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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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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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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4.8%.


능히 ‘자그마치‘라고 표현할 만한 수치다.

케이블은 보통 시청률 3%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에 5%에 근접한 수치는 대박이라고 볼 수 있었다.

드라마 자체 기대감보다 류지호의 이름값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었지만.

그것이 증명된 것이 2회차가 방영되면서 많은 시청자가 빠져나갔다.

주로 여성 시청자들이 빠졌다.

미국식 마피아물이나 <야인시대>풍의 액션 드라마를 기대했던 청소년층도 이탈했다.

20대 일부도 빠졌는데, 기대했던 낭만적이며 멋지고 의리가 있는 건달이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조폭 똘마니 혹은 양아치들의 허세 넘치는 무용담 같았기 때문이다.

익히 예상했던 대로 회를 거듭할수록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잇따라 법원에 접수되기 시작했다.

법원에 접수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만 스무 건이 넘을 정도다.

주로 드라마에서 못되게 묘사된 이들이었는데, 사업가 행세를 하던 이들이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조폭이력을 커밍아웃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 외에 광주와 전주 등의 시민단체에서는 예향과 민주화의 도시를 깡패의 온산지로 묘사했다며 방송금지 및 부가시장 판매금지처분 소송을 걸었다.


"DCN은 즉각 이 드라마를 중단하고 일간지와 방송매체를 통해 예향의 도시 전주와 광주 시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라. 가온그룹 총수이자 영화감독 류지호는 공개적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시청자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드라마에서 비열하고 부정적으로 묘사된 전직 검사들이 성명서를 내 류지호와 제작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마치 검사들이 조폭과 결탁한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며 현직 검사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금요일과 토요일 피크 타임에 방영되는 드라마의 선정성에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한때 검찰에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을 했던 한사람으로 명예를 지키고 정신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부득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성수동 다솜미디어 사옥과 드라마를 제작한 Aram 프로덕션으로 깡패들이 찾아와 소란을 피울 것을 염려해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찾아와 난동을 부린 조폭은 없었다.

대신 제작사와 방송국에 조폭으로 보이는 이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 협박을 해대는 바람에 원활한 업무가 이루어지지 않는 불편함이 있는 정도.

대형교회 몇 곳도 불편함을 내비쳤다.

조폭 두목들이 개신교에 귀의하고 목사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장면 때문이다.

수많은 폭력 및 갈취, 협박, 살인교사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특정 종교(혹은 교회)의 신도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회개한 것으로 둔갑하고, 대형교회 목사가 그들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등의 모습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좋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드라마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온라인 공간에서 드라마 속 캐릭터의 현실 속의 인물들이 하나둘 밝혀졌다.

그에 따라서 태권도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IOC위원 겸 태권도협회 회장을 저격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속속 등장했다.

협회장의 수족처럼 굴던 태권도계 유력자이자 조폭계에 발을 걸치고 있던 이들이 갑자기 해외로 출국했다.

일단 몸부터 피하고 본 것이다.


- 온통 왜곡과 허구밖에 없는 드라마!

┖ 이보세요. 당연히 허구죠.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픽션 몰라요?

┖ 드라마를 드라마로 봐야지.


- 이놈에 나라는 무슨 깡패 공화국이냐? 사방에 다 깡패랑 안 엮인 인간이 없어.

┖ 드라마를 현실과 동일시하지 마세요.

┖ 독재자들이 유일하게 조폭 때려잡은 건 정말 고마워해야됨. 그정도도 못했으면 일본 중국 기타 동남아처럼 삼합회 야쿠자들 판쳤을거임.

┖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여.. 이렇다 할 전국구 깡패가 없다는 게 진짜....

┖ 박통하고 전통이 잘한거 중에 하나가 이거. 화교 세력 잡은 것도 잘한 거 같다.

┖ 화교도 잡아? 먼 개소리여?

┖ 조폭 제대로 때려잡은 건 노통이야. 박통, 전통 때가 정치깡패부터 조폭들 전성시대 아니었냐 ㅎ ㅎ

┖ 먼 개소냐? 포승줄 꽁꽁 묶여서 나는 깡패입니다. 가슴에 이름 적어놓고 길가다가 돌 쳐맞던 시절이 박통때인데. 그리고 전통이 삼청교육대 만들어 조폭들 갈어버렸는데. 어이가 없네. 윗 넘.

┖ 이 형 말이 맞음. 박통때 정치깡패 이정재 나가리되고 전통때 이름 있는 깡패 두목들 감옥에 넣고 삼청교육대 했으니 틀린 말 아님.


- 류지호는 역시 깔 건 제대로 까는 것 같다. 원래 깡패도 선은 지킨다 뭐 그런 느낌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였는데 류지호는 그런 게 없이 그냥 양아치를 양아치답게 그린 것 같다.

┖ 선을 지킬꺼면 깡패가 안되지....

┖ 님이 말한 것들이 조폭 미화.

┖ 애당초 인성쓰레기 수준을 넘어서 인간이 안된놈들이 하는게 조폭인데.

┖ 말 함부러 하지마라. 삼촌한테 혼난다.

┖ 아침부터 조폭XX년들을 '삼촌'으로 둔 XX보니까 기ㅂ분 ㅈ 같네.

┖ 주변에 삼촌으로 모실 깡패새끼들 많으셔서 X나게 부럽네요~


드라마 한 편이 뭐라고.

한국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시끌시끌했다.

북한에서 조선로동당 당대회를 열어 후계자로 공표했다는 뉴스까지 밀려날 정도였으니.

올해는 평균 시청률 30%를 넘기는 드라마가 네 편이나 나왔다.

모두 KBC에서 나왔는데, 특별기획 드라마 <추노>, 일일연속극 <다함께 차차차>, 주말연속극 <수상한 형제들>,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등이다.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에 비해 <불한당>의 첫 회 4.8%는 소소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각종 포털 댓글과 SNS상의 화제성은 단연 최고였다.

높은 화제성으로 인해 다솜미디어에게는 좋은 점과 곤란한 점을 동시에 겪을 수밖에 없었다.

방송을 곤란하게 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관련자들의 집단행동이나 소송이다.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지만 방송금지가처분 소송은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방송금지가처분은 특정방송 내용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고 그 피해가 사후에는 회복되기 불충분한 경우에 그 방송을 사전에 금지시켜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것이다.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 많은 사람의 노고가 빛도 보지 못할 수 있다.

제작사와 방송사의 금전적 손해도 막대하고.

지금까지 방송금지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경우는 거의 없다.

드라마에 역사적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고 해도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시청자라면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의 서술을 주로 하는 기록물이 아닌 허구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드라마임을 당연한 전제로 시청한다.

때문에 굳이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지 않아도 픽션이 가미된 것이 당연시 된다.

드라마 <불한당>의 경우에는 ‘본 드라마는 작가의 상상으로 재현된 허구임을 밝힙니다‘라는 자막까지 넣었다.

방송금지가처분이 받아들여질 동기 자체를 사전에 차단했다.


와아!


다솜미디어 드라마국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불한당>의 순간 최고시청률이 11.2%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금요일과 토요일, 지상파에서 뉴스가 방영되는 저녁시간이지만 케이블TV에서는 피크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대에 <불한당>이 방영되고 있다.

절반의 회차가 방영된 <불한당>이 최고 시청률 8.7%를 돌파했고, 순간 최고시청률 11.2%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일부 시청층에서 이탈이 있었지만, 빠져나간 것보다 더 많이 중장년층이 유입되고 있어.”

“맞습니다. 케이블 사상 첫 10% 기록도 노려볼만 합니다.”

“주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력이 조명되면서 이탈했던 20대층도 돌아오고 있습니다. 성철이 캐릭터가 <모래시계> 이민재를 연상시키면서 여성층도 돌아오고 있습니다.”

“좋았어!”


다솜미디어 드라마국이 크게 고무되었다.

지상파 드라마도 시청률 5%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은 상황이다.

3%만 되어도 대박이라고 하는 케이블 채널에서 처음으로 10%를 기대할 만했다.

첫 1~2화는 중요 인물들과 배경을 소개하느라 극적인 부분이 약했다.

점차 회차가 거듭될수록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고른 호연이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특히 그간 한국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던, 류지호 특유의 영화적인 연출이 드라마를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했다.

한국 TV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익스트림 롱쇼트와 빅 클로즈업, 스타일리시한 색감과 조명으로 인해 매회 영화를 보는 느낌을 선사했다.

만약 <불한당>이 케이블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시청률 10%를 넘어서게 되면 방송가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는 것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게 마련.

선정주의 논란이 <불한당>에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류지호는 눈물을 머금고 방송판에서 신체노출, 베드씬, 선형 낭자한 폭력장면, 걸쭉한 본토 전라도 욕설 등을 걷어내거나 교묘한 편집으로 피해갔다.

그럼에도 폭력배를 다룬 이야기 특성상 피치 못하게 묘사해야 할 것들이 그대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 영화, 만화, 음악 다른 대중문화에서는 선정주의와 상업주의가 마구 판을 치는데 왜 류지호 드라마에만 엄격한 잣대를 대지?

┖ 맞아요. 류지호가 종교영화나 어린이 영화를 주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 류지호는 LOG 창업자가 아님. ParaMax와 디멘션 필름에서는 노출과 살인에서 두 눈 뜨고 못 보는 영화도 상당히 많이 만들고 있음.

┖ TV 드라마가 교육방송처럼 교훈적이고 고등학교 수학시간처럼 재미없고 지루하고 따분하고 졸려야 합니까? 류지호가 <박중환쇼>에 나와서 그랬음. ㅎ ㅎ


- 주인공이 칼로 쑤시는 거 살벌하지 않음?

┖ 칼로 쑤시는 거 내가 세어봤음. 모두 17번임.

┖ 24번 아님요?

┖ 내가 설명해줌. 슉슉슉 소리가 모두 17번 나옴. 대신 중간에 살짝 주인공이 버벅거리는 게 나옴. 그 버벅거리는 걸 카운트해서 24번이 나오는 거임.

┖ 근데 조폭들은 왜 회칼을 무기로 써요?

┖ 회칼은 한국 조폭영화의 단골 소품입니다. 누군가를 찌를 때면 늘 회치는 칼이 등장하지요.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위험이 닥쳤을 때 순간적으로 긴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넓고 두꺼운 식칼로 누군가를 찌른다면 상대방의 몸이 순간적으로 수축하는 바람에 칼을 뽑기가 힘듭니다. 회칼로 상대방을 여러 번 찌르는, 끔찍한 광경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주먹만 써서 싸웠던 예전이 그립습니다.

┖ 조폭 출신이에요?

┖ 조폭 미화하지 말자. 조폭은 사회 암이다.

┖ 정의의 사도 나섰다! 병진!


- 실제 조폭들 일반인 상대로는 칼빵 거의 안 함. 같은 조폭끼리라도 배때지에 칼빵놓다가 진짜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라서 깊게 안들어가게 사시미에 테이핑함

┖ 나도 들었는데 찌를때도 배나 가슴쪽은 안건드리고 찔려도 안죽는 팔다리부위만 찌른다고 함.

┖ 테이핑은 손미끄러져서 손베이는거 방지해서 감는거 아님? <불한당>에 그렇게 나오던데. 그리고 팔다리 찌르는 것 동맥쪽 찔러서 과다출혈로 죽어도 몸통아니니 살해의도는 없었다 나중에 법원에서 인정받으려고 그런걸로 나오든디.

┖ 다 맞음. 몸통을 칼로 찌르면 푹~들어가는게 아니라 사람의 근육때문에 저항이 생겨서 찌른 사람의 손이 칼날부분으로 밀려서 크게 다칠 수가 있음.

┖ <불한당> 5회 다시보기 하셈. 사시미칼 같은거에 500원짜리 동전 붙이고 테이프 감아서 미끄러져서 손가락 나가는거 방지하는 거 나옴.

┖ 그것도 맞는데 그러면 칼 위에까지 감을 필요 없음. 조폭이 무조건 사람 죽일라고 칼빵 놓고 그런 건 아님. 겁주고 제압하려고 칼 쓸 때 회칼 칼날 거의 전부에 테이프를 바름. 끄트머리만 살짝 찌르거나 벨 수 있게 함.

┖ 내가 현직 조폭이다. 설명해 주께. 끝만 남겨놓는 건 허벅지나 팔 같은데 찌르려는 게 아고 배 찌를라고 하는 거다. 칼 잘 못쓰는 똘마니들이 훅 찌르다가 지 손도 나가고 넣다 빼지 못할 걸 방지하려고.

┖ 그래서 옛날에 조폭 두목이 노란색 전화번호부 배에 두르고 다녔다고 한다.

┖ 칼 손잡이에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종이 등을 감기도 한다.

┖ 오늘 조폭 정모임? 전문가 포스~


- 요새 조폭들 칼 안 쓴다 애기들아~ 그냥 조직들끼리 강남이나 알짜배기 상권에서 점포 몇 개씩 나눠가지고 생활한다. 외삼촌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무술수사관인데 전국구니 1세대니 했던 조직들 이제 간판만 남았다. 칼부림 같은 거 거의 없단다.

┖ 합법적인 사업으로 갈아탄 지 오래임.

┖ 연예계도 있고, 내가 게임 업계에 잇는데 여기도 조폭으로 의심되는 사람들 꽤 많음.

┖ 겉으로는 외제차에 검은 양복을 빼입고 다니지만 숙소를 털어보면 돈 한 푼 없이 거지꼴로 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함. 그래서 요새는 조폭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고 함.

┖ 님들 조폭 안 업어져요 진짜루 절대!


<The Sopranos>.

1999년 1월 10일부터 2007년 6월 10일까지 Tri-StellarTV에서 6시즌 총 86회 에피소드로 방영한 미국 TV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드라마다.

전 세계 주요 언론에서의 찬사, 엄청난 시청률, 무려 111회 달하는 에미상 노미네이트 등 온갖 화려한 기록을 가진 드라마다.

이 전설적인 드라마 제작자에 류지호가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영화 <대부>가 마피아 영화의 교본처럼 되면서 온갖 클레셰를 만들어낸 이후, 영화가 아닌 TV시리즈에서 마피아 클레셰를 깬 작품으로 평가 받은 최초의 드라마다.

또 한 편의 마피아 드라마 걸작 <Boardwalk Empire>가 9월에 전파를 탔다.

<워킹데드>에 화제성에 가려져서 그렇지, Tri-StellarTV가 제 2의 <소프라노스>가 될 것이란 야심을 가지고 제작한 TV시리즈다.

총감독은 무려 마르틴 스콜체제다.

<소프라노스>의 기획·제작자가 그대로 참여했다.

<소프라노스>가 일상인으로서 평범함 속의 비범한 삶을 사는 이 시대 마피아를 묘사했다면,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금주법 시대의 고전적이며 비장하기까지 한 마피아를 묘사한다.

알 카포네 같은 실존인물들이 거물이 되기 전의 모습도 보여준다.

실존했던 갱들의 흥망성쇠를 근현대사와 함께 다뤘단 점에서 미국판 <야인시대>이라고 할 수 있다.

단 항일과 의리라는 가공의 프레임을 덮어씌우면서 건달들을 협객으로 미화한 <야인시대>와 달리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리얼리즘을 중시하면서 인간적인 모습, 추잡한 모습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드라마 또한 미국작가조합이 인정한 최고의 TV시리즈 하나로 꼽히게 되는 명작으로 우뚝 서게 된다.

두 TV시리즈 모두 류지호가 연관되어 있다.

당연히 한국에서 이 두 드라마와 <불한당>을 연장선상에 놓고 분석할 수밖에.


[영화 <친구>나 드라마 <야인시대>로 조폭세계를 접한 이들은 조폭 하면 의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실상은 돈 되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드는 하이에나에 불과하다. ‘의리는 무슨... 조폭의 변치 않는 본성은 폭력, 갈취에요’ 취재를 도와준 강남서 강력계 관계자의 증언이다. 예전의 화려함을 잃은 지 오래라고 현직 조폭 수사관들이 입을 모은다. 강남서 관계자는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발효 이후 유흥업소 영업도 힘들어졌고, 시민들의 신고의식이 높아지면서 보호비 명목 등의 갈취도 쉽지 않아졌다. 집중단속 기간에는 ‘지나가던 학생이 조폭에게 돈을 빼앗겼다’는 ‘자질구레한’ 제보까지 들어올 정도다‘고 말한다. 다만 유흥업소 일색이었던 사업방식이 다양화됐다는 점이 이채롭다. 갈취 등 불법 이권 개입 대신 합법적인 ‘먹을거리’ 물색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예계 등 각종 기획사와 건설업, 대부업, 게임업은 물론 기업 인수·합병(M&A) 시장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는 점이 과거 조폭과 현재 폭력조직의 다른 점이다.]

- 겨레 신문 ‘드라마 불한당으로 보는 한국의 조폭史’.


[류지호의 <불한당>은 얼핏 화려했던 70~80년대 조폭 삼국지를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매 회를 거듭할수록 조폭들이 신성시하는 의리나 신의는 없고 서로 뒤통수를 치기 위한 권모술수만 판친다. 조폭의 사상적 특징은 무사상이다. 그런 한편 돈과 명령만 좇을 뿐 그걸 왜 좇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되묻는 법이 없다. <불한당>은 매 회 에피소드마다 그걸 꼬집는다. 또 조폭들이 의리와 신의를 내걸지만, 오히려 의리와 신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드라마에서 계속해서 강조한다. 미국의 마약 패거리들이 그토록 많이 총격을 당해 죽는데도 갱단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이긴자가 모두 갖는 독점자본주의, 한탕, 대박의 꿈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폭력배 졸개들이 최저 수준 생계로 바닥을 기고 있는 현실에서 의리가 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송진한 작가와 류지호 감독은 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의 현대사를 조폭의 역사에 버무림으로써 이 문제가 조폭세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연중 이야기 한다. 그것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물론 이전에 <친구> 같은 실화에 근거한 조폭영화가 없지는 않았다. 최근 등장한 몇 편의 한국 리얼리즘 조폭 영화들이 조폭의 실생활, 나아가 주요 경제 활동에서 매우 분주하게 일하는 경제 주체임을 보여주고, 전문적인 사업 영역 확장 및 기업 합병 등에도 나서는 지하경제의 첨병임을 보여주었다. <불한당>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조폭들의 정치관, 경제관, 의생활, 주생활, 고문방법, 조폭 내 인간관계 등을 입체적이고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월간동양.


[조폭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 배신과 의리 또 사랑은 어쩐지 많이 본 듯한 설정이다. 하지만 류지호 감독은 특유의 미장센 하에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백퍼센트에 가깝게 사전제작된 <불한당>이 방영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수많은 명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찍으면서도 현대사회의 모순과 허상을 해부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는 류지호 감독이다. 화려함과 남성판타지로 포장된 조폭세계의 이면에 피와 야만의 역사 그리고 허상을 사실감 있게 묘사한다. 70년대 이른바 전국구 3대 패밀리들의 3년 전쟁은 한마디로 무질서 그 자체였다. 그들 조폭들과 음과 양으로 연결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중성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대학로 연극계에서 탄탄한 내공을 쌓아온 무명배우들의 열연 또한 볼거리다. 신화적인 성격을 앞세운 기존 조폭물에서 탈피해 리얼한 조폭세계를 TV드라마로 끌어온 송작가의 <불한당>은 15년 전 모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기획한 일생일대의 작업으로 알려졌다. 간간이 보이는 풍자와 해학은 송진한의 냄새가 느껴지고, 시대극의 풍경에서는 류지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껏 화려한 영상에 정치적 목소리를 낸 적은 많지만 우울하고 푸석푸석한 뒷골목을 들여다 본 적이 없는 류지호는 <불한당>을 통해 한국 뒷골목의 역사를 계보학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한국의 조폭들은 이렇게 자라고 이어졌노라. 그리고 사라져 갔노라...라고.]

- 씨네마21.


드라마가 종영을 앞두고 다양한 리뷰가 나왔다.

다양한 분석과 해석이 나온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시청을 했고 또 의미심장한 구석이 많은 드라마란 의미가 된다.

즉 단순히 재미만 추구한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의미도 숨겨져 있단 뜻이 된다.

현직 조폭이거나 조폭을 꿈꾸는 청소년들은 <불한당>을 무척 싫어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로 묘사했으니까.

대체로 건달들을 다루는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드라마는 전반적인 시대상과 삶의 모습이 과거의 추억에 기반하고 있다.

때문에 그 시절을 낭만적으로 그리는 편이다.

류지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폭력(권력)을 기반으로 한 나쁜 일을 주업으로 하는 직업인.

<불한당>에서 조폭 혹은 검사나 그 외 어둠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 대한 류지호의 규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속 협박, 이권탈취, 살인, 심지어 강간까지도 직업세계에서의 일상처럼 여겨진다.

멋있기는커녕 계속 보다보면 혐오감이 들 수 있을 정도다.

가령 70년대까지 존재했던 넝마주이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데, 현대의 폐지를 주워 생계를 해결하는 노령층과 겹쳐 보이며 씁쓸함을 자아낸다.

과거를 담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어진 한국사회의 부조리들에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불한당>에서 최고로 꼽는 지점은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수준 높다는 점이다.

작품 자체가 기존의 낭만주의 조폭 미화물이나 코믹 액션물, 범죄물과 다르게 최하 계층인 상이용사 넝마주이부터 폭력배, 고위 관료, 정치인까지 당시를 살았던 다양한 음지 인물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남들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스러운 모습이 있거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짜 모습이 존재한다.

그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거나 때때로 갈등하고 충돌한다.

그렇게 수시로 바뀌는 등장인물 간의 인간관계나 상황전개가 상당히 밀도 있게 그려진다.

김대천에게 청부살인을 의뢰한 드라마 속 검사는 고위직에 있으면서 시도 때도 없이 기자회견을 하고, 대중 노출을 열심히 하는 인물이다.

공개적으로 청렴하며 좋은 이미지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권력을 가지고 범죄의 세계와 결탁했을 때는 소시오패스적 모습을 보인다.

불법과 불의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3대 패밀리의 두목들은 주변인물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돈을 잘 쓰는 모습을 보여 호의를 산다.

그런데 호의에 대해 보답하려고 온 새카만 똘마니에게는 무신경하고 무시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보인다.

호인인척 하지만 실제로는 속 좁은 인간들이다.

그 같은 모습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기도 하고.

류지호가 묘사한 3대 패밀리의 두목들은 어떤 성격파 배우 못지않게 연기도 잘하며 어떤 대중 정치인 못지않은 선동가다.

말로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것이 진짜 강한 사람이라고 떠든다.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매회 보게 된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깡패, 업무가 아닌 사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를 하는 형사, 조폭과 판박이 같은 검사, 술집 작부로 돈을 위해 온갖 일을 서슴없이 벌이는 여성, 항상 화가 나 있는 인간군상들.

백주대로에서 조금만 골목 안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면 누구 하나 상식적인 사람이 없다.

때문에 화끈한 액션과 폼 나는 건달 세계를 기대하고 보면 엄청 실망하는 드라마가 <불한당>이다.

때문에 10~20대 남성층보다 중장년층에서 인기가 많았다.

첫 회 방영 후 시청률이 폭락할 것이라 예상이 있었지만, 의외로 스피디한 전개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지만 산만하지 않은 이야기의 개연성이 훌륭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시청률에서 큰 상승을 보였고, 결국 새로운 기록까지 세우게 되었다.


7.4%.


드라마 <불한당>이 최종적으로 받아 든 평균 시청률이었다.

방영 전부터 드라마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고, 방송 후 2주차에 방송금지가처분 소송에 휘말렸으며, 매회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는가 하면, 종영을 앞두고 일부 청소년들의 서진룸싸롱 사건 모방범죄 시도까지 벌어져 9시 뉴스 전파를 타는 등 여러 악재들이 있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해 최종회의 시청률은 이변 아닌 이변을 연출했다.

최고 시청률은 10.1%를 기록했다.

케이블TV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긴 기념비적 작품이 됐다.

<불한당>의 주 시청 타깃인 40대~50대 남성시청층에서 7.9%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순위에서는 동시간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10회부터 최종회까지 연속으로 10~50대 전 연령 남녀시청층에서 케이블과 지상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장르물이자 성인용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됐다.


“상복이 없는 건지. 의도적으로 주지 않은 것인지... 누가 알겠어.”

“배우들이 상을 좀 탔어야 덜 미안했을 텐데....”


여담으로 <불한당>은 하반기 열린 한국방송작가상 드라마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수상작에서 탈락하게 된다.

독창적 작품세계 구현, 우리 사회에 건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방송작가의 자긍심을 높인 부분에서 미흡하다는 이유로.

평단과 언론에서는 지상파까지 포함해서 역대 최고의 한국 드라마 30편에 들어간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시청률 기록을 수립했음에도 상복이 없었다.

2011년 봄.

한국 최초의 OTT서비스 GOMTV에서 19세 관람가 무삭제판 <불한당>이 올라온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JHO/DirecTV를 통해 서비스되는 다솜채널을 통해 영어 더빙판 무삭제판이 방영된다.

무음 처리되었던 각종 욕설과 혈향 가득한 폭력장면, 화류계 등장인물들의 과감한 노출과 베드씬까지 모두 복원된 드라마는 <불한당> 마니아에게까지 충격을 선사한다.


“이 미친! 이건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그 정도로 무삭제판과 자체 검열 한국방송 버전의 괴리감이 상당했다.

따라서 해가 바뀌고 <불한당>의 재평가가 이루어진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역대 한국 드라마 사상 가장 많이 불법 다운로드된 드라마라는 영예(?)도 차지한다.

물론 비공식적인 추산일 뿐이지만.

StremFlicks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 서비스의 첫 오리지널 작품이 감독판 <불한당>이 된다.

스펙트럼TV와 미국 방송판과는 또 다른 버전이 소개되면서 여러 차례 우려먹는다.


작가의말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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