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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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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단풍이 한창이다.

류지호는 부모님을 모시고 단풍구경을 겸해 설악산 나들이를 왔다.

여동생 부부도 함께 했다.

단풍철이 되면 설악산과 내장산은 중장년과 노년층, 단체관광,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다.

그런데 단풍을 보고 왔다고 하는 사람들 반응은 보통 대동소이하다.


“그 고생스러운 곳에 내가 왜 갔을까....”

“그러게 뭐 하러 갔어?”

“다시는 안 가!”


직장인들로서는 단풍 피크 타임에 여행을 시도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말에 겨우 시간 내서 찾아갔다가 붐비는 인파로 엄청나게 고생한 경험을 한 두 번씩은 꼭 가지고 있기에.

주말나들이-인파-정체-고생-후회의 루트를 매번 탄다.

계획을 세울 때부터 가봐야 후회하는 걸 안다.

그럼에도 간다.

아니다.

가야한다.

한 사람의 고생으로 다른 가족들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추억을 만들 수 있으니까.

보통 단풍놀이를 다녀온 사람들은 호객행위, 바가지, 편의시설 부족, 고성방가 같은 것에 대해 불만을 보인다.

다만 단풍으로 물든 풍경 그 자체에 대한 실망감을 거의 없는 편이다.

관광객들로 북적거려 사람 반 단풍 반이라지만, 산자락을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들인 나뭇잎들을 보고 있자면 감성이 무딘 사람조차 그 아름다운 풍광에 절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시아야, 봐봐. 울긋불긋 물든 산이 막 불타오르는 거 같지?”

“울긋불긋?”

“색종이를 나뭇가지마다 붙여놓은 것도 같지?”


아빠 품에 안겨 있는 류시아 연신 웃었다.


까르르.


단풍이 완전히 들지 않았는데 한쪽에선 낙엽이 떨어지고 있다.

류지호는 설악산 단풍이 아직은 절정이 아니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찾아왔다.

어느새 단풍이 계곡 아래에까지 밀려 내려와 있다.

단풍의 절정이 코앞에 다가와 있는 셈이다.

류지호는 ‘자연이나 인간에게 절정이 뭘까?’ 하는 철학적인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러다가 여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


류아라가 옆쪽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류지호의 시선에 아버지가 단풍이 예쁘게 물든 이파리 몇 개를 주워 어머니에게 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호들갑을 떨지 않고 조용히 건네받고 ‘쿡’ 웃으셨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과 후, 그 모든 시간을 통틀어 처음으로 보는 광경이다.

설악산의 아름다운 단풍이 무뚝뚝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열게 했을까.

나이가 들면 부부사이에 말수가 적어진다고 하는데.

다행히 부모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았다.

비록 다울재단과 자원봉사와 관련한 업무 대화라고 할지라도.

문득 아버지가 건넨 단풍 이파리를 어머니가 어떻게 할 것인지 류지호는 궁금해졌다.

기념으로 챙겨 가실 것인지.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책갈피라도 삼으실 건지.

아니면 아버지 몰래 다른 단풍들 사이에 던져 놓고 가실건지.


휘이이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알록달록 한 이파들이 비가 오듯 떨어졌다.

장관이다.


“동부의 단풍도 끝내주는데.....”


레오나의 말에 류지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가 예일 로스쿨을 다닐 때, 류지호와 종종 드라이브 데이트를 하곤 했다.

9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나이가라 폭포에서 캐나다 토론토를 거쳐 몬트리올까지 약 800킬로미터가 넘는 길에 펼쳐지는 단풍이 어우러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다녀오기도 했다.

뉴욕주 북부의 6개 주를 이르는 뉴잉글랜드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단풍명소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주천하는 가을철 드라이브 코스가 다수 존재했다.

특히 레오나의 외가인 그레이엄 가문의 기업체가 여럿 소재하고 있는 뉴햄프셔는 가을철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심영숙이 다가와 류지호에게 물었다.


“미국하고 단풍이 많이 달라, 아들?”

“무슨 나무인지 잘 모르는 나무들이 많더라고요.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이렇게 행락객들이 등산을 하며 단풍을 즐기진 않아요. 대부분을 차를 타고 가면서 보거나, 국립이나 주립공원에 지정된 곳에 차를 대놓고 즐기고.... 그러는 편이에요.”

“미국에도 단풍놀이가 있다는 게 신기하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죠. 우리가 짧지만 화끈하고 아름답게 물들고 사라지는 단풍에 감동하는 것처럼 미국 사람들도 똑같아요.”

“그렇겠지....”


류지호는 행락객이 덜 몰릴 것으로 예상한 월요일에 설악산을 찾았다.

그럼에도 인파가 상당히 많았다.

사람들이 알아보면 어쩌나 부모님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정작 류지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덩치가 큰 경호원들이 함께 다니기도 하고, 설악산은 생각보다 산세가 험한 편이기 때문이다.

즉 동네 뒷동산 올라가듯 할 수 없다.

그렇기에 행락객들이 산을 타느라 바빠 류지호 일행에게 다가올 여력이 없었다.

행락객들이 몰려들어 소란스럽게 하는 일 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류지호 가족이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오후에는 오색온천에도 들렸다.

저녁식사는 속초에서 해산물 요리를 맛보았다.

두 번의 삶을 통틀어 이렇듯 대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다음에는 순호네도 함께 오도록 하자꾸나.”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원했지만.

돈과 명성이 많아질수록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 ❉ ❉


단풍놀이를 다녀온 다음 날.

국기원 홈페이지에 승단시험 결과 발표가 떴다.


“어? 왜 없지?”


명단에 류지호의 이름이 없었다.


“홈페이지는 불합격자와 불참자만 나오니까.”

“그게 무슨.....”

“따로 합격통보가 왔어. 태권도협회나 국기원 홈페이지에서 수험번호를 입력하면 합격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


매년 승단시험을 보는 수련생의 숫자는 줄어만 간다.

그럼에도 국기원이 승단시험으로 챙기는 돈만 한 해 100억 원에 달한다.

국기원 승단심사규정에 보면 ‘심사수수료 이외의 기타 비용을 심사수수료 명목으로 부과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대한태권도협회 산하 각 협회들은 국기원에서 승인한 승품(단) 심사수수료 이외의 기타비용을 심사수수료 명목으로 부과하고 있다.

찾아보면 그 같은 나쁜 관행이 수두룩하다.

태권도 품새가 뜻하거나 담고 있는 철학과 사상을 공부해보면 안다.

얼마나 훌륭한지를.

외국의 수련생들은 그 심오함에 감동까지 한다.

국기원이든 태권도협회 간부든, 일선 태권도장 관장이든.

종주국 수련자답게 일찍부터 그 같은 정신과 철학을 배워왔고, 그것들을 후배와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스승의 입장이 되었다.

규정조차 지키지 않는 선배이자 스승이.

원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태권도 유단자가.

과연 태권도 품새가 담고 있는 사상과 철학을 제자들에게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물론 태권도를 후대에 계승해야 할 전통이나 무예가 아니라, 상업주의 쇼 비즈니스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들의 작은 탐욕이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암튼 류지호는 태권도 지도자 기본요건인 4단을 취득했다.

태권도에서 단(段)이란 곧 질서이며 인격이다.

청소년 이하에게 붙이는 품(品)은 원래 왕조시대의 관직에서 서열이나 계급으로 표시하는 정일품, 종일품 등의 호칭이었다.

한편으로 사람이 지닌 인품, 품격을 뜻하고.

그런 의미에서 태권도 기량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로 자격을 얻은 유단자는 무예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 모범이 될 만하다고 인증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무예·무도에서 지도자 자격을 얻는 단계부터 일정한 경지에 이른 자로서 경외를 받는다.

그만큼 수련으로 높은 경지의 품격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의 위상은 어떠한가.

도덕적 추락으로 인해 어디 가서 태권도인이라고 밝히기 부끄러울 지경이다.

류지호는 <군계>를 준비하며 일본의 가라테판에 대해 리서치를 한 적이 있었다.

JHO Company 산하에서 UFC를 주도하고 있고.

영화산업의 아이콘인 본인은 15년 넘게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무협소설 속 도가계열 문파도 아니고.

현대의 무예·무도는 비즈니스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목적으로 수련을 했든지.

육체의 기능이 발달되고 향상됨에 따라서 마음도 성장하게 마련인데.

무도계에서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다보니 마음이 수련으로 만들어진 육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세속의 탐욕에 젖어있다면 그 유단자는 바른 수련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마땅히 단(段)을 회수해야 옳거늘.

고급 단증도 사고파는 태권도계 현실상....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류지호가 4단으로 승단하는 시기에 WaW Pictures와 GH娛樂集團有限公司가 합작으로 제작한 영화가 개봉했다.

한국 신무협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사신>의 실사화영화다.

한국과 홍콩자본이 합작해서 중국영화로 제작되어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기획된 영화다.

2000년 이전까지 무협작품에서 거의 금기시되던 살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숨 막히는 추격전이 백미인데다가 추리적인 플롯까지 도입한 한국 신무협의 대표적인 작품을 원작으로, 기존 홍콩과 중국의 무협영화와는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과 정서를 담아냈다.

이전의 중국(홍콩)산 무협장르에서 볼 수 없었던 등장인물 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도 일품이다.

방대한 분량과 인물을 자랑하는 또 다른 신무협의 대표작품 <호위무사>는 24부작 TV시리즈로 기획되고 있다.

메가폰은 <첨밀밀>, <명장>의 찬호순이 잡을 예정이다.

<검귀검신> 같은 한국의 무협만화를 원작으로 한 프로젝트들도 기획프로세스를 차분하게 밟아가고 있다.

WaW와 GH가 합작하고 있는 한국의 신무협세계관 대부분이 잘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 편이 골치를 썩고 있다.

그 주인공은 한국 신무협의 효시로 꼽히는 작품 <대도오>다.

무협소설을 실사화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SF무협 혹은 아방가르드 무협이라는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만화판 <남자이야기>를 기반으로 기획되는 실사화 프로젝트다.

WaW 픽처스에서는 류지호가 연출해 주길 강력하게 희망했다.

그러나 류지호는 여력이 없었다.

이미 만지작거리고 있는 프로젝트가 서너 작품이 있었기에.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충무로 감독이 여럿이다.

모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감독들이다.

심지어 한창 <용문비갑>을 작업 중인 홍콩출신의 쉬원커(徐文克) 감독까지 달려들 기세다.

류지호가 관심을 보이는 대형프로젝트란 소문이 돌자 할리우드 감독들 몇 명이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


“한국감독으로는 이명수, 홍콩에서는 웡자웨이, 할리우드 감독으로는 더스틴 린 정도....”


각각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감독들이다.

<일대종사>로 헤매고 있는 웡자웨이 감독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것이 류지호의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자기 멋대로의 영화적 고집이 큰 걸림돌이다.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의 공신 중에 한 명인 친구 더스틴 린은 매끈한 블록버스터로 뽑아낼 것 같긴 한데, 원작이 가진 고민과 철학을 깊이 있는 영상언어로 해석하고 풀어낼 수 있을지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명수 감독 밖에 없는데....”


제작에 들어간다면 한국영화 제작비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을 터.

이명수 감독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확신이 없었다.

한국영화계에서 제작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져 있다는 WaW 픽처스 역시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예산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고.

사실 류지호 본인이 메가폰을 잡는다고 해서 감독 리스트에 오른 이들보다 더 잘해낸다는 보장도 없었다.

배경도시를 원작처럼 뉴욕으로 하든, 서울로 하든, 심지어 홍콩으로 하든지 간에.

죽어가는 도시에서 생명을 찾아 발버둥치는 남자!

그것도 상남자들의 이야기.

류지호로서도 쉽게 포기하지 못할 끌림이 있었다.


[남자란 적극적으로 죽음을 모색해야 할 때가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남성의 로망을 자극하는 명대사들.

고어한 분위기 속에 그 같은 투박하고 서툰 대사들을 담아낼 수만 있다면.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동아시아권에서 천만 관객 동원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연출을 하든.

또는 총괄프로듀서로서 전반을 지휘하든.

워낙에 대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WaW 엔터테인먼트 기획실 어느 직원이 류지호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한국사극에 무협적 요소를 넣어도 될 텐데, 왜 굳이 남의 나라 장르를 하려고 하세요? 이미 <복수의 꽃>을 해보셨잖아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무협장르를 집요하게 판 나라도 별로 없으니까요.”


심지어 중화문화권에서도 양과 질에서 한국무협지를 따라 올 수 없다.

무협소설 형태가 태동된 것은 중국의 신해혁명의 격동기이지만, 중국에 공산국가가 들어서며 무협작가들이 대거 대만과 홍콩으로 이주했다.

1960년대 대만과 홍콩에 일던 신파 무협의 붐이 한국에 상륙하게 되었고 중화권 작가들의 번안출판과 복제수준의 카피작들이 양산됐다.

이후로 198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인 한국산 무협소설이 등장했다.

90년대에 들어와 무협소설 시장이 몰락하기도 했다.

그 악재 속에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신무협 운동을 통해 한국만의 무협장르 혁신이 일어났다.

21세기에는 중화권 무협장르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퓨전무협이라는 이름으로.


“그래도 무협장르는 중화권이 종주국이랄 수 있는데....”

“무협장르의 양대 신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대만과 홍콩분이시죠. 그런데 양에서만큼은 우리나라가 탑 오브 탑이라고 알고 있어요. 무협지라고 멸시 당하던 시절부터 대본소 무협만화 그리고 세기말에 태동한 한국식 신무협 그리고 지금에 와서 장르적으로 클리셰들이 안정화되어 확립된 웹기반 무협소설들까지. 어쩌면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문화상품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을 꼽으라면 태권도와 무협소설 혹은 무협 기반 만화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한국의 무협만화 스캔본이 한국보다 중국 본토에서 더 많이 퍼지고 있다.

한국 무협소설을 중국어로 번역한 버전도 불법적으로 중국과 대만에서 널리 읽히고 있고.

9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방송국 신입PD들이 작가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무협지 많이 읽으세요.”


였다는 여의도 전설이 있을 정도다.

한 장르를 40년 가까이 집요하게 파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남의 나라 것을.

본래부터 내 것이 아니어서인지.

한국의 작가들은 무협 세계관 안에 별의 별 것들을 다 넣어봤다.

게다가 군부독재 시대를 지나며 독재와 권력에 대한 저항적 메시지까지 담아냈다.

계급주의에 대한 반감, 전체주의와 자본주의 비판까지도 투박하지만 담아내려 한 무협소설까지 있을 정도다.

더 이상 무협에서 나올 것이 없을 법도 하건만.

아직도 별의 별 아이디어와 플롯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러니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영화와 TV시리즈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관심을 두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보물창고가 무협장르다.


“검열이라는 진입장벽이 있는 중국시장을 뚫기에 무협장르는 썩 괜찮은 접근방식이죠.”


헌데 류지호의 꿍꿍이는 달랐다.

무협장르를 통한 중국본토시장 공략이란 일차원적인 생각을 넘어서.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쿵푸영화가 먹히는 전 세계 모든 중화권과 아프리카 국가까지 시장범위에 넣고 있다.

StreamFlicks 플랫폼을 통해 무협장르만큼은 한국(WaW와 GH)이 독점할 계획이다.

즉 우수한 한국의 소설과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웰메이드 무협장르물을 꾸준히 소개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 국가(190여 국가)에서 ‘무협영화는 WaW’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킬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에서 무수히 많은 카피물이 난립하겠지만.

류지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검열이 철폐되지 않는 한 중국산 무협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져도 WaW와 GH 합작영화의 아류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게다가 한국이 중국보다 무협영화를 더 잘 만들 것이란 확신도 있었고.

이전 삶에서도 한국이 아시아에서 영화를 가장 잘 만들었다.

WaW 엔터테인먼트로 인해 이번에는 아시아 수준을 뛰어넘기까지 했다.

중국무협이 컴퓨터그래픽이 범벅이 된 판타지액션으로 나아가는 것과 달리 WaW와 GH는 90년대 홍콩식 무협안무에 이야기가 강조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안 될 이유가 없다.


✻ ✻ ✻


한국은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지를 고민해야 했다.

이미 늦었지만.

20세기만 해도 땅과 돈, 사람이라는 3대 생산 요소가 기초였다.

스마트폰이 점차 일반화되어감에 따라서 인터넷 생태계가 생산요소의 역할을 시작했다.

일례로 PineSoft가 오피스 제품 판매를 구독 모델로 바꾸고 있고,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서 소비형태가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게다가 내수산업이었던 비디오 대여업이 StreamFlicks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며 글로벌 서비스 모델로 진화해가고 있다.

지금까지 수출은 제조업 지상주의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혁신으로 점차 서비스업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도 세상의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화폐 자본, 하드웨어의 역사가 아니라 지적 자원의 역사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전 삶에서 인스턴트 메신저 업계의 최강자였던 WhatsUp이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해 북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큰손 JHO Venture Capital을 포함해 두 곳의 투자를 받아 설립되어 1년 무료이용 조건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10여년 후, 전 세계 25억 월 활동 사용자를 자랑하게 되는 엄청난 서비스다.


“지난 2월에 위아이랩에서 WhatsUp을 벤치마킹한 메신저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김우영 비서실장을 향해 류지호가 자신의 스마트폰 홈화면을 보여줬다.

메신저 앱 바나나톡(BANANA TALK)이 이미 깔려있었다.


“아.. 예.”


바나나톡을 출시한 벤처기업 위아이랩의 메인투자자 역시 류지호(가온투자파트너스)다.

두 메신저의 탄생에 류지호가 개입하게 됨에 따라 기업역사도 조금 달라졌다.

본래 산타클라라에서 창업해야 했던 WhatsUp은 류지호의 작은왕국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제3의 스튜디오 시티라고도 불리는 Playa Vista에 본사를 두게 됐다.


“안드로이드용도 동시에 출시된 거 맞죠?”

“예. 의장님의 충고대로 iOS와 안드로이드용 앱을 동시에 출시했습니다.”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대요?”

“내달에 한국과 같이 바나나토끄란 이름으로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바나나토끄(バナナトーク) Corp은 가온그룹 일본법인, 위아이랩, 소프트인프라가 출자해 설립한 IT 벤처기업이다.

본래 역사에서는 NAVE의 창업자가 설립한 일본법인과 Yaaho Japan의 대주주 소프트인프라가 2010년대 후반에 합작을 했었다.

이번에는 류지호가 한 발 앞서서 일본에 제대로 된 메신저 앱을 출시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일본의 국민 메신저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 알 수 없게 됐다.


“바나나톡 경영권을 소프트인프라에게 줘도 되는 걸까요?”

“김 실장도 알다시피 일본에서 외국인이 비즈니스하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잖아요. 우리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만족합시다.”

“위아이랩은 어떻게 할까요?”

“일본의 앱개발자와 운영자들을 지휘할 팀장급을 일본으로 보내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내년 3월 전까지 완벽하게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전 삶에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교통이 마비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휴대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사용할 수 없었다.

순간적인 통신망 과부하 탓에 전화가 먹통이 됐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생사를 알리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문자메시지 대신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다.

이 시기 일본에는 변변한 자체 메신저 앱이 없었다.

있더라도 이용률이 매우 낮았고.


“내년을 기해 바나나톡에 ‘지진 안부확인 서비스’를 장착하도록 하고.”

“우선적으로 재일동포 사회 중심으로 마케팅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진도 6 이상의 대규모 재해가 일본에서 발생했을 때 가까운 사람과 안부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복잡한 문장 대신에 ‘무사‘ 혹은 ‘피해 있음‘ 정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만약에 동일본 대지진이 이전 삶과 똑같이 발생한다면.

소프트인프라를 통해 일본 정부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바나나톡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과 도쿄의 수상관저가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도록 바나나톡을 이용한 재난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두기로 했다.

더 나아가 후쿠시마 현과 ‘파트너십 협정’ 체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지독하게 경직되어 있는 일본의 행정과 관료사회를 봤을 때 잘될 것 같진 않았지만.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 바나나톡의 활용이 증명되면 대만을 비롯해서 아시아 지역으로도 진출할 수 있을 겁니다. 내년 3월 전에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줬으면 좋겠네요.”

“소프트인프라 측에서도 바나나톡에 적극적입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보시죠.”


자신들이 일본에 독점 공급하는 아이폰의 매출상승까지 함께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소프트인프라도 매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부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나나톡이 잘 활용되어서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류지호는 도쿄전력의 파렴치하고 무책임한 경영진을 배제하고, 현장 책임자들과 수상관저가 직접 소통하며 원전사고를 대처해 나가길 바랐다.

어차피 스가 나오토 총리는 혐한 정서와 경제를 말아먹었다는 이유로 단명할 수밖에 없다.

자민당과 기득권들로부터 엄청난 공세에 시달리다가 온갖 오명을 뒤집어쓰고 짧은 임기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데,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이나마 잘해야 덜 욕을 먹을 터.

사실 일본이 더 좋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습 정치인이 아닌데다 일관되게 반(反) 자민당의 길을 걸어온 스가 나오토 같은 정치리더가 필요할 것인데.

그들은 본연을 습성을 절대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 또 다시 자민단 장기집권 체제에 순응하고 만다.

한때 G2를 바라봤던 일본의 쇄락이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 류지호다.

국가를 운영하는 최고 지도자들의 공익적인 마인드가 중요한 것이거늘....


“연해주의 농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지요?”

“예.”


가온그룹은 농업종합화학 자회사를 통해 해외에서 농업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가온 Agro라는 자회사인데, 파커필드와 50대50으로 소유하고 있는 종묘 및 비료 회사들과 농기계 회사 그리고 해외 농장 개발 및 운영회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의 농업진출이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에 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거기에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연해주도 포함되었다.

정의국 정부는 2006년 말 이후 급격한 국제곡물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현상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그 중에 하나가 해외곡물생산 기지 건설이다.

2007~2008년 세계적인 곡물 파동을 경험한 직후부터 한국기업들의 해외농업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우리나라는 쌀 자급률이 100%를 넘은 덕에 큰 화는 면했지만, 사료용 곡물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남의 일만은 아니었기다.


“전문가들 말로는 연해주 지역의 농업경쟁력이 땅의 비옥도나 기후 환경으로 봤을 때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업진출을 준비하며 류지호도 관련 보고서를 받아보았다.

그럼에도 농업산업에 진출한 것은....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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