+α.

중급 마나석은 100 다이아+α.

상급 마나석은 1,000 다이아+α.


골드를 마나석으로 바꾸려면 멀리 도시까지 가야하므로, 일단 보유한 마나석으로만 계산을 해본다. 대충 최소치로만 계산해도 3,200 남짓의 다이아를 충전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처음 보유하고 있는 1,000 다이아까지 더하면 최소 4,200 다이아다.


‘놀이랑 동산이랑 정령 뽑기까지 다 돌릴 수는 있겠네?’


각기 ‘990’, ‘490’, ‘2,490’ 다이아이므로 총합 3,970 다이아.


‘아니지. 그러면 손해 아닌가?’


아직 제대로 α가 얼마나 붙을지는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대충 최소 수치로 계산했을 때 마나석의 시세와 다이아의 전환이 걸린다.


하급 마나석은 평균가만 따졌을 때는 7~8실버지만, 고블린 같이 가장 저렴한 마나석은 5실버에도 거래가 되므로 최소 수치의 중급 마나석 하나만큼 충전하는데 50실버에도 가능하다. 100 실버가 1 골드란 걸 생각해보면 최소 2 골드부터 시작하는 중급 마나석을 하나 충전하는 것보다 하급 마나석을 많이 모아서 충전하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유한 중급 마나석과 상급 마나석을 판매하여 하급 마나석으로 충전한다면 훨씬 더 많은 다이아를 채울 수가 있단 말이다.


‘와 씨. 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지. 그나저나 천만다행이다. 원래 소설이었으면 이거랑 반대일 텐데... 역시 소설 같은 것이 아니니까 이런 거겠지?’


물론 이건 α라는 녀석이 어느 정도 붙는지는 확인을 한 후에 확인을 할 문제지만, 일단 편의상 앞으로의 계산은 하급으로 하기로 한다.


‘그러면 일단 알파는 안 붙는다고 치고, 10연챠에 990 다이아니까... 일단 하급으로 99개?’


990 다이아를 충전하는데 드는 하급 마나석의 최대 개수는 99개. 그리고 하급 마나석의 최저가는 대략 5실버 남짓. 단순히 수학적으로는 495실버니까 4골드 하고도 95실버인데, 계산하기 편하게 5골드로 잡기로 했다.


‘중급이랑 상급은 일단 최저가라고 치고. 24골드에 50골드라고 치면 74골드에 원래 50골드를 더하고, 5골드로 나누면? 음... 쓰읍. 그러면 대충 25번 정도인가? 아니다. 내가 쓰러졌을 때 말을 구매한 건 빼야지. 그리고 한 번에 다 올인 할 수도 없고. 음... 그러면 대충 20번 남짓? 젠장, 그 안에 쇼부를 낼 수 있나?’


승부할 상대는 5성 카드 0.33%다.


물론 0.33%가 아니라 0.0033%라도 확률이 존재하는 이상 뽑혀 나올 수도 있지만, 게임과 현실의 공통점 중에 한 가지. 보통 콘텐츠도 아니고 이세계라는 특별한 콘텐츠의 최종 보스가 바로 나오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오지 않을 경우도 생각을 해야 한다.


‘될 놈만 되는 개 같은 시스템에서는 제 값 주고 못 뽑을 확률이 더 높지. 후우. 내가 되는 놈이었으면 이렇게 왔을까? 젠장... 그래도 조합도 되겠지?’


어디까지나 베이스는 지구의 게임이므로 나는 지구에서의 방법을 확인했다. 그건 바로 카드 분해와 조합. 다행히 꼭 가챠에서 뽑지 않아도 언젠가는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는 그대로였다.


‘휴우... 그래도 일종의 천장이 있긴 하네.’


가챠 게임의 ‘천장’이란 어느 정도 일정 금액 이상의 현질을 하면 확정선택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나만의 놀이동산」 게임에서는 천장을 치면 확정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카드를 분해하면 나오는 정수를 모아서 원하는 놀이기구나 시설 등을 제작할 수 있고.


그러니까 [조합]에 들어가 보면...


[분해] [제작] [보유]


...를 각기 확인할 수가 있는 것이다.


중복된 것이나 필요 없는 것을 분해하면 나오는 것이 꿈의 정수와 희망의 정수.


[보유한 꿈의 정수: 0개]

[보유한 희망의 정수: 0개]


그러니까 아직 나는 꿈도 희망도 없는 상태다.


“아니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 왜 내가 꿈과 희망이 없어. 씨발.”


억지로 꿈과 희망을 품고 다시 [제작]으로 넘어가본다. 딱 대. 씨발.


[어트랙션] [차원 이동 열차] [☆☆☆☆☆]


[꿈의 정수: 0 / 1,000,000 개]

[희망의 정수: 0 / 1,000 개]


그리고 필요한 꿈의 정수와 희망의 정수는 각기 100만개와 1천개라는 아무리 봐도 노답 같은 답변을 보면...


“...없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꿈과 희망대신 현실감과 좌절감만 차오른다.


“와... 하! 참 나... 100만개~? 100만개. 와... 진짜 개 같네. 썅.”


1성 카드 분해 시 나오는 꿈의 정수의 수는 1개.

2성 카드는 10개.

3성 카드부터 꿈의 정수가 100개, 희망의 정수는 1~3개가 나온다.

4성 카드는 꿈의 정수가 1,000개, 희망의 정수는 10~30개가 나오니까...


‘어우 뒷골이야. 씨발. 이거 진짜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거 맞냐?’


일단 희망의 정수로 계산을 해본다. 정말 최악의 경우에는 10연챠를 1,000번쯤? 물론 그건 단 한 번도 4성이 나오지 않고, 3성을 분해할 때 무조건 1개만 나오는 불운이 1,000번 겹칠 때의 일이니, 아무리 운이 없어도 그 정도까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 진짜 최악 오브 최악이라도 천 번. 천 번이면 하급 마나석이 9만 9천 개고.’


가볍게 생각하면 고블린이 9만 9천 마리.

뭐 하루 만에 잡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십 수 년에 걸쳐서 나눠 잡아도 되고, 굳이 사냥보다는 다른 이들이 잡은 것을 사올 예정이니까...


음.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숫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숫자도 아니었다.


‘그래. 고블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마물들이 심심하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잖아. 또 무조건 꽝이 나올 것도 아니고, 능력가지고 돈을 벌수도 있을 거니까. 그래.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음. 있지. 있어. 무조건 갈 수 있지. 가야지. 가자... 후우.’


긍정적인 마음을 다지며 나는 어트랙션부터 시작해서 편의시설까지 모든 카드들을 확인했다. 비록 아직 카드를 뽑기 전이라서 이름만으로 파악해야 했지만, 그래도 대충의 정리는 끝마쳤다. 그렇게 이세계의 낯선 영주관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 * *



똑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으음... 엄, 엄마...?”


눈을 뜨고 마주한 건 나를 깨우러온 엄마가 아니라 낯선 영주관의 침실.


“...젠장.”


이세계의 제이크란 녀석의 몸에 빙의된 것을 머리로는 인정했지만, 아직은 좀처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일이다.


똑똑똑.


여전히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몸을 일으켜 세웠다.


“...네? 아니, 흠흠. 왜?!”


나는 일단 제이크의 기존 말투처럼 반말로 노크에 응답했다.


“레이시아입니다. 영주님, 아침은 언제 가져다 드리면 좋을까요?”


문 너머로도 듣기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 레이시아의 용건은 식사를 어떻게 할지였다.


“어? 어. 별 생각... 아니, 지금 가져다주세... 가지고 와... 줘!”


비록 여기 영주관은 조그만 2층 저택이었지만, 그래도 꼴에 영주관이라고 따로 식당도 존재했다. 그렇지만 아직은 생각이 복잡한 관계로 혼자 있고 있었기에 나는 방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기억상실증 등 상태가 안 좋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하녀를 대신해서 기사인 레이시아가 직접 식사를 가져온 것이었다.


‘엑? 이게 뭐야? 하아... 식사 수듄... 쯧쯧. 그러고 보니 제대로 정신 차리고는 첫 끼니인가?’


이세계에서 정신을 차리고 난 후의 첫 아침.


‘...뭐지? 누렁이도 안 먹을 이 식단은?’


그래도 영주관이라고 도기 그릇에 담겨 있었다.

다만 그 메뉴가 정체불명의 스프와 빵 뿐.

원래 가난한 어촌 마을에 겨울이라 식량 수급 상황이 좋지 않아 죄송하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환자라서 특별히 신경을 쓰긴 했다는 메뉴가 이거? 아니면 환자라서 일부러 스프를 내놓은 건가?


“...영주님?”

“어... 일단 혼자 먹을게요. 먹고 내놓을게요... 아니, 내놓을게! 어, 어서 가봐.”


먹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네. 영주님. 필요한 거 있으시면 부르십시오.”

“어! 알았어!”


나는 레이시아를 방밖으로 쫓아내고, 한참 후에야 억지로 수저를 들었다.


‘으... 그래도 다른 사람도 다 먹는 거니까...’


지금 몸은 영양이 간절히 필요했다.


우물우물.


그리고 문제 하나가 또 추가되었다.


‘엑! 비려! 비리다고! 우엑. 존나 맛없어 진짜. 으웩. 식사는 이게 뭐야. 후추 없어? 향신료 없냐고! 젠장, 후추가 비싸서 제대로 못 먹을 줄이야... 이게 무슨 대항해시대야 뭐야!’


음식이 너무 맛이 너무 없다는 것.


원재료가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물고기라는 건 확실했다. 물고기가 들어간 스프는 텁텁하고 비린내가 났으며, 빵은 딱딱하다 못해 사람도 때려죽일 정도로 단단하고 오래된 밀가루 냄새가 풀풀 풍겼다. 식욕이 당기는 고소한 밀가루 냄새가 아니라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래되어 찌든 건빵 냄새였다. 그리고 짠맛도 짭조름한 맛있는 맛이 아니라 유격 훈련을 받을 때 흐른 땀을 먹은 것처럼 찝찝한 짠맛이었다. 아무리 꼭꼭 씹어도 탄수화물 특유의 단맛조차도 느끼기 힘들 정도였다.


“...퉷! 으웩.”


한 마디로 요약하면, 차라리 군대 밥도 이것에 비하면 호텔 요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


‘하아... 벌써 치킨 마렵네... 젠장, 이세계물 주인공들은 모두 잘 먹고 잘 살던데... 왜 나만...’


하다못해 라면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아니, 쌀밥과 김치만 있어도 이렇게 고통 받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만이 정답이었다.


‘최대한 빨리 지구로 돌아가자.’


혹여 지금 제이크의 몸이라서 불법체류자가 되더라도 지구로 돌아가고픈 마음이었다. 교도소 콩밥도 이것보다는 맛있지 않을까?


“...쯧. 일단 어제 하던 것부터 마저 확인하자.”


나는 서둘러 시스템 파악에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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